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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여행기 5 "쉬라즈: 하페즈의 고향"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3. 11. 5. 00:32

<하페즈 묘>

 

 

이란 여행기 5

 

"쉬라즈: 시인 하페즈(Hafez/Hafiz)의 고향 "

 

 

<쉬라즈 시내>

 

Every child has known God,
Not the God of names,
Not the God of don’ts,
Not the God who ever does anything weird,
But the God who knows only 4 words.
And keeps repeating them, saying:
“Come Dance with Me , come dance with me.”

< Hafez/Hafiz >

 

 

모든 아이들은 신을 알고 있다네.
혼내는 신이 아니야,

하지 말라는 신도 아니야,

이상한 짓을 하는 신도 아니야,

오직 네 단어만 알고 그것을 반복하는 신이지.

"와서 나와 함께 춤추자, 와서 나와 함께 춤추자.

<하페즈>

 

 

<하페즈 영묘 계단에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I caught the happy virus last night
When I was out singing beneath the stars.
It is remarkably contagious -
So kiss me.
<Hafez>

 

 


나는 어젯밤에 행복 바이러스에 걸렸어.

별빛 아래서 노래를 할 때는

행복 바이러스에 잘 걸리지

그러므로 나에게 키스해줘.

<하페즈>

 

 

 

 

 

“What we speak becomes the house we live in.”

<Hafez>

우리가 말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집이 된다."

<하페즈>

 

 

<하페즈의 관>

 

 

 

 

Everyone
Is God speaking.
Why not be polite and
Listen to Him?
<Hafiz>

 

사람들은

모두 하느님의 말을 한다네.

얌전하게 그의 말을 들어보지 그래?

<하페즈>

 

 

 

 

 

Sing
Because this is a food
Our starving world
Needs.
Laugh
Because that is the purest
Sound.
<Hafez>

 

노래하라
이것이 굶주린 이세상이 필요한 것이니까.

웃어라

그것이 가장 순수한 소리니까.

<하페즈>

 

 

<아이가 포즈를 취해 주었다.>

 

 

쉬라즈에 도착하니 날이 저물고 있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하페즈의 영묘는 꼭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란에는 아무리 가난하여 책이 없는 가정이라 하더라도, 모든 가정에 두권의 책은 있다고 했다. 하나는 코란이고, 또 하나는 하페즈의 시집이다.

 

 

택시를 타고 하페즈의 영묘에 도착하니 어둑어둑해지는 계단에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계단을 올라가니 말로만 듣던 하페즈의 석관이 나타났다. 별로 크지도 않은, 둥그런 지붕 아래 웅장하면서도 단아한 느낌을 주는 큰 석관이 놓여있었다. 그 위에 장미 한 송이가 놓여있었고 사람들은 그 주위를 맴돌며 떠날 줄을 몰랐다.

 

 

무덤 뒤에는 작은 도서관과 찻집, 서점 그리고 기념품 가게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각종 기념품을 사기도 하고 책을 사기도 했다. 나도 한국에 가면 읽어볼 생각으로 하페즈와 또 다른 유명한 시인인 "싸디"의 시가 들어있는 영문판 시집을 한권 구입했다.

 

 

 

 

그의 시는 이란뿐만 아니라 인도에도 널려 알려졌다. 독일의 괴테에 깊은 영향을 미쳤으며, 미국의 시인 에머슨은 그를 시인을 위한 시인이라고 극찬하였다고 한다.

 

 

 

 

 

<그곳에서 구입한 페르시아 시집:  사디와 하페즈를 비롯한 18명의 이란의 유명한 시인의 영문판 시집>

 

 

<하페즈 관 위에 있는 둥근 천장의 무늬>

 

 

 

 

하페즈는 술과 나이팅게일에 관한 시를 많이 썼다. 그가 한 말 중에 "하페즈여, 탕아가 되어 즐길지언정, 다른 성직자처럼 코란으로 속임수의 덫은 놓지 않으리"라는 유명한 말이 전한다.  또한 "일어나 술잔을 주시오. 세상의 슬픔에 머리 위로 흙을 뿌려주오"라는 말도 전한다.   

 

 

그날 저녁 우리는 "여행자여, 빈털털이가 될지언정, 다른 사람들처럼 한 곳에 갇혀 살지는 않으리"라고 의기 투합했고, 또한 "술잔 대신 물잔을 주시오. 술없는 슬픔에 머리 위로 물이나 뿌려주오"라고도 했다. 그리고 "저 건너있는 김치를 내 앞에 머물게 해주오. 그리고 저 니글거리는 고기는 내 머리 위로 넘겨 옆 사람에게 주오."라고 덧붙였다. 

 

 

 

 

 

 

 

 

 

 

 

 

다음 날 우리는 구시가 중심가를 여기저기 훑어 보았다. 과일가게 청년의 사진촬영 요청을 기쁜 마음으로 허락하고, 아침 햇살을 듬뿍 받은 석류가 눈에 크게 들어왔다. 둥글면서도 각이진 석류가 손에 잡히는 듯 했다. 그 순간,  중학교 미술시간의 한 장면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중학교 미술 시간에 사과 뎃상을 하고 있었는데 미술선생님은 "사과를 둥글게 그리지 마라. 사과는 둥근 것이 아니라 몇 개의 직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눈으로 잘 보라."라고 말했었다. 그 전까지 항상 과일은 둥글게만 그렸던 나는, 그 당시 미술 선생님 말씀에 큰 감동을 받았었다. "둥글게 보이는 물건도 자세히 보면, 직선의 조합이라!"

 

 

 

<아르게 카림 칸>

 

 

 

 

<자전거가 아침 햇살에 긴 그림자를 거리에 뿌린다.>

 

 

근처에 "아르게 카림 칸"이라는 큰 성이 있었다. 내부에 옛날 사람들이 목욕을 했던 목욕탕이 있었는데, 대리석으로 장식된 목욕탕은 현재의 미적 감각으로는 투박했지만, 과거의 화려함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또한 전시된 그림 중에 죄인을 대포 앞에 놓고 쏴서 죽이는 장면이 있었다. 죄수를 모질게 고생하면서 질질 끄는 사형법보다는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옆방에는 곱게 채색된 유리를 통해 햇빛이 바닥을 곱게 물들이고 있었다.  순간 마치 무지개 세계에 빠진 듯, 한 동안 마법에 걸린 듯 하였다.  

 

 

<목욕탕>

 

 

<건물 내부 장면>

 

 

 

 

<죄수의 대포 사형>

 

 

<쇠 인장을 만들어 주는 사람>

 

 

<건물 내의 매점에 진열된 각종 기념품>

 

 

 

 

쉬라즈 시내를 관통하는 "코쉬크 강"이 있다. 과거에는 물이 있었다고 하나, 우리가 찾아갔을 때는 물 웅덩이 하나 없는 평범한 자갈밭이었다. 물이 없는 강도 강인가? 분명 과거에는 물이 흘렀을 것이다. 그러나 기후가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물고기가 뛰어 놀아야 할 강에 돌맹이만 놓여있는 것을 보니, 씁쓸한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꽃의 도시요, 시인의 도시인 쉬라즈에 물이 없다는 것은 오아시스 없는 사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시네마스코프 영화처럼, 그림으로 장식한 긴 담벼락이 있었다. 얼마나 아름답게 그림을 그렸는지, 실제  거리에 사람들이 움직이는 듯이 보였다. 그 길을 아이들이 떼를 지어 다니면서 괴성을 지르고 휘파람을 불면서 우리에게 "Hello"를 연발했다. 그리고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해주었다. 어렸을 때부터 꽃과 시에 젖어 자란 저 아이들 중에 훗날 제 2의 사디나 하페즈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해맑은 미소와 장난기 어린 얼굴이 그것을 말해준다.

 

 

 

 

 

 

한 마디만 덧붙일까? 복만씨가 한국에서 사와 아껴둔 운동화가 있었다. 그런데 10만원이 넘는 그 운동화를 버스 안에 두고 내렸다. 이미 우리를 태웠던 기사는 쉬라즈를 떠나 야즈드를 향해 수십키로를 갔으니,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전화 통화를 하여, 결국 버스 기사는 운동화를, 지나가는 택시 기사에게 맡겼고, 택시 기사는 그 운동화를 싣고 호텔에 와서 전해 주었다. 물론 운동화 주인은 엄청난 택시비를 지급해야 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산전수전 다 겪은 운동화는 결국 훗날 또 다른 비운을 맞이하게 된다. 다른 도시로 이동 중, 짐칸에 실어 놓았던 운동화를 누군가가 훔쳐갔기 때문이다. 어차피 잃어 버릴  운동화인지, 복만씨의 팔자가 그런지 알 수 없지만, 모두 한 마디씩 궁시렁 댔다. "잃어 버리려면, 뭐 하러 택시비를 냈어?" "이제 슬리퍼 신고 유럽으로 가야하겠구먼. 고생깨나 하겠네." "에이, 그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내가 훔쳐가는 건데."아홉수라 그래, 아홉수, 그냥 잊어 버려." 복만씨 나이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홉수를 들먹였다.

 

 

그 뒤 고통과 슬픔에 쓰라린 가슴을 쥐어 짜고 있는 복만씨를 보다 못한 한 독지가가 "눈뜨고 못 봐주겠네. 그 느낌 아니까. 옛날에 배낭 채 완전히 잃어 버려 알거지 된 적이 있으니까"라고 말하면서 솔찬히 찬조했다는 소문이 들렸다. 사실인지 아닌지, 내가 꿈에서 들은 것인지는 나도 모르쟈냐! 더 이상 묻지 말라쟈냐!

 

 

(2013년 11월 5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