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행기 3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변을 말한다 —
<바라나시의 중심부(Old City)와 갠지스강>
바라나시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갠지스 강변을 구경하는 것이 제일 큰 목적이다. 우리가 열악한 조건하에 있는 망라 게스트 하우스를 선택한 것도, 이 여관이 갠지스 강변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갠지스 강에 한 번 왔다가 갈 사람, 또는 배를 타고 강을 유람만 할 사람들은 우리처럼 쥐가 넘나드는 곳에 숙소를 잡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고돌리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호텔을 잡고, 안내자를 따라 한 바퀴 휙 돌면 몸도 마음도 편안할 것이다.
나는 갠지스 강변을 이웃집 드나들 듯 했다. 속담에 있듯, 팥죽 단지에 생쥐 달랑 거리듯, 반찬 단지에 고양이 드나들 듯 하루에도 여러 번 갠지스강가로 갔다. 그리고는 흐르는 물을 한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또 흐르는 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갔다.
<갠지스강의 남쪽, 즉 상류를 바라보고 찍은 사진이다.>
아침 6시, 갠지스강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배를 타고 상류로 올라가기도 하고, 하류로 내려가기도 했다. 또한 무슨 이유인지 온갖 군상의 사람들이, 남대문 시장 복닥거리듯 강변을 걸었다.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는 하늘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수 많은 검은 새가 이리 훨 저리 훨 날며, 빈 하늘에 글자를 쓰다가, 그림을 그리다가, 마음에 차지 않는지 서서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곳에는 소위 말하는 삐끼가 사방에 깔려 있다. 따라서 릭셔를 타건, 배를 타건, 호텔을 잡건, 조심을 하지 않으면 쉽게 속아넘어간다. Lonely Planet에도 '조심하라'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Ignore nonsense from autorickshaw drivers about your hotel being closed, full, burnt down, very bad or infested with mosquitoes or gangsters(당신이 예약한 호텔이 문을 닫았다거나, 만원이라거나, 불에 타 없어졌다거나, 아주 안 좋다거나, 모기나 깡패로 득시글거린다라고말하는 릭셔 운전수의 말도 안되는 소리를 무시하라"). 눈감으면 코 베어 가니, 권투 선수처럼 코를 주먹으로 방어하든지, 두 눈을 부릅뜨고 있어야 한다.
우리 멤버 중에 인도 말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복만이"라고 불리우는 그는, 사실은 파키스탄 말을 배웠는데, 인도말과 파키스탄 말이 거의 비슷해서 파키스탄, 인도, 네팔 등에서 두루 써 먹는다고 한다. 그가 배 주인과 담판을 벌이더니, 보통 안내 책자에 배 한 척 빌리는데 드는 비용이라고 나와 있는 금액의 몇 분의 일 값으로 배를 빌렸다. 그의 능숙한 인도어에 배주인은 할 말을 잃고, 고개를 가슴에 닿도록 숙이고 꼬리를 착 내리면서, "분부대로 합죠"라는 태도로 배 삯을 할인해 주었던 것이다.
어떤 나라에 가서 그 나라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편리함은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이런 바가지를 쓸 확률이 적은 것도 그 이득 중의 하나이리라. 며칠 전, 일본의 한 관광객이 한국의 남대문에서 2키로 떨어진 호텔로 가는데 30만원의 택시비를 냈다는 TV 보도가 있었다. 그래서 일본 TV 기자들이 한국의 경찰서에서 이를 취재하는 장면을 본 기억이 있다. 장난도 앞뒤를 봐가며 쳐야 하지 않겠는가? "적당히"라는 말은 사기칠 때 가장 먼저 적용되어야 할 단어이리라.
<동물과 사람이 함께 사는 곳, 그곳이 바로 바라나시다.>
<강변에서 기도를 하거나 요가를 한다.>
어떤 곳에서는 무표정한 얼굴로 사람들이 모여 박수를 치고 노래를 한다. 어떤 곳에서는 기쁨에 겨워 눈물 흘리며 기도한다. 물 속에 들어가 속세를 떨쳐 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바로 그 옆에서는 누군가가 동전 하나 던져주기를 바라며 지나가는 사람에게 손을 벌리는 사람도 있다. 뭔가 얻어 먹을 것이 없나 해서 기웃거리는 개, 염소, 소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돌아다닌다. 강물에 소를 씻기기도 하고, 그 강물을 칫솔에 찍어 양치질을 하며 감격해 하기도 한다.
<갠지스 강변>
<갠지스 강변에 해가 뜬다.>
갠지스 강에 해가 뜬다. "해를 품은 달"이 아닌 "달을 품은 해"다. 수 만 년 세월과 함께 한 강물은 햇빛을 받아 되비쳐 황금색으로 변한다. 그 물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의 얼굴과, 주위의 건물도 황금색으로 변하고, 갠지스강변에 있는 모든 이들이 황홀감에 휩싸인다. 신의 축복을 받아, 흔히 도취된 사람들이 그렇듯, 눈멀고 귀 먹어 하늘을 향해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울부짖는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배에 몸을 맡기고 깊은 상념에 빠진다. 뜨거운 바람이 내 몸을 휘감고 지나가면 반쯤 감은 두 눈 사이로 눈물이 어린다. 일그러진 피사체가 슬로우 비디오처럼 움직이면, 내 귀에 희미하게 들리는 것은 날짐승의 푸더덕 소리와 뱃사공의 노젓는 소리뿐이다.
정말 신이 존재하는 것일까?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저 많은 사람이 저렇게 집단 도취에 빠져들 수 있을까? 도대체 신이란 무엇일까? 우주 만물과 인류를 창조하고 구원하는 존재가 신이라면 그 신은 왜 저 더러운 물에 목욕을 하는 것이 자기에게 더 가까이 오는 것이라고 말할까? 정말 이 세상의 삶은 값어치 없는 것이요, 영원하고 찬란하다고 말하는 저 세상만이 궁극적인 삶일까? 아니면 신이 있다고 착각하는 것일까? 이 모든 현상이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처럼, 내 두뇌가 만들어 낸 하나의 판타지 소설에 불과할까?
<강변에서 이발을 하는 사람>
잠시 헛된 꿈에서 깨어보니 빨래를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메로 떡을 치듯이, 비누 칠한 빨래 감을 사정없이 강변 계단에 내려친다. 그러더니 다시 강변 바위에 문지른 후, 두 손으로 짜서 그릇에 담는다. 저 더러운 물에 빨래를 하다니, 옷이 오히려 더러워지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난간에 걸려있는 빨간색 T 셔츠가 선명하게 빛나는 것을 보면, 갠지스 강물이 더러움을 씻어내는 최고의 정화수인 것만은 틀림없다.
<아이들도 빨래를 거든다.>
조금 눈을 들어보면 흰색의 시트가 계단 위에 가지런히 널려있다. 꼬마들이 엄마가 빨래 너는 것을 도와 주고 있다. 하루 종일 뜨거운 계단 위에서, 아빠가 해준 빨래를 받아 널고,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가 마른 빨래를 다시 걷어 바구니에 담는다. 그들은 5살, 7살, 9살쯤 되었으리라. 저 작은 손이 한 가정을 살리는 손이다. 저 작은 손이 분명 '신의 손'이리라.
신의 손! "신의손"은 2000년 타지키스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발레리 사리체프의 한국명이다. 신의손(申宜孫), 그는 "구리 신씨"의 시조다. 사실 '신의손'이라는 말을, 이 장면을 묘사하는 글에 써 먹기 위해, 나는 11년 동안 인동초처럼 인내하며 기다렸다! 그런 면에서 적어도 인내심 면에서만 본다면, 나는 DJ만은 못해도 그 아류는 될 것이다!
배가 움직임에 따라 장면은 계속 바뀐다. 요가를 연습하는 아이들 옆에, 북과 기타를 연주할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다. 마이크를 든 사람은 독사의 춤을 유도할 때 쓰는 듯한 염불을 외우고, 그러면 가운데 앉아 있는 도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팔을 들어 무당처럼 움직인다. 그 아래에는 요가를 하려는 사람들이 준비 체조를 하고 있다. 이들은 위에서 시범을 보이는대로 따라 할 것이다. 대부분이 아이들로 보이는 이들은 몸뻬 비슷한 황색의 인도 전통 바지를 입고 있으나, 윗도리는 아예 벗어 던졌거나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요가를 하기 전 체조를 한다.>
<갠지스 강변에는 건물이 늘어서 있는데 그 건물 옥상의 장식이 특이하다.>
강변에 솟아 있는 건물 옥상의 이상한 장식을 보면서 배는 이제 방향을 바꾸어 강 아래쪽, 즉 북쪽으로 흘러간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도록 힘차게 젓던 사공은 이제 후유 한숨을 쉬면서, 손님들에게 노를 저어볼 기회를 준다. 동료 한 두 사람이 노를 저어보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곧 사공에게 존경을 표하며 노를 맡긴다.
<화장터: 가까이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네팔에서 시체 화장장면을 찍지 못했다면,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그 뒤 흘러가는 갠지스 강에 몸을 맡긴 채, 배 안에서 강변의 변화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강변에 있는 뭇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본다. 강변에 있는 사람이나, 배를 탄 사람이나 서로가 서로에게 구경 거리이다.
배는 화장터가 있는 가트에서 한참을 멈춘다. 뱃사공은 절대로 사진을 찍지 말라고 신신 당부한다. 사실인지 모르지만 쫓아와서 카메라를 빼앗아 가기도 하고, 죽일 듯이 겁박을 주기도 한다고 한다.
사방에 장작 불이 훨훨 타오르고 있다. 바람이 우리가 있는 반대 쪽으로 불어서인지 시신이 불에 타는 냄새는 전혀 맡을 수가 없다. 불이 잘 타도록 작대기로 불을 툭툭 건드리는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옆에서 잡담을 하면서 서성이고 있다. 폭격을 맞은 판자집에서 무엇인가를 건져내다 지쳐, 그저 서서 시뻘건 불을 바라보는 듯한 무표정하고 무감각한 표정들이다. 정말 특이한 것이 있다면 이런 곳에까지 소가 와서 타오르는 불을 바라보기도 하고, 그 주위에서 무엇인가를 주워먹기도 하며 사람들과 함께 생활한다는 것이다. 타고 남은 재와 꽃과 쓰레기가 갠지스 강을 따라 먼 바다로의 긴 여행을 시작한다.
<화장터>
<화장터 옆에서 아이들이 술래잡기를 한다.>
<이상한 복장의 인도인>
다사스와메드 가트에 내려 직접 화장장까지 걸어가보기로 했다. 황톳빛 두루마기에 흰색과 갈색의 염주를 걸치고, 얼굴에는 긴 흰 수염과 배꼽까지 땋아 내린 머리가 돋보이는 노인이 빙긋빙긋 웃고 있었다. 이마에 찍힌 자줏빛 점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는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그러더니 돈을 요구한다. 몇 푼 건네 주었다.
<어떤 2층 집에서 아이들이 밖을 쳐다보고 있다.>
2층 어떤 건물에서는 꼬마들이 창살에 갇혀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왜 저 아이들은 저 곳에 갇혀서 밖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일까? 누군가의 감시를 받는 것이 아닌가?
<배 위에서 밤새도록 통성 기도를 한다.>
어제부터 배 위에서 노래를 하던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타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한다. 밤새도록 저렇게 찬양을 해도 목이 쉬지 않나 보다. 구원에 대한 간절한 믿음이 저들을 환희와 기쁨으로 인도하는 것이리라. 몇몇 그룹으로 나누어져 여기저기 기도하며 감사하는 인도인들이, 조금은 부럽기도 하고 조금은 애처롭기도 하다.
<신의 축복에 대한 감사의 기도>
<강에서 배를 수리하는 노인>
<돈을 달라고 따라다닌 소년>
한 꼬마가 있었다. 쓰레기를 줍는 아이처럼 보였다. 그는 나보고 돈을 달라면서 계속 따라다녔다. 이유는 단 한가지, 어쩌다가 그의 눈과 내 눈이 마주 친 것이다. 그는 화장터에 다다를 때까지 나를 따라다니다가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화장터에 오니 20대로 보이는 젊은이가 다가 왔다. 그는 화장터에 오려면 돈을 내라고 했다. 화장터를 직접 구경하는데 얼마냐고 했더니 한국돈 5,000원이라고 했다. 그냥 돌아섰더니 2천원만 내라고 했다. 2천원을 내고, 배에서 보았던 곳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때 30대로 보이는 청년이 접근을 했다. 내가 돈을 내면 화장 장면을 찍을 수 있다고 했다. 내가 얼마냐고 물었다. 그는 약 10만원을 내라고 했다. 나는 그냥 잠시 구경하다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집요하게 달라붙으며 5만원만 내라고 했다. 그는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많은 외국 기자들이 사진을 찍어 잡지에 내서 돈을 번다'고 말했다. 나도 잡지에 내서 돈 좀 벌어볼까 하다가 '내 팔자에 무슨 얼어 죽을 돈' 하면서 그의 제안을 뿌리치고 구경만 했다.
<강가에 앉아 무엇인가를 보고 있는 노인>
네팔에서 화장하는 장면을 눈앞에서 보았던 나는, 화장 그 자체는 별관심이 없었다. 단지 그곳의 분위기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화장터 위로 계속 올라가다가 시체를 들것에 싣고 오는 사람을 만났다. 붉은 천에 덮인 채로, 시체가 네 명의 배쌱 마른 노동자에 의해 화장장으로 운반되고 있었다. 시체가 무거운지, 들것을 지탱하는 막대기가 휘청휘청 아래 위로 움직였다. 시체를 운반하는 사람들은 까무잡잡하고 불에 태우면 좋은 땔감이 될 것처럼 말랐으며 그들이 시체를 들고 내려올 때 내쉬는 숨 소리가 10미터 멀리까지 들렸다.
거기에서 조금 더 위로 올라가니 길이 좁고 축축하여 을씨년스러웠다. 왼쪽으로 눈을 돌려보니 죽어가는 사람들이 어떤 곳으로 운반되어 가고 있었다. 아마도 죽기를 기다리는 장소로 운반되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 죽기 위해 먼 곳으로부터 오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날 그 골목을 빠져 나오면서 죽으러 들어가는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네 명이었다. 아마 그들이 죽어가는 곳을 내가 찾아 갔더라면 더 많은 충격을 받았겠지만, 나는 유감스럽게도 그곳까지 가지 못 했다.
<밤이 되었다.>
저녁이 되었다. 아까 낮에 자루를 들고 돈을 달라고 따라다닌 아이를 또 만났다. 그는 돈을 달라고 했다. 왜 나는 자꾸 이 아이를 만나는지 모르겠다. "무슨 내가 전생의 죄를 지었나 보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저 아이가 혹시 전생이나 내세의 내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 신이 저 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나 나의 인간됨을 측정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 아이의 요구를 거절했다가는 "SBS 개그투나잇"의 '미저리'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나는 주머니에 있는 몇 푼을 건네주고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냅다 뛰어 그 아이로부터 도망쳤다.
<제단 앞에 등잔불을 밝히는 할머니>
<배를 타고 구경꾼이 구경을 한다.>
해가 지면 "아르띠 뿌자"라는 예배가 거행된다. 이 예배는 다사스와메드 가트와 그 옆에 있는 가트 두 곳에서 벌어진다. 이 예배를 보기 위해 이미 강에는 수 많은 구경꾼을 실은 배가 빽빽하게 들어 서 있다. 구경꾼들은 예배가 벌어지는 단 주위뿐만 아니라, 그 옆의 계단에도 입추의 여지 없이 가득 차 있다.
<의식을 거행하고 있다.>
<의식은 음악과 함께 한다. 때로는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
점점 분위기는 무르익어 가고 있다.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사람, 두 손으로 박수 치는 사람, 그저 웃고 떠드는 사람, 잡담하는 사람, 사진만 찍는 사람. 힌두교를 믿든 아니든 여기 있는 사람들은 같은 배를 탄, 같은 운명을 지닌 사람으로 오늘 함께 즐기고 있을 뿐이다.
<점점 분위기는 달아오르고, 사람들의 박수소리는 커져만 간다.>
<의식에는 육성이 포함된 음악이 따라온다.>
<바로 옆에는 구걸하는 사람이 쓸쓸히 앉아 있다.>
그러나 눈을 조금만 돌려보면, 바로 위에 있는 계단에서는 예배와는 관계없이 먹을 것을 구걸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앉아 있다. 강가에는 하나의 등불이라도 더 팔아 보고자 분주히 움직이는 등잔팔이 아낙네가 보인다. 아직도 축제를 구경할 손님을 구하지 못한 배 주인들은 배를 탈 사람을 구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뛴다.
<등잔불을 파는 아가씨>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는다. 사람들은 분위기에 빠져 함성과 축가를 부른다. 반쯤 정신이 나간 군중들의 열기와 제사장들의 손에 든 성스러운 화기(火器)에서 나오는 히뿌연 연기, 브라질의 삼바 축제보다도 더 열광적인 음악이, 밧줄처럼 엉키고 설켜 뜨거운 하늘로 치솟다가 방향을 틀어 성스러운 갠지스강물에 부딪히고 합쳐져, 사람들은 무아지경이 되고, 드디어 신과 하나가 된다!
칠흑같은 어둠 속으로 흘러가는 갠지스 강에 등불을 띄운다. 검붉은 강물 위에 넘실거리며 꺼질 듯 말 듯 등불이 떠 내려간다. 여기 저기, 점봉산 들꽃과도 같은 붉은 등불이 검푸른 갠지스강물에 떠 내려간다. 찌들고 부스러지고 때묻은 나를 태우면서 등불이 떠내려 간다.
언젠가 어릴 적에 어머니와 절에 가서 등불을 단 적이 있다. 4월 초파일이었으리라. 어머니는 등불을 줄에 매달면서 "이 등불을 다는 것은 네가 잘 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었다. 아, 생각난다, 그때 어머니가 입고 있던 흰 저고리와 흰 치마 그리고 흰 고무신이, 어머니의 갸냘프고 떨리는 흰 손이, 그리고 등불에 빛나던 어머니의 동그란 두 눈이. 갠지스강변에 와서 어머니 생각이 왜 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아마도 그 까닭은 나의 모든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모두 신으로부터 받은 것이며, 이 신은 바로 지금 천국에 계실 나의 어머니이기 때문일 것이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별 하나에 추억과 <윤동주: 별헤는 밤>
(2012년 3월 17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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