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카스-파키스탄-인도 여행기 17 (파키스탄 12) "머리에서 라호르로"
2012년 6월 7일 아침 7시 머리의 호텔을 출발했다. 오늘의 목표는 라호르까지 가는 것. 중간에 소금광산과 성 하나를 들르기로 했다. 머리는 해발 2200미터, 한라산보다는 높고 백두산보다는 낮다. 처음은 급속도로 해발이 낮아지더니 어느 정도 내려가니 거의 평지에 가까워졌다.
운전수 뒤에 앉아 가면서 지도도 보고 길을 보면서 가간다. 길 옆의 붉은 장미가 불타고 있다. 버스 위에서 올라타고 가는 사람이 보이다. 길옆에서 학교 버스를 기다리는 여학생들의 얼굴까지 가린 검은 이슬람복장이 섬찟하기도 하다. 드디어 버스는 산길로 접어들고, 경작지가 없는 황폐한 들판을 달리게 된다.
소금 광산이 있는 키우라에 도착한 것은 오전 11시 20분, 머리를 출발한지 4시간 20분만의 일이다. 계획 도시인양, 키우라의 모든 집이 평평하고 낮게 지어져 있다. 한쪽에는 호수가 있었는데, 소금과 연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토양이 붉고 산에 식물이 거의 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아직도 표층에 소금이 좀 남아 있는 것 같다.
<키우라 시>
<키우라 소금 광산 매표소>
세계에서 두 번 째로 큰 소금 광산이라고 하는데, 외부 세계에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방문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 듯 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찌는 듯한 더위 속에 관광객이라고 해봐야 파키스탄 사람 10명 안쪽이었다. 이곳은 소금 산맥 중의 일 부분인데, 한 때는 이곳이 바다였다가 바닷물이 말라 소금 산이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소금을 캔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이고, 상업적으로 소금을 캐낸 것은 무갈 시대부터이며, 영국이 이곳을 지배한 1872년부터는 영국인이 소금을 캤다고 한다.
<소금 광산의 내부>
일단 광산 안으로 들어가니 시원해서 살겠다는 말이 여기저기 들리더라. 안내자를 따라 들어가는데, 처음에는 한 길이더니, 어느 정도 들어가니 길이 좌우로 나 있고, 나중에는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어서, 선두를 놓쳤다가는 빠져나오지도 못하겠더라.
붉은 벽돌처럼 만들어 놓은 소금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가 하면, 어느 곳은 천장에서 소금 실이 내려오기도 하고, 아래에 소금이 쌓여 탑을 형성한 곳도 있어서, 손으로 찍어 먹어 보기 전까지는 여기가 석회 동굴인지 소금 동굴인지 구별하기 힘들더라. 어느 곳에는 소금물 웅덩이가 있어서, 그곳에 빠지면 몸속의 수분이 온통 빠져 나가 인간 장아찌되는 것은 시간 문제겠더라. 바닥에 흘러가는 물이 있어 찍어먹어 보니 짜다 못해 쓴 맛이 났고, 동굴 벽을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 보니 시골 장독에 담겨져 있는 검은 간장보다도 더 짜더라. 검은 동굴 벽에 전등을 비춰보면 붉은 빛이 나는 것으로 보아, 소금 기둥은 전등만 갖다 대면 여러 색깔로 변함을 알 수 있겠더라.
동굴 내부는 광화문처럼 넓은 곳이 있는가 하면, 몸을 구부려야 간신히 통과할 수 있는 좁은 길도 있더라. 가는 곳마다 소금의 색깔이 달라서 본래 소금이 무슨 색인지 헷갈리더라. 이렇게 훌륭한 관광 명소를 아는 사람도 적고, 설령 알고 있다 하더라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으니, 광산 사람들이야 허파가 뒤집혀지겠더라. 찾아 올 손님을 예상하여 호텔도 지어 놓았으나 손님이 없어 쓸쓸하더라. 동굴 입구까지 가는 철도도 놓았으나 사용하지 않아서 철도는 폐철이 되었고, 이제는 경운기나 오토바이가 관광객을 실어 나르더라. 역시 관광 자원이 아무리 좋다한들 사람이 찾아오지 않으면, 흉물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겠더라.
<손님을 실어 나르는 오토바이>
소금 광산에서 나와 조금 떨어진 길옆 식당에 들렀다. 무슨 불구덩이처럼 날은 덥고, 지나가는 자동차가 뿌연 먼지를 사방으로 날렸다. 오가는 사람들이 한번씩은 구경하는 사거리에서 점심을 먹으니, 사람 미칠 지경이었다. 이 더위에 불 앞에서 조리하는 요리사들을 보고, 나도 그만 투덜거리고 주는 대로 공손히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나가는 아이들이 바라보고 우리에게 미소를 보내고, 차를 타고 오가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손을 흔든다.
그후 우리를 태운 버스는 산을 넘고 물을 건넜다. 비가 간간히 내리다가 멈추기도 하고, 햇빛이 나다가도 구름에 가려 날이 흐렸다. 두 번째 목적지인 로타스 성에 도착한 것은 4시 반이었다. 드넓은 평원에 절벽같은 돌이 위압적으로 서 있었다. 그러나 여기저기 부서진 곳이 많아 옛날의 영광은 보여주지 못했다. 듬성듬성 나 있는 구멍을 통해 내다보니, 저 너머에 있는 또 다른 성이 보였다. 마치 액자와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순간 빗방울이 떨어지며 일진 광풍이 불어, 쓰고 가던 우산이 날아가기도 하고, 사람 자체가 똑 바로 걷지도 못했다.
이 로타스 성은 1543년부터 파수툰의 지배자 Sher Shah Suri에 의해 세워졌는데, 그 목적은 무갈족으로부터, 페샤와르와 캘커타(지금은 콜코타)까지의 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성의 둘레는 약 4 키로, 성벽의 높이는 10-18미터라고 한다. 멀리 눈을 들어 보면 둥글게 성이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성 안의 지름이 약 1키로가 넘는 셈이다. 3 시간 정도는 걸어야 전체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약 30분 정도 보고 라호르로 향했다.
라호르로 가는 길은 아주 좋아서 버스는 미친 듯이 달렸다. 마치 하늘을 날 듯 거칠 것이 없었다. 해는 어느덧 서산 너머로 기웃거렸다. 라호르 시내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6시 30분에 라호르 시내에 있는 어떤 다리를 건넜다. 그리고 곧 우리가 며칠 묵을 "미라지 호텔"에 무사히 도착했다 "우선 식당을 찾아라."라는 말을 들으며,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저 멀리 사람으로 복닥거리는 식당이 보였다. 서둘러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좋은 저녁 식사를 할 행운을 바라면서 ........
(2012년 8월 17일 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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