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Beautiful the Nature is! - Albatross

China

중국 시솽반나-라오스-방콕 3 "징홍을 말한다."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2. 8. 1. 15:40

 

 

 

<징홍시내 지도>

 

시솽반나, 라오스, 태국 여행기

 

제 3부: 징홍을 말한다

 

 

 

김형, 안녕하신지요? 요즈음 제가 보내는 시솽반나 여행기를 잘 읽어보고 계신다니, 부끄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합니다. 김형이 가끔 저에게 보내주시는 한국 여행기 저도 잘 읽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나서 늘 하는 이야기지만, 여행기를 쓰겠다고 달려든다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즈음은 그런 생각이 점점 더 많이 들어, 아예 포기해 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서론이 길어졌습니다. 지난 번에 징홍에 도착한 이야기를 했었지요. 오늘 그 이후의 이야기를 이어가렵니다.

 

 

징홍에 도착한 날 그러니까 2011년 3월 13일이 되겠네요. 저녁에 징홍의 한국 식당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이국 땅에서 만난 한국 사람, 한국 음식이 왜 그리 반가운지 모르겠습니다. 그날 삼겹살과 맥주 그리고 참이슬을 시켰습니다. 김형이나 저나 술을 너무 좋아해서 탈이라고 하면서도 언제나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듯이 피해갈 수 없지 않습니까? 소주가 짜르르 혀를 치고 지나 위로 들어가면, 그 뒤를 이어, 노릇노릇 구운 삼겹살이, 풋고추와 마늘과 함께 상추에 싸여 혀를 간지럽히며 살살 녹아 들어가더군요. 한 마디로 그 날 엄청나게 술과 안주를 먹었습니다.

 

 

어디나 가면 항상 주류와 비주류로 나누어지지 않습니까? 저도 당연히 주류로 들었지요. 이번 여행에는 특별히  비주류가 많았어요. 비주류가 멀뚝멀뚝 거리며 안주와 콜라를 먹는 것을 볼 때, 참 너무 안 됐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다고 탓도 했습니다. 이 맛을 모르고 세상을 살다니, 하늘이 무심하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거의 만취 상태에서 2차를 갔습니다. 한국 식당 주인이 메콩강가로 안내를 하더군요. 메콩강을 이 지방 사람들은 란창강이라고 부릅니다. 우리의 백두산을 중국인들이 장백산이라고 부르는 거와 마찬가지겠지요. 넓은 야외 식당에 사람들이 들끓었습니다. 주로 양꼬치를 파는 것 같았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한 쪽에서 회교도 복장을 한 사람들이 앉아 있었는데, 설마 그 회교도들이 술은 마시지 않았겠지요.

 

 

우리와 함께 간 한국식당 주인은 여행을 하다가 중국 여자와 정이 들어 결혼하고 사는 사람이더군요. 사람이 믿음이 가고, 부인도 성실하고 얌전해 보였습니다. 중국에서는 결혼을 할 때, 여자의 부모에게 지참금을 주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 식당 주인은 거의 지참금도 주지 못하고 부인을 데려왔다고 합니다.

 

 

그날 너무 술이 취해서 그 뒤의 일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 다음날 이야기를 들어본 즉, 안마하러 가자고 제가 하도 졸라서 안마장까지 갔다 왔다고 하네요. 술마시는 사람은 술이 깨면 후회한다고 하는 주자십회를 떠 올렸지만, 저는 크게 후회하지는 않았습니다. 여행과 술은 같이 어울려야 하며, 술이 없는 여행은 즐거움이 반으로 줄어든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죠. 또 한 가지 사족을 붙인다면, 밤의 즐거움이 없는 여행은 반쪽짜리 여행이라는 것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패키지 여행을 싫어하는 것도 바로 밤의 맛을 즐길 수 없기 때문이죠. 다른 사람과 하는 수 없이 가야하는, 피할 수 없는 경우라면 몰라도, 앞으로 패키지 여행은 아마  제 사전에 없을 것입니다.

 

 

김형, 다음날 즉 14일 징홍 시내를 둘러 보았습니다. 처음 지도를 보세요. 징홍 시내에 공원이 5개가 있는데, 우리는 지도에 표시한 세 군데(A, B, C)만 둘러 보았습니다. 민족풍정원, 시솽반나남약원, 열대화훼원이 바로 그것입니다. 세 곳을 걸어서 다녔습니다.

 

 

 

 

 

 

공원을 가는 길이 모두 나무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물론 이곳 따이족 아가씨도 아주 예쁩니다. 날씬하고 웃음을 자주 선사합니다. 거리는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함께 공존하며, 사람은 많지 않고 한가합니다. 아마 외부에서 구경 온 관광객이 본토인보다 많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한참을 가는데, 꼬마들이 놀고 있었습니다. 제가 사진기를 가지고 접근을 하니까 한 아이가 앉아서 울기 시작했어요. 그 아이가 앉자마자 아이의 엉덩이가 쏘옥 들어납니다. 저도 저만한  나이에 저런 바지를 입고 자랐거든요. 아시겠지만 그  바지가 얼마나 편한지 모릅니다. 아무 때나, 아무 데서나 볼 일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예상보다 따뜻합니다. 저는 초등학교 1학년 처음 등교하는 날, 저 옷을 입고 학교에 갔었어요. 아이들이 얼마나 놀려대는지, 지금도 기억이 조금은 남아 있습니다.

 

 

 

 

 

 

 

처음 간 민족 풍정원은 이곳을 독립시킨 기념으로 만든 공원이라고 하더군요. 탑이 서 있는데, 따이족 말로 써 있어서 무슨 말인지 모릅니다. 따이족과 태국 민족은 비슷한 계열의 조상이라고 하는데, 글자가 태국말과 비슷하게 보입니다.

 

 

 

 

 

 

 

 

두 번째 간 "시솽반나남약원"부터는 그야말로 시솽반나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알지 못하는 풀과 나무 그리고 꽃이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낮에는 좀 더워서 오래 다닐 수가 없었습니다. 그늘에서 두 번 정도 쉬면서 구경을 하고 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입구에 있는 차(茶)를 파는 집에서 공짜 차를 얻어 먹으면서 한 참 쉬었습니다. 역시 예쁜 아가씨들이 꽃을 고르는 작업을 하면서 자꾸만 웃더군요. 저는 잘 압니다. 여자들이 자꾸 웃는다는 것은 좋다는 뜻입니다. 전에 학교에 있을 때 경험으로 보면, 싫어하는 선생님은 아무리 웃기는 이야기를 해도 학생들이 웃지 않고 분위기만 썰렁해져요. 그러나 자기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무슨 말만 하면 까르르 웃거든요. 아마 그들도 한국인임을 알고 좋아함을 웃음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사람들이, 특히 중국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이 바로 (C) 지점에 있는 "열대화훼원"입니다. 관광버스가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고, 자가용이 잇달아 들어옵니다. 중국인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시솽반나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춥고 혼잡한 도시를 피하려면 이곳이 제일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곳 "열대화훼원"은 안에서 코끼리 열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어요. 물론 우리는 그냥 도보로 여행했습니다. 연못에 있는 입사귀가 넓적한 꽃이 인상적이고, 거기에 몇 개 피어 있는 붉은 꽃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각종 알 수 없는 꽃과 나무들이 즐비합니다.

 

 

그러나 식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이런 것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하루 이틀만에 이곳에 지루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스릴과 흥분과 도전 정신을 기르려면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말입니다. 만약에 정말로 천당이나, 천국이 존재한다면 어떤 곳일까요? 나이아가라와 같은 폭포가 있고, 에베레스트 산과 같은 거대한 산이 있는 곳일까요? 이글거리는 사막이 있고, 보는대로 집어삼키는 무서운 강이 있는 곳일까요? 저는 지구 상에서 가장 천국에 가까운 곳이 이곳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느릿느릿 시간이 가고, 모든 동물들이 있고 싶은 곳에 있고, 어디 가나 꽃과 나무와 풀이 우거져 있는 바로 이곳 말입니다. 란창강  강둑 나무 그늘 아래, 산들바람 온몸으로 느끼며, 얼음 상자 속에 숨어있는 맥주를 손으로 꺼내 마시며, 지는 붉은 해를 바라본다면 여기가 바로 천당이 아닐까요? 세상에 더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행복과 천당은 항상 가까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눈 속에 있다.(Beauty is in the eyes of the beholder)"  김형, 너무 진부한 말인가요?

 

 

 

 

 

 

 

 

 

 

 

 

 

 

 

 

 

 

 

물 위로 줄을 타고 가는 시설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젊은이들이나 타는 것이겠지" 하다가, 용기를 내서 한 번 해봤습니다. 아무 것도 아니데요. 아직도 제가 덜 늙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더 빨리 가지 않는 것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앞으로 라오스에 가면,  물 속에 뛰어드는 것도 한 번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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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멍빠라나시"라는 극장에서 민속 공연을 보았습니다. 국가 일급  배우들이 공연을 했습니다. 민속 공연이 좀 지루할 수도 있기에 중간중간 곡예를 집어 넣어 긴장을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시솽반나의 전통극은 거의 다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는데, 중국 서커스의 특징인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여 찍지 않았지만, 중국인들은 경고를 무시하고 사진을 찍데요.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물뿌리는 장면이었는데, 관중들에게 사정없이 물을 뿌려서 아마 앞에 있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날벼락보다 더한 물벼락을 맞았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바깥에 있는 공연장에서 배우와 관중이 어울어지는 뒷풀이가 있었는데, 모두들 참석하여 즐겁게 어울리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습니다. 간단한 스텝을 가르치고 난 후, 같이 그 스텝을 연습하면서 빙빙 돌았습니다. 물론 저는 아름다운 배우들의 모습을 감상하고 촬영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말입니다.

 

 

 

 

 

 

 

 

다음 날 즉 3월 15일은 차마고도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차(車)를 대절해 갔습니다. 징홍에서 한 시간 거리이니 징홍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입장료가 비싸서 그런지 또는 볼 것이 없어서 인지 우리를 제외하고는 관람객이 거의 없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어떤 벌레가 흙을 물고 올라가서 나무 줄기를 흙으로 덮은 뒤 그 속에서 알을 낳고 산다는 것이지요. 수 많은 나무가 마치 흙으로 발라 놓은 것 같이 보였는데, 발로 흙을 밀어보니 그 밑에 수 많은 벌레가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점심 때는 어떤 식당에 갔는데, 누군가가 이동 막걸리를 내놓아서 신기했습니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막걸리가 시솽반나까지 진출했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또 한 가지 주전자가 쭈글쭈글 했었는데, 이곳에서도 혹시 젓가락 장단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방석집도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다음에 오면 알아보아야겠다는 막장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오후 들어 찾아간 곳이 800년 된 차나무가 있다는 곳입니다. 안내자도 여기인지 저기인지 한참을 헤매다가 찾아간 곳인데요, 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집에 가서 우의를 빌려서 가보았습니다. 좁은 산길을 30분이나 걸어, 걸어 찾아가 보니, 옛날 어렸을 적 우리집 배나무 비슷한 나무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 나무가 800년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이들을 나무랄 때, "너 나이는 뭘로 먹었냐?"라고 하는데, 제가 묻고 싶은 것이 바로 그 말이었습니다. 몇 십년 전에도 800년된 나무였다고 하는데, 제 생각에는 몇  십년, 몇 백년 후에도 "800년 된 나무"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00년 된 차나무>

 

 

저녁에는 맛있는 불닭집이 있다고 하여 그곳으로 갔습니다. 한 마리를 어떻게 다 먹을까 걱정을 했는데, 나온 뒤에 보니 조그만 병아리만한 닭이었습니다. 맥주와 불닭을 먹다가  벽을 쳐다보니 아름다운 따이족 여자가 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진을 찍으려고 사진기를 만지다 보니, 오늘 낮에 찍어 두었던, 강아지가 주인의 허리춤에 매어진 바구니에서 밖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진이 보였습니다. 그 뒤를 이어 꽃 사진이 연달아 나왔구요.

 

 

 

 

 

 

 

 

 

 

 

 

 

 

 

너무 이질적인 이 4가지의 사진 중에서 당장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고르라면, 무엇을 고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의 언행으로 보아 김형은 아마 아름다운 여인을 먼저 고르겠지요? 저야 어디 감히 김형을 따라가겠습니까? 하지만 오늘은 술을 먹었으니 김형을 따라 해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계속 저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강아지였습니다. 주인의 허리춤에서 살랑대며 세상을 바라보는 그 눈동자가 얼마나 귀여운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김형, 저도 저 강아지처럼, 출렁이는 바깥 세상을 항상 호기심을 갖고 보려고 합니다. 세월과 함께 흔들거리는 저 바구니 속에서 늙음을 즐기면서 세상을 경험하고 체험하고 싶습니다. 더 늙어 만사가 귀찮아지기 전에, 때로는 김삿갓처럼, 때로는 영화 취권에 나오는 배우처럼, 때로는 석양의 무법자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때로는 아무 생각없는 바보처럼 그렇게 살아보고 싶습니다.

 

 

김형, 다음은 따이족 마을인 "멍한"과 왕천수가 있는 "멍라"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이렇게 "멍, 멍" 하다가, 제가 정말 강아지가 되어 "멍멍"대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저야 뭐, 강아지도 좋고 망아지도 좋습니다. 다음에 다시 연락드리지요. "멍, 멍"

 

 

(2011년 4월 3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