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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아시아 여행기 3 "이닝-알마티"(중국에서 카자흐스탄으로)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6. 11. 1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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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티>

 

 

 

 

 

 

 

27일간 중앙 아시아 여행기  3

 

"이닝-알마티"(중국 → 카자흐스탄)

 

 

 

 

<오늘 여행기: 이닝에서 알마티 까지>

 

 

2016년 9월 23일, 즉 한국을 출발한지 닷새만에 중국을 떠나 카자흐스탄으로 향했다. 아침 7시 30분 출발 예정인 국제버스를 타기 위해 6시 반에 일어나 어둠을 뚫고 국제 버스 정류장으로 출발했다. 아침 7시 반이라는 시각은 북경시간으로 7시 반이지, 경도로 따져본다면 아침 5시 반에 해당되는 시간이었다.

 

너무 일찍 왔는지, 심지어는 정류장 관리 요원이나 운전수도 아직 현장에 오지 않아서, 손전등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우리가 타고갈 버스를 찾았다.

 

우리 버스는 사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마침내 7시 30분 출발예정인 버스는  8시 10분에 국경을 향해 출발했다. 처음에 버스는 아주 느린 속도로 가고 있었다. 가다가 쉬고 사람을 태우고 몇 번을 그랬다.  

 

중국 출국장에 도착하자 수 많은 사람들이 마치 데모대처럼 물건을 들고, 이고, 지고, 우리 버스로 달려오고 있었다. 아마도 중국에서 보따리로 물건을 사다가 카자흐스탄에 가서 파는 보따리 장사가 많은 것으로 보였다.  더러는 몸을 움직이기도 힘든 노인들이 그 속에 끼어 있었는데, 측은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했지만,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떤 노인들은 입석을 구입했는지 자리가 없었다. 우리가 잠깐 나갔다 오니 우리에게 해당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나가라고 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이닝-알마티 운행 국제 버스>

 

 

 

 

 

 

 

 

 

 

<중국-카자흐스탄 국경. 이곳은 중국 쪽이다.>

 

 

우선 출국 수속을 밟았다. 그래도 우리는 외국 여행객이라 하여 좀 특별 대우를 받아 빨리 통관을 마쳤다. 그러나 본토인들은 무슨 짐이 그리도 많은지 한 없이 기다려야 했다. 철없는 아이들은 뭐가 뭔지도 모르고 웃고 뛰어다녔으나, 노인들은 반은 졸며, 반은 자며, 반은 길바닥에 앉아서 한숨을 쉬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디에나 비슷하지만, 후진국에 갈수록 관료들은 고압자세여서, 한없이 기다려야 하는 일반 백성을 보니 그저 불쌍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은 중국 출국을 끝내고, 카자흐스탄 입국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국경에서 출입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버스에서 같이 이야기를 했던 중국 학생. 11월 3주째 주 온도가 영하 33도까지 내려간다고 써있다.>

 

 

 버스 속에는 카자흐스탄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중국 학생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무라리(木拉力: 목라력)이라고 했다. 이름으로 보나 외모로 보나 한족은 아닌 듯이 보였다. 의과대학을 다닌다는 그는 자기 반 학생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카자흐스탄 생활의 단편을 이야기해 주었다. 같이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 떨어져서는  wechat라는 프로그램(중국의 카카오톡)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이글을 쓰는 현재(2016년 11월 14일) 그가 보내온 위챗 을 보면, 그가 지금 거주하고 있는 외스케멘의 온도는 영하 33도까지 내려간다는 예보가 있다고 전해왔다. 사방이 눈으로 덮여있고, 방안에서 컴퓨터를 하면서도 털모자를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카자흐스탄의 겨울 날씨는 우리 나라의 중강진과 거의 같을 지도 모르겠다. 9월에 카자흐스탄에 다녀온 것이 천만다행이다.

 

 

 

 

<점심 식사를 한 식당: 주전자가 부서진 시멘트 위에 놓여있는 것이 이색적이다.>

 

 

출국과 입국 수속을 마치고 한참을 가다가 어떤 식당 앞에서 버스는 멈췄다. 간단한 음식을 시켜 먹었다. 갑자기 화폐단위가 위앤에서 팅게로 바뀌었다. 화폐 단위가 뭐 이런 게 있어? 이거 돼지가 먹는 거 아녀? 내가 어렸을 때, 돼지 먹이로 곡식의 겨를 주었는데, 우리 시골에서는 이 겨를 "딩게"라고 불렀었다.  1팅게는 3.5원. 갑자기 바뀐 화폐로 인해 한 동안 헷갈려야 했다.

 

 

 

 

<점심 식사>

 

 

 

 

<알마티로 가는 길. 버스는 끝 없는 벌판을 달리다가 양쪽 산이 마주쳐 계곡으로 빨려든다.)

 

 

그 뒤 버스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다. 날은 저물어가고, 카자흐스탄의 어디인지 모르는 잡초만 무성한 들판을 버스는 쉬지 않고 달렸다. 어딘가에서 운전수는 내리고,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던 새로운 운전수가 와서 운전대를 잡고 차를 몰았다. 하여튼 끝없는 들판을 몇 시간을 달리다가 계곡을 뚫고 나아갈 무렵, 해가 져서  더 이상 아무 것도 관찰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알마티에 도착한 것이 밤 10시 10분. 거기서 다시 택시를 타고 거의 한 시간이나 걸려 도착한 우리의 숙소 리니온 힐스 호텔.  새벽 5시 반에 나왔으니 거의 하루 종일 걸려서 국경을 통과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호텔 식당에서 꾸역꾸역 음식을 목구멍으로 넘기면서 생각했다.  여행이라는 것은 결국 여행 목적지에 가려는 피나는 노력일 뿐인가?  마치 사막을 걷는 방황자가 물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온갖 고초를 겪어가면서 묵묵히 걸어 가듯 그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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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티는 해발 850미터에 위치해 있는, 인구 140만의 도시다. 카자흐스탄의 수도였던 알마티는, 1998년 아스타나에게 그 자리를 내 주었으나, 현재도 이 나라의 상업적,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중심지로 각광을 받는 도시다. 2011년 동계 아시안 게임 개최지이며, 지금 시내에는 2017년에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있다 하여 새 단장을 하느라고 분주했다. 평창 다음으로 동계 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어 중국과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다가,  4표차로 탈락의 고배를 마신 도시이기도 하다. 승자는 중국의 베이징으로 2022년에 동계 올림픽이 열린다.

 

 

 

 

 

<시내의 한 건물>

 

 

 

 

<시내 가로수 아래 떨어져 있는 도토리>

 

 

거리를 걸으면서 느끼는 것은, "깨끗하다, 상쾌하다, 호감이 간다"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사람들의 표정이 밝았으며, 녹색의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다. 수십년, 수백년 된 듯한 나무 아래에는 도토리가 여기저기 떨어져 나뒹굴고 있었다. 이런 도시에서 몇 달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알마티를 돌아다니는 동안 내내 나의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알마티 시내>

 

 

 

<알마티 시내 건물>

 

 

 

 

<유리창이 곡면인 듯>

 

 

 

<알마티 시내: 콕토베로 가는 케이블카에서 촬영>

 

 

시내가 별로 크지 않아서 웬만하면 걸어 다닐 수 있는 그런 거리처럼 보였다. 우선 처음으로 향한 곳이 콕토베(녹색의 언덕)라는 해발 1100미터에 위치한 언덕이다. 그 위에는 372미터의 TV 타워가 있어서 시내 어디를 가나 이 탑을 볼 수 있다.

 

 

 

<콕토베 위의 TV 탑: 멀리 설산이 보인다>

 

 

 

<콕토베에서 본 산 위의 마을>

 

 

 

 

<알마티 시내>

 

 

 

<콕토베 위의 사진 촬영 명소>

 

 

그 날은 마침 이 언덕 위에서 잔치 또는 바자회 등이 열리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는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고, 사방에서는 상품, 특히 농작물을 팔고 전시하는 코너가 즐비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돈을 받고 물건을 팔기도 했지만 무료로 주는 곳도 많았다. 무엇보다도 자신들이 파는 물건이 카자흐스탄의 최고의 상품임을 강조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우리는 그들의 사진을 찍거나 그들과 함께 사진 찍기을 원했는데, 그들 또한 우리와 함께 사진 찍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듯 하였다. 하여튼 거기에서만 200장 정도의 사진을 찍었다.

 

 

 

<정상에서의 연주회>

 

 

 

 

<오이를 파는 사람들>

 

 

 

 

<어느 대학교에서 왔다는 학생들>

 

 

 

 

<비틀즈 실물 크기 동상>

 

 

한 곳에는 비틀즈의 실물크기의 동상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벤치에 앉거나 서서 온갖 포즈를 취하면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큰 사과가 있었는데, 꼭지에서 물이 나오는 것이, 여인의 뒷모습 같기도 하고,  돼지의 뒷모습 같기도 하였다. 한쪽에서는 결혼식이 있어서 일반인의 입장을 금했고, 또 다른 쪽에서는 그네 등의 오락 시설, 작은 동물원이 있어서 구경꾼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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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를 걷는 여인들>

 

 

 

 

<누구인지 모르지만 석상. 영어로 써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다시 시내로 내려와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그러나 말도 통하지 않지, 메뉴도 카자흐스탄어 또는 러시아어로 되어 있어서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참 설명을 하던 식당 종업원은 안내하다 말고, 뭔가 생각이 났다는 듯이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에 나타난 사람은 동양인, 말을 들어보니 중국인이었다. 알고보니 카자흐스탄 부인을 둔 식당 주인 겸 주방장이 바로 중국인으로 보였다. 덕택에 그럭저럭 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세계 어디를 가나 중국인이 퍼져있어서, 중국어를 조금 배운 것이 여행에 큰 도움이 된다. 중국어는 한국과 중국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실제 생활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내 인생에서 잘  한 것,  한 가지를 꼽으라면 역시 중국말을 배웠다는 것을 첫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다

 

 

 

 

<꺼지지 않는 불>

 

 

 

 

<28 용사 조각상>

 

 

 

 

 

 

알마티 시내 중심부에 판피로프 공원이 있다. 이 공원에는 1941년 나치군의 탱크 부대를 물리친 28명의 보병들을 기념하는 전쟁기념관이 있다. 경내에는 넓적한 돌 위에 꺼지지 않는 불꽃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고, 그 주위에 육탄으로 적을 막아내는 용감한 얼굴을 한 병사들이 하늘을 나는 듯이 조각되어 있었다.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인 듯>

 

 

 

 

<젠코프 성당>

 

 

판필로프 공원 가운데에는 젠코프 성당이 있다. 1904년에 젠코프라는 사람에 의해 디자인 된 이 성당은 소련 당시에는 박물관과 음악회장으로 사용되었으나 1995년 러시아 정교 성당으로 돌아왔다. 화려한 색상과 벽화로 유명한 이 건축물은, 세계 8대 목조건축물에 포함된다고 한다.

 

 

 

 

<성당 앞의 아이와 어머니>

 

 

 

 

<그린 마켓: 농산물 시장>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그린 마켓이다. 거대한 건물 안에 들어갈 때, 절대 사진을 찍어서는 안된다는 주의를 준다.  온갖 종류의 농산물과 동물 가공품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고,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악 써서  물건을 사라고 외친다. 고려의 후손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열심히 반찬을 팔고 있었는데, 직접적으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서, 2층에 올라가 전체적인 사진 몇 장을 찍고 내려와야 했다.

 

그린 마켓(농산물 시장) 주위는 도난을 당할 확률이 대단히 높은 곳이라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구경보다도 가방 단속에 더욱 신경을 썼다.  부자들이 사는 시내 중심가와는 달리, 빈민이나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범죄의 표적이 될 확률이 높다고 했다.

 

 

 

 

 

<길거리에 장사들이 걸어 놓은 마네킹>

 

 

 

 

<그린 마켓 옆에 있는 중앙 모스크: 1999년에 세워진 것으로 외부는 대리석으로 되어 있으며 돔은 황금색이다. 3000명이 동시에 예배를 볼 수 있는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큰 모스크 중 하나다. >

 

 

 

 

<모스크 근처에 있는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장군 상>

 

 

 

 

<휴대용 프린터에서 사진을 뽑아 주니 좋아하는 알마티의 연인들>

 

 

 

 

<저녁을 먹는 식당 2층에서 거행된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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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그려, 인생은 쌔려 먹는거여,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중국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국경을 넘을 무렵, 그러니까 이닝의 호텔을 떠난 지 몇 시간 뒤에, KC는 전날 묵었던 호텔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는다. 호텔 방 청소를 하다가 지갑을 발견했다는 내용의 전화였다. 지갑 속에는 달러가 들어있었으며, 금액을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100만원이 넘는 고액이었다.

 

그러나 그 돈 때문에 전체가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일, 그렇다고 당사자인 P님 한 사람만 빼 놓고 국경을 넘을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이런 사실은 전화가 오기  몇 분전에 당사자인 P님이 알게 되었고, 본인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말도 못 하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었던 듯 하다.

 

결국, 통장 번호를 알려주고, 그 통장에 입금시켜 달라는 말을 남기고 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며칠이 지난 뒤부터 누구나  "통장에 입금 됐대유?"라고 묻는 것이 일상화 되었다. "입금 되었으면 그냥 못 지나갈텐데?" "입금되면 한잔 내셔야지유?"  입을 다물고 있는 사람이 없이 모두들 지나가면서 한 마디씩 툭툭 내 던졌다. 그러나 일주일이 가고, 10일이 지나도 입금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호텔에 전화해 보니 시간이 없답니다." "전화해보니, 달러를 중국 돈으로 바꿀 수 없답니다." 이런 대답만 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중국인들이 돈을 돌려주겠어? 돈이라면 환장을 하는 사람들인데. 적은 돈도 아니고."

 

수 많은 세월이 흐르고, 손꼽아 기다리던 어느 날, 귀국 직전에, 드디어 그 돈이 입금되었다는 희소식이 들렸다. 죽었던 낭군이 살아 돌아온 듯 모두 기뻐서 날뛰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인생이 왜 이리 즐거운지 모르겠다는 표정들이다.  

 

하여튼 귀국하기 직전 우즈베키스탄에서 거 하게 한상 잘 차려 먹었다. "다음에도 누가 지갑을 잃어 버려야, 한잔 얻어 먹을텐데. 우리 심지를 뽑아볼까요? 다음 지갑 잃어버릴  사람 정합시다! " "지갑 잃어 버리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합니까?" "어떤 사람의 지갑을 훔쳐서 호텔 주인에게 맡겨야 되겠어요. 그래서 나중에 그 돈 부쳐주면, 또 한 잔 먹게."  "그려 인생 별거 있어? 인생은 쌔려 먹는 거여,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