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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여행기 4 "카파도키아 1"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3. 11. 18. 23:22

 

 

터키 여행기 4

 

"카파도키아 1"

 

 

 

 

 

우리의 일정 중 카파도키아가 들어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말하면 별로 반갑지 않았다. 왜냐하면 2008년 1월, 터키의 서부 지방을 도는 패키지 여행을 했었는데, 그 일정 중에 카파도키아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날이 너무 추워서, 어디인지 모르는 곳에 내려 잠깐 사진 찍고, 숙소로 가는 중 쇼핑센터에 들른 기억 이외에는 인상적인 것이 별로 남아있지 않았었다. 또한 터키에 다녀온 한국 사람치고 카파도키아를 가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고, 카파도키아의 사진도 어디가도 쉽게 볼 수 있어서 카파도키아에 대한 호기심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그러나, 실제는 달랐다!

 

 

<2008년 1월의 카파도키아>

  

 

넴루투다이 귀네스 모텔에서 카파도키아로 출발한 것은 10월 12일 아침 8시였다. 돌아가는 길은 올 때의 역순이어서 새로운 느낌이 없었다. 단지 말라티야에서 넴루투다이로 올 때 경치가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갈 때도 그러려니 했었다. 그러나 갈 때는 방향이 다르고 햇빛이 달라서 원했었던 그림이 아닌 것이 좀 실망스러웠다.  

 

 

<사자 머리가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팀은 복만씨를 포함하면 모두 11 명이어서, 누군가 한 사람은 터키인과 자리를 함께 앉아야 했었다. 그 사람이 복만씨였다. 중간에 버스가 쉬고 새로운 사람이 버스를 탈 때마다 복만씨 짝이 누가될까 모두들 호기심어린 눈초리로 주시하고 있었다.

 

 

"야, 젊은 여자다!"라는 소리에 모두 복만씨 옆 빈자리에 시선이 쏠렸다. 싱글벙글 웃으며 자리에 털썩 앉은 아가씨, 노란색으로 물들인 사자머리를 하고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었다. 아, 그러나, 떡 벌어진 어깨에 부리부리한 눈, 우뚝 솟은 콧날, 쭉 찢어진 두 눈, 잘강잘강 껌을 씹어대는 메기 같은 입..... 그 순간 그녀를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은 적어도 한국인 중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의 풍채에는 괜히 말 한마디라도 했다가는 양손 싸대기에 이단 옆차기가 올라올 것 같은 포스가 작렬하고 있었다. 아, 불쌍하다, 복만씨. 맞을 짓을 한 강아지 꼬리내리고 주인눈치 슬금슬금 보면서 꽁무니 빼듯, 버스 바닥을 바라보면서 가재 걸음으로 뒷자리로 사라져간다. 아,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긴 복만씨, 애달프다 어이하리.   

 

 

여복이 이러하니 그 구누를 원망하랴  
사자머리 바라보니 애달프다 어이 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은 이 뿐인가 하노라’

<정철의 시조 패러디>

 

 

 

<창밖 풍경>

 

 

카파도키아의 중심지 괴뢰메에 도착한 것은 캄캄한 밤이었다. 호텔 차가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가 묵을 집은 Maron Stone 이라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여행사, 호텔, 식당 등을 겸하는 집이다. 한국 사장님은 한국에 갔고, 타이풍이라는 태국 청년이 모든 일을 도맡아서 하고 있었다. 한국에 가본 적이 없다는 사람이 그렇게 한국말을 잘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발음도 억양도 그리고 어투도 거의 한국 사람과 같았다.거기다가 유모어 감각이 있어서 허튼 소리를 해가며 사람들을 웃겼다.

 

 

 

<타이풍>

 

 

다음 날 새벽에 일부는 열기구를 타러갔고, 나와 몇 사람은 '열기구 타러 간 사람'을 찍으러 전망대로 향했다.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전망대가 있었는데, 날이 어둡고, 길을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한참을 헤맸다. 언덕의 정상에 올라가니 몇 사람이 와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근처에 개 몇 마리가 땅을 두발로 파더니 킁킁 거리며 흙냄새를 맡고 있었다.

 

 

 

 

 

 

날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괴뢰메 시내의 윤곽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더니, 여기저기 열기구에 불이 붙여지기 시작했다. 외계인이 어디에서 날아와 지구를 점령할 준비를 하는 듯, 사람들을 실은 자동차가 연신 들판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이 열기구는 일출과 동시에 공중으로 날아가는 듯 했다. 가스에 불을 붙이는 소리가 "칙~" 하며 귀에 들려오고,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려온다. 여기 하나, 저기 하나, 어, 하는 사이에 사방에서 풍선이 하늘로 솟구친다.

 

 

 

 

두둥실 두리둥실 풍선 솟는다
어두운 하늘가로 둥실 떠간다

이 풍선 세상 찾아 하늘 가는 데
어기여 디여랏차 내맘도 간다   

순풍에 돛 달고서 어서 떠나자
저산에 해가 뜨면 새 세상이다 

두둥실 두리둥실 풍선 떠가네
해뜨는 동쪽으로 풍선 떠간다  

<사공의 노래 패러디>

 

 

 

 

여기 뜨고 저기 뜨고, 정월 보름 연 뜨듯 여기저기서 공중으로 올라간다. 하나 둘 세다가 그만두고 그저 하늘만 바라본다. 붉은 태양이 풍선을 비추고, 뾰죽뾰죽한 바위를 간지럽히더니,  마침내 지상을 쓰다듬는다. 구경꾼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올리면 이에 질세라 카메라맨들이 끊임없는 셔터 음을 이어간다.  참으로 장관이다. 아, 자연이 만든 카파도키아의 기괴한 바위와, 인간이 만든 천연색 열기구가 조화를 이루어 뭉치고 흩어지며, 바람되고 물이되어, 골짜기와 바위 숲을 지난다.   

 

  

 

 

 

 

 

아까부터 땅을 파대던 개들은 이제 지겨워졌는지, 여덜 팔자를 그리며 "전혀 개팔자 답지 않은" 개팔자를 즐기고 있다. 무슨 꿈을 꾸는지 가끔 가다 킹킹 대기도 하고, 몸을 들썩이기도 하며, 이상한 소리를 내기도 한다. 사람들이 떠들고 쿵쿵대도 조금도 움직임 없이 그저 잠만 잔다. 사람도 보통 사람의 개팔자가 제일이다. 보통 사람이 평범하게 다리 쭉 뻗고 잠잘 때, 어떤 사람은 권력, 재력에 눈멀어 노심초사 걱정으로 불면의 밤을 새워야 한다.  

 

 

 

 

 

<조지아를 추천하는 한국청년>

 

 

조지아를 한달 갔다 온 한국 청년을 현장에서 만났다.  그는 그곳을 꼭 가보라고 신신 당부했다.  더 이상 외부 세계에 노출되기 전에 가보라고 조언해 주는 것이다. 조지아와 아르메니아는 가기 쉽지만, 그 옆에 있는 아제르바이잔은 비자 얻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준다.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 또 다른 한국 청년이 있었는데, 그는 터키에 온지 한 달 되었고, 터키만 3개월 일정으로 여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풍경 사진을 주로 찍는다는 그는, 자신이 찍은 멋진 사진을 태블릿에 담아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보여주었다.

 

 

그리고 우리 호텔에 한국인 부부가 있었다. 40대로 보이는 그들은, 한국을 떠난 지 이미 일년이 되었고, 돈이 떨어지는 날이 귀국 날이라고 했다. 앞으로 일년은 더 해외 여행을 할 것이라고 했다. 잠은 도미토리(여러 명이 쓰는 저렴한 방)에서 자고, 쉬고 싶으면 쉬고, 가고 싶으면 간다고 했다. 그들의 특징 중의 하나는 아예 카메라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오로지 자신의 눈으로 보는 일에만 집중한다. 괜히 사진을 남기려고 하다가 실제 현장을 제대로 보지 못 할 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말 세상은 넓고, 사람들 또한 다양하다. 

 

 

 



 

 

 

 

괴뢰메에 있는 호텔을 떠난 것은 오전 10시 반, 목표는 레드 밸리였다. 길을 건너 밭을 지나 한참을 가면 드디어 기암괴석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제복을 입고 말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마 공원 감독원일 것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거나, 네발 달린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많으며 우리처럼 걷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뾰죽한 바위가 벽에 붙어 있기도 하고, 몇몇이 그룹을 지어 서 있기도 하고, 여기저기에 혼자서 덩그러니 서 있기도 하다. 우리를 보고 미친 사람처럼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으하하 소리지르며 서 있기도 하고, 그러다가 무슨 이유로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우리를 한 바퀴 돌고 가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윗통을 벗고 가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지팡이를 짚고 기어가듯 가기도 한다.

 

 

 

 

 

 

 

 

 

 

 

 

 

 

우리 네 사람이 언던을 넘어 석류 주스를 팔고 있는 조그만 가게에 도착한 것이 11시 10분, 시큼한 석류주스 한 잔에 더위와 피로가 가신다. 이어서 판매원은 수박도 먹어라 또 다른 과일도 먹어라 추천했지만, 그것으로 만족했다. 그에게 길을 멀어 계곡을 관통하여 정상까지 가보기로 했다. 4키로 계곡을 통과하는 데 몇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처음에 곧고 널직한 레드 밸리는 안으로 들어갈수록 굽고 좁아졌다. 가을이 되어 나뭇 잎이 이제 노란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계곡에는 쭉쭉 뻗은 나무가 하늘로 솟아있었다. 쭉뻗은 나무는 하늘로 솟다가 다시 모여 삼각 편대를 이루기도 하고, 다시 흩어지기도 했다.  

 

길옆의 괴석이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바위는 무슨 낙서가 되어 있는 것도 있고, 구멍이 뚫린 것도 있었다. 흰색, 붉은 색 바위가 무질서 하게 놓여 있었다. 바위 뒤에는 또 바위가 있고, 그 위에는 또 다른 바위 물결이 펼쳐져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계곡을 채우고 있는 나무가 흔들렸고, 노란 나뭇잎이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나붓거리며 떨어져 10월의 노란 눈송이가 되었다. 떨어지는 나뭇잎 사이로 파란 하늘이 얼굴을 내밀었다 숨었다를 반복하다가,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는 듯 하얀 하늘에 자리를 내준다.  

 

 

 

 

 

 

 

 

 

 

 

 

 

 

가다보면 부부가 운영하는 조그만 가게가 있다. 차와 음료 그리고 과일을 파는 가계였다. 아, 포도주도 있었다. 그리고 조그만 장신구가 여기저기 걸려있었다. 간단한 음료를 시켜 마시면서 피로를 달랬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찬찬히 훑어 보았다. 그런데 우리처럼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모두 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사람뿐이었다. 사실 늘상 등산을 하는 한국인의 입장으로는 계곡 조금 오르는 것 아무 것도 아니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이것도 어려운 일을 수 있다.

 

 

 

 

 

 

 

 

드이어 눈에 띄기 시작하는 것이 과일이다. 어떤 것은 사람이 재배한 흔적이 있기도 하나, 대부분은 그냥 자연 상태로 자라는 것으로 보였다. 이런 과일들은 크기가 작고 볼품이 없거나, 조금 비들비들 말라있었다. 하지만 수분이 빠져나가서 오히려 더 당도가 높기도 했다. 한참을 따 먹고, 또 먹고, 그러다가 다른 회원들에게 줄 것도 따서 배낭에 담고 다시 걸었다.

 

 

 

 

 

  

 

  

드디어 계곡이 끝난 지점에 과일밭이 있었는데, 무슨 일인지 주인은 과일을 따지 않고 떨어지면 떨어진대로 바닥에 버려두었다. 아마도 과일의 크기가 작아서 일 것이다. 하지만 향긋한 과일 맛은 달디달았다.  

 

 

 

 

 

 

그 뒤 깃발이 꽂혀있는 가장 높은 지점에 올라가 괴뢰메를 훑어보고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안내판을 보고 동굴 교회로 간다. 비록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지만, 들어가는 길이 너무 협소하고 컴컴해서 네발로 박박 기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통로였다. 우리는 만장일치로 그냥 밖으로 나왔다.

 

 

그후 우리는 또 다시 계곡을 따라 걸었다. 아마 별로 이름이 없는 계곡인 듯 했다. 하지만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과일은 여기에도 지천에 깔려있었다. 누군가가 따서 먹어주기를 바라는 듯 했다. 어떤 것은 푸른 창공에 떠 있기도 하고, 어떤 것은 바닥에 떨어져서 울고 있었다. 이미 눈이 아프도록 떨어진 과일을 본 우리는, 이제 떨어져 쌓여있는 과일 보는 것이 괴로웠다. 배부른 독수리 닭바라보듯, 먹고는 싶지만 낚아 채어 가져가고 싶지는 않았다.  

 

 

 

 

 

 

 

 

 

 

 

 

마론 스톤 하우스까지 걸어서 왔다. 괴뢰메를 한 바퀴 돈 셈이나 마찬가지다. 5-6시간을 걸었나보다. 몸은 녹초가 되었고, 걸으려고 해도 더 이상 발걸음이 옮겨지지가 않았다. 관광차를 타고 명소를 돌고온 다른 회원들이 도대체 어디를 가서 이렇게 생고생을 했냐고 핀잔 반 걱정 반이라고 생각되는 이상한 말을 했다. "아이고 말도 하지마. 그냥 이 과일이나 먹어." 같이 갔던 P님이 배낭 속에서 과일을 꺼냈다. 그는 그 과일을 전리품 나누어주듯, 사람들에게 한줌씩 안겼다. 맛을 본 사람들이 더 줄 것이 없냐고 묻고 또 묻는다.

 

 

먹고 웃던 사람들의 시선이 외부로 향했다.  담 밖에 세워둔 자동차의 뒷 유리에 누군가가 멋진 그림을  그려 놓았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무수히 많은 나무 가지들이 유리창에 반사되었던 것이다. 야, 정말 멋있다. 모두 공감했다. 그러자 한 사람이 말했다. "아니 이거, 사자 머리 아냐?" 그러자 어떤 사람이 갑자기 호텔 방으로 뛰어 도망쳤다. 바로 복만씨였다! 

 

 

 

 

<2013년 11월 18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