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Beautiful the Nature is! - Albatross

Etc

어떤 낙서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9. 10. 5. 20:11

어떤 낙서

 

 



 

 

몇 년전, 남해안 가거대교가 훤히 보이는 거제도의 전망대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훌륭한 경치에 넋을 잃고 멍하니 있던 중, 바로 전망대에 쓰인 낙서가 어슴프레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2013년 1월 30일

XX건설 총무 최 XX

몇 년 뒤

소장되서 다시 온다.

 



 

아마도 이 낙서를 한 사람은 어떤 건설회사의 총무일 것입니다.  건설 현장에서 총무란 직책은, 소장 밑에서 현장에서 사용되는 각종 물품 관리, 돈 관리, 영수증, 세금 계산서, 직원들의 식사 등 각종 자질구레한 일을 관리하는 직원입니다.

 

이 낙서를 한 사람은, 총무를 하면서, 현장 소장의 힘이라고 할까, 빽이라고 할까, 뭔지 모르는 현장 소장의 대단함을 피부로 느꼈겠지요. 아니면 맹랑한 소장을 만나, 크고 작은 억울한 일을 당하면서, 울분을 느꼈을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기어코 자신도 한번 소장이 되어봐야겠다는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되었겠지요.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곳에 오면, 복잡하고 골치 아픈 직장 일은 다 잊으려고 노력하는데, 이 사람은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마음 속으로 현장 소장이 되어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합니다. 저 멀리 그림처럼 펼쳐진 검푸른 섬들을 보면서, 입술을 깨물면서, 아무리 깨물어도 두쪽이 날 수 없는 돌덩이같은 맹서를 하였겠지요.

 

이런 결심의 소유자라면, 지금쯤은 이 사람이 소장이 되었다고 봅니다. 아니, 소장이 아니되어도 상관없습니다.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그 결과의 단맛을 즐기려는 이 사람이 대단하다고 칭찬해주고 싶을 따름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한 사람이라도, 내일 어디 산이나 바다나 들판에 가서, "나 몇 년 뒤, ____되어 다시 온다"라는 글을 남기는 사람이 나오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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