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사스 여행기 11
조지아 8"트빌리시"
아르메니아 1 "딜리잔 - 세반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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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여행기에 나오는 여행 경로: 쿠타이시 - 트빌리시 - 국경 통과 - 딜리잔 - 세반>
<트빌리시로 오는 길에 "의자, 간이 그물, 침대" 등이 눈에 띄었다.>
6월 24일, 쿠타이시에서 티빌리시로 왔다. 여행을 하면서 같은 도시를 두 번 가는 것은 드문 일이나, 아르메니아로 출국하기 위해서는 이러는 도리밖에 없었다. 트블리시에서의 구경은 이미 전에 이야기했으므로, 여기서는 에피소드 한 가지만 언급하고 아르메니아 이야기로 넘어가려고 한다.
<트빌리시 야외 민속 박물관>
트빌리시에 도착하여 야외 민속 박물관에 갔다. 말이 야외 민속 박물관이지, 산 중턱에 옛날 초가집 몇 채 지어놓고 민속 박물관이라고 하는 듯 했다. 솔직히 별로 볼 것이 없었다.
<야외 박물관 내에 있는 식당 "라차 수바니". >
날은 덥고, 피곤도 해서, 박물관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서 차를 마시면서 쉬었다. 쉬면서 옆 자리를 보니 이미 예약이 되어 있는 듯, 깔끔하게 정돈된 테이블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있었다. 쉴 만큼 쉬어서 인지 기분도 상쾌해서 그곳을 떠났다. 조금 더 올라가, 산의 7부 능선에 있다는 호수를 보고 케이블 카를 타고 내려갈 생각이었다.
<민속 박물관 위에 있는 "쿠스 투바" 호수>
호수를 바라보면서 사진을 찍고 케이블카를 타려고 하는 데, 무엇인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가만히 보니, 모두 배낭을 메고 있는데, 나만 배낭이 없이 덜렁덜렁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다른 사람을 보아도 내 배낭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아이구, 내 배낭, 어찌 된거지?" 내가 소스라치게 놀라 말했다. 일행이 어안이 벙벙하여 나를 쳐다보았다. "아니, 어제 핸드폰 분실하고 오늘 또 분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들은 나를 쳐다보았다. 순간, "또 분실?"이라는 말이 내 가슴을 깊숙하게 찌르고 있었다. 이거 건망증인지 치매인지 내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 눈은 그 말이 들려오는 쪽을 향하고 있었다. 내가 그쪽을 쳐다보니, 그 말을 한 사람도 좀 민망했는지, "아니, 우리 동네에 최근에 분식집이 문을 열었는데, 그 집 이름이 '또 분식' 이어서, 갑자기 그 생각이 나네." 얼렁뚱땅 잘도 말을 갖다 붙였다.
식당에서 차를 마실 때, 배낭을 탁자 아래 발 근처에 내려 놓았었다. 식당에서 나올 때, 탁자 위에 눈에 띄는 것만 가지고 덜레덜레 밖으로 걸어 나왔던 것이다. 이미 그 식당을 떠난 시간은 약 30분이 지났었다. 그 사이에 누군가가 그것을 가지고 갔으면, 하는 수 없지만, 혹시나 모르니 가보기로 했다. 거기까지 택시를 타면 2-3분, 걸어가면 15분 정도 걸릴 거리였다. 제 정신인지 모르지만, 택시 타고 가기에는 택시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걸어가기로 했다.
대문에 도착하여 서둘러 들어가니, 한 사람이 의자에 앉아, 내 배낭을 보물 단지인양, 두 팔로 안고, 턱으로 누르고, 눈동자를 전후 좌우로 돌리고 있었다.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탈취범으로부터 내 배낭을 안전하게 보호하고자 사생결단이라도 한 듯이 사방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배낭을 돌려받고 산을 내려오면서, 나도 이제 늙어 여행할 날도 얼마 남지 않음을 직감으로 느꼈다. 생각은 혼미하고, 암기한 것을 금방 잊어 버리고, 어디에 물건을 두었는지 노상 물건 찾는 것이 일상화 되었다. 어떤 일을 내가 해 놓고도 누가 했는지 모르고, 다른 사람이 한 일도 내가 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것이 그것이 되고, 그것이 저것이 된다. 결국 산 것이나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는 것이 요즘 생활이다. 그래서 마침내 공평한 세상이 되는 지도 모를 일이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라."라고 예수님이 말씀하셨다. 사실, 늙으면, 왼손 오른 손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다. 예수님이 늙어보지 않아서 이것은 모르는 모양이다.
<쿠스투바 호수에서 시내로 내려오는 케이블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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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타이시에서 아르메니아의 세반 호수까지>
트빌리시에서 아르메니로 가는 국경을 통과하는 것은, 시골에서 옆 마을 마실 가는 것과 거의 비슷하게 쉬운 일이었다. 트빌리시를 출발하여 금방 국경에 도착하고, 수속 밟는 것도 여권에 도장을 찍어 주는 정도로 끝나는 것이어서 국경을 통과한다는 느낌이 별로 없었다.
<조지아에서 아르메니아로 가는 길>
<딜리잔에 도착하기 전에 있는 두 수도원: "하그바트 수도원"과 "사나힌 수도원">
아르메니에 와서 처음으로 간 곳이 하그바트(Haghbat/Haghpat) 수도원이다. 이 수도원을 본 첫 느낌은 "어, 이렇게 멋 있는 수도원이 있네."였다. 별 장식 없이 시커멓게 쭉 뻗어 올라간 건물이, 마치 검은 옷에 검은 장갑, 검은 모자를 쓴 훤칠한 마술사가 무대에 등장하여 하늘에 시선을 두고 모자 챙을 톡 치면서, 날렵하게 무대를 돌고 있다는 그런 장면이 떠오르는 수도원이다. 여러 건물 중, 어떤 건물에서는 천장에 있는 구멍을 통해 햇빛이 쏟아져 들어왔으며, 어떤 곳에서는 특수한 음향 장치를 해 놓은 듯, 사람의 목소리가 증폭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그바트라는 말이 아르메니아 말로 "거대한 벽"이라고 하는데, 수도원 건물은 과연 거대한 벽과 다름이 없었다.
<하그바트 수도원 안내판: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하그바트 수도원>
<하그바트 수도원>
<하그바트 수도원>
<하그바트 수도원>
<하그바트 수도원>
<하그바트 수도원>
<하그바트 수도원: 건물의 좁은 턱을 따라 벽에 붙어서 이동하는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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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힌 수도원 앞의 상품. 수를 놓은 손수건 또는 장식품을 팔고 있다.>
<사나힌 수도원>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사나힌 수도원. 한국에서 좋은 경치를 찾아가면, 10중 8,9는 사찰이 있듯이, 여기서도 아름다운 곳, 볼 만한 곳이라 하여 찾아가면 성당이나 수도원이 있다. 여기 사나힌 수도원은 수 없이 많은 예배당, 공부방, 무덤 등이 산재해있는 데, 10세기부터 건설된 건축물이다. 이 수도원의 이름인 사나힌은 그 뜻이 "그것보다 더 오래된"이라고 한다. 그러면 이 수도원이 어떤 다른 수도원보다 더 오래된 것일까? 바로 전에 본, 하그바트 수도원보다 더 오래되었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면 말이 되는가? 더 늦게 지으면서 더 오래 된 수도원이다? 로운리 플래닛을 보면, 사나힌이 934년, 하그바트가 966년경 시작된 건축물이다. 분명 사나힌이 더 오래되기는 오래 되었다. 기초를 먼적 닦고 나중에 완공한 후,이름을 그렇게 붙인 것 같다.
<사나힌 수도원>
<사나힌 수도원>
<사나힌 수도원>
<사나힌 수도원 위쪽의 묘지>
<사나힌 수도원 뒤쪽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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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힌 수도원 - 딜리잔 사이의 풍경>
<사나힌 수도원 - 딜리잔 사이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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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잔의 숙소>
딜리잔은 인구13,500의 도시다. 이곳은 볼거리를 찾아서 오는 것이 아니고, 휴식을 위해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아르메니아의 알프스"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딜리잔은 온화한 기후와 때묻지 않은 경치로 관광객이 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소련 시대에는 영화에 관련된 사람들, 작곡가, 미술가, 작가 등이 자주 찾아와 휴식을 취하고 작품의 영감을 얻어 갔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가서 관찰한 바로는 시들어가는 관광업으로 인해, 이곳에서 벌어먹고 살기는 힘든 것으로 보였다. 소련인들이 물러간 곳에 그 빈자리를 찾아올 사람이 없는 것이다. 코카사스 지방에 몰려들던 소련인들이 오지 않으니, 관광 산업이 하루 아침에 침몰하게 된 것이다. 과거에 화려했던 흔적이 도처에 남아 있지만, 추억은 추억일 뿐, 영광의 그 시절이 언제 다시 찾아올 것인가? 혹시 모르겠다. 한국 사람들이 벌떼처럼 관광을 와 준다면!
<숙소에서 바라본 딜리잔 시내>
<딜리잔 시내의 조형물>
<박물관 앞의 조형물>
<박물관 앞의 조형물>
<딜리잔 시내의 조형물: 고양이 아니면 호랑이인 듯>
<그리스의 조형물을 연상시키는 건축물>
<딜리잔 시내의 중심가: 가끔 자동차만 지나갈 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아르메니아가 소련에 편입된 50년을 기념하는 탑: 기둥 하나는 10년을 의미한다. 기둥은 모두 5개이다.>
<딜리잔의 어떤 아파트. 부자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보였다.>
<지붕이 붉은 것이 눈에 띈다.>
<영화 "미미노" 기념 동상>
가장 관심을 끄는 것 중의 하나가, 중심 거리 바로 옆에 있는 미미노 기념 동상이다. 소련 영화, "Mimino"에 등장하는 세 인물을 수도 옆에 만들어 놓았다. 1977년에 제작된 이 영화는 그 해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에서 금상을 획득했다. 이 코메디 영화에 등장하는 세 사람은 "교수, 비행사, 트럭 운전사'라고 하는데, 누가 운전사이며, 누가 비행사인지, 각자 추측해 보기 바란다. Mimino는 이 영화에 나오는 비행사의 이름이다.
<미미노 기념물 앞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촬영한다.>
<저녁 식사를 한 식당에 전시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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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 오전, 세반 호수에 다다른다. 호수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눈앞에 나타나는 또 하나의 수도원이 있으니, 바로 세바나반크 수도원이다. 이 수도원은 대단히 유명해서 아침부터 관광버스가 주차장을 가득 채운다.
작은 언덕 위로 올라가 아래 쪽을 내려다 보면, 세반 호수가 발 밑에 펼쳐져 있고, 그 너머에 산이 병풍을 두르고 있다. 아, 일망무제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10년 묵은 체증이 시원하게 달아나는 듯 하다. 이곳에 있는 건물의 위치와 모양 그리고 색이 빼어나서, 사진사들이 많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툭 튀어나온 산 윗길로 한참을 가면 대통령 휴양지가 나오는데, 일반인은 들어갈 수가 없다. 본래 어떤 사람들은 좋은 곳을 귀신처럼 찾아내서 작대기로 금을 쭉 그어놓고, 여기는 내 땅이니 함부로 이웃거리지 말라고 한다. 그들이 바로 권력자이다.
그러면 무엇이 권력을 만들까? <신, 무기, 돈>이라고 에우젠 키로비치는 말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 주위를 잠깐만 돌아보아도 누구나 증명할 수 있는 사실이다. 나는 신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신을 등에 업고, 신과 비슷한 권력을 누렸던, 또는 누리는, 신으로 추앙받는, 신으로 자칭하는, 사람들을 역사에서 많이 보아왔고 지금도 보고 있다. 죄를 짓고도 돈이 많아 툭하면 보석으로 풀려 나는 재벌을 자주 보아왔다. 무기는? 지금 북한을 보면 잘 알 것이다. 북한이 무엇을 믿고 저렇게 큰 소리 치겠는가?
그러면 오늘 날, 이런 것이 있든 없든 권력을 잡는 방법은 무엇인가? 선거에서 이기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니 피투성이가 되어, 목숨을 버릴지언정, 선거에서는 무조건 당선돼야 하는 것이다.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라고 소리치는 가수는 바로 "오지은"이다. 그러나 이 노래가 나오기 전에 이미 권력자들은 자나깨나 외치고 있었다. "당선을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권력에 맛들인 자가,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으면, 날개 부러진 새요, 이빨 빠진 호랑이요, 거세당한 환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뭐 하는 지 모르겠다. 이것이 여행기인지, 사회 비평인지, 미친 작자의 헛 발질인지? 김정은은 트럼프를 미쳤다고 하고, 트럼프는 김정은을 미쳤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미쳤다는 말은 지도자에게만 쓰는 전용어인가 보다. 나보고 미쳤다고 하는 사람은 잡아서 약에 쓰려고 해도 없다. "사람들이 이들을 미치광이라고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미치광이라는 이름을 붙여 다오. 나도 그들에게서 미치광이라고 불려지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미치광이가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광인이 되고 싶다(김춘수의 꽃 패러디)"
<세반 호수가에 위치한 세바나반크 수도원>
<세바나 반크 수도원>
<세바나 반크 수도원>
<세바나 반크 수도원>
<수도원 근처에서 노점상인이 그림을 팔고 있다.>
<우리가 묵은 노이랜드 리조트, 세바나반크 수도원>
<로이랜드 리조트>
<로이랜드 리조트>
<로이랜드 리조트>
딜리잔이 그렇듯, 여기 세반 호수에서는 편히 쉬면서 여독을 풀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면서 쉬는 하루가 된다. 넓디 넓은 세반 호수의 한 모퉁이에 놓여있는 로이랜드 리조트에서 빈둥빈둥 하루를 보낸다.
어떤 사람은 세반 호수에서 수영을 한다. 어떤 사람은 주변 들판에서 야생화를 관찰하거나 말을 탄다. 어떤 사람은 조형물이나 호수변에 앉아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방에서 잠을 자는 사람이 제일 많다. 생각해 보니 여행을 할 때는 며칠에 한번씩은 이런 한가한 날이 필요한 것 같다. 느슨한 하루 생활은 앞으로 닥쳐올 힘든 날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호수변>
<어떤 방은 너무 호수에 가까워 물이 방까지 들어온다.>
<말을 타고 돌아다니는 관광객>
<진짜 비행기를 갖다 놓았다. >
<동료 여행자의 멋진 모델 폼>
<햇살을 받아 꽃이 선명하다.>
<접사 촬영>
<사람들이 밟아도 또 다시 살아나는 작은 들꽃>
<꽃: 접사 촬영>
<세반 호수에서 잡아 올린 송어를 구웠다. 싸고 맛있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석양 속으로 갈매기가 파고들어 빛을 교란시키고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식탁 앞에는 세반 호수에서 잡아 올려 알맞게 구운 송어가 수북하게 쌓여있다. 어떤 사람은 그저 말없이 먹을 뿐이고, 또 어떤 사람은 바다보다도 넓은 호수를 보면서 회상에 잠기고, 또 어떤 사람은 지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눈시울을 적신다. 저마다의 사연은 다르겠지만, 붉게 물들어가는 세반 호수가 여행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것만은 분명한 듯 하다.
<거미줄 바로 앞에서 촬영하였다.>
바로 내 앞에 거미 줄이 하나 있었다. 가늘디 가는 거미줄 너머로 붉고 노란 태양이 지고 있었다. 나는 거미줄에 아침 이슬에 맺혀 영롱하게 반짝거리는 것을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지는 태양을 거미줄을 통해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거미줄에 눈을 바짝 대고 보는 세상은 내가 전에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신비의 세계다. 거미줄은 일정하게 선이 그어진 것이 아니라, 실처럼 뻗어 가다가 잠깐 꿈틀거리고 또 실처럼 뻗어가다가 꿈틀거리기를 반복한다. 바람이 불 때마다 거미줄과 호숫물은 붉은 태양과 더불어 너울너울 춤을 춘며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추억이라는 까만 옷을 입은 하루가 멀리멀리 사라져 간다.
(이 여행기는 다음 회, 즉 12회에서 모두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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