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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중국 카스-파키스탄-인도 19 "국기 하강식" (파키스탄 14)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2. 8. 17. 18:25

 

 

 

중국 카스-파키스탄-인도 여행기 19 (파키스탄 14)

 

"파키스탄과 인도의 국경도시 '와가'에서의 국기 하강식"

 

 

 

<국기 하강식장에 들어가기 전 단체 기념 사진을 촬영하였다.>

 

 

 

 

국기 하강식이 벌어지는 파키스탄의 국경도시 와가에 도착한 것은 2012년 6월 9일 오후였다. 이미 반대편 인도 땅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뙤약볕을 받으며 설레는 마음으로 하강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파키스탄 쪽에는 파키스탄인들이 스탠드에 반쯤 차 있었고, 여기저기서 파키스탄을 외쳐대는 응원 서막이 서서히 올라가고 있었다.

 

 

 

 

 

<음성녹음: 위 호살표 클릭> "진드바르"

 

 

드디어 이쪽에서도 "파키스탄 진드바르"를 외쳐대는 군중의 수가 늘어가기 시작했다. 이런 곳에서도 남녀의 구별은 확실하여, 오른쪽 스탠드에는 남자가, 왼쪽 스탠드에는 여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여자들은 대체로 조용한 편이었으나, 남자들은 서서히 이성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웅성거리던 물결이 파도처럼 이어져 광장 울타리를 뚫고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음성녹음: 위 화살표 클릭> "음악이 흐르고"

 

 

드디어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흥분한 군중들은 또다시 파키스탄을 외치기 시작했다. 이것은 응원이 아니라 한판 전쟁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나쁜 놈들이 인도놈들이다. 어디 한번 붙어보자. 차마 전쟁은 못하겠으니, 어디 응원전이라도 붙어보자, 죽일 놈들."라고 내 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의미 심장하고 결연한 투지가 파키스탄인들의 눈동자에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인도 쪽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것은 목격되었으나 그들도 파키스탄을 적으로 생각하고 응원전을 펼치는지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음성녹음: 위 화살표 클릭> "드디어 광란의 춤판이 벌어지고" 

 

 

드디어 박수와 음악에 맞추어 광란의 춤판이 벌어졌다. "으, 으, 으"를 연발하며 아스팔트가 꺼져라 땅을 밟고,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오기와 뱃장과 뚝심과 적개심과 광기 등 인간이 묘사할 수 있는 모든 단어를 동원해도 모자랄, 불꽃 튀는 응원전이 클라이막스를 향해 치닫고 있었다.

 

 

 

 

 

<음성녹음: 위 화살표 클릭> "또 다시 군중의 선동은 시작되고"

 

 

 

 

 

 

<음성녹음: 위 화살표 클릭> "하강식을 알린다"

 

 

마침내 나팔 소리와 더불어 건장한, 아니 파키스탄에서 가장 잘 생긴 국기 하강식 요원들이 공중으로 발을 치켜 세우며, 용감하고 굳센 의지로 국기가 펄럭이는 대문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우뢰같은 함성과 노래와 박수가 터져 나왔고, 음악은 최고조에 달했으며, 몇몇 이성을 잃은 사람들은 입에 거품을 내뱉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신내린 무당처럼 기리기리 날 뛰며 파키스탄을 외쳐대는데 차마 눈뜨고는 보지 못하겠다.   

 

 

 

 

 

 

 

 

 

 

인도인을 향한 단결된 파키스탄인들의 함성은, 이제 어른과 아이의 구별이 없었고, 여자와 남자의 구별이 없었다. 그들이 지르는 함성은 애국심의 발로이며, 그들이 땅을 밟을 때 내는 소리는 지하에 묻힌 파키스탄 영령들을 깨우는 고함이자 기합이었다. 열기와 경쟁과 전통이 어우러진 한판 응원전은 치열하다 못해 자신을 불사르는 불사조와 같이 장엄하고 화려하고 폭발적이었다.

 

 

 

 

 

 

 

드디어 깃발이 내려지고 정연하게 접혀져, 하강식의 대미를 마무리 하게 된다. 완전 미쳐 날뛰던 관중들은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서서히 식장을 빠져 나간다. 어떤 사람은 서로 악수를 하기도 하고, 서로 감격의 포옹을 나누고 헤어진다. 하강식 요원과 사진을 찍는 사람이 보이고,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최후의 박수를 치는 사람이 있다.

 

 

 

 

 

다시 라호르로 돌아 오는 길, 이제 태양이 서서히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가 파키스탄의 힘을 과시라도 하는 듯, 온통 시커멓게 하늘을 물들이며 바람 따라 흘러가고 있었다. 가슴 뭉클한 국기 하강식의 감동이 모두들 가슴에 남아, 흥분된 목소리가 여기저기 들렸다. "인도에 가서 국기 하강식을 다시 한 번 보자. 내년에 다시 또 이곳에 와서 이 진풍경을 구경하자. 이것이 인생이라는 것이다!"

 

 

 

 

 

<음성녹음: 위 화살표 클릭> "인도에서는 개밥이다, 나는"

 

 

 

*2012년 6월 11일, 우리 일생은 파키스탄-인도 국경선을 넘어, 인도의 암리차르로 향했다.

 

 

(2012년 8월 17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