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Beautiful the Nature is! - Albatross

World

터키 여행기 2 "말라티야"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3. 11. 15. 14:49

 

 

<말라티야 시내>

 

 

터키 여행기 2

 

"말라티아: 그곳은 살구의 고장이었다."

 

 

 

 

 

 

2013년 10월 10일 아침 5시에 기상하여 식사를 마치고 7:30분에 말라티아로 향했다. 버스 운전수의 말로는 버스를 타고 12시간을 달려야 말라티야에 도착할 수 있다고 했다. 전날 사용했던 버스를 계속 이용하기로 했다.

 

 

 

 

 

 

차를 타고 약 30분이 지난 후, 마지막으로 아라랏산을 볼 수 있는 지점에서 버스는 멈췄다. 사람들은 전날 운석 구멍 근처에서의 설레임을 회상하면서, 마지막으로 또 한번 미친 듯이 날뛰어보자, 라고 외치고는 카메라 앞으로 모여들었다. 결의에 찬 한국인들은, 입술을 깨물며 마음을 가다듬고, 마지막이라는 어감이 주는 억압감을 주체하지 못하고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하늘 높이 치솟았다가 떨어졌다. 여기 뛰고 저기 뛰고, 오뉴월 메뚜기 뛰듯이 푸른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가 땅바닥에 철푸덕 소리를 내며 호박덩어리처럼 주저 앉았다.  그러고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킬킬거리다가 결국 배꼽을 잡고 웃었다. 좋은 말로 하면 용감무쌍했고, 보통의 말로 하면 쓰잘데기 없는 객기를 부렸고, 나쁜 말로 하면 한마디로 꼴갑을 떨었다.    

 

 

 

 

<마지막으로 본 아라랏산>

 

 

 

 

 

 

버스는 계속 달렸다. 그런데 조금만 속도를 내면 버스에서 "삐삐" 소리가 났다. 아마 규정된 속도 이상으로 내면 울리는 경고음일 것이다. 처음에는 경고음이 나면 천천히 가던 운전기사는, 시간이 지나자 경고음을 무시하고 그냥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얼마 뒤 검문소가 있었다. 아마 버스가 규정된 속도를 준수했는지를 조사하는 것 같았다. 운전수는 자기 앞에 있는 카드를 만지작 거리며 카드가 나오지 않는다고 경찰관에게 말했다. 하지만 경찰이 그 말을 믿지 않는 듯 했다. 결국 운전수는 속도가 찍힌 카드 한 장을 들고 밖으로 나가 경찰과 10분 정도 이야기를 했다. 그러더니 울상을 짓고 올라왔다. 속도 위반 딱지를 떼였고 10만원 이상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 그날 하루 종일 운전수의 얼굴이 마누라 도망쳐 하루 종일 밥 굶은 남자의 얼굴이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얼마를 가니 검푸른 호수가 나타났다. 물이 유입될 만한 강이나 계곡이 없는데 호수가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사람들은 자석처럼 빨려들어 호수를 향해 냅다 뛰었다. 호수는 마음을 설레게도 하고, 마음을 편안하게도 한다. 한참 호수를 바라보던 누군가가 조용히 휘파람 노래를 불렀다. "내 마음은 호수요, / 그대 저어 오오. /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저 산은 아라랏산이 아니다>

 

 

 

 

 

 

코반클레어라는 곳에서 멈췄다. 이미 해가 서산에 달라붙어, 사람들의 그림자를 길게 느려빼고 있었다. 수박, 포도, 멜론을 사서 큰칼로 짝 갈라보니 반쯤 골아 있었다. 다른 과일을 이것저것 먹어보던 사람들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지 마당에서 끊고 있는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차를 마시며 이야기가 시작되어서 휴식 시간이 끝날 줄 몰랐다. 결국은 누군가가 "서둘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내로 못 갑니다."라는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다시 버스에 올랐다.

 

 

 

 

 

 

 

 

<우리를 안내한 여행사 사장 "무스타파">

 

 

우리가 탄 버스의 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이 버스의 주인이며 여행사를 운영하는 사장이었다. "무스타파 아르신"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키가 좀 작고 다부진 인상의 소유자였다. 나는 오전에 과속으로 벌금을 내야할 텐데, 운전수가 돈을 내는지 사장이 내는지 물었다. 운전수가 잘못은 했지만, 벌금은 자기나 내야한다고 사장은 말했다. 만약 운전수가 내면 그는 굶어죽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 도로는 시속 99키로까지 허용되는 도로였다. 여기에서 5키로를 초과하면 보아주지만, 그 이상으로 달리면 적발되어 벌금을 문다고 했다. "그러면 운전수가 실제로 몇 키로로 달렸습니까?" 내가 물었다. "105키로로 달렸습니다. 1키로 오바한 겁니다." 그 말을 듣고, 나도 웃고 그도 웃었다.

 

 

몇 시간을 더 갔지만 창밖에 보이는 것은 나무 하나 없는 벌거벗은 땅이었다. 저런 산에 혹시 동물이 있는지 물었다. 여우 토끼 등이 살고 있으며, 전에는 가끔 사냥을 나가기도 했다고 그는 대답했다. 마침 그때 큰 강이 보였는데, 저런 강에 물고기가 있는지 물었다. 강에는 물고기가 많은 데 한번은 100키로나 나가는 물고기도 잡은 적이 있다고 그는 대답했다. 그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자기의 주업은 아라랏산 가이드이며 아라랏산 때문에 먹고산다고 말했다. 아라랏 산을 220번 올랐다는 그는, 쿠루드어, 터키어, 영어를 할 수 있고, 일본어를 조금하는데, 요즈음 중국 사람들이 많이 오기 시작하니 중국어를 배워야겠다고 했다.

 

 

자기가 쿠르드 족이라고 밝힌 그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쿠르드족 전통 결혼식 장면을 보여주면서 신이나서 끊임없이 설명에 설명을 덧붙였다. 그가 무슬림인지 내가 묻자, 그는 무슬림은 맞지만 독실한 신자는 아니고 그저 대충 믿는 신자라고 했다.

 

 

 

 

 

 

 

말라티아 파크 호텔에 도착한 것이 오후 7시, 그러니까 11시간 30분만에 말라티아에 도착했다.  호텔에 짐을 풀고 근처 식당으로 식사를 하러 갔다. 우리가 앉은 오른쪽에 남자 한 사람에 여자가 4명이 있었는데, 여자들의 차림으로 보아 좀 불량기가 있어보였다. 그들의 관계가 그렇고 그런 사이일 것이라고 사람들이 한 마디씩 했다. 이란에서 터키로 왔을 때, 아마도 가장 큰 변화가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임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밖에 나와 호텔앞 공원에서 쉬면서 옆에 있던 청년들과 이야기 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터키로 여행오는 외국인들은 터키의 서부로 가지, 동부로 오는 사람은 드물다고 그들은 말했다. 그러고보니 여기 말라티야에서 외국인을 단 한 사람도 볼 수 없었다. 그러니 그들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보기 힘든 손님인 셈이다. 그들이 이야기 한 것은  말라티야 남쪽에 있는 우루파라는 곳이 볼 것이 많다는 것이었다. 거기를 가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고 말한 그들은, 자기들이 죽기 전에 한국에 가볼 수 있을지 말지.....라고 말하면서 한 숨을 쉬었다. 

 

 

 

 

 

 

 

 

 

 

 

<왼쪽은 말라티아 상점의 살구. 오른쪽은 우리집에 있는 개암>

 

 

말라티야는 어디를 가나, 살구, 살구, 살구다. 살구를 재배하고, 살구를 팔고, 사고, 먹으면서 일년이 간다. 약간 새콤한 살구가 사실 내 입맛에 잘 맞지 않아서 많이 먹을 수는 없었지만, 살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한 바구니라도 먹는다고 한다. 그런데 살구 이외에도 여러 건과가 있었는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이 개암이었다. 옛날 어렸을 때 산에 가서 "깨금"이라고 해서, 비린내가 나는 것을 따서 깨 먹었었다. 이 개암을 따다가 툭하면 쐐기에 쏘였는데, 내 기억에 참으로 맛있고 귀한 것이 이 "깨금"이었다. 그런데 이 개암이 내 눈 앞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개암 두 봉지를 사서 한 봉지는 현장에서 먹고, 한 봉지는 한국으로 가져와 식탁에 두고 먹었다. 아마 맥주 안주로는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을 것이다.

 

 

 

 

<국수 비슷한 면을 만드는 기계>

 

 

 

 

 

 

 

 

< 기도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에게 빵과 음료를 제공하고 있었다. 나도 먹었다>

 

 

 

 

<모스크 내부>

 

 

 

 

<학교 조회시간>

 

 

 

 

 

 

 

 

<산을 향해 언덕으로 올라가는 아줌마>

 

 

 

 

 

 

 

 

 

 

아침 식사를 끝내고 일부는 바자르에 쇼핑을 갔고, 나를 포함한 몇 사람은 약 1.5키로 떨어진 산으로 가기로 했다. 가파른 골목을 한참 올라가니 어떤 학교가 나왔다. 학교가 있으면 방문해보는 것이 이미 습성화된 우리는, 정문 근처에서 어슬렁거렸다. 그러자 창문을 통해서 손을 흔들던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들어 삽시간에 교문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선생님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학교를 구경해도 좋은지 물었더니, 교장선생님께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 허락을 받고, 먼저 교실에 갔다. 마침 영어 선생님이 계셔서, 우리를 자기 교실에 안내했다. 한국의 학교 교실의 절반도 안 되는 좁은 방에 10명 정도의 아이들이 수업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벽에 뭔가가 많이 붙어 있었는데, 멀티미디어 시설은 갖추어지지 않은 좀 시골냄새가 나는 교실이었다. 사진을 몇 방찍고 교실에서 나왔다.

 

 

 

 

 

 

 

 

 

 

잠시 뒤 영어 선생님은 우리를 교장실로 안내했다. 교장 선생님은 근엄한 표정으로 우리를 신문하듯이 이것저것 묻더니, 이곳 주위에 있는 어디 어디를 가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더니 우리에게 각자 자기를 소개하라고 했다. 소개가 끝난 후 우리는 차를 한 잔 마셨다. 다른 교실에도 가보고 싶었지만, 학교에 연예인이 나타난 것처럼 아이들이 난리를 칠까봐 고맙다는 인사만 하고 자리를 떴다.

 

 

 

 

<교장 선생님>

 

 

다음 목적지인 넴루투다이 유적지로 출발할 시간이 가까워져서 산은 가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각자 헤어져 각자 원하는 길로 갔다가 호텔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골목길을 가보기로 했다. 골목에서  아이들이 놀기도 하고, 어른들이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골목을 지나 좀 큰 길에 나오니 벽에 고추처럼 보이는 열매를 실에 꿰어 매달아 놓았다. 한국의 금줄과 흡사했다.  

 

 

 

 

 

 

 

 

 

 

조금 내려오니 인상이 험악한 사람이 자기는 경찰인데, 막무가내로 자기 집에 가야한다고 말했다. 약간의 겁을 먹고 그를 따라서 방으로 들어갔다. 여기저기 방을 구경시키더니 차를 한 잔 주었다. 나는 방이 멋있다고 침이 마르도록 좋은 말을 했고, 또 실제로 깔끔하고 잘 정돈된 집이었다. 좀 어설픈 영어를 하던 그가 갑자기 "Can you speak English?"라고 말했다. 이미 우리는 좀 미숙한 영어지만 영어를 하고 있었던 터였다. 나는 "Yes" 말했다. 그러더니 그는 또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잠시 뒤에 부인이 아기를 안고 들어왔다. 아기는 나를 보더니 무섭다고 울기 시작했다. 나도 분위기가 좀 이상해서 밖으로 나왔다.

 

 

 

 

 

 

 

 

<청과 시장 사람들>

 

 

 

<시장에서 나에게 억지로 차를 먹이고, 음식을 먹이고 ,사진을 찍으라고 욱박지르고...>

 

 

 

 

 

 

 

 

<넴루투다이로 출발하기 전에 촬영. 오른쪽 사장은 이 사진을 자기 홈페이지에 올리겠다고 꼭 보내달라고 했다. 한국에 와서 이메일로 보냈더니 고맙다는 답장이 왔다. >

 


 

다음 목적지인 넴루투다이로 출발한 것은 2013년 10월11일 낮 12시였다. 말라티아 도시를 벗어나자, 환상적인 길이 나타났다. 아름다운 가로수가 나타나고, S 길이 나타나고, 멀리 노란 나뭇잎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버스는 강을 끼고 달리고, 숲으로 둘러싸인 마을을 통과하고 고지대로 올라갔다. 고지대에서 바라보니 저 멀리 마을이 올망졸망 보이고, 한 집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갔다. 언덕의 정상에서 머리를 들어보면 사방의 멋들어진 산이 나를 둘러싸고 있다. Lonely Planet에서 "spectacular"라는 단어를 쓴 것이 괜히 쓴 것이 아니었다.

 

 

한 가지 아쉽고 섭섭한 것은, 버스의 오른쪽이 비경이었는데, 나는 왼쪽에 앉아 갔다는 점이다. 좋은 사진 다 놓치니, "놓친 열차는 아름답다"는 글귀가 떠 올랐다. 그러나 놓친 열차는 결코 아름답지가 않았다. 아쉬움이 남더니, 오기가 남고, 비참함이 남았다. 목적지에 갔다가 돌아올 때는 반드시 경치 좋은 쪽에 앉아야겠다고 만인에게 공표하고, 이렇게 되지 않으면 칼부림이 날지도 모른다고 큰소리 빵빵쳤다. 내 말에 웃음이 빵 터졌고, 자동차는 빵빵 울렸고, 옆에 앉은 K님은 빵글빵글 거렸다. 나는 갑자기 빵이 먹고 싶어졌다. 빵을 많이 먹으면 배가 빵빵해지고 자동차는 빵구가 날지 모르겠다. A, 오늘 여행기는 빵점이다!

 

 

 

 

 

 

 

 

 

 

 

 

 

 

 

 

 

 

 

 

 

 

 

 

 

 

 

 

 

 

 

 

 

 

황량한 벌판에 덜렁 한 집이 놓여있는데 그 집이 바로 오늘 우리가 묵을 귀네스 모텔이다. 시계를 보니 오후 4시. 이상한 모자를 뒤집어 쓴 작은 석상들이 저녁빛을 받으며 모텔 앞에 전시되어 있었다. 바로 저 석상을 보기 위해, 해가 질 무렵 우리는 넴루투다이 국립공원에 올라갈 것이다.

 

 

 

 

 

 

<2013년 11월 15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