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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용) 중앙 아시아 여행기 9 "남부 이시쿨"(키르키스스탄)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6. 12. 7. 00:17



 

■ 이 여행기는 스마트 폰에서 읽도록 작성되었습니다.

 

 

중앙 아시아 여행기 9


"이시쿨호수 남쪽"

 

 


 

 



 



 



<2016년 10월 2일 여행>

 



<황소 바위를 향해 가던 중 시골 장터가 있어 구경했다.>
<자루 속의 물건은? 싸리 빗자루인가?>

 

 



<손으로 직접 뜬 양말을 구입했다.>

 

 



<도대체 이 솥은 어디에 쓸까?>

 

 



<날이 추운지 팔려 나갈 강아지가 미동도 없이 잠을 자고 있다. >

 

 



<황소바위 가는 길>

 

 

자동차가 시골 길을 한참 달리다가 왼쪽으로 접어들었다. 제티 오구즈(Jeti-Oghuz)라는 마을이다. 평범한 마을을 지나다가 길을 막는 소떼도 만나고 말떼도 만나면서 점점 깊숙이 골짜기로 진입한다. 그러다가 더 이상 들어가기 힘든 곳에 닿으면 보이는 곳에 "찢어진 심장(broken heart)"이라는 바위가 나타난다.  아, 분명히 무엇인가에 의해서 산이 통째로 갈라졌구나! 도대체 무슨 힘에 의해서 저렇게 거대한 바위가 갈라졌단 말인가? 얼마나 원통해서인지, 아니면 쓰라린 이별을 견디지 못한 연인의 심장인지 알 수 없지만 비련의 여주인공의 심장처럼 그렇게 덩그러니 저만치 놓여있다.  

 

 



<찢어진 심장>

 

 



 

 

조금 더 들어가면 산으로 둘러싸인 들판에 몇 가구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침엽수림 사이에 중간중간 노랗게 물들어가는 산이 보인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자갈길을 숨가쁘게 오른다. 가랑비가 희적거리며 내리기 시작하고, 추위가 서서히 소매 속을 파고든다.  산을 가로질러 한참을 올라가다 왼쪽을 보면 바위인지, 산인지 알 수 없는 거대한 붉은 산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7마리 황소 바위>

 

 

7 마리 황소라! 그러나 아무리 봐도 황소라기 보다는 개구리나 모자 같기만 하다. 7 마리라! 하지만 가까이 가보면 어떨지 몰라도, 먼데서 보면  9마리 같기도 하고, 10 마리 같기도 하다. 좀더 카메라로 확대해 보면 뒤쪽에도 붉은 바위가 또 보인다. 아마 평생을 세어도 몇 개인지는 판명나지 않을 듯 싶다.

 

 

일곱 마리 황소바위 다시 보면 아홉 마리

안개끼면 서너 마리 다시 보면 여마리

흐리락 맑으락 하매 몇 마리인줄 몰라라.

<이은상 "오륙도" 패러디>

 

 



 



<7 마리 황소 바위 옆면>

 

 



 

 

그때 마침 우리 앞을 지나는 양떼가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말을 타고 가는 양치기 주위를 뻔질나게 돌아다니는 양치기 개이다. 얼마나 훈련을 잘 받았는지, 주인의 주위를 돌다가 양이 다른 쪽으로 가면 달려가서 한 군데로 몰고, 다시 말탄 주인을 미친 듯이 감싸고 돌았다.

 

 



 



 

 

언덕 너머 다시 나타나는 골짜기와 그 골짜기 양쪽에 늘어선 거대한 붉은 바위들. 용의 계곡(Valley of Dragons)이라고 불린다. 이것도 왜 용의 계곡인지 알 수 없다. 차차리 입 벌린 상어 바위, 웃는 귀신 바위, 개구리 파리 잡아먹는 바위, 희희 웃는 악마 바위, 뭐 이런 이름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용의 계곡>

 

 



<다음 목적지로 가던 중, 양떼를 만나다>

 


 

 

자동차는 다시 계속 달려서 바르스쿤 계곡(Barskoon Valley)으로 진입한다. 그러나 이미 밖은 눈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자동차가 비포장 도로를 달릴 때마다 사방에 뿌려대는 흙탕물에 도로는 엉망이 되었다. 우리 버스도 버스인지 흙으로 된 움막집인지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흙으로 뒤범벅이 된 상태로 달렸다.

 

 



 

 

주차장에 내리니 평소 같으면 가게였었을 조그만 집이 있었다. 그러나 관광객이 없을 거라고 예측했는지 문이 잠겨있었다. 이미 그때는 점심 식사를 해야할 때였지만, 아무런 준비가 없는 상태였다. 하여튼 버스 안에서 모두들 자기가 갖고 있는 과일과 과자 및 빵 부스러기를 꺼내놓고 먹기 시작했다. 수백미터 앞에 보일까 말까한 폭포를 보면서, 술도 없이 차거운 나무토막 같은 음식을 입에 갖다 대니, 몇 시간 전에 보았던 "찢어진 심장" 바위가 생각났다. 아, 찢어진 심장이 사랑의 실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추위와 가난에서 오는 비통함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폭포가 보인다>

 



<유리 가가린 동상>

 

 

이런 곳에 소련의 유명한 우주인, 유리 가가린의 동상이 있다는 것이 좀 생뚱맞거나 기이한 발상이기도 하다. 유리 가가린이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어서 세워졌다는 동상, 아무래도 번지 수를 잘못 짚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한 순간 내 생각일 뿐, 그 당시 즉 1961년 4월 12일, 가가린은 대기권을 뚫고 지구를 1시간 48분 선회 후 지구로 무사 귀환하여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는 1968년 미그 15기 비행 훈련을 하던 중 모스크바 근교의 마을로 추락해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한다. 그의 나이 34살이었다. "찢어진 가슴" 바위 옆에 그의 동상을 세워야 했다.

 

 



 


 

 

그날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스카즈카 계곡(동화계곡 Skazka Valley=Fairy Tale Valley) 이다. 사실 이 계곡에 들어갈 때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들어갔다. 그러나 계곡 중간에 자동차를 세워놓고 걸어 올라간 이 계곡은, 깜짝 놀라고도 남을 충격을 선사한다.  

 

 



<동화 계곡 입구>

 

 



 



 





 

 

도대체 여기가 어디인가? 화성인가, 달나라인가? 무너진 만리장성인가, 대포를 맞은 전장터인가? 이 땅이 황토인가 적토인가 아니면 황적토인가?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기기묘묘한 대지가 펼쳐져 있었다. 계곡 중간에는 사막에서 자라는 거센 풀과 나무가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었고, 어떤 곳에는 물이 고여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사막의 꽃이라고나 할까, 강낭콩 꽃보다도 더 야릇한 꽃을 피운 곳도 있었다.

 

 



 



 



  

어떤 곳은 악마의 발톱인 듯, 뻐드렁 이빨인듯, 아니 겨울에 얼어터진 피부인듯, 닭 모래주머니인듯, 소꿉놀이하는 그릇인듯, 성채인듯, 나뭇 가지인듯,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물건과 물체와 도구가 곳곳에 모습을 들어내놓고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면 있다면 그것은 날이 흐려서 이런 빛을 담아 내는 훌륭한 사진을 촬영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 일주일만 아침 저녁 빛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화보를 만든다면 명품 중의 명품이 나올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대오를 갖추고 힘들게 올라가거나, 벅벅 기고  넘어지면서 미끄러운 황톳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감격해 하는 어떤 사람들은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질렀고, 멀고 먼 곳에 시선을 던져놓고 멍하니 넋이 나간 듯이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가다가 또 가다가 아무리 가도 끝이 없다는 것을 알고, 나는 마치 무지개를 찾던 소년이 무지개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을 알고 돌아가듯이 그렇게, 터덜터덜 출발한 위치로 돌아올 도리밖에 없었다. 아, 감격스러운 장면이다. 아, 한바탕 황토 막걸리를 마시고 황토 색에 취하여 그 속에 머리를 박고 엉엉 울다가 돌아서는 심정이다. 왜 세상은 이렇게 구경할 곳이 많은 걸까? 여기 있는 것의 1/10만 떼어다 한국에 갖다 놓아도 그 주위의 한 두 도시는 자손 만대 먹고사는 데는 걱정 붙들어 매도 좋은 곳이다.   

 

 



 



 



 

 


 

 



 



 

 

해가 질 무렵 우리의 숙소가 있는 보콘바에브에 도착했다. 이시쿨 호수에 면해있는 몽고빠오(yurt=이동식 원형텐트)에서 숙박한다. 쌀쌀한 겨울날씨여서 파카를 꺼내 입어야 했다. 여기저기 듬성듬성 심어 있는 사과나무 아래에는 저절로 떨어진 사과가 나뒹굴고 있었고, 한 아가씨가 사과를 따먹기도 하고 주머니에 넣기도 했다. 러시아에서 왔다는 그녀는 긴 고깔을 뒤집어 쓴 채 나를 보고 방긋 웃었다. 사과를 닮은 그 소녀에게서 풋사과 같은 풋사랑의 희미한 그림자를 떠올려 본다. 그러나 여기서 생각을 멈춰야 한다. 또 "찢어진 심장" 이야기가 계속될지 모르니!  

 

 



 



 

 

그날 밤 고기에 감자를 섞어 요리한 주 메뉴에, 이식쿨 호수에서 잡았다는 민물고기 요리가 밥상에 올라왔다. 민물고기 하면 우리는 보통 매운탕이 보통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아무런 고춧가루 없이 은박지에 넣어 구운 맨 몸의 생선을 가져왔다. 하얀 불빛 아래 마치 꽁치를 삶아 놓은 듯, 검고 흰 이름 모를 생선이 큰 대자로 누워있었다. 아니, 뭐 이런 구렁이를 누가 삶아 가져왔어?

 

 

아주 오래 전 시골에 살 때, 노인들이 구렁이 삶아 먹는 곳에 기웃거린 적이 있었다. 이 물고기는 그때의 색과 질감 모양이 거의 같았다. 소년 시절 물끄러미 구경하는 나에게 구렁이를 삶아 먹던 어른들은 "옛다" 하면서 고기 한 점을 호박잎에 싸서 나에게 주었다.  호박잎에 싼 구렁이 고기, 아, 지금도 생각난다. 자꾸만 생각난다. 그 시절 그리워진다. 김수희의 어떤 노래가사처럼.

 

 



 



 



<한 밤중, 감천님이 장노출로 찍은 이식쿨 호수 주변 야경>

 

 

그날 밤 텐트에서 자다가 너무 추워 밖으로 나왔다. 하늘에는 은하수가 펼쳐져 있었고, 그 속에, 그 주위에, 수 많은 크고 작은 별이 밀려오고 있었다. "별빛 쏟아지는 우주"다. 유리 가가린이 보았을 우주! 싸늘한 바람이 불어 주위에 있는 나뭇잎이 바르르 떨고 있었다. 호숫물도 이에 맞장구를 치며 밀려갔다 밀려오며, 모래를 밀어내고 빨아들였다. 아, 나도 한 점의 별이 되어 저 은하 속으로 영원히 빠져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