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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사스 4 "텔라비"(컴퓨터용)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7. 8. 12. 09:39




 

코카사스 여행기  4

조지아 1 "텔라비"

 

■ 이 여행기는 컴퓨터에서 읽도록 작성되었습니다.

 






<오늘 이야기  "텔라비">

 



<조지아로 가는 자동차 안에서 촬영>

 



<조지아로 가는 차 안에서 촬영>

 



<조지아로 가는 차 안에서 촬영>

 

 

6월 12일, 짧지만 많은 감명을 받았던 아제르바이잔을 떠나 조지아로 향한다. 사실 대부분의 코카사스 여행자들이 코카사스 국가 중 조지아를 주 여행 목적지로 삼는다. 일단 이슬람 국가보다는 기독교 국가가 한국인 정서에 부합하고, 음식도 서양식이 많아서 별 불편함이 없고, 또 영어도 비교적 잘 통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국경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바라본 차 밖 장면은, 그저 넓은 들판의 연속이었다. 멀리 높은 산이 드물게 보였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들판은 넓으나 실제로 들에서 일하는 농부는 보기 힘들었고, 농토보다는 경작하지 않고 그냥 놓아둔 땅이 대부분이었다.

 

 

조지아는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한 국가다. 입국장 공무원들이 짐 검사나 여권 검사도 쉽게 해주어서 별 일 없이 국경을 통과할 수 있었다. 문제는 짐을 끌고 상당히 먼 거리를 걸어가야 했다.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들어갈 때는, 출국과 입국 두 가지를 해야 해서, 아무리 시간이 짧게 걸린다 해도 인내심을 갖는 것이 필수적이다.  

 



<텔라비 중요부 약도: 구글 지도에 보면 우리 호텔의 하루 숙박비가 47,798원이라고 나온다. >

 

 

텔라비가 속해 있는 지역을 카케티(Kakheti)라고 부른다. 이 지역은 포도 대량 재배 단지여서 어디 가나 싼 값으로 포도주를 마실 수 있고, 역사도 깊은 곳이어서 수도원, 성당, 성 등이 도처에 산재해 있었다.  

 



<호텔 앞 건물>

 



<텔라비 성: 수리 공사 중이다.>

 

 

텔라비 성의 실제 이름은 바토니스트시크 성(Batonitsikhe Castle)이다.  이 성은 텔라비 사람들이 존경하는 에레클 2세(Erekle II)가 태어나고 죽었던 곳이다.

 

 

성 밖에서 보면  높은 성벽이 있어서 대단해 보였다. 그러나 성 안에는 복구 공사가 한창이어서 구경할 수도 없었고, 관광객도 없었다. 성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성 안으로 들어갔다. 성 안에 거의 무너져가는 건물이 있어서, 그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위로 올라가는 임시 나무 다리를 누가 만들어 놓았는데, 위험스럽기 짝이 없었다. 텔라비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까지 올라갔다. 꼭대기는 무서워서 올라갈 수가 없었다. 발을 헛디디었다가는 그야말로 그날이 내 제삿날이었다.  잡초만 무성한 경내를 반쯤 돌아 밖으로 나왔다.

 

 

 


<텔라비 성에서 바라본 시내>

 

 



<텔라비 성으로 들어간다. >

 

 



<성 안의 부서진 나무 계단을 타고 올라간다. 만약 미끄러지면 끝장이다.>

 

 



<에레클 2세의 상>

 

 

밖에는 에레클 2세의 동상이 있었다. 텔라비 시내를 내려보며 한 손에 칼을 들고 호령하는 모습인데, 필승을 다짐하는 전의(戰意)가 충만해 보였다. 어째서 두팔을  뻗어 하늘로 향해 칼을 휘두르지 않고, 조금은 얌전하게 땅으로 향하는 칼을 쥐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칼의 중앙부를 움켜쥔 모습은 왕이 아니라 한 장군처럼 보였다.

 

 

로운리 플래닛에 따르면 이 도시는 13세기에 몽골족의 침입으로 쑥대밭이 되었으며, 17세기에는 페르시아(이란)의 침입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고 한다. 페르시아인들은 이 지방 사람 6만명을 죽였으며, 11만명을 페르시아로 끌고 갔다. 1744년에 페르시아는 에레클 2세를 이곳의 통치자로 삼았지만,  에레클 2세는  서방 세계의 편에 섰다. 그는 오늘날 이 지역에서 존중받는 인물로 간주된다.

 

                                                                                                                                                                      



<에레클 2세의 상>

 

 



<에레클 2세의 상>

 

 



<테라비 성의 바깥 부분>

 

 



<호텔로 돌아오다가 어떤 가게 안의 아이를 사진 찍었다.>

 

 



<호텔 4층에 있는 야외 식당에서 구름을 바라본다.>

 

 



 



<하루의 마지막 빛을 받는 건물과 하늘>

 

 

이곳이 항상 이런지 아니면 이날따라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서산을 넘는 태양빛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우리가 묵은 호텔의 꼭대기에 있는 노천식당으로 향했다. 지는 태양 빛이 사방의 흰 건물을 노란 빛으로 물들이더니, 그 빛은 점점 더 동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동쪽 하늘이 점점 붉어져 갔다. 이미 서산을 넘어간 태양이 주위에 있는 구름에게 자신의 일부를 아낌없이 떼어 주고 있었다. 서쪽 구름은 경쟁이라도 하는 양, 펄펄 끓는 용광로로 변하기 시작했다. 주위를 날고 있는 새들이 마치 자폭을 하러 적진에 뛰어드는 병사처럼 노을 불구덩이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마침내 그 빛은 내 앞에 놓여있는 탁자에도 반사되고 내 앞에 앉아있는 동료의 눈동자 속에서도 유희(遊戱)를 즐기고 있었다. 나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아, 손바닥에도 붉은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저녁 노을>

 

 



<초저녁의 밤거리>

 

 



<서쪽 하늘: 최상의 노을이다!>

 

 



<하늘의 노을이 탁자 위에 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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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13일), 새벽에 카메라를 메고 밖으로 나왔다. 어둠이 서서히 물러가는 것이 신기롭기만 하다. 어두움이 그냥 머물러 있는 듯 하지만, 어느새 물체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들어낸다. 아, 나는 무슨 말로 이 어둠이 밀려가는 것을 묘사할까? "썰물처럼 밀려간다"하니 식상하고, "패잔병처럼 물러간다", 해도 마땅치 않다. "내 주머니 돈 떨어지듯 사라진다?"  태진아가 노래했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이 작자가 응얼거려 본다. "작가는 아무나 하나?" 그래도 다시 생각해 본다. "어두움이 추억처럼 멀어져 간다!" 아니, "어두움이 기억처럼 사라진다!"

 

 

 



<13일 새벽 날이 밝을 무렵>

 

 



<어느 빵집>

 

 



<골목을 지나는데 고양이가 나를 바라본다. 나도 고양이를 바라본다. 나는 호기심에서, 고양이는 경계심에서. >

 

 



< 아주머니가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었다.>

 

 



<아침 장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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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버스를 대절하여 텔라비 주변을 돌아보았다.>

 

 

● 이칼토 수도원

 

이칼토 수도원의 가장 큰 특징은, 이 작고 아름다운 건물이 싸이프러스 나무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이다. 싸이프러스 나무는 뾰족하게 하늘로 솟아 있는 것이 특징이고, 이 나무가 상징하는 것이 "애도"이어서, 묘지에 주로 심는다.

 

 

또 하나의 특징은 도처에 놓여있는 포도주 항아리다. 땅 속에 박혀 있기도 하고, 땅 위에 어지럽게 놓여있기도 했다. 조지아의 수도원은 옛날부터 포도주 생산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고 한다. 수도승들이 포도주를 먹지 않았다면 이렇게 많은 술 단지가 왜 수도원 도처에 존재했겠는가? 나는 내막을 잘 모르나, 짐작컨대, 수도를 한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하루 이틀이라면 몰라도, 쇠털같이 많은 날을 자연의 삶에 대항하여 살아야 하니, 어디 술 안 먹고 살 수 있겠는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도를 닦는다고 하는데, 깨달아서 어디에 쓰려고 그러는가?  설령 깨달았다 해도 그 깨달음은 계속 유지되는 것인가? 깨달음이 자신에게 무슨 유익이 있는가?  세상에는 "---하게 살아라, ---해야 한다, ---해야 성공한다" 등등 엄청난 글과 말들이 많지만, 결국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그렇게 한 것만큼 훌륭한 삶이다. 내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믿는 것을, 그렇게 하지 않아도 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별 상관이 없다! 놀라운 일이다!

 

 



<이칼토 수도원>

 

 



<이칼토 수도원에 널부러져 있는 술통>

 

 



<폐허로 남아 있는 공터>

 

 



<옛 수도승의 복장을 볼 수 있다.>

 

 



<포도주를 담갔던  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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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베르디 성당

 

11세기는 조지아의 문화적 그리고 정치적 황금기였다. 크브리케 왕은 위풍당당한 50미터 높이의 성당을 지었는데, 이 건물이 1000년동안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고 한다. 여기에 갔을 때, 마침 무슨 행사 중이어서 성당의 내부를 볼 수 없었다. 그러나 흰구름과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들판에 떡 버티고 있는 외부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십년 묵은 체증이 확 달아나는 듯 했다.

 

 



<알라베르디 성당>

 

 



<알라베르디 성당 맞은 편.  진한 초록색 산을 배경으로 노란 들풀이 여름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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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미 성

 



<카케티 여왕 초상화>

 

그레미 성 앞에 놓여있는 카케티의 여왕 "케테반"의 초상화가 눈길을 끈다. "이 세상에서, 남자처럼 용감한 전설적인 여자를 발견한다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이와 유사한 사람을 어디서 발견하겠는가?"라고 씌어 있다.  이란 Shah Abbas가 카테반 여왕에게 이슬람교로 개종할 것을 명령했으나, 여왕 케테반은 고문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버티다가 결국 사망하였다.

 

 

어떤 사람이 한 말이 내 기억에 새롭다. "종교가 수 많은 사람들의 괴로움을 달래주고 어루만져 주어, 죽을 사람을 살렸다. 그러나 종교 전쟁으로 그리고 기타 이유로,  종교가 살린 사람의 수만큼 멀쩡한 사람을 죽였다." 아마 이 여왕은 후자에 속하는 한 사람일 것이다.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 종교 문제로 수 많은 사람이 절망에서 희망을 찾고, 또 반대로 멀쩡한 사람이 고통받고 죽어 나간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그러면 무엇이 정통이고, 무엇이 사이비입니까?" 그는 지체없이 말했다. "자기가 속한 교회는 정통이요, 나머지는 우수마발이 다 사이비입니다!"

 

 



<언덕에 위치한 아름다운 비경을 자랑하는 그레미 성>

 

 



<그레미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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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크레시 수도원

 

수도원 입구에서 차가 멈춘다. 입구에서 산 중턱에 있는 수도원까지는 다른 버스로 바꿔 타고 약 1.5키로 올라가야 한다. 심한 곡선을 그리며 산위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있노라니, 마치 중학교 때 보은 속리산으로 수학 여행 가면서, 말티 고개를 넘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수도원에 도착하면, 몇 개의 건물이 보이는데, 역시 포도주 술통이 가장 인상적이다. 또한 여기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는 경치가 일품인데, 바로 아래에 수만평으로 보이는 들판이 눈이 닿는 곳까지 펼쳐져 있다.

 

 



<네크레시 수도원>

 

 



 



<이것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모르겠다. >

 

 



<네크레시 수도원>

 

 



 

 



<아마, 천당--인간세상---지옥을 나타내는 듯. 지옥이 어떤 곳이라는 것을 많이 들어왔지만, 실제로 지옥에 가본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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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도주 공장 견학

 



<어떤 포도주 통은 5톤의 포도주를 담을 수 있다고 한다.>

 



<포도주 통 안의 내용물을 저어주는 도구들>

 

 



<공장을 안내했던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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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라비에서의 마지막 밤

 





 

이날 저녁도 어제의 일몰을 예상하고 옥상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그런데 포도주 안주로 포테이토 칩을 시켜 먹고 싶었다. 그래서 종업원에게 "Potato chip, please!"라고 말했다. 얼마 뒤에 아가씨가 접시를 가져왔다. 아마 potato chip이라는 단어를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종이에다 포테이토 칩 그림을 그려 주고, 가져오라고 했다. 잠시 후, 종업원은 젖가락을 가져왔다. 어떻게 할까, 난감해 하다가, 종이 위에 "potato chip"이라고 썼다. 종업원은 쏜살같이 달려가서 포테이토 칩을 가져왔다!

 

 



 

기대했던 어제의 일몰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말마따나, 날이면 날마다 오는 장사가 아니었다. 단지 하늘 한 구석에 있는 성근 구름에 찬란한 석양이 빛을 몰아주고 있었다. 성근 구름 사이로, 바람도 흐르고, 달빛도 지나가고, 별도 숨었다가 나타났다.   그래 맞아,  우리의 생활도, 생각도 저러해야 하느니! 너무 악다구니로 살지 말고, 너무 자신을 옭아매거나 닦달하지 말아야 하나니! 저 구름처럼 석양빛을 받아가며 이러 훨, 저리 훨 떠다녀야 하나니!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뚫린 채로 그렇게 살아야 하나니!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