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Beautiful the Nature is! - Albatross

Ess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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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2. 8. 5. 09:02

 

<2007년 여름 무창포>

 

댓글

 

 

지금도 그렇지만, 옛날에 잘못 알고 있는 단어가 많이 있었다. 그 중의 하나가 양말이라는 단어다. 시골에서 살 때, 모두 양발이라고 했지, 양말이라고 말한 사람은 없었다. 양발에 신으니까 양발이지 왜 양말인가? 초등학교 시절 어느 날, 책에 양말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나는 선생님에게 찾아가 양발이 맞고, 양말이 틀린 말이 아닌지 물었다. 선생님은 양말이 맞다고 말했다. 그날 나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 선생님이 실력도 되게 없다고 중얼거렸다.  

 

 

또 한 가지는 달러와 불에 대한 혼동이다. 잘 알다시피 1달러는 1불이다. 그런데 어떤 아이가 1달러는 1300불이고, 일 불은 1300원인지 얼마 되니까, 1달러라는 것은 지금 돈으로 쳐서 백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나는 또 선생님에게 찾아가서 그 말이 맞는지 물었다. 선생님은 자신도 아직 달러라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아마 그 말이 맞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쓰는 온도 단위에 섭씨와 화씨가 있다. 이것도 별 의문없이 사용했으나, 나중에 알고보니, 섭씨나 화씨는 김씨나 이씨 박씨와 같은 성씨라는 것을 알고 한 참 웃었던 생각이 난다. 본래 섭씨는 Anders Celsius라는 사람의 Celsius를 따라서 붙인 이름이다. 즉 쎌시우스씨를 섭씨( 攝氏)로 쓴 것이다. 화씨는 Daniel Gabriel Fahrenheit에서 Fahrenheit를 화씨 (華氏) 로 쓴 것이다.

 

 

또 한 가지, 우리는 석가모니를 부처님이라고 알고 있지만 석가모니는 부처님이 아니다. 본래 깨닫기 이전의 부처님은 고다마 싯다르타였다. 득도를 한 후는 부처, 여래, 석존, 세존 등으로 부른다. 석가모니(釋迦牟尼)에서 석가는 우리의 성씨에 속한다. 즉 김이나 이, 박, 등에 속한다. 모니라는 말은 성자, 성인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석가모니는 "석가 집안의 성인"이라는 뜻이다. 우리 나라 상황에서는 "김씨 집안의 뛰어난 인물" 정도가 될 것이다.

 

 

인터넷이 시작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어떤 사람의 말에 자기 의견을 다는 것을 "리플"이라고 했었다. 리플이라는 말은 영어로 물결(ripple)이라는 뜻인데, 왜 물결이 거기에 들어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뒤에 나는 "리플"이 아마도 "다시 채우기" (refill)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커피 파는 집에서 리필 달라고 하면 갖다 주고, 생맥주 집에서도 무한 대로 리필한다는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하, 다른 사람의 의견에 내 생각을 다시 채우기 때문에 리필 또는 리플이라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었다. 리플이 "대답"이라는 뜻의 reply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 뒤 한 참 세월이 지나서였다. 아예, 처음부터 댓글이라고 하든지, 리플라이라고 했더라면 이런 저런 고민하지 않았을텐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2007년 여름 무창포>

 

 

댓글이라는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나도 다른 사람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글을 읽고 그냥 나오기도 하고 댓글을 달고 나오기도 한다. 사실 댓글 다는 것은 쑥스러운 일이다. 아무래도 이름이 알려지는 것도 좀 그렇고, 내용도 이거 뭐 잘못 써서 창피당하는 것이 아닌지 별 생각이 다 들기도 한다. 또한 그들만의 어떤 모임에 제 3자인 내가 끼어 들어, 오히려 나의 댓글을 귀찮게 여기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하여튼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 그냥 나오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내가 홈페이지를 갖고 나서부터는 생각이 좀 달라졌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오건 말건, 댓글을 달건 말건,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하루에 몇 사람이나 내 홈페이지에 다녀갔는지 궁금했고, 그리고 누가 다녀갔는지, 다녀 갔다면 무슨 말을 남겼는지 궁금했다. 집에 있는 날은 최소 하루에 한 번 이상 내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보고, 어떤 날은 여러 번 내 홈페이지에 찾아가 누가 댓글을 달았는지 보게 되었다. 그리고 댓글을 달았다면 그 내용은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다.

 

 

세월이 지나자, 이제는 나의 홈페이지에 댓글을 다는 사람은 나와 같은 동포요, 댓글을 달지 않는 사람은 역적으로까지 간주하게 되었다. "고약한 인간들, 와서 읽어 보았으면 댓글을 달아야 할게 아니야."

 

 

댓글은 가수에게 기립 박수를 쳐주는 것이요, 학생에게 칭찬을 해주는 것이다. 댓글은 운동선수에게 메달을 걸어주는 것이요, 항해자에게 등대 불을 밝혀주는 것이다. 가수가 박수를 먹고 살 듯이, 홈페이지 운영자는 댓글을 먹고 산다.

 

 

그렇다고 새삼스럽게, 지금까지 댓글을 달지 않은 사람에게 내 홈페이지에 와서 댓글을 달아달라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저 살던 방식대로 살아야 한다. 하지 않던 운동을 갑자기 하면 삭신이 쑤시고 아프듯이, 억지로 댓글을 달려고 하면, 십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 사람은 생긴대로 사는 게 제일이다.

 

 


(2009년 6월 27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