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Beautiful the Nature is! - Albatross

World

코카사스 6 "카즈베기"(컴퓨터 용)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7. 8. 27. 20:22



 

 

코카사스 여행기  6

 

조지아 3 "카즈베기"

 

 

■ 이 여행기는 컴퓨터에서 읽도록 작성되었습니다.

 


 


 


<이번 여행 구간 시그나기 - 카즈베기>

 


<카즈베기 가는 길>

 

 

시그나기에 출발한 버스는 수도인 트빌리시 외곽을 거쳐 쉬지 않고 아나누리로 향한다. 가는 도중 차창 밖으로 수 많은 꽃을 보게 된다. 조지아가 야생화가 많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야생화뿐만 아니라 개나리 비슷한 노란 꽃이 길가에 늘어져 있어 꽃의 천국이란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트빌리시 근처부터는 특별히 길이 넓다.  조지아 군사도로(Georgian Military Highway)라고 불린다. 옛날 소련 연방이었을 때, 러시아의 블라디카브카스에서 트빌리시까지, 러시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넓은 도로다.

 


<아나누리 성>

 

 

아나누리는 즈발리 저수지(Jhinvali Reservoir) 끝 부분에 자리잡고 있는 성인데, 성 자체보다는 여기에서 점심을 먹었다는 것이 인상에 남을 뿐이다. 직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멀리서 성의 외곽을 사진 촬영하였다. 저 멀리 저수지 아래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보인다. 일부는 주황색, 또 일부는 검은 색 복장을 한 젊은이들이 왜 저리 우왕좌왕하는지 알 수 없다.

 




 

조금 더 올라가면 스키 리조트가 나온다. 가다우리(Gadauri)라는 지역으로 해발 2000미터에 위치해 있다. 여기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3285미터까지 올라가서 스키를 타고 내려온다 하니, 그 스릴은 상상이 되고도 남는다. 그 옆에는 둥근 거대한 석조물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조지아-러시아 우정 기념탑"이다. 절벽 위에 있는 어마어마한 이 탑의 내면에는 온갖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며칠 전 MBC에서 방송인들이 나와 바로 이 건물 근처에서 비디오 촬영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조지아의 카즈베기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곳에 당연히 들르게 되어 있다.

 

 

<조지아-러시아 우정 기념탑>

 


<조지아-러시아 우정 기념탑>

 


<조지아-러시아 우정 기념탑 근처에서 본 설산>

 


<해발 2349미터 즈바리 고개>

 

 

조금 더 올라가면 즈바리 고개(Jvari Pass)를 통과하게 된다. 해발 2379미터인 이곳은 나무 하나 없고, 오직 여름에 풀만 나 있을 뿐이다. 멀리에는 수 많은 양 떼가 산 기슭에서 풀을 뜯는 모습, 즉 양들의 침묵을 보고 들을 수 있다.   

 

 

<고개를 넘으면 바로 누런 바위 위에 물이 흐르는데, 마치 터키의 파묵칼레를  연상시킨다.>

 


<양치기의 휘파람 이외에는 아무 소리도 없는 산기슭에 양치기가 회초리를 흔든다.>

 


<달리는 버스에서 찍은 사진>

 


<달리는 버스에서 찍은 사진>

 

-----------------------------------------------------------------------


<카즈베기 시내: 숙소 니니 게스트 하우스와, 유명한 교회 및 샤니산의 위치.  지도 왼쪽에 카즈베기 산이 있다.>

 


<카즈베기 시내 및 주변 산의 해발>

 

 

행정구역상 스텝언츠민다-사메바 지역을 보통 카즈베기라고 부른다. <위 지도 및 도표 참조> 카즈베기는 카즈벡 산과 샤니산 사이에 위치해 있고, 앞에 츠크헤레(Chkhere) 강이 흐른다.  카즈베기 시내에서 카즈베기 산으로 가는 중간 지점에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라는 긴 이름의 교회가 있는데, 바로 이 교회를 방문하는 것이 카즈베기 여행의 핵심이다. 이 교회는 조지아의 상징이고, 이곳을 방문하지 않으면, 조지아를 방문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카즈베기 산의 높이는 5032미터, 교회의 위치는 2200미터, 시내는 1750미터, 마을 뒤에 있는 샤니산은 4451미터이다. 한국의 설악산 대청봉이 1707미터이니, 이 마을의 해발과 비슷하다. 고산지대의 날씨 변화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카즈베기의 인구는 2500명이라고 로운리 플래닛에 나와 있다.

 

 

카즈베기 입구에 위치한 니니 게스트 하우스(Nini Guesthouise)에 짐을 맡기고 바로 7인승 4륜구동 자동차에 올라탔다. 갑자기 닥쳐온 추위에 모두들 두꺼운 옷을 걸쳐 입었다. 카즈베기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로 향했다.

 

 

문제는 중간에 가다가 만난 그야말로 "혹독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도로 환경이다. 내 평생 이렇게 울퉁불퉁한 길은 처음 가본다. 마치 큰 파도를 만난 뗏목처럼 자동차는 오른쪽으로 쓰러질 듯 하다가 순간 왼쪽으로 반이 넘어간다. 사람들의 외마디 소리, 신음 소리, 으윽 대는 소리가 귀곡 산장의 곡성처럼 쩌렁쩌렁 들린다.  중간 중간에 있는 웅덩이에는 여지 없이 빗물이 고여있다. 어떤 때는 그냥 웅덩이를 통과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웅덩이를 피해 곡예 운전을 해야 한다. "아이구, 어, 이런, 어머나, 나 죽어 ...." 온갖 괴성이 몇 차례 반복되며 자동차는 지그재그로 길을 따라 올라간다.

 

 

이곳 주민이 운전하는 자동차 이외에는 절대 갈 수가 없다. 왜냐하면 웅덩이의 깊이와, 웅덩이와 웅덩이 사이의 꼭지점이 자동차에 치명상을 입히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동차의 아랫 부분에 닿아야하기 때문이다. 멋 모르고 갔다가는 자동차 밑이 땅에 닿아 자동차 바퀴가 허공에 떠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중얼거렸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오는데, 왜 도로를 정비하지 않지?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좋으련만!" 한 사람이 말했다. "이곳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종류의 관광업으로 먹고 사는데, 만약 길을 정비하면, 이 사람들 다 굶어 죽어요!"

 


<정상에 오르면 멀리 교회가 보인다.>

 

 

일단 언덕에 오르면 넓은 들판이 보인다. 들판 너머에 외로운 등대처럼 초연하게 서 있는 교회가 마치 신에게 생명을 갈구하는 구도자 같다. 나와 교회 사이에는, 한때는 초원이었으나 지금은 자동차의 바퀴 자국에 의해 어지럽게 하지만 나름대로 멋 있게 나 있는 수 많은 자동차 길이 보인다. 좀더 시선을 집중시켜 보면 교회 바로 아래에 양떼가 풀을 뜯고 있고, 그 아래에는 소떼가 풀을 뜯고 있다.

 

 

지금 내 뒤에는 카즈베기 산이 떡 버티고 서 있으나 구름에 가려있고, 내 앞에는 교회 너머에 샤니 산이 시퍼렇게 펼쳐져 있으나 역시 구름에 가려있다. 여기서 계속 기다리며 샤니 산의 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려 사진을 찍을까, 아니면 단념하고 교회로 걸어갈까 하다가, 일단 교회로 걸어가기로 했다. K님은 교회에 가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가, 기어이 샤니 산을 배경으로 로운릿 플래닛에 나와있는 사진과 같은 기막힌 사진을 찍어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그날 끝내 샤니산은 전혀 샤이니(shiny)하지 않고, 그저 구름 끼고 어두웠을 뿐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가끔 간헐적으로, 구름 사이로 조금씩 보이는 샤니산은 어떤 의미에서는 완전히 보여주는 것보다 더 멋있는 광경이었는지도 모른다. 이것은 한 여인의 나체보다는 실오라기 하나라도 걸친 것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와 같은지도 모른다. 내가 보통 사람이어서 이런 말이라도 하지, 공직이나 하나 꿰차고 있었으면, 이 말 한마디 가지고, 성차별이니 여성 비하니 온갖 말이 난무할지도 모르겠다. 역시 보통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분명 천운을 타고난 것으로 아무나 누릴 수 없는 특권임에는 틀림없다!

 


<로운리 플래닛: 샤니산을 배경으로 한 교회 사진>

 


<교회에서 바라 본 카즈베기 시내. 구름에 가린 산이 샤니산이다.>

 


<교회>

 


<교회>

 


<교회 옆에서 아래를 보고 찍은 사진>

 



 

교회 옆에 개 한 마리가 물끄러미 아래를 쳐다보고 무엇인가 생각하는 듯 했다. 개는 일반적으로 후각은 발달했지만, 시각은 사람만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 아래에 주인이 있을 수도 있고, 자기의 새끼가 있을 수도 있다. 매일 수 많은 사람이 뭘 보겠다고 이렇게 몰려드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 개는 뭔가 슬픈 기억을 되살리려는 듯 보였다. 그 슬픈 기억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한 동안 물끄러미 아래를 처다 보던 그 개는 교회 뒤쪽으로 돌아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

------------------------------------------------------------------



 

우리가 묵은 니니 게스트 하우스 뒤쪽은 그야말로 끝없는 노란 꽃으로 장관을 이루었다. 이 집에서 2박을 하는 동안 하늘은 맑았다가 흐렸다가를 수십 아니 수백 차례 반복했다. 구름이 빠르게 왔다가 "어" 하는 순간에 사라졌다. 끝없이 펼쳐진 노란 들판 위에 소 몇 마리, 말 몇 마리가 풀을 뜯고 있을 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 너머 떡 버티고 있는 샤니산도 수시로 옷을 갈아입었다가 벗었다. 들판에 놓여있는 폐 트럭은 이곳이 한 때는 구 소련의 일부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그 앞에 초라한 작은 건물은 한 때는 사람들로 붐볐을 지 모르나, 지금은 무성한 잡초 사이에서 바람에 시달리고, 눈비에 무너져가는 초라한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었다.

 


<게스트 하우스 뒷 산>

 


<게스트 하우스 앞산. 왼쪽으로 멀리 카즈벡 산이 보인다.>

 


<게스트 하우스 뒤 꽃밭에서 망원 렌즈로 바라본 교회. 그 너머에 카즈벡 산의 일부가 보인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바라본 시내 쪽>

 


<게스트 하우스에서 바라본 남쪽, 즉 트빌리시 방향>

 


<구 소련 연방 시절에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폐 트럭>

 


<교회인지 무덤인지 알 수 없는 집. 십자가가 있는 것으로 보아 교회와 연관되어 있는 듯>

 

 


<잠시 후 이소년은 땅에 굴러 떨어진다. 사람은 한치 앞을 못 본다.>

 

 

한 소년이 있었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나를 보고 웃음을 보내왔다. 내가 아주 잘 탄다고 칭찬을 해 주니, 그는 만면의 웃음을 지으면서 더 빨리 달렸다. 그러나 몇 미터 못 가서 자갈에 미끄러져 자전거는 저 멀리 날아가고, 아이는 땅바닥에 넘어져 몇 바퀴 굴렀다. 아이가 괴성을 지르면서 바르르 떨었다. 순간 사방에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나는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어떤 의미에서 원인 제공자는 나였기 때문이다.  칭찬도 봐가면서 해야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하루이기도 했다.

 

--------------------------------------------------------------

--------------------------------------------------------------


<카즈베기 주변 지도: 먼저 북쪽으로 Gveleti  폭포를 보고, 남쪽으로 내려와 Juta 지역에 들렸다가 숙소로 오는 것으로 카즈베기 여행이 종료되었다.>

 

 


< Gveleti  폭포>

 

 

카즈베기 시내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가다가 왼쪽으로 꺾어든다. 여기도 길이 좋지 않아 4륜 구동 자동차의 바닥이 덕덕 거리며 땅에 닿았다. 걱정은 승객의 몫이고, 태연함은 운전수의 몫이다.  

 

 

내려서 몇 백미터를 걸어가면 폭포가 나타난다. 어떤 사람은 대단하다고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별 것 아니라고 한다. 내가 봐도 의견이 50대 50으로 나뉠 만한 고만고만한 폭포다. 이런 것을 보지 못한 사람은 대단할 것이고, 더 큰 폭포를 보았던 사람은 시큰둥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본래 볼거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자신의 과거 경험에 따라 어떤 것이 볼거리가 되기도 하고 그저 평범한 것이 되는 것이다. 금산 장날 내가 나타나면 볼거리가 아니지만, 아프리카 흑인이 나타나면 볼거리가 되는 것이다. 내가 사는 주위에 아무리 훌륭한 것이 있어도 내가 이미 이것, 또는 이곳에 익숙해 있다면 그것은 나에게 별 자극이나 충격을 주지 못한다. 우리 아버지가 대통령이라 해도 매일 보는 아버지는 그저 평범한 아버지일 뿐이다. 역시 여행이란 낯익은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가는 것이다. 내가 가는 목적지에 볼 것이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이 여행이고, 그곳의 낯설음의 정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매력적인 여행지다!

 


<피사체 꽃은 이미 시들어 별 볼일 없으나, 이 꽃의 배경은 아주 빠르게 흐르는 폭포물이었다. 배경이 특이하여 찍어본 사진이다.>

 

 


<폭포 구경을 끝내고 다시 남쪽으로 가면서 나타나는 장면이다.>

 


<주상절리가 수명을 다 한 듯, 곧 부서질 것 같다.>

 



---------------------------------------------------------------------------------------------



 

남쪽으로 가다가 왼쪽으로 접어들어 스노 계곡에 접어든다. 스노 마을을 지나면 들판이 나타나는데, 양쪽으로 들꽃이 밤하늘의 별처럼 펼쳐져 있고, 한 곳에 조각 공원이 있다. 조각이 멋있기도 하지만, 그곳에 방목된 소와 어우러져 있는 것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어떤 소는 조각한 돌에 몸을 문질러 가려움을 해소하기도 하고, 또 어떤 소는 자기가 무슨 모델이라도 된 양, 사람들 앞에서 포즈를 취해주기도 한다. 작은 연못 주위에는 들꽃이 널부러져 있어서 그야말로 조지아의 들꽃을 눈이 아프도록 보게 된다.

 









 

얼마인지 모르게 한 참을 더 가면 더 이상 자동차가 갈 수 없는 쥬타(Juta)라는 곳에 도착한다. 몇몇 가구가 있지만, 관광객은 보이지 않았고, 주민들도 보이지 않았다. 어떻든 여기에서부터 진정한 트레킹이 시작된다.

 



 


 

눈녹아 빠르게 흐르는 개울물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말이 개울물이지 성인이라 하더라도 이 개울을 건널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깊은 물이다. 나무도 없는 들판에 이름 모를 난쟁이 꽃이 여기저기 보인다. 사람과 짐승의 발자국이 보였다 끊어졌다를 반복한다. 저 멀리 눈 덮인 차우키 산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고 그 아래 구름이 대지를 가린다.

 



 

어떤 사람은 말을 타고 오른다. 걸어서 가기는 힘들 정도로 멀지만, 말을 타고 가면 어렵지 않게 호수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내 발로 갈 수 있는 데까지만 가기로 했다. 그러나 바로 눈앞에 보이는, 손에 잡힐 듯한 산은 가도가도 끝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물 한 모금 마시고 내려가기로 했다.

 



 

말 한 마리를 끌고 오는 사나이가 보였다. 그 말은 초원에서 초원 썰매를 끌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카페에 물건을 운반하는데는 이 썰매가 최고로 여겨졌다. 간단한 물건을 옮길 때는 말등에 실어 나르면 되겠지만, 건설 자재인 철근을 말등에 실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역시 궁하면 통하게 되어있고, 필요가 있으면 생각이 거기에 미치기 마련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다.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이 인간이 아니다. 바로 신이다. "이 인간아 정신 차려!" 어디서 들려오는 외마디 소리, 신으로부터의 외침이다. 참고로 오늘날 중국어에는 "인간(人間)"이라는 단어에 "사람"이라는 뜻은 없다.  글자 그대로 "세상"이란 뜻만 있다.

 

 


 

한참을 내려오니 한 아이와 할머니로 보이는 아이가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다가가서 물었다. "네 이름이 뭐냐, 몇 살이냐, 이 분이 너의 할머니냐?" 아이는 나의 물음에 간단히 답한 후, 지금 자기 말을 타고 저 위에 있는 호수까지 갈 수 있는지를 나에게 물었다. 나는 일행이 있어서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 내년에 올 수 있는지 물었다. 나는 못 온다고 했다. 그는 계속 말했다. 여기 있는 양 중에서 5마리는 자기 것이고, 나머지는 자기 친척인 할머니의 것이라고 했다. 저기에서 풀을 뜯고 있는 말 한 마리와 여기 있는 양 5마리가 자기의 전 재산이었다. 양 5마리가 새끼에 새끼를 낳고, 자기는 손님을 말에 태워 돈을 벌어 부자가 되겠다는 소년이었다.

 

 

<13살 꼬마와 할머니>

 

 


그날 밤, 게스트 하우스에서 잠을 청하는데 너무 추워 잠이 오지 않았다. 가져온 옷 중 두꺼운 옷은 모두 껴입고, 열나는 패치를 몸에 붙이고 잠이 오기를 기다렸다. 아까 산에서 보았던 당찬 소년과, 시그나기에서 만났던 게스트 하우스를 내년에 운영하겠다는 두 사람이 머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우리는 잘 알지도 못 하면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가르친다. 물론 의지가 있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성공할 확률은 더 많겠지만, 의욕을 가진 수 많은 사람 중에서 자기가 성공했다고 믿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자기는 이만하면 성공이고 이만하면 잘 사는 것인데, 괜히 옆에 있는 사람이, 이렇게 사는 것도 인생이냐고 묻는 경우도 있다. 뭐가 성공이고 뭐가 성공이 아닌지 잘 모른다. 성공이라고 믿는 것이 성공이다. 제발, 저 살고 싶은 대로 살게 내 버려 둬라. 쓸데 없는 간섭 때문에 세상사, 인생사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아니더냐? "간섭 안 하면 무슨 재미로 살아? 세상은 남 일에 감놔라, 대추 놔라, 간섭하는 재미로 사는기여." 내 뒤통수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어떤 사람이 말한, 가슴을 울리는 말로 오늘 여행기를 끝낸다. "남과 자기 자신을 비교하지 말라. 너 자신을 남과 비교하는 것은 네가 네 자신에게 모욕을 주는 것이다."

<계속>


*후기: 본 여행기에서 사용된 "샤니산"지명에 대해: 


교회가 있는 곳에 있는 산은 카즈베기 산임이 분명하나, 카즈베기 마을 동쪽에 있는 산은 카즈베기 산인지, 샤니산인지 분명하지 않음. 지도상으로는 샤니산 바로 옆에 있으나, 카즈베기 국립공원 내에 있으므로 카즈베기 산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음. 따라서 확인이 될때까지, 본문에 사용된 "샤니산"은 모두 "카즈베기 동쪽산"으로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았으나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뭐,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