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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중국 카스-파키스탄-인도 18 "라호르" (파키스탄 13)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2. 8. 17. 15:30

 

 

중국 카스-파키스탄-인도 여행기 18 (파키스탄 13)

 

"라호르"

 

 

<라호르의 위치>

 

<라호르 시내 지도>

 

<라호르 포트와 붙어 있는 Badshahi Mosque>

 

 

라호르 포트 정문 맞은 편 쪽에 세계에서 가장 큰 모스크 중의 하나인 Badshahi 모스크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1674년에 완성된 이 모스크는 10만명이 한꺼번에 기도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한 때 영국인에 의해 손상을 입었다가, 다시 복구되었다고 한다. 입구의 2층에 올라가면 모하메드의 머리털이 있다는 방이 있고, 다른 방에는 많은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이 아름다운 건물은 해질 무렵에 특히 아름답다고 하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해가 중천에 떠 있는 한낮이었다. 하루 중 언제이냐와는 관계없이, 이 건축물은 웅장하고 기품있는 타지마할에 버금가는 모스크였다.

 

 

로운리 플래니트에 따르면 1991년에 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영국 여왕이 이곳을 방문했는데, 너무 짧은 스커트를 입은 여왕이 코란을 들고 들어왔다고 이슬람 신봉자들이 이의를 제기했다. 결국 이 사건은 법정으로 갔는데, 판사는 고소자에게 쓰잘데기 없이 내 시간을 뺏지 말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The case went to court and ended with the litigant mullahs being ordered to stop wasting the judge's time.)

 

 

 

 

<건물의 한 부분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한다.>

 

<라호르 포트>

 

<라호르 포트>

 

 

라호르 포트는 모스크의 맞은 편에 있는데, 높은 돌담으로 둘러싸인 넓은 구역이다. 날이 더워서 인지 사람도 별로 없었는데, 몇몇 아이들이 계속 따라 다녔다. 어떤 아이들은 그냥 따라 다니고, 또 어떤 아이들은 돈을 달라고 하면서 따라다녔다.

 

 

겉 모습이 좀 추레해 보이는 뚱뚱한 남자가 나에게 다가와 자기는 안내인인데 이곳에서만 20년을 안내해온 특급 가이드라고 말하면서 자기가 안내하게 해 달라고 말했다. 우리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우리는 사진을 찍는 것이 목적이므로, 굳이 해설이 필요없다고 했다. 내가 그렇게 말하니 그는 다시 한 번 사람들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역시 거부의 의사를 전달하자, 그는 계속 따라다니면서 고용해 달라고 어린 아이 칭얼대듯 귀찮게 굴었다. 나중에는 값도 깎아주고 서비스도 더 해주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거절하자 열을 내면서 큰소리를 버럭 지르더니 슬금슬금 사라졌다. 그의 분노에 찬 저주가 백주에 라호르의 상공에 퍼지는 것을 보면서, 나는 두 가지 생각을 했다. 1) 본인이 싫다면 하는 수 없는 것이지, 자기가 무엇인데 이래라 저래라 하는가, 2) 많지도 않은 돈(약 6천원)을 요구하는데, 그것을 거절하고 매몰차게 물리쳤으니, 내가 너무했다는 생각이었다. 그 뒤로도 어느 선택이 옳은지 판단이 서지 않은 채 며칠이 지나서야 그 사건을 잊게 되었다.

 

 

<라호르 포트 너머로 모스크가 보인다.>

 

 

<이렇게 한국  사람과 같이 찍지 않으면, 파키스탄 여인의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파키스탄 여인은 화려한 속옷을 입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그들은 예쁘다.>

 

 



 

 

<라호르 박물관>

 

 

라호르 박물관은 파키스탄에서 가장 큰 박물관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간 첫날은 문이 닫혀있었고, 두 번째 날은 공사중이서 일층은 거의 먼지 투성이었다. 석기시대부터 20세기까지의 작품들로 가득 찬 이 박물관은 간다라 조각이 가장 잘 전시되어 있다고 했다. 그것 이외에도 작은 소품들, 코란, 카페트 등의 작품이 후텁지근한 전시실에  전시되어 있었다. 이곳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 "단식하는 부처"라고 하는데, 내부 수리 관계로 볼 수가 없었다. 그러자 우리 일행 중 한 사람이 책임자를 찾아가, "한국에서 오로지 이것을 보러 왔는데, 구경시켜 달라"고 요구해서 책임자가 공사를 중단시키고, 커튼으로 덮혀있는 "단식하는 부처"를 보여주었다. 이 글 아래에 '단식하는 부처상'이 있다.

 

 

 

 

 

 

 

 

<단식하는 부처. 왼쪽에 어떤 사람이 천막을 걷어 올리는 장면이 보인다. 유리관 안에 있어서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길거리에 쓰러져 잠을 자고 있는 사람>

 

<일요일이라 그런지 공원에 사람들로 붐빈다.>

 

 

우리 일행중 다부진 몸매를 가진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 공원 운동장에서 아침 조깅을 했다고 한다. 이상한 사람이 조깅을 하자 수 많은 현지인들이 따라서 함께 조깅을 시작했는데,  몇 바퀴 뛰더니 모두 나가 떨어지고 본인 혼자 끝까지 뛰었다고 한다. 파키스탄 사람들이 경탄의 눈초리로 쳐다보며 박수를 보냈다고 한다. "역시 한국 사람 대단하다!"

 

 


 

 

라호르의 올드 시티 뒷골목을 돌아다니면서 인도의 바라나시와 흡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성스러울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물론 그들이야 매일의 생활이 그러니까, 별 생각없이 습관적으로 하는 것이겠지만, 좁은 골목에서 빵을 굽고, 고기를 자르고, 재봉침으로 옷을 수선하고, 목청 높여 물건을 파는 그들에세 '삶이란 바로 이렇게 열심히 살아야 제 맛이 나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좁은 거리에는 당나귀가 지나가고, 낙타가 지나간다. 오토바이, 자전거가 지나가며 가끔은 사람들을 헤치고 자동차도 지나간다. 한 떼의 아이들이 사진찍어 달라고 폼을 잡으면, 일대의 아이들이 모두 달라들어 사진기 앞에 몸을 들이민다. 그리고는 자기들이 찍힌 사진을 보면서 떠들썩하게 웃고 장난치며 골목을 활보한다.  

 

 

 

 

 

 

여기에서도 여전히 모든 가게의 종업원은 남자뿐이다.  여자들은 멀리 골목에서 두툼한 이슬람 복장으로 온몸을 치렁치렁 감은 채, 어슬렁거리다가 다시 어두운 골목 안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외부 활동이 없으니,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대부분의 여자들은 운동 부족으로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양성평등이라는 말은 이곳 이슬람 국가에서는 단지 구호에 지나지 않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아니, 이런 나라에서는 양성평등이라는 말 자체가 없을 것이며, 이런 말을 하고 다니는 자가 있다면, 제 명을 다하고 죽기가 힘들 것이다. 아니, 지금처럼 남녀가 철저하게 분담된 일을 하는 사회가 양성 평등한 사회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저녁을 먹은 VILLAGE 바로 옆에 있는 건물>

 

 

<부페식 식당 VILLAGE에서 악단이 연주를 한다.>

 


 

 

 

라호르를 떠나기 전날, 뭔가가 아쉽다는 생각이 내 머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old city에 Heera Mandi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가 바로 홍등가라는 것이다. 설마 이런 곳에 무슨 홍등가가 있을까, 의아해 하면서 다음날 새벽에 그곳에 견학(?)을 해보기로 했다. 이곳에 있는 밤의 여자들은 dancing girl이라고 부르며, 대부분은 매춘을 하지만, 명목상 dancing girl이기 때문에 매춘 행위도 합법적이라는 것이다.

 

 

6월 11일 인도로 떠나기로 되어 있는 날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릭셔를 타고 올드 시티의 Bhatti Gate에 내렸다. 입구는 전날 갔었던 다른 구역과 별 차이가 없었다. 피가 뻘건 고기가 푸주간으로 던져지고, 사람들은 내 카메라 앞에서 폼을 잡으며, 손님에게 팔 음식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다.

 

 

얼마를 들어갔을까, 열명 정도의 남자들이 담벼락에 걸터 앉아서 노닥거리며 다리를 들어올렸다 내렸다 하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보더니, 우루루 달려들어,  어디서 왔느냐, 왜 왔느냐 등 통상적인 질문을 했다. 이곳에 밤의 아가씨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왔냐고 물었다. 나는 그런 것은 모르는일이며, 길거리의 사진을 찍어러 왔다고 말했다. 한 남자가 소개해 줄테니 자기와 함께 가자고 내 팔을 잡았다. 나의 목적은 그 골목을 한 번 통과하는 것이었지, 딴 생각이 있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냥 한 번 지나가 보고 싶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거기까지가 나의 한계였다. 나는 그를 뿌리치고 중간에서 옆길로 접어 들었다. 사실 한국 같으면 죽든말든 지나가 보기는 하겠지만, 만일의 일을 생각해서 애초의 계획을 포기했던 것이다.

 

 

길 옆 화단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이리 고개를 두르고 저리 고개를 두르고, 그저 세상 만사 아무도 탓할 것 없다는 듯, 떠오르는 아침해를 무시하며 잠에 골아 떨어져 있었다.

 

 

 

 

 

내가 머물고 있는 아나깔리 미라지 호텔 3층은 이중창으로 된 창문이었다. 밤만 되면 비둘기가 날아와 잠을 자는지 꾸르륵 소리를 냈다. 떠나는 날 커튼을 열어보니 한 구석에 알을 낳아놓고 품고 있는 비둘기 한 마리가 있었다. 비둘기 알이나 달걀이나 비슷하게 보였다. 둥지를 틀다가 말았는지 나뭇가지 몇 개가 알 주위에 놓여있었다.

 

 

라호르를 떠나면서 두 가지가 마음에 남아 있었다. 하나는 바로 이 비둘기 알이고, 또 하나는 그 호텔의 청소부였다. 항상 싱글벙글 웃으며 90도로 인사를 하고 방청소를 할지 말지를 물었던 사람이다. 이슬람이 대부분인 나라에서 자기는 크리스천이라고 나에게 대담하게 말했던 사람이다. 검은 눈과 검은 피부를 가진 그 청소부와 저 창문 틈에서 깨어날 새끼 비둘기가, 자유롭게 훨훨 날아 구름 위로 비상하길 바래본다.

 

 

 

 

(2012년 8월 17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