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Beautiful the Nature is! - Albatross

World

(스마트폰 용) 중앙 아시아 여행기 7 "비슈케크에서 이식쿨 호수로"(키르키스스탄)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6. 12. 2. 01:36



 

■ 이 여행기는 스마트폰에서 읽도록 작성되었습니다.

 

 

27일간 중앙 아시아 여행기  7

 

"비쉬케크에서 부라나 탑 그리고 이식콜 호수"(키르키스스탄)

 

 



 



 



<오늘 여행기: 비슈케크-부라나 탑-이식쿨 호수>

 

 



 



 

 

2016년 9월 30일, 이른 아침 비슈케크에서 이식쿨 호수를 향해 출발했다. 오늘 버스로 가야할 거리는 350km, 이시쿨 호수변에 위치한 "촐폰 아타"라는 곳까지 가야한다. 바람이 없는 흐린 날씨에 버스는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시내를 빠져나간다. 길이 갈라지고 다시 만나고, 또 갈라지고 다시 만났다. 시원한 가로수 길을 몇 시간 달려 오전 10시경 부라나(Burana) 탑에 도착하였다.

 

 



<부라나 탑 근처의 대추 또는 작은 배로 보이는 과일이 떨어져 있다.>

 

 



<부라나 탑>

 

 

24m 높이의 이 탑은 그 기원이 11세기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재 여기에 남아 있는 것은 1950년대에 소련이 복구한 것이다. 이 탑 안으로 들어가 올라가서 밖을 내다볼 수도 있고, 밖에서 이 탑을 올려다 볼 수도 있다. 벽돌로 지어진 이 탑은 약간 기울어져 있으며 성채 중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부분이다. 바로 옆에는 발굴 터가 지금도 남아 있다.

 

 



<부라나 탑에서 본 근처 발굴지>

 

 



 



<근처에 약초로 보이는 식물>

 

 



<탑 근처의 조각 공원>

 

 

그 옆 들판에는 많은 돌 조각상이 여기 저기 놓여 있었다. 여러 가지 암각화가 있는데 그 모습이 다양했다. 그러나 모두 침울한 느낌을 가진 석상이어서 혹시 그 당시에 슬프고 괴로운 일이 많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든 과거의 유적이 거의 없는 이 나라에서 이런 것이라도 남아 있는 것이 그들에게는 큰 위로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두 명의 젊은 학생이 우리 주위를 맴돌았는데, 그 이유를 물으니, 오늘이 야외 학습의 날이라고 했다. 선생님이 나오지 않아서 자기들 둘만 나와서 여기저기 구경하고 사진 찍고 그냥 하루를 보낸다고 말한다. 그들의 말이 맞는지, 아니면 통역이 잘못 되었는지 모르지만, 하여튼 학생들의 활기 찬 모습에서 역시 젊음은 좋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제주도에 가면 도깨비 도로가 있다. 이 탑에서 차를 타고 가면서 이런 도깨비 길이 여러 번 나타났다. 분명히 자동차는 낮은 곳으로  내려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옆에 흐르는 강은 자동차 쪽으로 흘러오니, 착시 현상이 있는 구역인 듯 했다. 옆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다 물어봐도 우리 차는 내려가는데 강물은 우리쪽으로 달려오니, 참 기가 막힐 일이다. 이런 착시 현상 구간은 거의 30분간 차로 달리면서 계속되었다.

 

 



 



 

 

오후 1시 40분경, 드디어 달리는 차동차의 차창 사이로 얼핏 이식쿨 호수의 일부분이 스치고 지나간다. "저기가 이식쿨이다!" 모두 감격에 겨워 소리치기 시작한다.

 

 



<이식쿨 호수>

 

 

<이식쿨 호수>

세계의 산악 호수 중(alpine lake) 가장 큰 호수는 남미의 페루와 볼리비아 국경지대에 있는 티티카카 호수이다. 해발 3,800미터에 위치해 있다. 두 번째로 큰 산악 호수(the world's second largest alpine lake)가 바로 여기에 있는 이식쿨 호수로 해발 1,600미터에 위치해 있다. 방향에 따라 다르겠으나 대체로 동서로 177km, 남북으로 57km, 최대 수심  702m이다. 동서의 길이는 서울에서 대전까지이고, 남북의 길이는 서울에서 천안까지라고 보면 된다. 이 호수 주위를 거대한 산이 둘러싸고 있고, 이 산이 둘러싼 빗물은 모두 이곳으로 흘러 내려온다.

*세계에서 해발로 보아 가장 낮은 호수는 -400m인 사해라고 함. 면적상 가장 큰 호수는 바이칼 호수라고 함.  




 

 

이식쿨 호수는 "따뜻한 호수"라는 뜻인데, 압록강과 비슷한 위도에 해발 1600미터에 위치해 있지만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그 이유는 깊은 수심과 열의 운동, 그리고 약간의 염분 때문이다. 필자가 남쪽 이식쿨에 갔을 때, 손으로 호수에 물을 찍어 혀에 대보니 거의 짠맛을 느낄 수 없을 정도의 약한 염분을 함유하고 있었다. 이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은 기원전 2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며, 키르키스인들이 여기에 오기 전에 스키타이 문명의 중심지로 보인다고, 로운리 플래닛은 기록하고 있다.

 

 



<암각화(바위에 새긴 그림) 안내판>

 

 



<암각화 박물관과 루크 오르도 박물관>

 

 

촐폰 아타 지역의 숙소에 도착하기 전에, 자동차의 방향을 좌쪽으로 돌려, 암각화[petroglyph = petro(돌) + glyph(그림문자)] 박물관에 도착하였다. 야, 이것은 거대한 돌무더기 들판이 아닌가? 그런데 안내판을 보면,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은 일부분이고 그 일대 전체가 모두 돌무더기 들판이다.

 

 

입구에 있는 많은 돌에는 각종 동물이 새겨져 있지만, 점점 안으로 들어갈수록 암각화가 있는 돌을 찾기가 어려웠다. 어떤 것은 그림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것도 많아서, 조각되어 있는 바위를 찾으려면 초등학생들 소풍 가서 보물 찾기 하듯이 여기 기웃, 저기 기웃거리면서 숨은 그림을 찾아 다녀야 했다.

 

 

여기 암각화는 기원천 1500년경 청동기 시대의 것도 있고, 어떤 것은 기원전 8세기에서 기원후 1세기 경에 걸쳐있는 것도 있는데, 키르키스인들이 이곳에 오기 전에 제작되었다고 한다. 사카족의 승려들은 이 성스러운 곳에서 제물을 바치기도 하고, 태양신에 제사를 지내기도 하였는데, 로운리 플래닛에 따르면 이곳에 새겨진 대부분의 동물은 긴 뿔 염소(ibex)라고 한다.

 

 



<암각화 박물관이지만, 사실은 돌 무더기 들판이다.>

 

 



 



 



 



 



 



 



 



 



 

 

우리나라에서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강물에 잠기느니 마느니, 어떻게 보호를 해야 하느니 말이 많은데, 우리 나라는 암각화가 강벽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전체 면적은 넓지 않으나, 새겨진 동물의 종류는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 그림은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울산 암각화이다.  

 

 



<울산 암각화: 인터넷에서 내려받았다.>

 

 



<울산 암각화: 인터넷에서 인용>

 

 



 

 



 

 

우리 숙소 "다짜야니돔" 게스트 하우스에 멀지 않은 곳에 "루크 오르도"(Rukh Ordo)라는 야외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이자 공원인 이곳은, 아름다운 호수변에 위치해 있으며, 키르키스스탄의 전설과 역사적 인물, 그리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까지 갖가지 석상과 동상이 들어서 있는 들판이다. 무엇보다 그리스 신화의 여신의 모습이 정말로 아름답게 조각되어 있어서 그 기막힌 아름다움에 탄복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곳에서 나에게 가장 큰 감명을 준 석상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위에 있는 사진이다. 한 사람이 괴로움에 어쩔 줄 몰라하며 삶을 포기하는데, 다른 한 사람이 죽을 힘을 다해 이 사람을 부둥켜 안고 있는 조각상으로 보였다. "A: 성님, 세상 살기가 너무 어려워.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어. 절 놓으세요. B: 안된다, 아우야. 죽으면 안돼. 아무리 어려워도 참고 살아야 해. 이 몸서리치는 괴로움도 언젠가는 끝이 있게 마련이야. 제발 이러면 안돼!" 그들의 처절한 음성이 내 귀에 들리는 듯 하다.

 

 



 



 

 

야외 박물과 밖으로 나왔을 때 아이들이 즐겁게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다. 역시 아이들은 어디 가나 즐겁게 웃고 이야기하고 뛰어다니고 행복한 듯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갑자기 표정이 바뀌며, 마치 학생들이 시험 범위를 말해주는 선생님에게 집중하듯 그렇게, 나의 일거수 일투족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한국 젊은이들이 부를 듯한 한국 노래를 서툰 발음으로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무엇인가 나에게 물어보고자 하는 것이 많았으나 언어 장벽으로 많은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다.

 

 



 



 



<게스트 하우스>

 

 



 



<게스트 하우스 정원에 있는 작은 배>

 

 

그날 밤 근처 시장에서 사온 현지 농산물과 맥주로 늦게까지 술과 이야기가 뒤섞여 흐르고 있었다. L 님의 끝없는 농담과 괴담 그리고 그의 핸드폰에 담겨있는 한국 가요가 밤이 깊도록 방안을 맴돌다가, 창밖으로 흘러 나가 밤 하늘에서 부서져 은하수가 되었다. 핸드폰을 세수 대야 안에 집어 넣으니 증폭되어서 마치 큰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노래 소리 같았다. 앞으로 어디 갈 때, 스피커를 따로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 바가지나 양재기나 세수대야 하나만 있으면 이건 영락없는 증폭 스피커가 되는 것이다!

 

 



 

 

"아까 골목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는데, 강아지 한 마리가 졸졸 따라 오더니, 결국 이 게스트 하우스 앞까지 따라왔어요. 이 강아지를 어떻게 할까 망설이고 있는데, 어떤 술주정뱅이가 나타나더니, 그 개를 덥석 안고 가 버렸어요. 눈이 초롱초롱한 그 귀여운 강아지가 주정뱅이에게 끌려가 학대나 당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어요. 그 강아지가 어떻게 되었는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오랫동안 강아지에 대한 생각이 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S님의 말에 장내는 한 동안 침묵이 흘렀다. 아름다운 이식쿨 호수에서의 밤이 긴 추억의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