막걸리 두 병에 두부 그리고 비빔밥을 시켰다. 등산을 두 번이나 해서 그런지, 술이 술술 넘어갔다. 두부 안주에 김치가 그 뒤를 따라 꺼역꺼역 넘어갔다. 적당히 취해서 산경치를 다시 보고, 호수를 다시 보고, 그리고 하늘을 보았다. 거기가 바로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의 마을이었다.
강촌역으로 다시 와서 정자 밑에서 변변치 않은 땅콩을 안주 삼아 깡소주를 마셨다. 어떻든 술을 마시니 세상은 다시 내 세상이나 된 듯 했다. 인생이 즐겁다는 말, 이런 곳에 와보는 사람이 어디 그리 많겠냐는 말, 나쁜 일을 다 잊자는 말, 등등 좋은 말은 다 하고 웃으며 즐거워했다.
기차를 타고 한 시간 15분 뒤에 상봉역에 내렸다. 근처에 있는 동태탕집으로 갔다. 아니 가서 앉아보니 동태탕집이었다. 또 소주를 마시고 얼큰하게 취해서 거의 이성을 잃을 정도가 되었다.
집으로 가는 전철을 타면서 이런 것이 진짜 인생이라고 흥얼거렸다. 옆에 앉은 사람이 "별 새끼 다 본다"는 표정을 하며 나를 째려 봤다. 나는 그래도 즐거웠다. 어떻든 인생은 즐거운 것이다. 술에 취하건, 안 취하건, 그것을 느끼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원리원칙을 따지거나, 현세상을 직시한다는 명목으로 세상을 삐딱하게 봐봤자 저만 손해다.
해는 이미 저물고 갑자기 낮아진 온도, 찬 바람에 술이 깬 듯 했다. 바람에 날려 떨어진 꽃잎이 길바닥에 여기저기 깔려있었다. "흘러가는 물결 그늘 아래 개수작 부리고, 흘러가는 물결 그늘 아래 키스방 간판을 봅니다. 오늘은 어디 가서 술 한잔 먹고 내일은 어디 가서 술 주정하나" 옛날 불렀던 곤조가를 개작해 개글개글 개소리 내지르며 개념없이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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