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Beautiful the Nature is! - Albatross

Essays

우리는 한 인간일 뿐이다 (We are just human beings)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2. 8. 5. 08:33

<2009년 4월 12일 여주>

 

 

역시 인간은 인간일 뿐이다.   

 

 

사마천의 사기열전 중 「노비 한비열전」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위 나라에 미자하(彌子瑕)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임금의 총애를 받았다. 그런데 그 나라 법에 왕의 수레를 타는 사람은 월형(刖刑=다리를 자르는 형벌)을 받기로 되어 있었다.

 

 

어느날 미자하는 자기의 어머니가 아프다는 말을 듣고, 왕의 수레를 타고 궁 밖으로 나갔다. 이런 사실을 나중에 알고, 왕은 "효자로구나! 다리가 잘리는 형벌을 감수하다니!"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미자하와 왕이 복숭아 밭에 갔다. 복숭아가 너무 맛이 있었다. 미자하는 먹던 복숭아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말했다. "나를 끔찍이 위하는구나. 제가 먹고 싶은 것을 참고 이토록 나를 생각하다니!"

 

 

그 뒤 어떤 일로 미자하는 왕의 미움을 받게 되었다. 그러자 왕은 이렇게 말했다. "이 놈은 전에는 나를 속이고 내 수레를 탔고, 또 자기가 먹다 남은 복숭아를 내게 먹였다. "

 

 

처음에 내가 학교로 발령받은 것이 어느 여자 중학교였다. 그때가 내 나이 27살이니, 한창 나이어도 정말 한창 나이었다. 아이들은 처음부터 나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었다. 내가 잘나거나 못나서가 아니었다. 사춘기 여학생들에게 있어서 젊은 총각 선생은 어떤 의미에서는 그들의 인생에서 만나보는 최초의, 그리고 최고의 이성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연예인 다음으로 인기를 누렸던 것이 그때가 아닌가 한다. 아이들은 수업이 다 끝나고도 교무실 주위를 맴돌며 집으로 가지 않으려고 했다. 내가 가르치지 않는 반 아이들은 내가 가르치는 반 아이들이 부러워 수업이 끝나면 복도 밖에서 창문 너머로 교실을 바라보곤 했었다. 스승의 날에는 이런 저런 선물이 내 책상 위에 수북하게 쌓였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교사로 왔지만 중학생을 가르치는 데도 모르는 것이 그렇게 많았다. 솔직히 말하면 어떤 아이가 "선생님, I'm sorry의 응답은 어떻게 해요?"라고 물었을 때, 나는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러자 어떤 아이가, "야, 선생님이 몰라서 대답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너희들 테스트하려고 모른 척 하는거야."라고 대답을 했다.

 

 

또 언젠가는 간접 의문문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 때 어떤 학생이 간접 의문문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나는 간접의문문을 자신있게 가르쳤지만, 막상 물으니까 그것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또 옆에 있는 학생이, "야, 선생님이 너희들 사고를 키우려고 말씀을 안 하시는 거야."라고 말했다.

 

 

나의 머리가 짧으면, 스포티해서 보기 좋다고 아이들은 말했고, 머리가 길면 비틀즈 머리 같아서 멋있다고 했다. 아이들은 나에 대한 호감 때문에 귀 먹고 눈멀어 판단이 마비되었던 것이다.

 

 

한편, 나의 옆 반에 어떤 여선생님이 담임을 하셨다. 아이들은 그 선생님을 싫어했다. 그 선생님이 일찍 와서 가르치면, "쥐잡듯이 아이들만 잡고, 가르치는 것은 형편없다."고 아이들이 말했다. 영어 스펠링 하나라도 틀리면, 영어 선생이면서 중학교 수준의 스펠링도 모른다고 중얼거렸다. 열성적으로 가르치면 알맹이도 없으면서 목소리만 크다고 쑥덕거렸다. 새 옷을 입고 오면, 그 인물에 새 옷이나 헌 옷이나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말했고, 촌뜨기 냄새가 더 난다고 비웃었다. 그 선생이 싫으니까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이 다 싫었던 것이다.  

 

<2009년 4월 12일 여주>

 

 

언젠가 어떤 고등학교에서 상담부장을 할 때였다. 어떤 남자 선생님이 상담할 것이 있다고 하면서 나를 찾아왔다. 말을 들어보니 고부간의 문제였다. 아내와 어머니 그리고 그 선생님 세 사람이 한 집에 사는데, 아내와 어머니의 사이가 좋지 않아 미치겠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자기만 바라보고 사셨기 때문에 어머니를 따로 살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내와 이혼도 할 수 없어서, 함께 살기는 살지만,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옥과 같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내는 밥상을 차려서 어머니 방에 갖다 놓고 자기 방으로 간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머니는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간 사이에 아내가 그 밥상을 치운다는 것이다. 아무리 말을 하고, 협박을 하고, 부탁을 하고, 애걸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어쩌다 아내가 어머니에게 잘하려고 하면 "저 년이 겉으로만 잘하는 척 한다."라고 어머니는 생각했다. 어머니가 아내에게 잘하려고 하면, "잘 하려고 하는 그 꼬락서니가 더욱 나를 질리게 한다."라고 아내는 말한다는 것이다. 즉 한쪽 편이 아무리 잘 하려고 해도, 그러면 그럴수록 그들의 사이는 더 멀어진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싫으니 상대방이 하는 모든 것이 다 싫어지게 되는 것이다.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고, 같이 술 한 잔 하고 헤어져야만 했다.

 

 

<2009년 4월 12일 여주>

 

 

며칠 전 코리아 타임즈에 여론 조사한 것이 발표되었다. 여론 조사 기관에서 「당신은 "진보"라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보수"라고 생각합니까?」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진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자가 약 28%, 보수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자가 약 27%로, 진보라고 응답한 사람이 더 많았다. 중도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자가 약 38%였다. 진보가 모두 이명박 대통령을 반대하고, 보수라고해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진보는 현 정부를 비난하고, 보수는 현 정부를 지지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중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 행위에 따라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려주거나 낮춰줄 수 있지만, 27-28%에 달하는 자칭 진보나 보수는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하느냐와는 관계없이 행동할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진보쪽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회사 사장만 해오던 사람이니 매일 경제만 외쳐댄다. 그렇다고 경제가 잘 되기를 하나? 뭐하나 잘 되기를 하나?"라고 말할 것이다. "미국 대통령 만나서 대통령 별장에나 가고, 일본 천황 만나면 고개나 숙인다."고 말할 것이다. "4대강 살리기를 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4대강을 죽이는 짓이다. 청계천 공사는 인공적인 것을 본래 모습인 자연 상태로 복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반대로 적용하여 자연적인 것을 인공적인 것으로 만들려고하니, 국가 전체의 큰 재앙이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니 텔레비전에 대통령이 나오는 그 자체가 그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지도 모른다. 대통령 얼굴이 나오면 TV를 끄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편,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들, 즉 소위 보수파들은 이와 정반대일 것이다. "저렇게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대통령을 욕만 해대니 정말 진보라는 사람들은 나쁘다"고 말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방을 위해 미국에 가서 철저한 동맹을 확인하는 것이 국가를 위하는 것이 아닌가? 전에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4대강을 살려, 푸른 강산을 자손만대에 물려주려는 대통령이야말로 국가의 구세주가 아니고 무엇인가?" 대통령이 어떤 행위나 행동을 해도, 그들은 절대적인 지지를 보낼 것이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의 행동을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 사람이 좋으면 그가 하는 모든 것이 다 좋고, 그 사람이 싫으면 그가 하는 모든 짓이 다 밉다. 그 사람을 좋아하면 웬만한 것은 다 용서를 해도, 그 사람이 싫으면 먼지까지 털어내서 흠을 잡는다.  

 

 

사랑을 해본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웃으면 웃는 모습이 좋고, 슬퍼하면 그 슬픈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다. 키가 작으면 아담해서 좋고, 키가 크면 훤칠해서 좋다. 내성적이면 묵직해서 좋고, 외향적이면 화끈해서 좋다.

 

 

그러나 사랑이 식어져도 그럴까? 웃으면 쓸데없이 웃는다고 하고, 슬퍼하면 네가 무슨 사색가냐고 비웃는다. 키가 작으면 키도 작은 것이 능력도 없다고 말하고, 키가 크면 키만 멀쩡하게 커가지고 잘 하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한다. 내성적이면 어디 가서 말 한마디 못하는 위인이라고 몰아세우고, 외향적이면 속에 든 것도 없는 빈 깡통이 허풍만 친다고 열변을 토한다.  

 

 

 

<2009년 4월 12일 여주>

 

 

결혼할 때 부모들은 자식에게 말한다. "네가 지금 상대방이 싫다고 해도, 아이 낳고 살다보면 정들어 살게 된다. 싫어도 그냥 결혼해라." 정말 그럴까? 100명중 5명은 아마 그럴 줄도 모른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중에 싫어지는 것은 어느 정도 쉬운 일이나, 싫은 사람이 좋아질 확률은 훨씬 더 적을 것이다. 어쩌면 황하강이 맑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설령 싫은 사람이 나중에 좋아진다고 치자. 그러나 불만족스럽게 살았던, 헤일 수 없는 젊은 날은 어떻게 누가 변상할 것인가?  "우리는 매일 욕하고 집어 던지며 싸웠지만, 지금 60인 이 나이까지 이혼하지 않고 살았다. 대단하지 않은가?"라고 말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니 그게 자랑인가? "나는 병신이요."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일 년을 살더라도 싸우지 않고 잉꼬부부로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어쩌랴. 우리는 싫어하는 사람과 만나서 함께 지내야 한다(怨憎會苦). 또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는 언젠가는 헤어져야 하는 것이 인생 아니던가?(愛別離苦).

 

 

세상에는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이 있고, 내가 받는 것도 없는데 좋은 사람이 있다. 그 사람과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지만 좋은 사람은 좋고, 싫은 사람은 싫다. 왜 그런지 따져보고 깊이 생각해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경우도 있고, 아무리 따져보고 생각해 보아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때도 있다.

 

 

오늘 친구 아들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예식장에서 전에 아는 사람을 몇 사람 보았는데, 다행스럽게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주는 것 없이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웠다.

 

 

작은 이 마음 하나 휘어잡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다. 그러면서 그런 인간이 천하를 말하고 우주를 말한다. 역시 인간은 인간일 뿐이다.

 

 


(2009년 6월 13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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