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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여행기 5 "카파도키아 2: 서슬퍼른 하루가 지나다"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3. 11. 20. 01:31

 

 

터키 여행기 5

 

"카파도키아 2"

 

 

 

 

 

 

2013년 10월 14일, 아침 열기구를 타러 나갔다. 본래는 탈 계획이 없었지만, 전날 열기구 촬영을 해보니, 탈 만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인당 150불에 예약을 했었다.

 

 

우리 호텔에서 5 명이 출발해서 어느 지점에 가니 이미 약 1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와 있었고, 일인당 음료수와 빵 하나를 건네 받았다. 사람들은 빵을 먹기도 하고, 졸면서 하품을 하기도 했다.  

 

 

그 뒤 다시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다가 열기구를 탈 지점에 도착했다. 어디서인지 발동기 소리가 계곡을 뒤흔들고 있었다. 승객들은 추위에 떨면서 줄지어서 초조하게 자기 차례가 되기를 기다렸다.   

 

 

 

 

우리 차례가 되었다. 허리까지 올라오는 바구니 옆에는 여기 저기 구멍이 나 있어서 그 구멍에 발을 딛고 올라가야 했으나, 이런 일을 군대 때 해보고 처음 해보는 일이라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종업원의 도움을 받아 겨우 바구니에 탈 수 있었다.

 

 

 

 

드디어 풍선이 하늘로 올라가고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울렸다. 막상 타보니, 생각보다 덜 무서웠고, 덜 아찔했다. 열기구가 지면보다 조금 더 높이 가면서 나무와 풀을 스치고 지나갈 때는 혹시 바위에 부딪혀 사고가 나지 않을까 간이 콩알만해 졌다. 그러나 귀신보다 더 솜씨 좋은 비행사는 정확하게 지면과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지나갔다.

 

 

 

 

 

 

인상 깊었던 것은, 열기가구 낮은 곳에만 머물다가 아주 높이 올라갔을 때인데, 아래를 보니 저 멀리 카파도키아가 악어의 이빨처럼 희고 뾰죽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흰 바위가 아침 햇빛을 받아 선연(鮮姸)한 빛깔로 자신을 나타내고 있었고, 산등성이에 나 있는 외로운 자동차길은 흘러가는 강물처럼 굽이치며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저 아래에 있는 열기구가 콩알 만하게 보이는 것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높이 올라왔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착륙하기를 기다리는데 바로 옆길에서 두 차가 부딪치고 말았다.>

 

 

 

 

열기구 비행은 생각보다 좀 싱겁게 끝났다. 열기구에서 내리니 들판에 테이블 하나가 덩그러니 있었고, 붉은 보자기로 싸인 테이블에는 포도주와 샴페인이 놓여있었다. 열기구 선장은 기괴한 목소리와 괴상한 손동작으로 병을 따더니 승객들에게 한잔씩 술을 따랐다. 넴루투다이에서 맛보지 못한 술을 여기서 먹어본다.

 

 

잠시 뒤 한 사람이 나타나 출발할 때 찍어두었던 사진을 팔기 시작한다. 착하게도 대부분 사람들이 자기 사진을 사주었다. 보통은 동남아 관광을 가면 이런 일이 많은데, 여기서 이런 일이 있다니 좀 의아하기도 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카파도키아는 넓은 지역 이름이고, 그 지역 안에 몇 개의 마을 또는 도시가 있다. 주요 도시는 괴레메, 위르귭, 아바노스, 우츠히사르, 네브쉐히르, 카이세리 등이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괴뢰메만 보고 가는 것이 보통이다. 카파도키아의 명소를 다 보려면 아마 한 달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다.

 

 

괴레메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네브쉐히르 시장에 가보기로 했다. 목적지에 도착해 보니 노천 시장이 아니라, 큰 건물안에 여러 상점이 있었다. 농산물이 대부분이었지만, 음식이나 잡화 옷 가게 등도 산재해 있었다. 이런 광경을 많이 보아왔기에 별 감흥이 없었다.

 

 

 

 

 

 

 

 

시장에서 바로 나와서 다시 우치히사르를 경유하여 괴뢰메로 오는 버스를 탔다.  한 사람이 안창사르와 삼겹사르는 어디인지 알겠는데 우치히사르는 어디에 있느냐고 농담을 던졌다. 그때 마침 버스가  우치히사르에 도착했고, 여기가 바로 우치히사르라고 누군가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사진에서나 보았던 우치히사르 성채가 기기묘묘하게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진안의 마이산처럼 우뚝 솟은 바위에는 사방에 굴이 벌집처럼 뚫려있었고 그 주위에는 크고 작은 버섯 바위들이 뾰죽감처럼 솟아 있었다. 그 중의 몇 개는 오똑하게 돌을 머리에 얹어 놓고 있었는데, 일부러 저렇게 갖다 놓으려고 해도 어려울 것이다. 하물며  저것이 자연의 솜씨라니 놀랍기만 하다.

 

 

 

 

일행 중 일부는 좀더 가까이 가서 보겠다고 굴 안으로 들어갔고, 나를 포함한 몇 사람은 괴뢰메를 향해 걸어가기로 했다. 얼마를 걸었을까? 이런 산 중턱에 이렇게 멋진 호텔이 있을 줄이야. 잔디가 파릇하게 깔려있고 잔디 위에는 각종 장식물이 조화를 이루어 놓여있었다. 누워서 괴뢰메의 신묘한 모습을 관찰하도록 의자도 잔디 위에 나란히 배치되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풀장에다가 각종 시설이 으리으리하게 꾸며져 있었다.

 

 

아, 부자들은 이렇게 사나보다, 하고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나는 지금까지는 우리 호텔이 제일 좋은 호텔인 줄 알았다. 지금까지는 나도 괜찮게 살고 있다고 자부했었다. 아, 그러나 어쩌랴.  이것을 보는 순간 "야코"가 팍 죽어서 한참동안 풀장의 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다음 괴뢰메로 향했다. "그래, 비교를 하지 말아야 해. 방글라대쉬 사람이나 북한 사람들의 행복 지수가 높다고 하지 않는가? 먹고만 살 수 있으면 행복이야. 절대로 너보다 나은 사람과 비교하면 안돼."

 

 

 

 

 

 

 

 

 

 

 

 

한참을 내려왔는데, 저 밑에 멋있는 에덴 동산처럼 보이는 평평한 정원이 있었다. 그쪽으로 내려가면 곧장 괴뢰메로 갈 수도 있다고 생각되었다. 우리는 대충 계획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모래 비탈을 따라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후 한 지점이 아주 애매했다. 안전할 확률이 80%, 부상당할 확률이 20% 정도 되는 계곡이었다. 지금까지 내려온 것이 너무 아까워 사람들은 어쩔 줄 몰라했다. 너무 아깝다고 여겨서 사고를 당하면 큰일이다. 지금까지 해온 것이 너무 아까워 끝까지 버티다가 큰 사고 나는 것을 얼마나 많이 보아왔던가?  이국땅에서 부상을 당하면 해결방법이 없다. 얼마나 섭섭하던지 여기저기 나오는 한숨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눈물이 나오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우리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방향만 보고 무조건 걸었다. 그러다가 힘들면 쉬면서 점심을 먹고, 차도 마시고, 쇼핑도 하고, 다른 사람도 구경하면서 내려왔다.  호텔에 도착하니 오후 3시 20분. 우리 앞에는 또  일몰 구경이 기다리고 있었다.하루가 길기는 길다. 

 

 

 

 

 

 

<데자부>

 

 

 

 

 

 

로즈 밸리는 전날 갔었던 레드 밸리와 가까이 있었고, 자연의 형상도 거의 비슷했다. 어제 공부한 것을 복습한다고 생각하면 되었다. 단지 좀 다른 것이 있다면 어제는 하루 종일 계곡만 걸었고, 여기 로즈 밸리는 처음에는 계곡을 걷다가 나중에는 산 등성이에 올라가 일몰을 보는 것이었다. 그날 일몰은 감동을 주는 그런 것이 아니었기에 무덤덤해진 사람들이 몰려오는 어두움을 피해 썰물처럼 산에서 내려갔다.

 

 

 

 

 

 

 

 

 


 

 

 

그날 저녁 참으로 오랜만에 공연을 보면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어디인지 모르지만 차에서 내려 건물 지하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으나 금방 사람들로 가득 찼다. 보통 보다도 조금 더 나은 듯한 음식이 나왔는데, 아무래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잠시 뒤에 다른 메인 메뉴가 나왔으나, 그래도 기대 만큼은 되지 않았다. 술은 무한정 공급된다고 했는데, 술이 보드카이어서 독하기가 말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우리 멤버 중에 술을 많이 드는 사람이 없어서, 술은 탁자 위에서 꿔다 놓은 보리자루처럼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앞 좌석에 한국인 패키지 관광객들이 와서 시끌벅적하게 술과 음식을 들고 있었다. 가이드 특유의 빵모자에 손님 앞에 탁 무릎을 꿇고 술을 따르며 뭐라고 말하는 모습이 전에 패키지 여행다닐 때 많이 보았던 모습이다. 그들은 계속 부어라 마셔라 하더니 박수 소리가 나오고 음성이 높아지며, 서로간의 정이 돈독해지는 듯 했다. 오가는 술잔 속에 한국인 특유의 끈끈한 일체감이 확인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흰옷 입은 사람들이 나와 천천히 움직이며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의식을 가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소위 말하는 벨리 댄스를 포함한 현란한 여인들의 춤이 이어졌다. 술이 들어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구경꾼들의 장단이 가해지고, 박수가 나오고, 웃음이 터져나왔다. 마침내 불에 휴발유를 뿌린 듯, 사람들은 괴성을 지르고 희안한 행동을 하고, 우스꽝스런 춤을 추면서 오늘 공연의 클라이맥스를 찍었다.   

 

 

 



 

 

 

다음 날 카파도키아에서는 도처에서 소나 양을 잡는 것이 목격되었다. 사람들은 제한된 컴컴한 곳에서 소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에서 죽였다. 다리가 묶인 소를 눞인 후, 목에다 칼을 꼽는 순서로 일은 진행되었다. 도축자는 소에서 나온 피가 옷에 묻고, 얼굴에 튀어 그야말로 지옥에서 온 저승사자와 같았다. 주위에는 아이들이 구경을 하고 있었지만, 내가 구경하려고 하자 그들은 나를 접근하지 말라고 했다.

 

 

 

 

마침 한 아주머니가 있어 자기 집으로 오라고 나를 불렀다. 그러면서 그는 왜 소를 죽이는 지를 설명했다. 현재 터키에서는 가장 중요한 명절인데 일주일 동안 논다고 말했다. 옛날에는 사람을 죽여서 신에게 바쳤지만, 지금은 가축을 죽여서 그 고기를 나누어 먹음으로써 명절을 즐긴다고 말했다. 잡은 소의 고기 중, ⅓은 본인이 먹고, ⅓은 친척에게 주며, ⅓은 가난한 사람에게 준단다.  

 

 

나중에 복만씨의 말을 빌리면, 어떤 부자들은 여러 마리의 소를 잡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준다고 한다. 하여튼 전국적으로 그날 죽어가는 소가 얼마나 많은지, 이 명절이 지난 후 거의 한 달동안 소를 잡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에게 좋은 날이 소에게는 개죽음하는 날이니, 결국 한국의 복날이나 비슷한 날인지 모르겠다.

 

 

<명절을 설명해준 아주머니와 아이들>

 

 

 

 

 

 

점점 더 많은 소가 죽어감에 따라 거리는 이제 피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동물에서나온 피가 골목길을 따라가다가 큰길로 접어들었다. 그런 가운데 아이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뛰어 놀고 있었다. 동물 죽이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있었다.

 

 

 

 

사람들이 사라진 자리는 이제 고양이의 세상이 되고 있었다. 고양이가 담 밑에서 살금살금 나오더니 피를 핥아대기 시작했다. 사람이 오면 잠시 피했다가 피를 빨아대는 고양이, 같은 동물이지만 종류가 달라 죽음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의 시체의 일부를 먹고 있는 것이다.

 

 

 

 

호텔 담 벼락에 누가 포두주 병을 갖다 놓았다. 포도주의 붉은 빛과 길위에 낭자한 죽은 소의 시뻘건 피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사람들은 방금 죽은 소고기를 안주 삼아 포도주를 마시며 신의 축복을 빌 것이다. 그들은 신이 그러한 권리를 자기들에게 주었음을 기뻐하며 하루를 즐길 것이다.

 

 

 

 

여전히 먼데서 또 가까운데서,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을 직감하는 소의 울음 소리가 내 귀에 들려온다. 태양은 그런 사람과 그런 동물, 그리고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대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국 땅에서 서슬 퍼런 하루가 가고 있다.

 

<2013년 11월 20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