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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여행기 7 (최종회) "이스탄불 2: 여행의 마지막"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3. 11. 21. 15:48

 

 

터기 여행기 7(최종회)

 

이스탄불 2: 여행의 마지막  

 

 

 

 

 

<10월 18일>

 

 

2013년 10월 18일, 오늘도 여전히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중요 볼거리를 몇 분 이내에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유명한 한국식당 '서울정' 맞은 편 쪽이니까, 패키지 여행을 다녀 온 사람은 그 위치를 대강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위치가 좋아서 그런지 호텔 방에서 나와 조금만 서 있으면 식당에서 나오는 한국 사람을 자주 볼 수 있다. 그중에는 카나다와 미국에 있는 교민들이 있었다. 카나다에서 20년 째 살고 있다는 어떤 사람은 우리가 얼마 정도의 돈을 내고 왔냐고 묻고는, 금액이 저렴함을 듣고 크게 놀랬다. 그러면서 지금은 카나다에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한국에 가서 살아야겠다고 말한다. 내가 이유를 물었다. 가장 큰 이유는 그곳 사람들과 융화하기가 힘들고, 두 번째로 아무리 해도 영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일상적인 말은 할 수 있어도 그들이 말을 빨리하면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많은 한국인들이, 카나다에 있는 한국인들끼리 어울리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영어가 잘 늘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나는 호텔(Konak Hotel) 주인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건물의 일부를 빌려 호텔로 개조하여 경영하는 주인은 바로 네델란드 여자였다. 아침에 식당에 가면 파리가 낙상하도록 깨끗이 청소를 하고, 깔끔한 음식을 가지런히 준비해두고, 오는 사람마다 친절하게 인사하면서 어떻게 지냈는지 묻는다. 키가 크고 차분한 성격의 그녀가 떡 버티고 있으니, 호텔 손님들은 음식 가져오는 것도 조심조심, 먹는 것도 차분하게, 말 소리도 조용히 하게 되었다. 뭐 하나 빈틈이 없는 그녀를 보고는 기고만장한 사람도 고분고분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포스가 작렬한다는 말은 그런 곳에 사용해야 적재적소에 사용했다는 말을 들을 것이다.

 

 

 

 

 

 

비내리는 이스탄불을 걷는다. 이스탄불에 온 이래로 전철을 한 번 탄 것을 제외하면, 3일 동안 내리 걸어서 구경을 다녔다. 오늘 처음 간 곳이 그랜드 바자였다. 그러나 계속되는 명절이어서 문을 개방하지 않았다. 그 다음날부터 문을 연다고 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이 이스탄불 대학이었다. 그러나 여기도 마찬가지, 수위를 제외하고는 사람이 없었고, 수위는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근처를 맴돌다가, 길에 앉아 모이를 먹는 비둘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바닷가로 걸어갔다.

 

 

 

 

바닷가로 걸어가니 거기가 바로, 이스탄불에 도착한 다음 날 구경 나갔던 바로 그곳이었다. 고향이나 온 것 같아 반갑기도 했지만, 혹시 지난번 싸우고 나온 호텔 주인을 만나지 않을까 내심 걱정도 되었다.

 

 

 

 

지하도를 지나 바닷가로 나왔다. 그리고 블루모스크를 보면서 해변을 따라 걸었다. 한 참을 가니 항구가 나왔고 식당과 어물전이 몇 개 있었다.

 

 

 

 

 

 

 

우리는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점심 때가 되지 않아서 인지, 실내는 텅 비어 있었다. 일단은 의자에 앉아 쉬면서 차를 주문해 마시기로 했다. 차가 준비되는 동안, 종업원이 와서  밖에 많은 물고기가 있으니, 점심까지 들고 가라고, 반 설득 반 강요를 했다. 좀 비싸다는 생각은 했지만, 바닷가에서 생선을 먹는데다가 오늘이 터키에서의 마지막 날이니 썌려먹어 보자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주인을 따라 식당 밖으로 나가 고기를 골랐다. 무슨 고기인지 모르지만 통통하게 살이 찐 고기와 참치 그리고 새우를 시켰다. 그리고 맥주도 한잔 시켰다.

 

 

그뒤 종업원은 자기가 쿠르드 족이라고 말하면서 자기 민족의 현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6천만명이  주로 이란, 이라크, 터키 등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자기들은 아직도 고유한 말과 관습을  갖고 있으며 독립된 국가를 갖고자 하는 열망이 강하다고 말한다. 하여튼 우리는 오랜만에 생선으로 포식을 하고, 일인당 약 3만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이곳의 물고기는 아가미를 모두 벌려 놓았는데, 아마 신선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그랬을 것이다.>

 

 

 

 

식당에서 나와 다시 시내쪽으로 접어들었다. 조금 올라가니 상가 밀집지역이었다. "우리, 극장에도 한번 가보자"라는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보니 건물 안에 여러 가지 영화를 상영하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있었다. 어차피 언어를 이해하지 못할테니 가장 무난한 영화를 골랐는데, Gunce라는 영화였다. 나는 극장에 들어가면서 세 가지에 관심을 가졌다. 1)자막이 없어도 이해가 가능할까? 2)터키 영화에 나오는 배경이나 집 등은 어떨까? 3)터키의 극장은 어떻게 생겼으며 영화를 보는 터키인의 태도는 어떨까?

 

 

 

 

조그만 극장에는 터키인이 약 15명 정도 맨 뒤에 앉아 있었다. 팝콘을 들고 들어오는 젊은 커플이 보였다.남녀가 같이 온 사람이 몇 되었고, 친구로 보이는 쌍도 더러 되었다. 우리는 중간에 일렬로 앉아 영화가 상영되기를 기다렸다.

 

 

Gunce라는 남자가 한 여자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잘 살려는 순간, 부인이 음료수를 사들고 무단횡단을 하다가 교통 사고로 죽는다. 여자가 자동차에 치여 '퍽' 소리를 내며 공중으로 치솟았다가 몇 초 후에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지고, 또 몇 초 후에, 그녀가 들고 있었던 유리병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대포 쏘는 소리만큼이나 크게 들린다. 이 소리를 듣고 졸던 사람들의 잠이 확 달아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Gunce는 딸 아이와 어렵게 살아가게 되고, DJ를 하던 방송국에서도 퇴출당한다. 딸도 폐병에 걸린다. 그러던 중 길거리에서 리어커를 끌고 다니는 넝마장수를 알게 된다. 처음에는 넝마장수를 무시하던 Gunce는 자신의 생활이 점점 비참해지게 되고 그때마다 나타나는 넝마장수로부터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나중에는 딸도 폐병이 나아서 해피 엔딩으로 영화는 끝난다.

 

 

1) 80분 짜리 영화인데, 40분 후에 약 10분 쉬는 시간이 있어서 화장실에 다녀오기도 하고 음식을 사 먹기도 한다.

 

2) 터키인들은 영화를 보면서 웃기도 하고 신음소리도 내지만, 내막을 잘 모르는 우리는 그저 꿔다 놓은 보리자루 같다.

 

3) 보스포로스 해협을 배경으로 한 이스탄불의 야경이 환상적이었으며, 단편적이나마 터키 가정의 분위기를 본 것은 큰 소득이었다.

 

4) 영화의 구성은 짜임새가 조금 빈약했으며, 박진감이나 서스펜스 등이 좀 미약한 듯 했다. 

 

 

 

 

 

 

저녁에 "한사랑"이라는 한식집에서 최후의 만찬을 했다. 보통 마지막이라고 하면 미련이나 후회 아쉬움 등을 수반하지만 오늘은 그저 그러려니 했다. 그렇다고 집에 돌아가게 되어 기분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좀 무덤덤했고, 그냥 늘상 있는 어떤 일의 연속과 반복의 일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남아 다시 블루 모스크까지 걸어 갔다. 비가 온 후라 바람이 불어 쌀쌀한 날씨에도 구경꾼은 몰려들어 오벨리스크가 있는 광장을 메우고 있었다. 야간 불빛을 받아 오벨리스크와 블루 모스크가 붉은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잠시 뒤 가지색 분수가 솟기 시작하더니 사람들의 환호성이 이어지고 박수가 터져 나왔다.

 

 

 

 

떠날 시간이 되어 다시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 오면서 근처에 있는 바자르를 통과하여 걸어왔다. 어디서  멋있는 음악이 들렸다. 음악을 들으니 서글픈 생각에 휩싸였다. 가게에 들어가 한참 음악을 들었다. 곧 떠나야 하는 내 마음을 애절하게 묘사하는 듯 했다. 나는 CD를 구입하고 밖으로 나와 좀더 서성이며 상가에 진열된 상품을 바라보았다. 종업원들이 물건을 사라는 말도 없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나도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걸었다.

 

 

바자르에서 나와 호텔로 걸었다. 블루모스크 위에 날고 있는 갈매기의 "꺼역 꺼역" 소리가 바람 소리와 어울려 신비롭게 들렸다. 멀어져 가는 블루모스크가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블루 모스크를 휩싸도 돌던 불빛도 점점 희미해져 소실점으로 변하고 있었다. 방금 들었던 음악만이 내 가슴을 가득 채우고 흘러 넘쳤다. 그때가 바로 내 기억 속에 터키라는 두 단어를 지워야 하는 시간이었다.

 

 

 

<위 그림을 클릭하면 터키에서 구입한 CD 음악을 들을 수 있다. CD 타이틀은 The last bridge 이다.>

 

*우리는 터키 시각 19일 02:20분 이스탄불을 출발하여 우루무치와 북경을 거쳐, 한국시각 20일 00시 45분에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니 20일 02:00였다.

 

 

(2013년 11월 21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