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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사스 10 "쿠타이시"(컴퓨터 용)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7. 9. 17. 23:26

 

 

코카사스 여행기 10

조지아 7 "쿠타이시"

 

■ 이 여행기는 컴퓨터에서 읽도록 작성되었습니다.

 

 

 

 

 

 

 

6월 23일 메스티아를 출발하여 쿠타이시로 향했다. 높은 지대에서 낮은 지대로 내려가니 갑자기 날씨가 여름으로 변한 듯 했다.  가는 길은 평탄하고 편안했다.   

 

 

 

 

길에 소가, "날 잡아 잡숴!"하고 목을 땅에 대고 쉬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운전수가 "빵빵"거리지도 않고, 그냥 피하는 것이다. 한국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겠지만, 여기서는 아무나 길을 차지하고 있으면 그 놈이 장땡이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름의 문제이고 관습의 문제이다.  

 

 

 

 

쿠타이시는 인구 149,000의 중소 도시다. 쿠타이시는 전통적으로 중요한 도시였으나, 1122년 티빌리시에게 수도의 자리를 빼앗겼다. 15세기에 몽골과 티무르에 의해 국토가 동서로 갈리자, 서부의 수도로 명맥을 유지해 왔다. 한때는 오스만에 의해 점령당했으나, 1770년 조지아와 러시아 연합군에 의해 수복되었다. 그러나 소련 연방이 붕괴되자 산업이 무너져 많은 현지인들이 러시아, 그리스 등으로 새 삶을 찾아 떠났다. (Lonely planet에서 요약)

 

 

 

 

 

쿠타이시에 도착하니 이미 시간이 상당히 지나서, 호텔에 짐을 풀고 돌아다니기에는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첫 번째 관광지인 게라티 수도원(Gelati monastry)으로 향했다. 도착해 보니 중요 건물은 수리 중이었고, 그 옆에 있는 건물만 개방해 놓은 상태였다. 서둘러 여기저기 보랴, 사진 찍으랴, 흐르는 땀 닦으랴, 허둥지둥 갈피를 잡지 못하고 시간에 쫓기며 돌아다녔다.

 

 

<겔라티 수도원>

 

 

 

 

겔라티 수도원은 강가의 절벽에 자리잡았다. 멀리 계곡이 꿈틀거리며 흐르고, 가까이에는 오래된 건물이 풍채를 자랑하며 온갖 풍상을 겪고 버텨냈음을 말해준다. 1106년에 다비드 왕이 처음 기초를 다졌고 그 후 여러 건물이 줄지어 들어섰다. 

 

 

<여기서도 용의 입에 창을 꽂아 넣는 조각품을 볼 수 있다.>

 

 

<수도원 내부의 벽화>

 

 

<수도원 내부>

 

 

 

 

마침 수도원 한 곳에서 아기의 세례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신부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면서 뭔가를 뿌렸고, 가족들은 아기를 안고 촛불을 들고 신부님을 따라 작은 원을 그리며 돌았다. 아기는 여태 겪어보지 못한 일을 당하는 것이어서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예정된 절차를 밟는 듯 했다. 옆에 선 사람들은 웃고 사진을 찍었다. 세례식은 성스럽기도 하지만, 일종의 잔치이기도 했다.   

 

 

 

 

 

 

수도원 건물의 다른 한 곳에서는 한 수도사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고밖에는 할 말이 없는 수염을 자랑하며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저런 수염은 중학교 음악 교과서에 나오는  음악가나, 톨스토이의 초상화에서나 본 듯 했다.  하여튼 이 수도사를 보자마자, "존경하옵니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사람들은 이 수도사와 어떻게든지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순서를 기다려 "덤벼들었다."  박보검이나 송중기 정도의 유명세는 타야 이 수도사와 맞상대가 될 듯 했다. 나는 아예 그와 사진찍기를 포기했다.

 

 

<수도원 입구에 사람들이 모여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요리하는 것을 담 위에서 바라보는 아이들>

 

 

 

 

쥐를 물고가는 고양이를 본다. 요즘 문명이 발달하니, 고양이가 애완용으로 키워져 쥐를 잡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정말 고양이가 쥐를 잡는다! 사실은 이놈이 잡았는지 아니면, 죽어있는 것을 물고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쥐를 꽉 물고 늠름하게 거니는 모양으로 보아, 자기가 직접 잡은 듯이 보였다. 내가 사진을 찍으려 하니, 멈칫하며 잠깐 나를 쳐다보고 긴장하는 듯 했다. 입에 물고있는 쥐에 대한 고양이의 악착스런 본능, 얼음장보다 더 차갑다. 

 

 

그 고양이 옆에는 개뼉다구만 남은 말라 비틀어진 개가 "차라리 날 죽여"라고 말하는 듯, 네발 뻗고 잠을 자고 있었다. 스스로 동물을 잡아먹을 힘이 없는 개의 신세가 저런가 보다. 그러고 보면 개팔자는 좋으면 좋고, 나쁘면 나빴지, 중간은 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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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라티 성당>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바그라티 성당이다. 정문 앞 잔디밭에 소 몇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손님을 맞이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성당 건물이 있고 그 앞에 아주 넓은 잔디밭이 있어서, 속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 1003년 바그라티 3세의 의해 건설되었다는 이 성당은,  1692년 터키인들이 터뜨린 폭탄으로 일부가 무너졌으나, 2012년에 새로 복원되었다.  

 

 

 

 

 

 

 

 

<신부님으로 보이는 사람이 잔디밭에 누워서 한가하게 시간을 보낸다.
한국 신부님도 남의 눈치 안 보고 저럴 수 있을까?>

 

 

옆 우물가에 신부 두 명이 한가롭게 앉고 누워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참으로 자유로운 신부님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옆에는 나즈막한 담 위에 개 한 마리가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개의 외모로 보아 잘 먹고 잘 보살핌을 받는 것으로 보이는데, "세월아, 잘도 간다. 나도 잘 나간다"라고 말하는 듯 하다.  그나저나 어디를 가나 왜 내 눈에는 개만  보일까? 내가 전생에 개였나, 아니면, 다음 생애에 개가 될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개장사를 하던 놈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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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타고 가면서 찍은 사진. 멀리 LG 상표가 보인다.>

 

 

4시경에 호텔에 돌아왔다. 내일 오전에 이곳을 떠나야 해서, 사실 이 도시에 머무는 시간은 채 반나절이 되지 않는다. 곧바로 택시를 타고 중심지에 있는 분수광장으로 갔다. 그 옆에 공원이 있었는데, 공원에서 사람들이 한가롭게 독서를 하거나, 산책을 하고 있었다. 시내 버스를 타고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 --- 그들은 우리를 보고, 우리는 그들을 본다. 왜 그런지 마음이 푸근하다.   

 

 

 

 

 

 

 

 

 

<시장 앞에 있는 조각 품 >

 

 

 

 

실내 시장.  안에는 농산물이 대부분이었다.  감자, 수박, 멜론같은 청과물 뿐만 아니라, 각종 견과류, 향료, 치즈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러나 예상 밖으로 손님은 적어 한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중심가에 있는 분수대.  "Colchis 분수대"라고 한다. 각종 동물을 조각해 놓은 금속 형상이 분수대 주위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한 곳에는 사람이 포도주 잔을 들고 위엄있게 앉아 있으며, 꼭대기에는 두 마리의 말이 방금 물속에서 솟아 오른 듯, 우뚝 서 있다. 이들 동물 사이로  분수가 쏟아져 나오면서 석양과 파란 하늘이 어우러져 동화 속의 한 장면이 된다. 이 분수대는 쿠타이시 동쪽으로 약 40키로 떨어진 바니(Vani) 유적지에서 발견된 금속 제품을 모방하여 만든 것이라고 한다.  

 

 

 

 

 

 

 

 

한 어린이가 있었다. 얼마나 귀엽고 예쁜지!  할머니와 함께 아이스 크림을 먹고 있었다. 조금은 수줍은 듯, 말 없는 아이. 이 아이의 부모는 아마, 이 아이만 보면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술 취하지 않아도 노래가 절로 나올 듯 하다.

 

 

 

 

 

 

이런 아이들도 있다.  아마도 조지아 여자들의 반은 모두 절세 미인인 듯 하다. 처음 아이는 성당에서 포즈를 취해 주었고, 두 번째 아이는 시내 버스가 신호등 때문에 잠시 멈춘 사이, 커튼을 제치고 수줍은 듯이 나를 보고 있다.  세 번째 아이는 시장에서 장사하는 어머니를 돕고 있었다. 위 사진의 두 번째 아이는 모나리자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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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호텔에서 택시를 타고 분수대에 왔을 때의 일이다. 내려서 걷는데, 뭔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옆에 있던 사람이, 혹시 핸드폰을 차에 두고 내리지 않았는지 물었다. 생각해 보니, 택시 안에서 현 위치를 검색하느라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린 생각이 들었다. 아차, 하면서 서둘러 주머니와 가방을 뒤졌으나, 핸드폰이 보이지 않았다.  갤럭시 쎄븐 엣지! 일년 전에 아마 100만원 이상 주고 샀을 것이다. 그 속에 있는 수 많은 자료, 사진, 각종 비밀번호, 지금까지 써온 여행기를 어찌할 것인가?  순간 하늘이 노랗고, 앞이 캄캄했다.

 

 

큰길로 나와 택시가 떠난 방향을 보니 이미 택시는 꼬리를 감춘지 한참이 지났다.  "에이, 나같은 놈은 뒈져도 싸다"고 자학적인 언사로 스스로를 깎아 내리고 욕을 해댔다. 놓친 열차는 아름답다, 고 맨 처음 말한 사람을 때려 죽이고 싶었다. 놓친 열차는 아름다울지 몰라도, 떠난 택시는 때려 잡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때 갑자기 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 택시는  호텔 직원에게 불러 달라고 부탁해서 탔던 택시였던 것이다!

 

 

급히 호텔에 연락을 해야했다.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마침 호텔 명함이 있었다. 옆에 있는 한국인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려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한국의 114로 전화해서 물어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슨 뾰족한 수가 없었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도 있지만, 궁하면 용감해진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길을 막고, "Do you speak English?"라고 물었다. 그러나 왜 이렇게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는지, 애간장이 녹아 내리다가, 다 타버리는 듯 했다. 마침내 한 여자가 영어를 할 줄 안다고 말했다. 나는 상황을 영어로 설명하고, 카드를 건네 주면서, 그녀의 핸드폰으로 호텔 카운터로 전화하여 나의 상황을 전해달라고 말했다. 그녀는 호텔 종업원에게 조지아 말로 할지, 아니면 영어로 할지 물었다. 순간 나는 어리둥절하여, 영어인지, 조지아어인지, 한국어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조지아 말로 전화해달라고 했다. 그녀는 호텔 직원이 받으면 자기가 말을 할 것인지, 나에게 전화를 건네주어 내가 통화를 할 것인지 물었다. 대충 알아서 하지, 이 여자는 왜 이리 나를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그녀가 호텔에 전화를 걸어 호텔 직원과 이야기하는 그 몇초가 몇 억년이 된 듯 길게 느껴졌다. 전화를 끝낸 그녀가, "호텔 직원이 알았다고 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나는 그 여자에게 90도 절을 하며 고맙다는 말을 억만번도 더 했다. 이게 어디 걱정하지 말라고 해서 걱정이 안 될 일인가?  그러나 나의 걱정과는 관계없이, 운이 좋아서, 호텔 종업원이 아는 택시 기사이면 핸드폰을 찾는 것이고, 재수가 없어서 호텔 직원이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주었다면, 나는 핸드폰을 못 찾는 것이다.   

 

 

핸드폰을 분실하고, 분수 주변, 시장, 공원을 돌아다니고, 저녁을 먹었다. 그러나 핸드폰 생각에  "구경"은 "곤경"이었으며, "석식"은 다름 아닌 "질식"이었다. 좌우지간 빨리 호텔에 가서 결과를 보아야 했다.

 

 

호텔에 오자마자, 프론트로 달려갔다. 종업원은 나를 바라보고 빙그레 웃었다. 그것이 내 핸드폰을 찾았다는 의미임을 직감으로 느꼈다.  저런 것이 100만불짜리 미소이지, 모나리자의 웃음이 100만불 짜리 미소가 아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100만불 짜리가 아니라, 100만원짜리(핸도폰 가격) 미소였다!  다행이도, 호텔에서 아는 택시 회사에 연락을 했기에, 운전수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핸드폰을 받으며, 종업원에게 Thank you를 연발했다. 100만불짜리 미소에 100만원 짜리 핸드폰, 그렇다면 사례금으로 100불을 줘야 뭔가 맞아 돌아가는 듯 했다.  감히 그렇게 하지 못하고 주머니에서 10불을 꺼내 종업원에게 건네 주었다. 또 10불을 건네주며, 택시기사에게 전달해 달라고 말했다.

 

 

이런 것을 찻잔 속의 폭풍이라고 하던가? 오늘 밤은 찻잔 속의 폭풍이 아닌,  찻잔 속의 소주가 어울릴 것이다. 폭풍처럼 마셔보고 싶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