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Beautiful the Nature is! - Albatross

World

코카사스 2 아제르바이잔 "고부스탄"(컴퓨터용)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7. 7. 28. 22:03

 

 

 

■ 이 여행기는 컴퓨터에서 읽도록 작성되었습니다.

 

코카사스 여행기 2

아제르바이잔 2  "고부스탄(Qobustan)"
(고부스탄은 아제르바이잔 문자로 Qobustan이라고 쓴다.)

 

 

 

 

 

 

 

고부스탄은 바쿠에서 남쪽으로 약 60키로 떨어져 있다. 2017년 6월 9일, 바쿠를 벗어나니 산천이 모두 메말라 있어, 마치 사막 한 가운데를 달리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산은 벌거벗었고, 나무나 풀이 있는 곳은 호스로 물을 끌어 오고 있었다.  

 

 

고부스탄까지는 대형 버스로 갔다. 고부스탄에서 진흙 화산이 있는  다스길 언덕( Dasgil Hill)까지는 택시로 바꿔 타고 가야했다. 진흙 화산으로 가는 길은 마른 진흙으로 덮인 좁은 신작로였다.

 

 

택시 운전수에 대해 말을 해야겠다. 정신 착란증을 겪고 있는 붉은 눈을 가진 괴물인양, 우리 택시 기사는 질풍노도처럼 인정사정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비켜주지 않는 다른 택시를 고속으로 달려가 위협하며 협박하자, 다른 택시기사들이 겁을 먹고 혀를 내두르며 옆으로 비켰다. 먼지를 사방에 뿌려대며,  마치 권토중래(捲土重來)하듯, 언덕 위로 향하는 기사의 얼굴에, 복수심에 가득 찬 소설 속 인물의 광기어린 미소가 묻어 나왔다. '잘강잘강' 담배꽁초를 씹어대며 가래침만 "켁"하고 창밖으로 내뱉는다면, 삼류 영화배우가 일류 영화배우로 승급할 그런 기세다!

 

 

<구글 지도를 보면 이곳에 몇 개의 진흙 화산이 보인다. 대부분은 과거에 활동을 했고, 지금은 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위 지도에 나온 몇 개의 진흙 화산 중, 필자가 가본 곳은 현재 활동 중인 위 지도의 A라고 표시된 곳이다.>

 

 

<로운리 플래닛에서 실려있는 고부스탄 진흙 화산 사진: 첫 인상이 "어, 세상에 이런 것도 있네!"였다. >

 

 

 

 

여기가 거기구나! 사진으로만 보았던 진흙 화산의 작은 봉우리가 도처에 놓여있었다. 참으로 신기하다!

 

 

먼저, 작은 연못을 이루고 있는 화산으로 갔다. 직경 약 40미터 정도로 마치 여름 벼 심기 직전, 쟁기로 갈고 써레로 판판하게 골라 놓은 시골 논처럼, 진흙 화산은 그렇게 잔잔하고 편안하게 들판 한 가운데 놓여 있었다. 화산 중앙에서 작은 물방울이 뽀글뽀글 올라오며 있었다. 고만고만한 공기 방울이 수면위로 올라온다는 것은, 분명 그 아래로부터 기체가 나온다는 뜻이다. 아무런 냄새가 없는 것으로 보아 지하로부터 메탄가스 또는 이와 유사한 가스가 나오는 것이리라. 

 

 

 

 

 

 

 

 

 

정말로 관심을 끄는 것은 여기 저기 산재해 있는 수십 개의 작은 화산 봉우리였다.  비록 불화산은 아니라 하더라도, 아니 불화산이 아니어서 더욱 흥미로운  이 작은 화산은, 참으로 앙증맞고, 귀엽고, 깜찍하다고 표현하고 싶다. 각각의 작은 화산은 저마다의 특징이 있어서, 어떤 것은 털털 거리며 분출되고, 어떤 것은 뾰쪽하게 "툭" 튀어 나오고, 또 어떤 것은 "픽픽" 소리를 내며 솟는다.   

 

 

 

 

 

어떤 것은, 마치 질그릇을 만드는 장인이 재봉침같은 그릇 제조 기계를 자신의 발로 돌려서, 그 동력을 이용하여 손으로 진흙을 돌려가며  질그릇을 만드는  듯 하였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가운데에 있던 팥죽같은 원형의 진흙이 마치 거북등 갈라지듯 산산 조각나면서 부서져 내려 앉았다. 때로는 마치 서해안 뻘에 사는 대형 꽃게가 진흙 위로 서서히 솟다가 마법처럼 등이 갈라지고 부서져 생을 마감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팥죽같은 진흙에서 가끔 하늘로 치솟는  진흙 기둥을 바라보는 것이다. 참으로 신기하고도 신기하다! 세상에 이런 것이 다 있다니! 이런 희귀한 모습을 연출하는 화산은 내 일찍이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들어본 적이 없다.

 

 

또한 이런 장면은 재수가 좋아야 촬영할 수 있다. 더군다나 사진 촬영 위치를 잘못 차지하고 있었다가는 멀쩡한 옷이 튀어 오르는 진흙으로 얼룩져서, 대한민국 공수부대 복장으로 변하기 십상이다. 이것을 피하다가 뒤로 미끄러져 뒤통수부터 아래로 굴러 떨어져 뇌진탕으로 반신불수 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한참을 찾다 보니, 아니나 다를까, 어느 돌무더기 아래 가스 불이 희미하게 타고 있었다.  저 아래 깊은 곳에 있는 가스가 불규칙적으로 올라오면서 이와 같은 진흙 화산을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이 진흙 화산의 진흙은 뜨거울까, 아니면 차가울까? 생각하면 할수록 복잡할지 모르지만, 답은 간단하다. 왜? 불이 없으니까? 그냥 가스만 올라오니 진흙 화산이 뜨거울 까닭이 없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화산이 아니라, "가스가 밀어 올리는 차가운 진흙 구덩이"가 정확한 묘사일 것이다.  

 

 

혹시 성냥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진흙이 하늘로 솟을 때, 불을 갖다 대면 "피식"하고 순간적으로 불이 붙을지 모르겠다. 그 당시에 라이터가 있었다면 아마 그런 실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부탁이다! 혹시 이 글의 독자 중 이곳을 방문할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라이터를 가져가서 진흙이 솟는 순간 번개처럼 불을 갖다 대보기 바란다. 이것이 이글을 읽는 사람의  팔자소관인지도 모른다. 그 실험을 하기 위해서 필자가 다시 아제르바이잔에 성냥 한통 들고 꾀죄죄하게 고부스탄 언덕을 오른다면, 남이 보기에 좀 "거시기하고, 뭐시기 하지 않을까" 싶어서 해본 말이다.    

 

 

 




 

 

 

 

고부스탄 암각화는 유네스코 문화 유산 보호 구역에 있다. 이것이 형성된 것은 약 12,000년 전이라고 로운리 플래닛에 기록되어 있다. 새겨진 것은 야생 동물과, 가축, 그리고 무당들이다. 본래 이 암각화는 동굴 안에 새겨져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동굴이 무너져서, 지금은 큰 산의 한 면을 덮고 있다.  

 

 

<이상한 소리를 내는 돌>

 

 

암각화를 보기 전에 박물관에 들려야 한다. 박물관 앞에 돌이 있는데, 그 위에 있는 작은 돌멩이를 가지고 큰 돌을 긁어보면, 마치 돌 속에 공간이 있는 듯한 기묘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박물관에 전시 중인 안내 물>

 

 

<암각화 중의 일부를 모형으로 만들어 놓았다. 로운리 플래닛에는 가운데에 있는 갈대로 만든 배 암각화를 찾아 보라고 씌어 있다.>

 

 

<박물관 내부>

 

 

<박물관 앞에서 버스를 타고 약 2키로 올라가면 드디어 고부스탄 암각화가 나타난다.>

 

 

<사람이 서 있는 것이 선명하게 보인다.>

 

 

<갈대로 만든 배를 찾았다!   이 배가 석양을 향하고 있다고 하는데, 석양은 어디에?.>

 

 

로운리 플래닛에는 석양을 향해 가고 있는 갈대 배를 찾아보라고 충고한다. 노르웨이 인류학자 소르 헤이에르달(Thor Heyerdahl)은 이 배의 디자인을 근거로 하여, "노르웨이인이 아제르바이잔에서 왔다"라는 설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암각화>

 

 

<동물이 새겨져 있다. 황소가 많이 새겨져 있는데, 원시 사회에서 황소는 힘과 권력, 그리고 풍요의 상징이었다. >

 

 

<사람의 암각화>

 

 

<동물의 암각화>

 

 

<동물의 암각화>

 

 

<박물관 앞에 있는 돌처럼, 이 돌도 손으로 두드려 보면 속이 비어있는 듯한 소리가 난다. 사람들이 돌로 긁어서 움푹 패였다.>

 

 

<암각화 아래에 있는 마을>

 

 

암각화가 있는 곳에서 동쪽을 내려다 보면, 멀지 않은 곳에 카스피해가 보인다. 밑에 보이는 마을은 한 때 로마 군대가 주둔했던 곳이라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암각화 바로 옆에 있는 바위>

 

 

<옛날 사람들이 비가 내리면 빗물이 한 곳에 모이도록 파 놓았던 곳, 일종의 바위 우물이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햇볕이 쏟아지고, 온도는 30도를 웃돌고, 쉴 나무 그늘은 찾기 힘들고, 그야말로 돈 주고 갔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암각화를 구경하는 중이었다. 어른이 이 정도니, 이 뙤약볕에서 저 초등학교 아이들이 무슨 암각화에 관심이 그리 많겠는가? "차라리 죽여주쇼"라는 글귀가 땀이 송글송글 맺힌 아이들의 얼굴에 써 있는 듯 했다. 암각화 견학이 끝나니 아이들이 날아갈 듯이 좋아한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없어,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다. 내 동무 어디 두고, 이 홀로 앉아서 이일 저일을 생각하니 눈물만 흐른다 ." 어렸을 때 많이 듣고 불렀던 노래다. 아마 이 아이들은 "해는 떠서 뜨거운데, 찾아오는 사람 많고 많아, 하얀 태양 바라보니, 뜨겁기 한이 없다. 내 집 어디 두고, 뜨거운 산에 서서, 내 팔자를 생각하니 눈물만 흐른다." 뭐, 아이들의 심정이 이렇지 않았을까?

 

 

하기야 초등학교 때 금산 보석사로 소풍을 갔다. 스님이 말씀하시고 아이들은 꼼짝 않고 뙤약볕에서 듣다가 두 명이 일사병으로 쓰러져도 스님은 계속 불교의 원리를 말씀하셨었다! 아이가 어른 되면 자기가 아이였다는 것을 깡그리 망각하는 것이 본래 어른인가보다. 아니, 아이의 사고 방식은, 어른과 같다고 생각한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카스피해를 바라본다. 멀리 원유 채취선 그리고 채취 시설이 보인다. 내가 지금 가고 있는 이곳 바로 아래, 시커먼 원유가 묻혀있다고 한다. 어떤 곳은 지표면이 검기도 한데, 바로 원유가 밖으로 나와서 그렇다고 한다. 지금 아제르바이잔에는 카스피해에 있는 원유 덕분에 전보다 많은 경제 발전이 이루어졌고, 삶의 질도 많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편, 땅을 파면 물이 나오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땅을 파면 시커먼 원유가 나온다면 정말로 좋을까?

 

 

 

 

사람들은 돈을 추구한다. 그러나 돈이 쌓여 있다면, 정말 그것이 행복일까?  우리 주위에 부자 중에서, 바로 그 돈 때문에 형제 간에 의리 상하고, 싸우고, 원수가 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심지어는 아들과 아버지가 법정에서 재산 문제로 법적 다툼을 하면서 몇 시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서로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라는 기사도 나온 적도 있다. 땅을 파면 맑은 물이 나오고, 산에 가면 나무가 있고, 집에 가면 먹을 만한 양의 음식과 잠자리만 있으면 바로 그곳이 사람 사는 곳이고, 바로 그것이 행복이 아닐까?

 

 

 

 

 

다음 날 아침, 필자가 묵은 호텔 뒤에 빨간 버찌가 아침 햇살에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옆에는 한국에만 있을 법한, 오디가 사방에 달려있는 뽕나무가 있었다. 그 아래 개를 몰고 지팡이를 짚고 한가하게 산책하는 노인이 있었다.  이름도 낯선 바쿠, 고부스탄에 와서, "떠들썩한 것이 아닌, 아주 사소한 일상 생활에 행복이 있음"을  마음 속으로 느껴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