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사스 여행기 3(컴퓨터용)
아제르바이잔 3 "세키"
■ 이 여행기는 컴퓨터에서 읽도록 작성되었습니다.
<바쿠에서 세키로 가다가 잠깐 멈춘 작은 도시>
<수도원>
<점심을 먹은 곳에 있는 말 조각상. 엉성하기 짝이 없다. 그나 저나 뒷발로 무게의 균형을 이루는 것만도 천만다행>
<차를 끓이는 듯>
<세키의 Issam Hotel에 도착했다.>
2017년 7월 10일,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를 출발하여 세키로 갔다. 아침 9시에 출발하여 오후 4시 30분 세키의 Issam Hotel에 도착하였다. 중간에 어떤 수도원과, 이슬람 사원을 들렀으나, 본래 갈 길이 멀고 날이 더워서, 중간의 경치는 보는 듯 마는 듯, 그냥 스쳐 지나갔다. |
다음 날 새벽 일찍, 서쪽에 있는 재래 시장을 향해 걸었다. 거리에는 개미 새끼 한 마리 눈에 띄지 않았다. 도로는 잘 관리되지 않아서 반은 포장, 반은 비포장인 상태였다.
동쪽에서 해가 떠 올라올 조짐을 보여, 일출을 잘 관찰할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기다렸으나, 끝내 기대했던 찬란한 일출은 볼 수 없었다. 터덜 터덜 재래 시장을 향해 걸었다. 모든 상점이 다 닫혀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 장사를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사람들이 자동차에서 농산물을 내리고 또 진열하는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넓은 시장이 그저 휑하니 비어있었다. 빈 거리에 찬 바람만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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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더니, 제법 시장다운 분위기로 되어가고 있었다. 감자를 아무렇게나 넣지 않고, 옆으로 누여서 가지런하게 넣고, 노끈으로 묶어서 쌓아둔 것이 눈에 띄었다. 잘 쌓아둔 장작이 그럴 듯 하듯이, 감자도 모양을 보아가며 담아야 제 값을 받는 듯 했다.
한 남자가 차로 보이는 액체를 쟁반에 담아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권했다. 도대체 무엇인지, 왜 그러는지 물어보면 좋으련만 아제르바이잔 말을 할 수 없으니, 그저 눈만 멀뚱거리며 바라볼 뿐이다. 이곳이 옛날 소련 연방이어서, 러시아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 말을 할 수 있다면, 러시아를 포함해서 그 주변 국을 여행하는 데 얼마나 편리할까? 죽기 전에 시도는 해보고 죽어야겠다. 물론 잘할 수 있다면 더 이상 좋을 수가 없겠으나, 배우려는 시도도 하지 않고 죽는다면,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을 것 같다. |
길을 걷는 데, 개 두 마리가 도로 위 차선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개들이 자동차가 오면 어떻게 하나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차가 왔을 때, 동물의 행동을 관찰하려고 계속 대기했다. 그러나 새벽이라 그런지 자동차는 오지 않고 개는 계속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침내, 저쪽에서 노란 택시가 힘차게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혹시나 자동차가 개를 치지나 않을까 침을 꿀꺽 삼키며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라나 자동차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경적을 울리지도 않고, 속도를 줄이더니, 앉아 있는 개를 피해서, 옆으로 돌아 앞으로 전진하였다. 한국 같았으면, 빵빵거리고 욕을 해대며 지나갔겠지만, 여기는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놈이 장땡이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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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가 개를 피해 다닌다.>
거리에 뽕나무가 많았는데, 떨어진 오디를 검은 소가 주워 먹고 있다. 혹시 덜 익었나 해서 따 먹어 보니, 아주 달다. 이 소가 어떻게 이게 먹는 것인 줄 알고 찾아와 꿀맛같은 아침 식사를 하는지, 소의 지혜에 혀를 찼다. |
<세키 시내의 한 아파트>
<학원의 벽을 차지하고 있는 사진.>
<어떤 학원 벽에는 이런 것도 있다. 뭔지 모르지만 600점 이상 맞은 학생의 사진이다.>
<젊은이들이 길 모퉁이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거리에 세워둔 사자상이다. 꼬리가 부러져 없어졌다.>
<옛 도시이므로 역시 거리는 돌로 포장되어 있다.>
세키는 인구 약 64,000, 해발 약 640m(나의 스포츠 시계 측정값)인 도시다. 이 도시는 본래 명칭이 누카(Nukha)였다. 1716년 대홍수에 의해 도시가 큰 피해를 보고, 1740년 다시 건설되었다. 1772년 또 대홍수가 발생하여 도시가 박살났다. 이를 다시 건설하여 유지해 오다가 1960년대에 세키(Sheki)로 개명되었다. (로운리 플래닛) |
<산 사라이 궁전으로 가기 직전 오른 쪽에 있는 건물>
<산 사라이(Xan Sarayi) 궁전으로 들어가려면 성벽에 나 있는 문을 통해서 들어간다.>
<성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이 사진을 같이 찍자하고 달려든다.>
<산 사라이 궁전: 내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산 사라이 궁전 경내의 거대한 플라타나스 나무(plane tree)>
<플라타나스 나무는 1530년에 심어졌다는 팻말이 보인다. 안내판에 써 있는 글자는 나무 둘레가 11.5미터, 높이는 34미터라는 뜻이다.> |
우리가 갔을 때, 사람들이 갑자기 모여들어, 한참을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했다. 외국인만 따로 모여서 들어갔는데, 가이드가 자기 영어 실력을 자랑하는 듯, 너무 빨리 말을 해서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화려한 장식, 섬세한 디자인, 빼어난 스테인드 글라스, 다채로운 벽화 등은 과연 이 건물이 왜 세키에서 가장 뛰어난 건축물이며, 코카사스의 대표적인 건축물인지를 말해주는 듯 하다. |
<아이들과 간단한 말을 해보려고 로운리 플래닛에 나와있는 아제르바이잔 말, 즉 "네 이름이 뭐냐, 몇살이냐?" 등을 찾고 있는 중이다.> |
<웨이터의 주머니에, 찍어서 프린트 해준 사진이 꽂혀있다. 20살도 안된 청년이 좀 늙어 보인다.>
궁전 앞에는 넓은 잔디 광장이 있었는데, 한 구석에 차와 음식을 파는 식당이 있었다. 종업원이 우리가 한국에서 온 것을 알고서는 눈빛이 달라지며 흥분한 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자기는 터키 계통의 아제르바이잔 사람이며, 한국 사람과 일본 사람을 특히 좋아한다고 한다. 흥분해서 어쩔줄 몰라하는 웨이터에게 사진 한 장을 뽑아주니 더욱 신이나서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더 갖다 준다.
바로 그때, 어디에서 나팔 소리와 북소리가 나더니 사람들이 춤추기 시작한다. 그 춤이 아제르바이잔 전통춤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약간 빠른 디스코 같기도 하고, 한국의 아리랑과 고고 춤이 합쳐진 것 같기도 하다. 조금은 어색해하면서도 땀을 흘리며 춤을 즐기는 것을 보니, 운동도 이만한 운동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서 피리를 부는 악사도 땀을 뻘뻘 흘리며 온 힘과 정성을 다해 연주한다. 한참을 바라보면서 내가 꿈을 꾸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졌다. |
<스테인드 글라스 공작소>
스테인드 글라스를 만드는 공작소에 들어갔다. 가족이 운영하는 이 공작소에서 사장은 이 공작소가 대대로 기술을 전수해 내려오는 집안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곳 스테인드 글라스는 만들 때, 아교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했다. 즉, 틀을 정교하게 만들어 짜 맞추고, 유리를 끼울 때도 아교를 사용하지 않고, 만들어 놓은 구멍에 정성들여 짜 맞춘다는 것이다. 나무틀에 구멍을 내거나 홈을 파고 거기에 직접 짜 맞추면서 설명하는 그의 태도에, 혼신을 다하는 장인 정신이 깃들여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옆에 있는 둥근 스테인드 글라스에 전기 스위치를 넣자, 화려하게 무지개 색을 내뿜으며 황홀한 자태를 뽐낸다. 현란함에 넋이 빠져 한 동안 입을 다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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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 옆에 있는 세키 팰리스 호텔>
<카라반사라이>
카라반사라이는 옛날 상인들이 묵었던 숙소다. 인터넷에서 세키를 찾으면 대부분 이 건물의 사진이 먼저 나타난다. 입구를 통과하면 좀 컴컴한 곳에 몇 개의 조각상이 있고, 그 안으로 들어서면, 바로 2층으로 된 숙소가 나타난다. 이 건물은 지금도 호텔로 사용된다. 이 호텔 뒤쪽 정원에는 아름다운 식당이 있다. 정교하게 지어진 이 호텔은, 로운리 플래닛에 따르면, 1박에 싱글룸 20 달러에서 최대 80불까지 숙박비를 지불해야 한다. 이 나라의 생활 수준으로 보아 비교적 비싼 편이다. |
<카라반사라이 내부>
<카라반사라이 근처의 기념품 상점들>
<겨울 궁전 근처의 전통 집>
<겨울 궁전>
겨울 궁전을 찾기는 아주 힘들었다. 근처에 있는 사람들도 잘 모를 지경이다. 두 명의 청년이 우리를 안내한다고 하여 따라갔으나, 마지막에는 어디인지 모르고 허둥댔다. 다행이 그 근처에서 놀던 한 꼬마가 겨울 궁전의 위치를 안다고 하여 그를 따라 갔더니, 자기 어머니가 이 겨울 궁전의 가이드였다. 입장료도 따로 내고, 가이드비도 따로 내야한다. 궁전 내부는 대부분 리모델링을 해서 옛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고, 가끔 옛날 원본의 흔적이 있기는 하나, 좀 날림 공사를 한 듯이 보였다.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다. 우리를 안내한 청년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기념으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잠시 후에 5-60대로 보이는 두명의 남자가 나타나 그 청년에게 무슨 말을 하였다. 청년이 대답을 하니,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그냥 청년의 얼굴 위로 "싸다구"가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당황스럽고 난감했다. 그 이유를 알지 못하지만, 아마도 이슬람 국가에서 여자 외국인과 사진을 찍었다고 날리는 따귀가 아닌지 모르겠다. 그 청년이 무슨 말을 하니, 이제는 그 옆에 있는 노인까지 달려들어 죽일 태세여서, 내가 중간에 끼어 들어 말렸다. 따뀌를 얻어 맞은 그 청년의 볼에 붉게 남아있는 따귀 흔적을 보면서, 청년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빨리 그 자리를 떴다. |
<사진 직을 때는 좋았지만, 이 순간, 몇 초 뒤에 그에게 날아올 따귀 생각은 꿈에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
택시를 타고 북쪽으로 약 4키로 떨어진 키스라는 도시에 있는 알바니아 교회에 갔다. 가는 도중 폭이 아주 넓은 강을 건네게 된다. 지금은 비가 오지 않아 수량이 많지 않았지만, 일단 홍수가 나서 강물이 흘러간 흔적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아, 이래서 옛날에 홍수로 이 도시가 다 쓸려나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
<대로에서 알바니아 교회가 있는 골목길로 접어든다.>
급기야 좁고, 움푹 패인 거리를 지나, 모퉁이를 몇 번 돌아 알바니아 교회에 도착한다. 운전수는 우리를 다시 태워 돌아갈 생각으로 우리 주위를 맴돈다. 우리 4 사람은 몇 시간을 이 주위에서 보낼 생각이었으므로, 운전수에게 사실을 말하고 돌려보냈다. 이 교회에 관한 사실을 알아보기 위해 로운리 프래닛을 찾으러 배낭을 뒤져보니, 책이 보이지 않았다. 이게 무슨 청천벽력같은 소리냐? 25일 여행 중 단지 며칠이 지났을 뿐인데! 항상 차를 타고 내릴 때, 조심해야하는데! 분실 조심! 하루에도 몇 번씩 다짐을 하건만! 근처에 있는 안내자에게 사실을 말했다. 어차피 차의 번호를 모르니, 내일 중심가에 서서 있으면 그 택시 기사가 나를 찾을 것이라고, 안내자가 답한다.
얼마 뒤, 내가 멈추었던 곳에서 이동할 때는 뒤를 돌아보는 습관이 있다는 것을 상기했다. 분명히 택시에서 내릴 때 택시 의자에 아무 것도 없었다는 생각이 났다. 다시 배낭을 샅샅이 뒤져보았다. 아이구, 내가 찾던 책이 배낭의 앞쪽 다른 칸 깊숙한 곳에 얌전하게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찾았다는 희열과, 건망증이 심한 노인의 어쩔 수 없는 한심함이 동시에 내 마음을 짓눌렀다. 누구 말마따나, "늙으면 뒈져야지!"라는 말이 내 입에서 툭 튀어나왔다. |
<알바니아 교회>
아름다운 장미 정원으로 둘러싸인 작은 알바니아 교회는 언제 건설되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교회라고 한다. 교회 안에는 오래된 여러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이 작은 교회의 역사성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하다. |
교회 마당의 한 곳에 유리로 덮혀있는 곳이 있는데, 그 안에 사람의 뼈가 들어있다. 이 근처에서 발굴해낸 이 뼈는 청동기 시대 사람으로 추측된다는 안내문이 있다. |
알바니아 교회에서 나와 동네를 한바퀴 돌았다. 산 위에서 내려오는 물을 각 가정에 분배하는 고무 호스가 어지럽게 뻗어 있는 것이 신기하다. 어떤 집에는 개암나무(내가 사는 금산에서는 어렸을 때 깨금나무라고 불렀다.)에 개암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산에서는 더러 개암나무를 본 적이 있으나, 가정집에 이런 나무를 보는 것은 난생 처음이다. |
<골목에서 아이들이 나와 놀이를 하다가 우리를 보고 포즈를 취한다.>
날이 너무 더웠을까? 새 한 마리가 우리 앞을 가로막고 목욕을 하고 있었다. 푹파인 길에 고여있는 물을 주둥이에 물어 자신의 몸에 뿌린 후, 외부의 적이 자신을 해치지 않는지 연신사방을 둘러보았다. 물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고, 물을 뿌리는 것을 반복하더니 이제는 살 만한 듯, 날개를 펼쳐 "호르륵" 소리를 내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
새는 사람에게서 무엇을 배우는지 모르지만, 사람은 새에서 배우는 게 있는 듯 하다. 우리 4 사람도 길가에 놓여있는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여행의 초반기에 해당되지만, 이미 많은 세월이 흐른 듯, 한국에 대한 생각에서 멀어져 있다. 떠도는 나그네라는, 그래서 정처 없이 거닌다는 생각만이 스쳐지나갔다. 저 멀리 알바니아 교회의 붉은 지붕이 솜털 구름을 배경으로 선명하게 대비되는 작은 마을의 오후가, 반쯤 감은 눈사이로 아련히 지나가고 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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