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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사스 8 "바투미" (컴퓨터용)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7. 9. 9. 17:18

<여기>


 

코카사스 여행기 8

 

조지아 5 "바투미"

 

■ 이 여행기는 컴퓨터에서 읽도록 작성되었습니다.

 







 

2017년 6월 19일 흑해의 진주라고 불리는 바투미를 향해 떠난다. 바투미로 가는 버스에서 밖을 보니, 낮고 붉은 지붕의 집들이 마을을 구성하고, 그 주위의 녹색 평원에는 들꽃이 장관을 이룬다. 듬성듬성 나타나는 바이올렛 색 들꽃은 자생적인지 아니면 사람이 심었는지 알 수 없지만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살랑살랑 흐느적거린다.   

 

 






<길거리에 전시된 빵>

 

 

가다가 중간에 만난 빵집, 바나나가 원료라고 짐작되는 손바닥 두 개 만한 이 빵은 연하고, 달짝지근하고, 구수해서 점심 식사 대용으로 안성맞춤이다. 몇 개 가게가 길가에 있었는데, 한 집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주위에 있는 다른 가게 사람들이 이 집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심술이 나는지 표정이 고약하게 변하는 것을 눈으로 목격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몰려가는 그 가게의 주인과 우리 버스 운전사는 이미 잘 알고 있는 듯이 보였다. 왜냐하면 버스 운전수와 가게 주인이 만나자마자 서로 인사하고 악수하는 것이 목격되었기 때문이다. 무릇 어디를 가나, 아는 사람이 많든지, 아니면 줄을 잘 서는 것이 성공의 한 요소인지도 모르겠다.  

 

 


<자기 집에 손님이 오지 않고, 옆집으로 쏟아져 들어가니, 한 아주머니의 표정이 밝지 않다.>

 





<바투미 여행도>

 

 

바투미는 인구 154,000의 작은 도시다. 조지아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해변 도시이며, 여름이면 유럽에서 수 많은 여행자가 몰려든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도착한 6월 중순은 아직 날씨가 쌀쌀해서, 해변에서 관광객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바투미는 남쪽의 터키까지 겨우 20키로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서, 터키로 가거나 터키에서 오기는 아주 쉬운 곳이다. 19세기에는 세계 석유의 1/5이 바로 이곳에 있는 파이프 라인을 통해서 운반되었는데,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의 동생 루드위그 노벨이 바로 이 송유 파이프라인을 만들었다고 한다. 오늘날은 해변을 찾는 관광업으로 번창하고 있으며, 중간 중간 서 있는 대형 건축물은 이 도시가 앞으로 무한히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나타내 주는 듯 하다.  

 

 



 

오후 4시 반,  바투미 시에 있는 Aisi 호텔에 여장을 풀고 바로 수산 시장으로 향했다. 노량진 수산 시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이곳에는 제법 큰 생선과 작은 생선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4명이 먹을 만큼의 생선과 조개를 고르면, 주인 아주머니는 그 생선을, 한쪽 구석에 있는 생선 다듬어 주는 곳에 맡긴다. 잠시 후 다듬어진 생선 값을 치르고, 비닐 주머니에 담겨진 생 을 가지고 바로 옆에 있는 식당으로 향하게 된다. 우리 나라에 있는 1층에서 생선 고르고 회 뜨고, 2층으로 올라가  1인당 3500원씩 내고 회 먹고 술 마시는 것과 대동소이하다.

 

 







 

조개는 삶고, 빨간 생선은 그냥 굽고, 검은 고기는 배를 갈라서 쭉 벌려 놓은 상태로 노릿노릿 하게 굽는다. 그 위에 레몬을 짜서 뿌리고, 소금이나 후추는 뿌리거나 찍어 먹는다. 옆에 쑥을 닮은 채소와 파가 나오는데, 찍어 먹을 고추장이나 된장이 없으니 그냥 씹어 먹는다. 생선 맛은 한국의 생선과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한국 식당에 가면 어디에나 있는 각종 반찬이나 양념이 없어서, 전체적인 맛은 한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굶주린 자에게 모든 음식이 꿀맛이듯이, 오랜만에 먹어보는 생선은 독특한 향기와 맛을 갖춘 먹어볼 만한 것이었다. 이 물고기가 바로 옆에 있는 흑해에서 잡힌 것이라고 하니 희한한 호기심이 돋았고, 혹시 뱃속이 검은 색으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바투미로 여행갈 사람은 한번쯤은 들려 볼 만하다. 한국 생각을 달래기에 충분한 그런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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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일찍 택시를 타고 바투미 식물원에 갔다.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평가는 다르겠으나, 내가 보는 바로는 한 마디로 "별 것 아닌" 식물원이다. 계절을 잘 못 맞추어 갔는지 몰라도, 제대로 된 꽃이 별로 없었고, 신기하거나 호기심이 가는 식물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좀 특이한 것이 있다면, 일본 정원이 있다는 것, 그리고 한국에 있는 대나무, 쑥, 소나무가 이곳에도 있다는 것이었다.

 

 













 

한 가지, 나무 사이로 보이는 조망만은 볼 만하다고 해야겠다. 바로 아래로는 해안선을 따라 기차가 지나가고, 멀리 흑해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가끔 가다 들려오는 이상한 새 소리, 땅 위에 기어 다니는 달팽이,  시들어 가는 꽃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몇몇 관광객이 볼거리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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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투미 시내 중심부>

 


<알리와 니노>

 

 

바투미는 바다 쪽으로 툭 튀어나온 해안선을 따라 약 1키로에 걸쳐 구경거리가 밀집해 있다. 가장 흥미로운 것 중의 하나는 "알리와 니노" 상이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두 사람 모양의 상 아래에, 톱니 바퀴가 교묘하게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두 사람이 떨어져 있다가, 키스를 하면서 합체되어 하나가 되고,  또 다시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7미터에 이르는 이 금속 상은 타마르 크베시타드제(Tamar Kvesitadze)가 설계했는데, 쿠르반 사이드(Kurban Said)의 동명(同名) 소설 "Ali & Nino"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작품이다.

 

 


<알리와 니노. 독일어판. 1937년에 독일어로 처음 출판되었다. 인터넷에서 >

 

 

이 소설의 간단한 내용은 이러하다. 무슬림인 알리는 기독교를 믿는 아제르바이잔 공주 니노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알리의 친구가 그녀를 납치해 가게 된다. 알리는 그 친구를 추적하여 잡아 단도로 찔러 죽인다. 무슬림의 전통에 따라 여자도 "명예 살인"을 당해야 하지만, 알리는 그녀를 살려준다. 그 뒤 두 사람은 러시아 혁명과 전쟁 등으로 여기저기 옮겨다니고 헤어지고 만나고 하는 과정을 겪다가 결국 알리가 전쟁에 참여하여 전사하게 된다.  

 

 



 

알리와 니노 상 앞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들의 포즈로 보아 보통 사람이 아닌 듯 하여 말을 걸어보니, 카자흐스탄에서 온 예술단원이라고 한다. 내가 카자흐스탄에 다녀왔다고 하니, 그들은 갑자기 우리 일행 4 명에게 깊은 관심을 보인다. 제자리에서 높이 뛰어보라고 말하고 사진을 찍었으나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 10번 이상을 제자리 뛰기 시켰더니, 숨을 헐떡이며 모두 그 자리에 주저 앉는 것을 보고, 그 자리를 떴다.  카자흐스탄 여행기는 <<여기>>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알파벳 타우어: 조지아어로 된 알파벳이다. >

 


<알파벳 타우어와 나무. 마치 "알리와 니노"를 상징하는 듯. 감천님이 절묘한 촬영 지점을 찾아냈다.>

 


<조지아에서 가장 높은 건물 바투미 타우어. 높이 200미터이다.  

건물 옆에 돌아가는 페리스 휠이 특이하다.>

 


<유럽 광장에 있는 천문학 시계 탑>

 


<천문학 시계의 원리: 시각, 태양과 달, 여러 행성의 위치, 일출, 일몰 등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유럽광장에 있는 Moedani 상 (Evropas Moedani: Europian Square Moedani).

황금 양털 가죽을 들고 있다. >

 

 

신화 속에 등장하는 여인 메데아(Medea)가 이아손 원정대에게 황금양털을 건넸다는 신화 속 무대가 바로 여기 바투미다.이아손, 그는 흑해의 콜키스 섬에 가서 황금 양털을 가져오면 왕위를 물려받기로 되어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누구도 이 일에 성공한 자는 없다. 수없는 난관이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하여튼 그는 "청동발굽을 가진 불을 뿜는 두 마리 용에 멍에를 씌워 쟁기질을 한 뒤, 카드모스 왕이 퇴치한 용의 이빨을 밭고랑에 뿌려 거기서 자라나는 무사들과 싸워 이겨야 했다. 이아손은 자신을 사랑하게 된 왕의 딸 메데이아(Moedani)의 도움을 받아 승리를 쟁취한다." (일 부분 인터넷에서 인용)

 

 


<유럽광장의 분수: 바다의 신 넵튠(Neptune>

 


<물 위에서 뜨고 앉는 비행기. 종업원이 와서 타보라고 권유하는 것을 뿌리쳤다. 설령 타지 않는다 해도 한번 타는 데 얼마인지 가격이나 물어 볼 걸 그랬다.>

 

 


<드디어 해변 산책>

 



 

 

한가한 오후, 조지아 깃발을 단 유람선이 흑해에 떠 있다.  멀리 수평선과 그 위에 있는 구름을 바라보는 두 노인이 있다.   함께 늙어간다는 것이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일까? 그들은 과거를 말할까 아니면 미래를 말할까? 바로 내 발등에 떨어진 나의 운명과 다를 바 없는 그들. 조금은 슬프고, 조금은 힘이 없고, 조금은 미련이 남는다. 그리고 저렇게 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부럽다.  

 

 

노사연은 사연이 없다고 하면서 (no 사연) 자기의 사연을 말한다. "내 손에 잡은 것이 많아서, 손이 아픕니다. 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온몸을 아프게 하고. " 그러다가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라고 노래를 끝 맺는다. 노상 정처 없이 떠돌 것이 아니라, 나도 저들처럼 바닷가 자갈밭에 앉아 한 동안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싶다.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기고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나도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고 싶다. (노사연의 노래 일부 인용)

 

 

 






 

 

바람이 분다. 가는 비가 내렸다가 다시 내린다. 바투미 해변 길을 걷는다. 널찍한 해변 길로 자전거도 지나가고, 놀이차도 지나가고, 보행자도 지나간다. 해변을 수 놓은 조각상이 눈길을 끈다. 연인도 있고 달팽이도 있고 돌멩이도 있다. 사랑을 나타내는 유모차 조형물에는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좌석도 부착되어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죽은 듯 살아있는 삽살개다. 비를 맞고 돌아다니다가 지쳤는지 털부덩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누워 버린다. 일어나라는 나의 협박에도 "나는 한국말 몰라유"라고 말이라도 하는 듯, 미동도 하지 않는다. 역시 천재다. "개 팔자가 상 팔자다."라고 맨 처음 말한 사람은!  

 










<바투미 힐튼 호텔. 바로 옆에 호수와 해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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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벽에 걸려있는 그림>

 


<해질 무렵 호텔 근처 바닷가에 갔다.>

 


<멀리 보이는 곳이 항구가 있는 쪽이다.>

 


<천문학 시계탑을  모방한 건물>

 


<해변가의 어떤 건물>

 


<해변의 분수>

 


<해변에 있는 작은 호수>

 


<해변의 카페>

 


<해변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에피소드>

아침에 어디서 와장창 소리가 나서 밖으로 나가 보니 바로 앞 방에서 나는 소리였다. 들어가 보니, 화장실에서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S님이 화장실 커튼을 만지는 사이 커튼 위에 있던 큰 전등이 밑으로 떨어져 S님이 변을 당한 것이다. 샹델리아가 머리 위에 떨어져 깨지는 바람에 머리와 팔 손 등에 상처를 입었다. 병원에 가기도 애매해서 그냥 주인에게 통보하고 호텔 측의 반응을 보기로 했다.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호텔 측에서는 정중히 사과하고, 응당의 보상을 해주는 것이 우리가 갖고 있는 통념이다.

 

 

그런데 이 말을 듣던 종업원의 태도는 정 반대였다. 부상을 당한 것은 본인이 치료하고, 어쨌든 깨진 등을 변상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호텔 책임자를 불러 이야기해도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호텔을 떠날 시간은 되고, 말을 해도 해결은 되지 않아, 결국은 S님 사비로 13만원이라는 거금을 호텔 측에 변상했다.  선진국은 사람 우선, 후진국은 물건 우선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마침 호텔  밖에 펩시콜라 광고가 극명하게 한국과 조지아의 현실을 나타내는 듯 했다.

 

 





<한국>어휴, 사람 죽어. 몸 다친 것도 억울한데, 나보고 물어내라고? 내가 이러려고 바투미에 왔나? 이거 바투미가 아니라 "butt me(소뿔 등으로 받다)"구먼!

<조지아>어허, 천장의 등이 떨어져 깨졌네. 아하, 바가지 좀 씌워봐야지. 새 것으로 갈아 낄 절호의 찬스야! 입이 닫아지지가 않네. 너무 좋아, 완전 좋아! 호호호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