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Beautiful the Nature is! - Albat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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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여행기 3 "야즈드 주변 유적"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3. 10. 29. 23:38

<카라나크 진흙집>

 

이란 여행기 3

 

"카라나크, 차크차크, 메이보드 그리고 다시 야즈드로"

 

 

 

 

2013년 9월 27일 아침, 차를 대절하여 야즈드에서 북쪽으로 약 70키로 떨어진 작은 도시 카라나크, 차크차크, 메이보드를 향해 떠났다. 광활한 대지는 모두 사막화하여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평평한 사막이었고, 거의 목적지에 도착해서야 높은 산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카라나크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렸다. 조금 걸으니 어떤 할아버지가 엉성한 자세로 당나귀를 타고 가고 있었다. 당나귀 먹이로 보이는 보따리를 앞에 싣고 가는데, 엉덩이와 허리가 뒤로 빠져있어서 저러다가 얼마 못 가서 뒤로 떨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땅바닥에 떨어지면 사진을 찍으려고 준비하고 있었으나, 그는 용하게도 무사히 내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단지 사진을 찍기 위해서 노인에게 악담을 한 것이 곧 후회가 되어서 다시는 이런 모진 생각과 행동은 하지 않기로 굳게 결심했다.

 

 

 

 

 

 

진흙 집으로 구성된 마을 앞에 도착하니 한 할머니가 무엇인가를 열심히 씻고 있었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카메라를 들이댔으나 할머니는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그저 씻고만 있었다. 같이 갔던 우리 한국인들은 모두 사라지고, 끝까지 남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이집트에서 온 사람으로 우리 차에 탄 유일한 외국인이었다. 반쯤 벗겨진 엉덩이를 드러낸 채, 할머니와 힘겨운 인내 시합을 하던 그도, 할머니의 강철같은 무관심을 이길 수는 없었다. 결국 땅에 업드려서 "업드려 쏴" 자세를 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할머니의 얼굴이 얼마나 보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사진에 대한 애착이 그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내가 좀 부끄러웠다. 잠시 후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르고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본격적인 진흙 집 구경을 나섰다.

 

 

  

 

수 없이 많은 진흙 집이 거의 무너진 상태로 큰 더미를 이루고 있었다. 1000년이 넘는 세월을 버티지 못하고, 비와 바람을 맞으면서 옛날 융성했던 실크로드의 흔적으로만 남아 있었다. 좁은 길 양쪽으로 수 많은 방이 있었는데, 이런 방들은 실크로드를 이용해서 장사를 했었던 상인들이 사용했다고 한다.

 

 

상인들은 장사를 해서 돈을 벌어보고자 머나먼 길을 떠나서 밤이 되면 이런 곳에 모여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과연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잠이 들었을까? 천일야화라고 알려진 아라비안 나이트는 천일 하고도 하룻밤 동안 셰헤라자데가 샤리아 왕에게 들려준 이야기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신밧드의 모험, 알라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같은 작품들이 모두 바로 이란에서 나왔다.

 

 

좁은 골목을 돌고 작은 방을 돌아보면서, 1000년전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순간 머리에 떠 올랐다. 이들은 무슬림을 믿기에 술도 마시지 못했을 것이고, 이 비좁은 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이야기뿐이었을 것이다. 

 

 

길을 걷다가 죽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섹스에 대한 욕구를 참지 못해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젊은이도 있었을 것이고 노인도 있었을 것이다. 어떻든 그들은 바로 이 골방에서 하룻밤을 새우고 또 다시 큰 돈을 벌겠다는 희망을 안고 끝없는 길을 떠났을 것이다.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해가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나의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런 생각을 하다가 그들은 현실을 직시하기도 했을 것이다. 내 팔자에 무슨 내일이 있겠는가?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꿈에서라도 왕처럼 살아봤으면 소원이 없을 것이다. 아마 그들은 별 생각을 다 하면서 바로 이 어둑어둑한 토굴에서 쭈그리고 잠을 자고 또 길을 나섰을 것이다.  

 

 

 

 

 

 

 

<가슴저리게 하는 저 검푸른 하늘 빛을 보라!>

 

 

 

 

<근처의 석류>

 

 

구경을 마친 이란 여인 몇 사람이 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 중에는 꼬마가 하나 있었는데, 아주 똑똑하고 야무지게 생겼다. 어떻게 하면 그 여인들의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괜히 아이에게, "How old are you? What is your name?"등 헛수작을 부렸다. 그때 갑자기 사진 인쇄기를 가지고 간 것이 생각이 났다. 그렇지! 핸드폰으로 찍어서 바로 사진을 뽑을 수 있는 LG Photo printer를 가져갔었지.

 

 

사진을 한 장 찍어 인쇄해 주니, 이란 사람들의  태도가 순식간에 180도 달라졌다. 서로 자기를 찍어 달라고 난리였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DSLR 카메라로도 사진을 찍고 마음 껏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사진 한 장 빼 줌으로써 "주는 마음, 받는 마음" 모두 피차간의 기분 좋은 피날레였다. 이 장면을 목격한 우리 한국인 일행들은 한국에 가자마자 이 프린터를 사겠다고 모두들 굳은 결심을 했다. 지금쯤 이 기계를 샀을까? 알랑가 몰라.

 

 

 

 

<LG Photo Printer: 핸드폰으로 찍고 무선 bluetooth로 연결하여 사진을 뽑는다>

 

 

 

 

 

<한 노인이 무엇인가를 지고 가는 장면을 찍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화이트 밸런스가 이상하게 되어서 빨갛게 나왔다.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하여 한 장 올린다.>
 



 

 

다음 목적지는 차크차크에 있는 조로아스터교 성지를 찾아간다. 이곳은 이란에서 가장 중요한 조로아스터교의 성지다. 가는 길은 사막이었고, 일년에 한 두 차례 비가 내리는지, 혹독한 기후에서 가뭄에 견딜 수 없는 키작은 풀이 듬성듬성 나 있었다.

 

 

 

 

이렇게 황량한 곳에 무슨 물이 나올까 싶어 의구심을 가졌으나, 멀리서 보아 초록색의 나무가 자라고 있으니 분명 저 절벽에서 물이 나오기는 나오나 보다. 아래에 차를 대고 한참을 걸어 올라가니 절벽에 붙어 있는 신전이 나왔다. 신전 내부의 한 가운데는 불을 피워놓았던 것으로 보이는 큰 등잔이 있고, 지붕에서는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저지대에도 물이 나오지 않는데, 이런 바위 산 중턱에서 물이 나온다는 것이 정말로 신기하기 짝이 없다.  저 산 속 어딘가에 분명 물줄기가 있음이 틀림없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는 한국 속담이 있는데, 여기서는 "열길 사람 속은 알아도, 한길 물속은 알 수 없다"로 고쳐야겠다.

 

 

사산 왕조의 공주 니크바누가 637년 아랍인들의 침략을 피해 이곳으로 도망쳐왔다. 더 이상 마실 물이 없어서 절벽에 지팡이를 던졌더니 그 자리에서 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차크차크라는 말은 물이 흘러나오는 모습을 묘사한 의성어로 우리말로 하면 "졸졸" 또는 "한 방울, 한 방울" 이란 뜻이다. Lonely Planet에 써 있는 내용이다.

 

 

 

 

 

 

<복만씨가 먼 산을 응시하고 있다.>

 

한참을 가다가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렀다. 갑자기 식당 안에 있는 아이들이 외국인 구경한다고 몰려들었다. 수줍은 듯 말이 없이 입만 벙긋거리던 아이들은, 우리를 유심히 살펴보고 웃고, 또 보고 웃고 하더니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런데 현지 가이드가 음식을 너무 많이 시켜서, 탁자에 올라온 음식의 반에서 반도 못 먹고 자리를 떠야만 했다. 최근에 먹었던 음식 중 가장 맛있는 것이었는데, 싸서 가져갈 수도 없고, 속상한 마음을 어쩔 수 없어, 내 일기장에 한 줄 남겼다. "살자니 고생이요, 죽자니 청춘이다. 먹자니 배터지고, 남기자니 속터진다."

 

 

<핸드폰 사진>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메이보드라는 곳이다. 차크차크에서 야즈드 방향으로 약 20키로 떨어진 지점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찾아간 곳은 두 군데다. 처음 찾아간 곳은 옛날 실크로드 상인들이 묵었던 여관이다. 여관 내부는 이제 진열대를 갖춘 상점으로 변해 있었고, 손님이 올 때만 작동을 시키는 양탄자 짜는 틀이 놓여있었다. 관광객은 보이지 않았고, 몇 명 안되는 상점 주인들은 물건 하나도 팔지 못해 속상해하는 기색이 얼굴에 역력했다.

 

 

이 여관 맞은 편에 한 건물이 있어서 들어가 보았다. 사발 모양을 한 아주 큰 웅덩이가 있었는데, 나선형을 이루며 하늘로 치솟다가 끝에 구멍이 나 있는 천장이 인상적이었다. 겨울에 이곳에다 어름을 저장해두었다가 여름에 사용한다고 한다. 이란의 석빙고인 셈이다.

 

 

 

 

 

<얼음 저장소>

 

 

다음에 찾아간 곳은 우체국이다. 사실은 우체국을 찾아간 것이 아니라, 그 옆에 있는 비둘기 집을 찾아간 것이다. 큰 건물 안에 조그만 구멍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는데, 아마 비둘기 집이 수천개는 되는 듯 했다. 이 비둘기들은 전서구로 옛날에 편지를 전달하는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비둘기가  단 한 마리도 살고 있지 않다고 한다. 그러자 한 사람이 물었다. "저기 비둘기가 한 마리 있네요." "그것은 가짜입니다. 죽은 겁니다." 안내자의 썰렁한 대답만이 메아리쳤다.

 

 

 



 

우리는 다시 야즈드로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이 침묵의 탑이라고 알려진 조장터이다. 이곳의 조장은  티벳 사람들이 사람의 시체를 새에게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본래 조장(鳥葬)의 시작점은 이곳이고, 이것이 티벳으로 넘어간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이 조로아스터교는 왜 조장을 시작했을까? 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네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하늘, 땅, 공기, 물"이라고 했다. 시체를 땅에 묻으면 땅이 더러워지기 때문에 조장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장 풍습은 약 40년 전에 없어졌으며, 지금은 땅에 묻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물론 땅에 묻을 때도, 땅이 더러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묘지 안에다 시멘트로 차단을 하고 그 속에 시체를 넣는다고 한다.  설명이 끝난 안내원은 "저 위에 올라가봐야 아무 것도 없으니 가볼 사람은 가보세요"라고 끝맺음을 했다. 우리 가운데 단 한 사람도 올라가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장하다, 한국인! 한국인은 결단력이 빠르다.

 

 

<조장터에 있는 침묵의 탑 두 개>

 

 

왼쪽에 산 꼭대기에 있는 탑이 남성 탑, 오른 쪽 산 위에 있는 탑이 여성탑이라고 한다. 중간에 있는 건물들은 장례식 때 사용되는 각종 시설로써 장례식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음식물을 제공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쉬기도 했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장례식 자체를 이곳에서 치루지 않으니, 그저 건물만 휑하니 남아있다.

 

 

 

 

 

 

 

 

 

 

 

 

 

조장터에서 아이들이 목숨을 건 자전거 타기를 하고 있었다. 내려오다가 미끌어져 넘어지는 날에는 죽지 않으면 전치 일년은 걸릴 중상을 입을 것이다.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고,내려갔다 다시 올라가는 아이들은 이 조장터를 오락장으로 만들어 버렸고, 어떤 구경꾼들은 조장터보다도 이 아이들의 자전거 기술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핸드폰 사진>

 

 

다시 호텔 로 돌아와 호텔 주위를 돌았다. 한 곳에 가니 텅빈 강당 안에 아무런 시설도 없이 사람들이 앉아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거기 앉은 사람들은 무조건 그곳으로 들어와 바닥에 앉으라고 우리에게 권했다. 그곳이 무엇하는 곳인지 물었으나 영어가 통하지 않으니 물으나 마나였다. 그들은 우리보고 앉으라고 하더니 뜨거운 홍차를 따라 주었다. 여기서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아기 엄마와 아버지에게 선물했다.  빨리 다른 곳으로 가야하는데, 사람들은 자꾸 사진을 빼달라고 하지, 홍차는 뜨거워서 빨리 마시지도 못하지, 해는 지고 있지, 조급하고 답답해서 어쩔 줄 몰랐다,  

 

 

<호텔 근처의 가게>

 

 

 

 

이곳 야즈드는 이제 가을이다. 가로수가 붉은 빛과 노란 빛을 띠기 시작했다. 사람들도 없는 한적한 길을 걸었다. 한참을 걸어도 나 혼자뿐이었다. 이란에 온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갑자기 한국 생각이 났다.

 

 

한국도 곧 가을이 시작되리라. 설악산부터 불이 붙으면 이 불은 태백 산맥을 타고 가다가 내장산에서 절정을 이루리라. 끝내 아쉬움을 남기며 단풍은 백양사에서 발걸음을 멈추리라. 성대하고 엄숙하게 백양사의 호수 아래로 천천히 몸을 숨기리라. 그리고 찬란하고 화려하게 한 폭의 그림으로 폭발하리라!

 

 

<2008년에 찍었던 백양사의 호수에 비친 단풍>

 

(2013년 10월 29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