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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여행기 3 "넴루투다이"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3. 11. 16. 17:37

 

 

터키 여행기 3

 

"넴루투다이: 순간을 살아라!"

 

 

 

<넴루트 다이의 위치: 말라티아 남동쪽 98키로 지점에 있는 해발 2150미터의 산 정상에 있다.>

 

 

<기억을 되살려 대충 그려본 넴루트다이(Nemrut Dagi) 개념도>

 

 

넴루트 다이 유적이 알려진 것은 1881년이다. 한 독일 기술자가 운송 루트를 설계하고자 이곳에 파견되었는데 뜻밖에 산 정상에 거대한 석상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고고학적 작업은 1953년 미국의 동양 연구팀이 시작했다.

  

 

로마 시대 이전에 이 고장에 과대망상증이 걸린 왕(megalomaniac king)이 있었다. 그는 명령했다. "바위로 된 산등성이를 자르고, 그곳에 자신과 친척(또는 몇몇 신[神])의 거대한 석상을 밑에 놓아라. 그 위에 50미터 높이의 자갈을 쌓으라." 왕과 그리고 세 명의 여인들의 무덤은 거대한 자갈 밑에 있을 것이나, 파볼 수도 없고 파볼 생각도 하는 사람이 없어,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윗 부분: Lonely Planet에서 발췌>

 

 

안티트로스 산맥 남동쪽 기슭 넴루트다이(넴루트산)에 있는 거대한 무덤유적으로서, 아나톨리아(소아시아) 동부에 있던 콤마게네 왕국의 안티오코스 1세(재위 BC 69∼BC 34)가 건설하였다. 해발고도 2,150m의 산 정상에 돌을 잘게 부숴 만든 높이 50m, 지름 150m의 인공산이 있으며, 그 밑에는 곳곳에 바위 덩어리가 흩어져 있다.

 

 

서쪽 테라스에는 안티오코스 1세를 비롯한 여러 신들의 거대한 석상이 있다. 몸체는 크게 부서지고 발부분만 남아 있으나 굴러 떨어진 머리 부분은 형태가 잘 보존되어 있다. 석상 뒤쪽에는 4변이 각각 4m에 이르는 석판에 '왕의 점성술사'라는 부조가 새겨져 있다. 1987년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

<윗 부분: 인터넷에서 발췌>

 

 

 

 

우리가 넴루트 다이  2150미터 정상에 오른 것은 2013년 10월 11일 오후 4시였다. 멀리 유프라테스 강 지류가 희미하게 보이고, 비행기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는 것처럼 발밑은 크고 작은 산이 올망졸망 소근거리고 있었다. 땀을 펄펄 흘리며 귀네스 호텔의 반대쪽에서 오는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이 저 멀리 개미새끼처럼 삼삼오오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면서 위로 움직이고 있다.

 

 

 

 

 

 

<Park and Cafe 쪽에서 사람들이 걸어 올라오고 있다.>

 

 

 

 

 

산 정상에서 자갈 무덤을 바라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산 정상에 저런 자갈 무덤을 왜 만들었을까? 또한 그 아래 부서져 있는 무수한  석상의 머리와 다리의 규모가 놀랍기만 하다. 약간 성질이 난 듯한 얼굴 표정은 재미있다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근처를 아무리 찾아보아도 저 자갈과 부서진 석상과 같은 종류의 돌이나 바위가 없다. 도대체 어디서 돌을 가져다가 저렇게 만들었을까? 군대에서는 "까라면 깐다"라는 말이 있다. 왕이 "만들라면 만든다"는 정신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저런 공사를 하다가 지치고 병들거나 맞아 죽은 사람이 어디 한두 명일까? 

 

 

 

 

 

 

사람들은 사진을 찍기 시작하지만 이 무덤의 전경(全景)은 10미리 렌즈가 아닌 한, 한 화면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도 사진을 찍다가 또 찍다가, 결국은 그 사진이 다 그 사진이라는 생각이 들어 촬영을 멈추었다. 그래도 한 장의 사진은 있어야 할 것이다. 한 장의 사진이 필요한 어떤 노부부는 카메라를 놓고 와서, 우리 팀 중의 한 사람에게 찍어 달라고 말하면서 이메일 주소를 가르쳐 준다.

 

 

 

 

 

 

 

 

 

 

 

 

 

 

 

한 쪽에서 보수 공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랑말 한 마리에게 엄청나게 무거운 목재를 싣는 것이 아닌가? 말못하는 조랑말은 허리가 휘청하며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아이고, 내 죽어도 말로는 다시 태어나지 말아야지." 사방에서 불쌍하다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야, 말은 그런 것까지 생각 못해. 회초리로 맞지만 않으면 살 만하다고 생각하지." "아닐걸.  저 눈초리 좀 봐. 눈물을 흘리고 있잖아. 자기에게 짐을 싣는 자에게 저주를 내리는 거야." 모두들 한 마디 중얼거렸다. 그때 어디서 훤칠한 말이 사람을 태우고 바람처럼 나타났다. "야, 말로 태어나려면 저 정도는 되어야지." 사람들의 시선은 양말(兩馬)을 오락가락 하며, 말에 대한 평가가 한 여름 소낙비처럼 쏟아졌다. 그러다가 S님의 한 마디로 대화에 종지부가 찍혔다. "내 할 말이 없네. 계속 말 하다가는 말로 주고 되로 받지.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까 하노라."

 

 

 

 

 

 

 

 

 

 

 

 

 

 

사람들은 이제 일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얗던 자갈은 황혼의 노란 빛을 받아 노란색으로, 그러다가 붉은 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빛의 향연 속에서 한 연인이 있었다. 그들이 가지고 올라온 포도주를 잔에 따랐다.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포도주를 마신다! 포도주의 빛깔이 붉은 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변해있었다. 하늘도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었고, 지는 해를 바라보는 그들의 얼굴도 붉디 붉었다. 포도주를 마시는 연인들의 입술에 묻은 포도주 자국에서 붉은 빛이 반사되어 내 눈이 부셨다. 서로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속에 태양과 포도주가 고혹적인 빛의 앙상불을 이루며 오묘한 빛을 내고 있었다.  

 

 

 

 

 

 

 

 

 

 

해는 졌지만 금방 어두움이 찾아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공기는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가지고 있던 옷을 있는 대로 껴입고, 사람들은 해산 명령을 받은 군인들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멀리 물빛이 희미해졌으며,  방금 전까지 황홀하던 자갈 빛도 서서히 어두워지고 있었다. 

 

 

아, 하늘 한 곳에 반달이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그래, 뭐, 느낀게 있어? 인상에 남는 것이 있냐구?" 달이 물었다. "예, 붉게 변하는 노을을 보며 포도주 한 잔 마시고 싶습니다. 지금 내게 생각나는 것은 단지 그것뿐입니다. "인간이란 항상 저렇다니까? 값싼 포도주 한 병 왜 가져 오지 않았어? 돈도 별로 들지 않으면서 즐거운 일이 얼마든지 있다고 몇 번 말해야 알아듣겠나? 사람이 왜 그래? 항상 먼 데를 바라보니까 그렇지. 잊었어. 정말 소중한 것은 항상 네 곁에 있고, 값이 싸다구. 싸다구 한 대 맞기 전에 정신 차려."

 

 

 

 

 

 

그날 호텔에는 우리 이외에 중국인 2명과 대만인 2명이 있었다. 이 추위에 반바지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아가씨들을 보면서 역시 젊음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저만했을 때는 세계 여행은 꿈도 꾸어보지 못했지. 그 당시 해외 여행을 다니는 일본인들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저녁에 구운 닭고기와 스프 그리고 맛있는 빵이 나왔다. 이렇게 황량한 계곡에 있는 호텔에서 이런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밖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워졌다. 새로운 손님이 왔다고 담요를 더 가져간 사람은 내놓으라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고, 날은 춥지, 마음은 쓸쓸하지, 바람 소리 처량하지, 사람들은 가을 바람에 낙엽 굴러가듯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대만 아가씨>

 

 

 

 

 

<귀네스 호텔 저녁 식사>

 

 

 

 

귀네스호텔: (일인당 23유로, 방 한칸 46유로). 산 정상에 있는 동쪽 테라스에서 2.5키로 떨어진 계곡 아래에 있다. 이곳은 주로 말라티아에서 오는 사람에게 유용하다. 위치는 환상적이며, 조용함은 즐길 만하며, 방은 편안하다. 그러나 음식은 실망스럽다.*이 음식이 실망스럽다고?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먼!

<귀네스 호텔: Lonely Planet에 실린 내용>

 



 

 

 

 

다음 날 새벽 5: 45분 노크 소리가 들렸다. 새벽의 넴루트다이를 보러 간다고 한다. 앞서가는 사람들의 검은 그림자가 악마의 손톱처럼 앙칼지다. 함께 걷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서리내린 들판 위를 걷는 걷처럼 저벅거린다. 새벽 바람은 내 몸을 채찍으로 감아 찍고 상처내며 사라진다. 저만치에서 바라보는 석상의 얼굴이 표독스럽고 무섭다.

 

 

 

 

 

 

 

 

기다리고 기다린 일출, 태양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그때가 6시 20분. 어둠에서 해방된 사람들이 환호성을 울리며 박수로 태양을 맞이한다. 자신을 담요로 몇 겹 동여맸던 사람들이 보자기를 꺼내 손에 들고 두 팔을 번쩍 위로 올렸다. 보자기는 세찬 바람에 가을 운동회 만국기처럼 펄럭였다. 어정거리던 사람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사람들의 손에 든 카메라의 셔터가 일시에 터졌다.   

 

 

아, 오늘 아침에도 포도주 부대가 나타났구나! 한잔씩 걸친 사람들은 내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파르를 떨리는 입술에서 김이 나오더니 바람에 날려 사라져 버렸다. 손은 얼었지만, 눈은 빛나고 있었고, 노래 소리는 점점 더 커져가고 있었다. 노래 소리는 노래 무덤을 한바퀴 휘 돌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영원을 즐기는 법이다! 오늘이 있어야 내일이 있다.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은,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 이 순간, 그리고 이 사람들이다. Carpe diem! 순간을 즐겨라! 내일, 다음에, 또, 언제, 때가 되면, .... 이런 말 하지 말라. 죽어가는 사람들의 마지막 말은 언제나,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좀더 즐겼을텐데"였다.

 

 

 

 

 

 

 

 

 

 

 

 

 

 

 

 

 

 

 

 

 

 

 

 

앉은뱅이 갈대가 바람에 움직일 때마다 은빛으로 변했다. 아침놀 호수에 뛰어오르는 물고기 비늘 처럼 아침 태양을 받아 빛났다. 한참 걸어내려왔다. 옛 애인 지금 뭐하는지 궁금하듯, 방금 본 넴루투다이가 궁금해져서 뒤를 바라보았다. 넴루투다이가 홀로남아 길을 잃고 우는 아이처럼 나를 보고 서 있었다. 새벽 공기는 여전히 찼고 내 마음은 쓸쓸했다. 아까부터 내 주위를 맴돌던 누렁개가 내게 오는가 싶더니 꼬리로 나를 툭 치고 사라진다. 

 

 

 

<2013년 11월 16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