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Beautiful the Nature is! - Albatross

Essays 72

금산 회상

금산 회상 2024년 2월 24일 토요일, 새벽 5시 30분, 마치 지진이나 해일이 일어나 싸이렌이 울리 듯, 전날 맞추어 놓았던 핸드폰 알람이 밤의 적막을 뚫었다. 눈을 손으로 비비면서, 하품을 하고는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전날 밤에 준비해 두었던 여행 가방을 등에 지고, 컴컴한 지하도를 따라 자동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금산을 향해 서울에서 출발한 것이 정확히 오전 6시였다. 새벽에 출발해서 그런지 중간의 길은 막힘이 없어서, 자동차는 물 흐르듯 부드럽게 달렸다. 충남, 금산읍에 도착하니 아침 9시경, 약 200키로의 거리를 3시간 정도 걸렸다. 자동차에서 내려 보니, 금산을 대표하는 진악산이 흰 눈으로 덮여,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눈 앞에 이정표가 높이 매달려 있었는데, 금산에서 출발하..

Essays 2024.03.09

정선군 "로미지안 가든"

정선 로미지안 가든 공원 *이 글은 아래 지도를 보면서 읽어야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습니다. 지도를 참조하며 이 글을 읽기 바랍니다. 2023년 9월 14일 목요일 오후 1시, 강원도 평창군 진부역에서 아내를 ktx 태워 서울로 보냈다. 역 건물 밖으로 나오는데, 광고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정선 치유의 숲, 로미지안 가든”. 평창의 진부에서 정선을 왕복하기에는 좀 늦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르다”, 라는 말이 이런 데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말인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자동차에 올라서, 내비게이션에 목적지 “로미지안”을 입력했다. “정선군 북평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목적지가 나타났다. 정선 쪽으로 차를 몰고 가니, 어느 지점에 “백석 폭포”가 나타났다. 평소에는 물이 없..

Essays 2023.09.16

벤치 위에 막대기 하나가 놓여 있었다

벤치 위에 막대기 하나가 놓여 있었다. 텅 빈 대관령 초등학교 교정 벤치 위에 막대기 하나가 놓여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이 막대기를 만지거나 바라보는 사람도 없었다. 태고적 자연이 그렇듯, 덩그러니 놓여 있는 막대기 위로 소리 없는 바람만이 잔잔히 불고 있었다. 그때 한 아이가 어디서인가 소리를 치며 달려왔다. “와우, 막대기다!” 그 아이는 막대기를 잡고, 칼싸움을 하듯이 하늘을 향해 휘젓기도 하고, 손바닥에 올려 놓고 균형을 잡기도 하고, 심지어는 그 막대기를 물어뜯어 보거나, 콧구멍에 갖다 대고 냄새도 맡아 보았다. 잠시 후, 그 아이는 막대기 한쪽 끝을 모래에 묻어 세우고는, 주위에 모래를 쌓아 봉긋하게 만들었다. 조심스럽게 막대기 주위를 토닥거려주던 아이는 만족하다는 듯이, 헤헤 웃었..

Essays 2023.08.24

강릉 화재 현장을 가다

강릉 화재 발생일: 2023년 4월 11일 현장 방문 일: 2023년 4월 24일 강릉에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초속 30m의 바람이 불었다고 했다. 이것을 시속으로 계산해보면 30m Ⅹ 3600초 = 108,000m, 즉 시속 108km의 속도의 바람이 분 것이다. 고속도로 달릴 때, 보통 시속 100km이니까, 그 위력은 감히 상상을 초월한다. 처음 찾아간 곳은 경포호수 바로 옆에 있는 경포대였다. 뉴스로 듣기에는 경포대가 간신히 화마를 피했다고 했다. 현장에 가보니, 과연 경포대 건물 바로 앞 약 20미터 공간 덕분에 경포대 건물은 재난을 피했다. 이 공간이 없었던들 수백년 대대로 내려온 경포대는 지금 내 눈 앞에 없었을 것이다. 사람이나 물건이나 주위의 빈 공간은 항상 필요한 듯 하다. 경포대 뒤..

Essays 2023.04.29

어이구, 가지가지 한다

"어이구, 가지가지 한다" 2023년 4월 28일, 강릉의 월화거리가 있다는 안내 책자를 보고, 대관령을 넘어 자동차로 강릉에 가는 중이었다. 마침 휘발유가 떨어져서, 가다가 주유를 해야 했다. 대관령 몇 개의 터널을 통과하니 전망대가 나타났고, 그 전망대에서 1km만 가면, 주유소가 있다는 안내판이 보였다. 전망대에서 잠시 쉬면서 먼데 있는 산과 가까운 산을 두루 살피며 심호흡을 하였다. 며칠 동안 심한 미세 먼지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고, 눈이 흐릿해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휴게소에 도착하여 주유소에 가까이 가보니, 여기는 종업원이 연료를 넣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유를 해야 하는 셀프 주유소였다. 지난번 정선에서의 주유사건으로 셀프 주유에 대한 트라우마 비슷한 것이 있어서, 난감하다는 ..

Essays 2023.04.29

늙으면 소심해진다

늙으면 소심해진다 어제(2023년 4월 2일) 있었던 일을 간단히 적으려 한다. 어제 진부역에서 서울로 가는 아내를 기차로 태워 보내고, 무엇을 할까 곰곰이 생각했다. (“곰곰이, 곰곰히” 중 어느 것이 맞는지 엄청 고민 많이 했다.) 여기 대관령 근처에서 매일 트레킹을 1-3시간 하기 때문에, 대관령 지역은 이미 수 십 번씩 다녀보아서 더 이상 새로운 곳이 없었다. 이제 먼 곳에 있는 트레킹 코스를 알아보아야 했다. 진부역 앞에 마침 정선에서 온 시내버스가 있었는데, 기사님께 여쭈어 보니, 오늘이 정선 아리랑 장날이라고 했다. 전날 알아두었던, 정선의 항골 계곡 트레킹과 정선 아리랑 장을 연결하면 그럴듯한 그림이 그려질 거라고 생각하고, 차를 정선 방향으로 몰았다. 정선장은 이미 몇 번 가보아서, 그 ..

Essays 2023.04.03

인물 사진 촬영

12월 13일 한 아트 센터(Art Center)에서 인물사진 촬영 강좌가 있었다. 사진이라는 것을 대부분 책을 통해 배웠던 나는, 강의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누가 거기에 오는지, 모델은 어떻게 생겼는지, 대단히 궁금했고 기대도 컸다. 강좌는 크게 이론 강좌와 실제 인물 사진 촬영 등 두 부분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나는 거기서 느낀 점 두 가지를 이 글에서 적어보고자 한다. 우선 강사는 좀 젊은 사람으로 아마도 사진학과 출신인 듯했다. 문제는 그의 강의 방식, 또는 설명 방식이다. 내가 학교에서 오래 동안 학생을 지도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그의 교수법은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이 이야기 했다가, 저 이야기 했다가, 주제가 왔다 갔다 했다. 나처럼 사진에 관한 책을 몇 권 읽고 간 사람은 무슨 이..

Essays 2022.01.05

내 누님같이 생긴 폰이여!

내 누님같이 생긴 폰이여! 어젯 밤, 친구와 술 한잔 했다. 사실은 점심 모임에서, 중국집에서 백주를 마셨었다. 일단, 술이 좀 얼큰히 취하자, 더 마시고 싶은 욕망이, 그만 마셔야 한다는 절제심과의 투쟁에서 승리한, 빛나는 전과의 결과이기도 하다. 오후부터 저녁 때까지, 횟집에서 술, 노래방에서 술, 순대국 집에서 술, 하여튼 술이 술을 마시다가 하루가 지나갔다. 핸드폰 분실을 알게 된 것은 밤 12시 경이었다. 밤 8시에 집에 도착하였으나, 비몽사몽이었으므로, 핸드폰에 대한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잃어버렸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 그러다가 우연히 핸드폰 생각이 나서, 여기저기 다 찾아보기 시작했다. 30분간 있을 법한 장소를 다 찾아 보았으나, 결국은 찾지 못 하고 말았다. 아들이 코로나 ..

Essays 2021.11.26

종로3가 생선회

“종로 3가 생선회” 최근에 마누라의 잔소리가 아주 심해졌다. 같이 밥을 먹으면, "왜, 이렇게 밥을 흘리며 먹냐, 왜 이렇게 숟가락을 덜덜 떠느냐, 왜 이렇게 침을 흘리며 먹냐, 늙은이가 왜 이렇게 밥을 많이 먹냐" 끝도 절도 없이 마누라의 잔소리는 이어진다! 오랜만에 곰탕집에서 허접한 안주 시켜놓고 소주 한잔 먹으려고 하면, 왜 이리 비싼 안주만 골라 먹냐, 다른 사람은 안주를 아껴가면서 먹더구만, 이놈의 늙은이는 아까운 줄도 모르고 안주만 먹는다고 씨불여댄다. 하는 수없이 안주 안 먹고 소주만 마셔대면, 술 못 먹어 환장했냐, 다른 사람은 값싼 막걸리를 마시는데, 요놈의 늙은이는 이 비싼 소주를 한자리에서 두 병이나 처마셔대니 살림살이 거덜 난다, 기둥뿌리가 흔들거린다는 둥 못 할 말이 없다! 그러..

Essays 2021.11.22

종로 3가를 걸으며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 ... " 8. 15 해방이나 된 듯 감격스럽다. 코로나의 급습으로 파고다 공원의 대문이 닫힌지 얼마 만이던가? 닫혔던 문으로 사람들이 큰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드나든다. 드디어 사람사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리라! 전에도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은 없지만, 파고다 공원 한쪽에 검은 석상이 놓여있다. 사람 같기도 하고 강아지 같기도 한, 앙증맞은 석상이 말하는 듯 하다. "어이구, 나리 오셨습니까? 정말 오랜만입니다요. 기체후일향만강하오신지요?" 어렸을 때,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사용했던 말이 내 입에서 몇 십년만에 나온다. 어찌하여 수십년 동안 들은 적도 없고, 사용해 본 적도 없는 이 말이 내 입에서 나올까? 내가 잊었다고 생각했던 모든 말들은, 아마도, 내..

Essays 2021.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