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카스-파키스탄-인도 여행기 22 (인도 3: 최종회)
"뉴델리 그리고 귀국"
여행기를 끝내며
처음에 여행기를 시작할 때, 22회까지 가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전에 했던 대로, 쓰는 데까지 써보자고 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정신적 피로가 누적되었고, 이것은 여행에서 오는 피로와 겹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중간에 좀 쉬었습니다. 소설이나 읽으면서 새로운 착상을 해보려 했던 것입니다. 사실은 이번 여름에 집에서 읽으려고 무려 30권의 소설, 수필, 시집을 구입해 놓고 독서에 몰입하리라 마음 굳게 먹었습니다. 그러나 여행기를 끝내야 한다는, 아무도 시키지 않는 압박감에 사로잡히게 되었고, 독서는 전혀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 여행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여행기의 진척은 더뎠습니다. 저는 독한 마음을 먹고 달려들었습니다. 사실 1만장이나 되는 사진 더미에서 필요한 사진을 골라낸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사진을 골라 놓고 글의 연결도 어려웠고, 내용도 전에 사용했던 표현이 자꾸 되풀이 되었습니다. 사실 따져보니 지금까지 여행기를 쓴 것이 150회를 넘어서 그럴 만도 했고, 이것은 책으로 낸다 해도 10권은 됨직한 방대한 양이었습니다.
이 무렵 2012 런던 올림픽이 시작이 되었고, 우연히 김재범 유도선수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4년전 죽기 살기로 뛰었습니다. 그때 졌습니다. 오늘 저는 죽기로 뛰었습니다. 금메달 땄습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저도 그날부터 "죽기"로 독한 마음을 먹었습니다. 2-3일에 한편씩 쓰던 것을, 하루에 한편씩 쓰다가, 하루에 두 편씩 쓰기도 하고, 어떤 날은 세 편도 쓴 날이 있었습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쓰기 시작해서, 밤 10시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고, 밤 10시부터 한 시간 동안 동네를 걷다가 들어와 12시 경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이제 한동안 해외 여행기 쓰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KC 배낭 여행 메뉴 중 가보고 싶은 것은 거의 다 가보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KC와 술을 먹다가 누군가가 "KC와 함께 몇 번이나 중국 여행을 했습니까?"라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그 당시 생각이 잘 나지 않았습니다. 그때 옆에 있는 KC가 8번이라고 말하면서, 어학 연수부터 운남 여행 그리고 이번 파키스탄 여행까지 하나하나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을 보고 놀라 자빠질 뻔 했습니다.
2012년 6월 16일 맥그로 간지에서 뉴델리로 왔을 때, 얼마나 더웠는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6월에 인도에 가본 사람은 다 아는 일이겠지만, 하여튼 첫날 밤에 전기가 나갔는데, 방안 온도가 35도였습니다. 앉았다 일어났다, 샤워를 하다가 밤을 새웠습니다. 인도 방랑기라는 한국 식당에 갔는데, 벽이 무슨 벽난로처럼 후끈거렸습니다. 작년에 델리를 떠나면서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채 1년도 되지 않아서 다시 밟은 델리였습니다.
2012년 6월 18일 델리를 떠나 한국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델리에서는 2박 3일 있으면서 그냥 휴식을 취하는 정도로 지냈습니다. 몇 곳을 들렸지만, 전에 가보지 못했던 곳 --- 간디가 살해당한 스므리티(Smriti)라는 곳---의 인상이 깊었기에, 그곳에서 찍은 몇 장의 사진이 여기 나열되어 있습니다.
*여행기를 쓰는 과정
혹시 제가 글을 쓰는 과정이 궁금한 분이 있을 수도 있고, 또 그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적어봅니다.
1. 우선 여행을 다니면서 중요하건, 사소하건 사진을 많이 찍습니다. 사진을 보면 그날 제가 본 것이 이런 것이었고,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될 수 있으면, 출발과 도착할 때 사진을 찍는 것이 좋은데, 왜냐하면 나중에 사진을 보면 내가 몇 시에 출발해서 몇 시에 도착했는지 시각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날 저녁에 또는 다음 날 아침에, 하루의 일을, 아이패드에 또는 메모지에 간단히 기록합니다.
<아이패드에 기록된 여행기>
2. 한국에 와서 컴퓨터 앞에 앉아, adobe bridge로 찍어온 사진을 훑어봅니다. 그리고 필요한 사진을 고릅니다. 사진을 고르는 일이 가장 중요한데, 그 이유는 사진에 따라 글의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사진과 글이 전혀 관계 없어도 글이 되겠지만, 근본적으로 같이 어울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데스크탑이 2대이고, 모니터도 2대인데, 한 컴퓨터에 두 대의 모니터를 연결하여 쓰기도 하고, 두 컴퓨터에 두 대를 연결하여 쓰기도 합니다. 보통은 한 컴퓨터로 글을 쓰고, 다른 컴퓨터로는 인터넷에서 자료를 찼든지 또는 영화나 TV를 봅니다. (우리 집에 있는 모든 컴퓨터를 나열하면 데스크 탑이 4대, 노트북이 5대, 그리고 아이패드 1대가 있습니다. 이렇게 컴퓨터가 많은 이유는, 저와 우리 아들이 컴퓨터를 좋아해서 1-2년에 하나씩 계속 사들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책상: 왼쪽 모니터로는 글을 쓰고, 오른쪽 모니터로는 필요한 자료를 인터넷에서 찾는다. 아이패드로는 사전을 찾고, 필요한 책은 독서대에 놓고 본다. 왼쪽의 리모컨은 중국어 mp3 들을 때, 재생-멈춤을 하는 것이며, 오른쪽 리모컨은 "올레 TV, Sky TV, 또는 컴퓨터 화면"을 선택하는 데 사용된다. 왼쪽 스탠드 옆의 작은 스피커는 어학공부할 때 사용하고, 음악을 들을 때 또는 영화를 볼 때는 오른쪽 앰프 스피커를 사용한다. 그리고 나는 수시로 물을 마시므로, 큰 컵은 항상 책상 위에 있다!>
<adobe bridge 화면>
3. 여행기에 쓸 사진은 photoshop으로 열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이즈만 줄입니다. 풍경화(landscape)는 가로를 825 픽셀, 인물화(portrait)는 가로를 550으로 합니다. 물론 큰 사진을 웹에 올리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시험해 본 바에 의하면, 내가 사진을 blog에 올리느냐, cafe에 올리느냐에 따라 "다음"에서 자기들 마음대로 사진의 가로와 세로를 조절하기 때문에, 나중에 보면 이상한 사진이 됩니다. 가로를 825 픽셀로 하면, blog에는 제가 원하는대로 올라가고, cafe는 cafe 상황에 따라 그대로 올라가기도 하고, 사진을 줄여서 올라가는 현상을 확인하였습니다.
사진을 825 픽셀로 줄일 때는 photoshop의 액션 기능을 사용합니다. 한번 정해 놓으면 이후의 일은 클릭 한번으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다음 최후 저장은 safe for web으로 저장합니다. 사진 한 장의 크기가 보통은 20만 바이트 정도가 됩니다.
<photoshop의 action 기능을 사용하여 사진의 사이즈를 줄인다. 저장할 때는 safe for web으로 저장하여 file의 용량을 최대 한도로 줄인다>
4. 가끔 가다 현지에서 녹음해 온 소리를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형 소니 녹음기에서 sound forge라는 프로그램으로 불러들인 후, 편집해서 원하는 부분만 mp3로 저장합니다.
<녹음해온 소리를 sound forge에서 원하는 부분만 선택해서 mp3로 저장해 둔다.>
5. 지도는 여행기의 필수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도가 없으면 실제로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안개 속을 걷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죠. 인터넷에서 google로 들어가 지도를 불러옵니다. 그런 다음 지도가 나타나면 크기를 적절히 조절하여 제가 원하는 부분을 Snagit라는 프로그램으로 화면 캡쳐를 합니다. 그런 다음 jpg 파일로 저장합니다. 이것을 포토샵에서 불러와, 박스를 치고 화살표를 넣고 글자를 삽입합니다.
<인터넷에서 google로 들어가 지도를 불러온다. 그 다음 Snagit로 화면을 저장한다. 그런 다음 포토샵에서 화살표, 박스, 글자 등을 첨가한다. >
6. 책을 스캔하여 올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책을 사진 찍어도 되겠지만, 스캐너를 사용하면 좀더 정확해 집니다. 이때 Paper port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합니다. Paper port로 읽어들인 책은 이제 그림 파일이 됩니다. 이것을 jpg 형태로 저장하여, 역시 포토샵에서 처리하여 사용합니다.
<Paper port로 Lonely Planet 등 책에 있는 내용을 읽어 들인다. 그 다음 jpg 형태로 저장하여 역시 photoshop에서 깔끔하게 처리한다. >
7.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다음 카페"의 글쓰기 기능을 이용하여 올립니다. 하지만 저는 편리함을 위해, Namo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편집하고, 이를 복사하여 "다음 카페"에 올립니다. 이 방법이 훨씬 쉽고, 자기가 원하는대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제가 올린 글의 글씨가 크고 좀 번듯해 보이는 것은 Namo를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보통 Dream weaver를 많이 쓰는데, 저는 옛날부터 Namo를 써 왔기에 지금도 그것을 사용합니다. 이제 작성한 것을 복사하여 카페 홈페이지에 붙이면 됩니다.
<나모를 연다. 그런 다음 지금까지 준비한 사진, 지도, 소리 등을 순서대로 나열한다. 다 끝났으면 복사하여 "다음 블로그"에 붙여 넣는다. 이때 사진과 지도 등은 자동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어서, 한 장씩 하나하나 올려야 한다. 그리고 mp3는 cafe에서는 아예 사용하지 못하게 해 놓았으므로, 다른 곳에 올린 후 링크를 거는 도리밖에 없다. mp3는 올리지 않는 것이 속이 편할 것이다.>
사진의 순서가 글의 흐름이나 마찬가지이므로, 사진을 나열할 때, 1)시간 순서로 나열할 것인지, 아니면 2)주제별로 나열할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시간 순서가 일반적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시간과 관계없이 같은 주제를 하나로 묶을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거리 이야기를 하나로 묶고, 음식 이야기를 하나로 묶을 수도 있습니다.
일단 사진이 나열되면, 사진을 보면서, 그때의 기분과 분위기를 생각하면서, 그리고 메모를 보면서, 사진과 사진 사이에 타자를 쳐 내려갑니다. 사진이 너무 많으면 재미가 없고, 글이 너무 많으면 답답합니다. 사진과 글의 비율을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구체적인 사실만 적을 것인지, 그때의 기분만 적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사실과 기분을 섞어가면서 적되, 가끔 비유법을 사용하면 좀 더 생기있는 글이 됩니다.
8. 글을 쓸 때는 맞춤법에 신경쓰지 않고 줄줄 써 내려갑니다. 다 쓴 후, 다시 읽으면서 맞춤법이나 문단의 흐름의 적절성 등을 검토합니다. 한글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수시로 사전을 찾아보아야 합니다. 제가 쓰는 글의 맞춤법은 어느 정도 맞을 것이나, 띄어 쓰기는 맞는지 틀리는지조차 잘 모릅니다.
<사족> 김남미 저 "친절한 국어 문법"이라는 책을 사서 읽어 보았는데, 한국어 문법, 일단은 어렵습니다. 이 책을 읽은 것이 어느 정도 도움은 되어도, 실제로는 글을 쓸 때는 사전을 하나하나 찾아 보는 도리밖에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괘씸한 자식 같다"는 띄어 쓰지만, "억척같다"는 붙여 씁니다. "시련은 바람같이 삶을 스쳐간다."도 붙여씁니다. "부딪히다"와 "부딪치다"의 구별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흔히 틀리기 쉬운 것 하나, <오랜만에>라고 쓰고 <오랫동안>이라고 써야 합니다.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면 빨리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한타와 영타를 거의 같은 속도로 빠르게 칩니다. 물론 10손가락을 다 사용하여 치는데, 저의 타자 속도가 젊은 사람을 따라가지는 못 하겠지만, 보통 사람의 두 배 이상 빠르게 칩니다. 글 한편을 쓸 때 준비과정이 오래 걸리지, 컴퓨터 입력은 금방합니다.
9. 위의 절차는 꽤나 복잡한 것 같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일사천리로 하게 됩니다. 저의 글쓰는 과정이 필요한 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이제 이 글을 끝맺는 동시에, 길고 긴 중국 카스--파키스탄--인도 여행기 22부의 막을 내립니다. 그 동안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2년 8월 19일 작성)//(2012년 8월 22일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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