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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일간 중미 여행기 1: 인천에서 휴스턴까지 "박보약"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4. 12. 27. 18:28



 

 

 47일간 중미(Central America) 여행기 1: 인천에서 미국 휴스턴까지  

 

   "박보약"

 

 



 

 

2014년 11월 6일 오후 1시 30분 유나이티드 항공을 이용하여 인천을 출발, 도쿄를 거쳐 미국 휴스턴에 도착한 것은 현지 시각 11월 6일 오후 1시 30분이었다. 즉 시차의 장난으로 인해 출발한 날짜와 시각이, 기가 막히게도 도착한 날짜 시각과 같았던 것이다.

 

 

휴스턴 공항에서 자동차 옆면에 그려진, 사람이 누워서 잠자는 사진을 보면서 참 기묘하게도 그렸다고 감탄하는 순간, 긴 턱수염을 한 "싸나이"가 나타나서 "이제 겨우 60을 넘긴 사나이"라고 용감하게 자신을 소개를 하고, 나꿔채듯 우리를 데려가 렌트카에 태웠다. 이후 우리는 이 "싸나이"를 "박보약"이라고 불렀다. 이 "싸나이"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나오는 "밤이 오면 심장이 터져버리는 사나이" 그런 사나이보다 더 "싸나이" 다운 "싸나이", "밤이 오기를 기다리지 못해 낮부터 심장이 터져 버리는 싸나이"처럼 보였다.

 

 



 

 

그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는 중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언변은 시작과 끝을 모르고 계속되었다. "내가 처음 미국에 올 때는 영어 좀 했어요. 그런데 미국에 살면서 영어를 다 잊어 버린거라, 허허허. 미국에 살면서 영어를 잊어, 허허허." 좌중을 압도하는 그의 말은 한옥타브 높고 두 단계 볼륨이 컸다.

 

 

"내가 미국에 와서 안해 본 것이 없어요. 온갖 장사에다 심지어는 뱜 장사까지 했지 않았겄소." 대부분 과거에 뱀장사를 했다거나 개장사를 했다는 사람은 김구라보다도 훨씬 더 뻥꾸라가 심하다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바이다. "뱀을 산채로 파는 것이 아니라 냉동된 상태로 팔아야 하는거라. 그런데 냉동 뱀을 판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쩌면 그가 정말로 뱀장사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침이 꼴깍 넘어갔다.  

 

 

"사람이나 뱀이나 팔아먹을 때는 인물이 좋아야 하는거라. 처음에는 여러 마리 살아있는 뱀을 냉동고에 넣었다가 꺼내보니 이놈들이 추워서 엉키고 설켜서 인물이 개판이 아니라 뱀판이더라구. 그래서 어떻게 하면 뱀의 인물 그러니까 뱀의 모양을 나게할까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지 않았겄소. 결론은 냉동고에 넣었다가 요것들이 죽을만 했을 때 얼른 꺼내서 이리 만지고 저리 만져서 봉긋봉긋하게 한 마리씩 얌전히 앉힌 뒤에 다시 냉동고에 넣으면, 세상 어디에도 볼 수 없는 최고의 인물을 가진 뱀이 탄생하는 거라, 허허허. 그래서 뱀 엄청나게 팔아먹었요, 허허허. 마누라와 둘이서 뱀 모양 만들면서 반평생을 보내지 않았겄소."

 

 



 

 

"이 땅이 모두 12만 평이요. 이거 내가 다 사들인거요." 대문을 지나자 넖은 들판인지 정원인지가 나타났다. 차를 타고 한참을 지나서야 오늘 우리가 묵을 찜질방이 나타났다. 찜질방 앞에는 생뚱맞게도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씌어진 장승이 나타났다. 외국에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고 하더니만 진정한 애국자 또 한 명 나타났구나.

 

 

그러나 웬걸 조금 더 걸어가자, "확 지지세유. 한증막"이라는 또 다른 장승이 나타났다. "지지다"라는 말은 "시골스럽고, 농촌스럽고, 할머니스럽고, 된장스러운" 말이다. 내가 어렸을 때, 된장을 지져 먹자, 또는 두부를 지진다, 또는 연속 극에서 인두로 살을 지져 죽인다는 말을 들으면서 커왔다. 그러다가 뜨거운 아랫목에 몸을 지진다, 목이 아프니 뜨거운 국물을 먹어 목을 지진다는 말까지 들어보았었다. 그런 말이 바로 여기 미국의 휴스턴의 찜질방의 장승에 써 있는 것을 보니, 어색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심지어 경이롭기도 하여 한동안 어안이 벙벙하였다.  

 

 



 

 

그는 한증막 입구에 따서 담아놓은 감을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나누어 주었다. "이거 농약한 것이 아니니까, 모두들 옷에 썩썩 문질러서 먹어들봐.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른다고. 저기들 보셔. 저 감이 다 무농약, 무공해 감이라. 마음대로 따서 드시라구. 이거 한국에서 온 분들이니 드리는 것이라구. 옆집에서 달래도 안 줘요. 괜히 감 따러 오다가는 총 맞아 죽기 십상이요. 여기는 자기 영역에 허락없이 들어오면 총을 내갈기는 기라. 조심들 혀."

 

 



 

 



 

 

수 많은 한국 사람이 다녀갔을 박보약의 찜질방에는 널직한 거실이 있었고, 그 옆에 각종 찜질실이 몇 개가 들어 있었다. "모두들 들어가서 찜질들하셔. 10년 먹은 체증이 다 달아난다구. 한국에서 귀한 손님이 온다고 해서 이거 다 장작을 때서 뜨끈뜨끈하게 해 놓은 거라고. 형님 후배분들이 오신다고 해서 며칠전부터 준비에 준비를 한 것이니 마음 놓고 사용들하셔."

 

 



 

 

그를 따라서 자동차를 탔다. "휴스턴에 오면 두 가지를 해야한다구. 하나는 NASA(미 항공 우주국)을 가봐야 하고, 또 하나는 의료시설을 봐야한다구. 그런데 NASA를 가려면 이미 시간이 늦었어요. 그냥 휴스턴 시내나 살짝 둘러보고, 저녁이나 먹고 술이나 먹자구."

 

 

날은 이미 저물기 시작했고, 사방에 있는 건물의 불이 밝혀지고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했다. "저기 보라구. 저기 저 건물이 다 병원이나 병원에 관계된 건물이예요. 의과 대학도 수 없이 많아요. 저기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수술받은 병원이구." 끊임없이 쏟아내는 그의 언변은 이제 말문이 터진 점쟁이의 속사포같은 말솜씨보다 더욱 박진감있고, 흥미진진하게 우리를 손아귀에 쥐었다 놓았다 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바로 히바치라는 중국 사람이 운영하는 대형 식당이었다. "이거 보라구. 이 큰 건물이 주말이면 사람들로 꽉 들어차요. 이집 음식 싸고 좋아요. 양식, 일식, 중국식에다가 김밥에 김치까지 있다구. 전에 이 근처에 식당이 많았었는데, 이 식당 들어오고 다 망해 나갔어요. 다른 식당이 경쟁할 수 없을 정도로 서비스가 좋거든" 과연 그의 말대로 각종 고기에 해산물,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이나 피자, 음료수 등 마치 음식 백화점처럼 갖가지 음식이 갖추어져 있어서 어디에 시선을 둬야할 지 몰랐다. 우리는 십년 굶은 이리처럼 몇 번썩 왕래하며 허기진 배를 채우고 또 채우다가, 마침내 배를 두들기며 다시 찜질방으로 향하는 차에 올라탔다.

 

 



 

 



 

 



 

 

박보약 찜질방 맞은 편 건물에는 이미 또 다른 술 파티 준비가 되어 있었다. 뷔페 식당에서 배를 채우고 시간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밖에서는 또 갈비를 굽고 있었다. 대여섯 가지 술이 탁자에 놓여져 있었고, 주위에 마른 안주가 자신을 먹어줄 술꾼을 기다리고 있었다. 벽에는 온갖 동물의 머리가 저승사자처럼 뿔을 하늘로 치솟은채 무력시위라도 하듯 위풍당당하게 걸려있었다. "저것이 다 진짜 동물 박제품입니다. 저것 하나 수백만원 주고 샀어요. 전에 내가 한약방할 때 사방에 돈 뿌리며 사들인 겁니다."

 

 



 

 

차가운 밤하늘에 노래방 음악이 혼자 돌아가고 있었다. 노래책 옆에는 사람들이 많이 불렀을 것으로 보이는 노래 제목과 번호가 기록되어 있었다. "빨간구두 아가씨, 바다가 육지라면, 미사에 종, 삼팔선의 봄 등" 내가 어렸을 때 불렀던 노래가 그대로 적혀있었다. 이들이 고향을 떠나올 때 알고 있었던 노래가 이들의 머리 속에 각인되어 있었을 것이고, 그 이후로 새로운 노래의 유입이 없으니, 이미 알고 있는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르며, 한국에서의 생활을 회상했을 것이다. 일년에 한두 번 노래방에 갈까말까한 나는 그래도, "남자라는 이유로, 샤방샤방, 사랑찾아 인생찾아, 고장난 벽시계" 정도는 알고 있으니 이들과 비교하면 최첨단 노래를 알고 있는 셈이 될 듯 하다.

 

 



 

 



 

 



 

 

그러나 이미 술이 들어갈 대로 들어간 사람들은 하나하나 자리를 비우기 시작했다. 진정한 주당, 음주계의 고수 몇 사람만이 밤이 가는지 새는지 모르고 휴스턴의 밤 하늘에 알콜기를 뿌리고 있었다. 그들도 결국 한 말을 또하고 또 하고 비실거리더니 추풍 낙엽처럼 방바닥에 쓰러져 날 잡아먹으라는 듯 여덜 팔자를 그리며 피실피실 방바닥에 뻗어 버리고 말았다.

 

 



 

 

다음 날 휴스턴 발 파나마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캄캄한 밤중에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30분이었다. 그렇게 술을 마셨음에도 박보약은 이까짓것 술 가지고는 까딱없다는 듯, 운전대를 잡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는 차를 몰아 대문 밖으로 빠져나왔다.

 

 

이제 휴스턴을 떠나면 내 언제 다시 이곳을 찾아올 수 있을까? 미련이 남아 고개를 돌려 자동차의 뒤 유리창을 바라보았다. 자동차의 유리창을 통해 붉은 바탕에 검은 글씨가 보였다. 눈을 비비고 자세히 보니 박보약 집의 대문에  "박보약"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씌여 있었다.

 

 

왁자지껄하던 사람들이 또 다시 하나 둘 술냄새를 풍기며 달리는 자동차 속에서 깊은 수면에 빠져들었다. "박보약"이라는 글자가 점점 작아지더니 마침내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바로 휴스턴과의 작별을 고하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가운데 모자 쓰고 수염이 긴 사람이 주인공 "박보약". 우리 일행은 모두 10명이었다.>

 

 


 

11월 6일 휴스턴 숙박소: 박보약 찜질방

비용: 공항왕복 자동차 렌트비, 숙박비, 식사비, 주류 포함 일인당 약 70,000원

 


 

*여기에 사용된, 그리고 앞으로  사용될 사진은 필자가 촬영한 사진 이외에도 다른 분들이 촬영한 사진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임으로 사진을 사용하게 됨을 양해바라며, 또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 될 수 있으면 같이 동행한 분들의 인물 사진을 싣지 않으려고 노력하겠지만, 글의 흐름상 또는 사진 부족으로 본인이 원하지 않는 사진이 실릴 수 있습니다. 이점 또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필자가 사용한 카메라는 소니 알파65와 갤럭시노트 3 스마트폰입니다. 소니 알파 카메라는 여행 중 땅에 떨어진 후 호박 덩어리처럼 굴러가더니 결국 물 속에 일부가 잠겼습니다. 그후 먹통이 되었다가 며칠이 지나 일부 기능이 되살아났다가 죽었다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가 또 실성을 했다가, 하얗게 찍혔다가 검게 찍혔다가,  하루에도 여러 번 생사의 갈림길을 헤매며 오두방정을 떨었습니다. 한국에 와서 수리소에 맡겼더니 주기판의 부식이 심하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내용물을 모두 교체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전체 수리를 하려면 수리비가 약 30만원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수리하지 못하고 고장난 카메라를 다시 찾아다가, 애처로운 마음으로 병든 자식 바라보듯 힐끗힐끗 보면서 보면서 이글을 썼습니다.  

 

 

*이 글을 쓰고 나서 카메라 생각이 또 났습니다. 잊으려 해도 또 났습니다. 하는 수 없이 몇 시간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 새로운 카메라 소니 알파 77 II를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집에 도착할 것을 지금 기다리고 있습니다. 120만원 생돈 나갔습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카메라를 사용하게 된 것은 또 다른 기쁨입니다. 역시, 불행은 불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행복이나 기쁨을 갖다 주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 또 카메라를 풍덩 물에 빠뜨리면 어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또 구입하고 싶은 생각이 날지 말지.  "아이구 카메라 사다가 내 재산 다 말아먹네."

 

 

*다른 분들이 촬영한 사진은 모두 스마트폰으로 촬영되었습니다.


*이글을 읽는데는 스마트폰으로 읽어도 상관없으나 사진을 보는데는 아무래도 컴퓨터를 통해 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PC에서 읽을 것을 권해드립니다.


<멕시코 가수 Ana Gabriel의 노래 한곡: 멕시코에서 구입한 CD에서 추출>

위의 링크가 작동이 되지 않을 때는, 오른쪽 마우스를 눌러 "다른 이름으로 대상저장"을 선택하여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한 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2014년 12월 27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