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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도 여행기 1 "인천에서 뭄바이까지"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4. 1. 30. 16:24

 

 

 

 

 

2014년 1월 2일 오전 8시 50분발 홍콩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 공항에 도착한 것은 7시였다. 탑승전 3시간의 여유를 두고 공항에 모이는 것이 일반적이나, 왜 그런지 그날만은 1시간 50분전에 모이라는 통지가 있었다. 탑승 수속을 밟기 시작했는데,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의 물결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각은 8시가 가까워오는데, 짐을 부치고 비행기표를 받는 줄은 줄어들지를 몰랐다. 연휴를 맞이하여 사람들이 한꺼번에 공항으로 몰려들었던 것이다.

 

 

모두들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는데, 한 사람의 영문명이 다르다고 퇴짜를 놓는 일까지 벌어졌다. YOUNG SUK(영숙)이 여권에 있는 철자였으나, 예약증에는 YOUNG SOOK으로 되어 있어서 비행기표를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시간이 촉박하여 마음은 급한데, 엉뚱한 일까지 생기고 보니, 하늘이 노랗고 눈앞이 침침해지기 시작했다. 방법을 물으니, 어디어디로 가면 이름을 고쳐주는 곳이 있으니 여권을 가지고 그곳으로 가보라고 항공사 직원이 말했다. 그제서야 시간의 촉박함을 깨달은 "달마"는, 여권을 쥐고 허둥지둥 항공사 직원이 가리킨 쪽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기다리던 사람들의 잿빛 얼굴은 "아이구, 아무래도 오늘 한 사람은 출국하기 틀렸다"는 자신의 심정을 잘 나타내고 있었다.  

 

 

잠시 후 "아이구, 글자 하나 고치는데 5만원 들었네."라는 소리가 들렸다.  말 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보니 머리털이 없는 달마가 눈섭을 휘날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머리털이 있었다면 아마 바람에 휘날려 구름 위로 솟구쳐, 하늘에서  잠자는 "진짜 달마"님의 콧등을 간지럽혀 초죽음 당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불안 초조에 생돈 5만원까지 날린 달마의 얼굴은, 언 듯 보기에 "부처님"이라기 보다는 "부숴진님"으로 묘사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 같았다. 훗날 일을 잘못 처리하여 5만원을 날린 것에 대해, 케이씨로부터 꾸중을 들을 달마를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비행기표를 받고 바람처럼 날아서 몸 수색대로 갔다. 그러나 여기서도 사람들의 줄은 길대로 길었다. 속은 타들어갔지만 그저 순서만 기다릴 도리밖에 없었다. 몸수색을 마치고, 여권심사대를 통과하니 8시 47분이었다. 게이트 표지판을 보고 전력 질주했다. 캐세이 퍼시픽 직원이 나와서 홍콩 가는지를 물으며 손님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방송으로 누구누구를 찾으니 빨리 몇 번 게이트로 오라는 메시지를 듣지 않은 것만도 천만 다행이라 여겼다. 맨 마지막에 도착하여 보니 모든 좌석은 사람으로 차 있고 내 좌석만 이빨 빠진 듯이 휑하니 비어 있었다. 학교 다닐 때 지각을 해서, 학생들의 시선을 온몸에 받으며 내 자리로 돌아가는 그런 심정으로 자리에 겸연쩍게 "휴~"하고 털썩 주저앉았다.  

 

 

 

 

<인도 함피의 일몰: 포토샵에서 hard mix  처리>

 

 

홍콩 비행장에 도착한 것은 오후 12시 30분이었다. 일부 카페 회원들은 공항 밖으로 나가고, 나를 비롯한 몇 사람은 비행장 안에서 죽치기로 마음 먹었다. 시간은 왜 그리 안 가는지, 음식을 사먹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땅을 보고 천장을 보아도, 출발시각 저녁 8:10분은 멀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조통수는 불어도 세월은 간다, 거꾸로 매달려 있어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는 군대시절 말이 있듯이, 홍콩 비행장 시계는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시간이 늦게 가서 오래 살기를 바라면서, 시계가 빨리 돌아가기를 바라다니, 역시 나도 분명한 인간임을 확실히 느꼈다.   

 

 

 

 

<인도 코치 해변의 어망: 포토샵에서  hard mix 처리>

 

 

1월 3일 새벽 1시 30분에 인도의 뭄바이 공항에 도착했다. 절차를 밟고 밖에 나오니 찜질방에 들어간 듯, 더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더니 온몸을 휘감아 돌았다.  어디서 "아이구, 왜 인제 오세요?"라는 말이 들렸다. 큰 키에 야구모자를 쓴 복만이의 흰 이빨이 가로등에 어색하게 번득였다. 반갑게 악수를 하고 다른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처음 나온 사람과 마지막에 나온 사람의 시간차가 거의 30분 이상이었다.

 

 

Prepaid Taxi라고 써 붙인 곳에서 미리 택시 요금을 내고 2-3인이 한 조를 이루어 택시를 탔다. 길은 어두웠고, 인도 특유의 카레 냄새인지 시궁창 냄새인지 알 수 없는 냄새가 택시 창문으로 스며들어왔다.

 

 

숙소인 빅토리아 호텔에 도착한 것은 새벽 2시 30분. 잠자다가 일어난 주인은 귀찮다는 듯이 눈을 비비며 서류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열쇠를 받아들고 방으로 걸어가는데 뭔가가 발에 툭 걸렸다. 날이 더워 종업원들이 복도에 엎어져 자고 있었던 것이다. 자세히 보니 여기저기 복도에서 잠자는 직원이 눈에 띄었다. 발에 걸린 것은 천만 다행, 만약 머리라도 밟았더라면 큰 낭패를 당할 뻔했다.

 

 

방문을 여니, 열대의 열기가 얼굴을 확 덮쳤다. 모기는 만반의 공격준비를 하고 "이잉" 하면서 정찰을 시작했다. 졸졸 새는 수도 꼭지를 막으려다 헛수고 임을 깨닫고, 그냥 침대에 앉았다. 앞으로 지낼 일을 생각하니 한심스러웠지만, 내가 선택한 일이니 하는 수 없다, 라는 생각으로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