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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영어 공부법 (How to study English)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2. 8. 5. 08:58

<2003년 12월 14일 양평 물안개>

 

영어 공부 법

 

 

"영어를 잘 하는 법"은 "아무리 그 법을 잘 알고 있어도 절대로 영어를 잘 할 수 없는 법"이다. "영어를 잘 하는 법"은 누구나 "이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 방법이 정말로 영어를 잘 하는 방법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사람이 모두 서로 다르게 생겨먹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다 보면, 단어를 외울 때도 어떤 아이는 공책에 새카맣게 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입으로 중얼거리는 아이도 있고, 천장을 바라보며 눈만 껌벅거리는 아이도 있다. 공부법은 사람마다 다 차이가 있다.  

 

 

이제 학교도 그만 둔 마당에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나서 몇 글자 적어 보려고 한다.

 

우선 영어를 잘 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가 한국인이어서 한국말을 다 잘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잘 한다는 그 의미는 다양하다. 말을 잘 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람은 아나운서일 것이다. 그는 발음과 억양이 정확하고 조리있게 말을 한다. 우리는 그 보다 말을 잘 못한다고 스스로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단지 적어준 글을 잘 읽는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시골 장터에서 이야기해서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 있다. 그의 구성진 이야기는 청중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어서, 한 시간 두 시간이 퍼뜩 지나간다. 그러나 그가 다른 사람과 토론도 잘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어떻든 이렇게 "말을 잘 하는"  사람도 한 분야에서만 잘 할 뿐이지 모든 것을 다 잘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말은 다 "잘" 하면서도, 편지 한 장 제대로 못쓰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수두룩하다. 즉, 말하는 것과 쓰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다. 이렇듯 "영어를 잘 한다"는 것도 가지각색이라는 말이다.

 

 

지난 번 노무현 전대통령 장례식 때, 한명숙 전국무총리가 읽은 추도사는 정말 잘 쓴 글이다.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글이었다. 나는 그때의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추도사를 생방송으로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하지만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말도 잘 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님. 대통령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얼마나 긴 고뇌의 밤을 보내셨습니까? 얼마나 힘이 드셨으면, 자전거 뒤에 태우고 봉하의 논두렁을 달리셨던, 그 어여쁜 손녀들을 두고 떠나셨습니까?  
대통령님. 얼마나 얼마나 외로우셨습니까? 떠 안은 시대의 고역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새벽빛 선연한 그 외로운 길 홀로 가셨습니까?

 

 

영어의 종류도 정말 다양하다. 말할 것도 없이 수능 영어 다르고, 회사 취직 영어 다르고, 신문 영어 다르고, 말로하는 영어 다르고, 글로 하는 영어 다르다. 공식적인 영어 다르고 비공식적인 영어 다르다. 영국영어 다르고 미국영어 다르다.

 

 

<2003년 12월 14일 양평 물안개>

 

 

어떻든, 우리가 보통 외국 여행가서 간단한 일상 회화 정도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본론으로 들어간다.   

 

1. 영어는 역사나 지리를 공부하는 것과는 다르다. 역사 공부를 할 때는, "1443년에 훈민정음이 창제되고 1446년에 반포되었다"라는 내용만 알고 있으면 된다. 그 말을 멋있게 하거나, 더듬거리면서 말을 하거나 상관없다. 설령 말을 못해도 머리 속에 1443이나 1446이 들어 있으면 더 이상 아무 것도 필요없다.

 

 

하지만 영어는 다르다. What do you think it is?(그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문장의 구조를 알아야 하고 그 의미를 알아야 한다. 여기에서 끝나면 역사와 지리를 공부하는 것과 같다. 이것은 영어이므로 수십 번 혹은 수백 번 읽어 자기 몸에 익숙하게 해야한다. 테이프를 들어 발음도 억양도 들어 완벽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윗 문장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또 한가지, 설령 그렇게 했다 해도 상대방이 이런 말을 했을 때, 답하는 법도 알아야 하고 그것도 능숙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즉, I think it is ~"도 알아야 한다. 이것도 수십 번 듣고 따라하여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여기까지가 학교에서 배우고 공부하는 사람이 보통 하는 일이다. 그러나 머리가 뛰어난 사람은 여기까지 하면 실제 상황에 써먹을 수 있겠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은 실제로는 이런 문장을 써 먹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대화를 하다가 이 문장이 언제 나올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 몇 달에 한 번, 또는 일 년에 한 번 이런 문장을 마주칠까 말까다.  

 

 

그러므로 아무리 배워도 조금은 도움이 되지만, 실제로 큰 도움은 되지 않는 것이 교실 영어나 책으로 배운 영어의 단점이다.

 

 

2. 한국인이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근본 이유는 배운 영어를 써 먹을 수 있는 환경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외우고 쓰고 지지고 볶아본들, 써 먹을 기회가 없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학교에서 배우고 집에 오다가 다 잊어 버린다. 다음 날 학교에 가서 다시 배우고 집에 와서 다 잊어 버린다. 물론 배운 흔적은 남아 있겠지만, 그 말을 써 먹을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밖에 나와서 영어를 써 먹을 수 있는 장소가 있는 것이 중요하다. 우체국에서 사용되는 영어를 학교에서 배웠다면, 실제 어떤 곳에 가서 그 영어를 써 먹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와 지리와 같은 지식으로만 남아 있어서, 실제 대화할 때 그 말이 떠 오르지 않거나, 지난 뒤에 "아 참, 이 때 그 말 써 먹을 걸"하고 후회하게 된다. 놓친 열차는 절대로 아름답지 않다.

 

 

3. 영어를 연습할 수 있는 곳에 가면 좋겠지만, 실제로 밖에서 영어를 써 먹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기에, 차선책으로, 아는 사람끼리 영어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한국 사람끼리 영어하는 것만큼 이상한 일도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래도 해보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 한국 사람과도 영어를 할 수 없다면, 혼자 상황을 생각하고 방을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면서 큰 소리로 중얼거려보아야 한다. 제스처를 써가며 표정을 바꿔가며 해보면 재미도 있고 스스로 발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내가 직접 경험한 바에 의하면 확실히 효과있는 방법이다.

 

 

5. 이것도 안 되면 영어 책을 큰 소리로 읽는 것이다. 우선 영어를 읽어 이해를 한 후, 그 다음은 무조건 큰 소리로 읽어야 한다. 실제로 실험을 해보면 입을 다물고 눈으로만 읽는 것과 소리를 내서 읽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이것도 일본어를 배우면서 내가 크게 깨달은 바다.

 

 

6. 발음은 신경 쓸 일이 못된다. 영어 선생은 발음이 좋아야 하지만, 일반인은 발음이 좋을 필요가 없다. 발음이 나쁘다고 주눅들 필요가 없다. 물론 발음이 좋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그럴 수 없으면 그것으로 만족하면 된다. 해외에 나가보면 한국 사람보다 발음은 형편없지만,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외국인을 많이 볼 수 있다. 제2 외국어로 영어를 쓰는 필리핀만 가도 발음이 형편없는 사람이 너무 많지만, 영어로 의사소통을 잘 하고 산다. tea를 "띠"라고 발음하고, put를 "뿟"이라고 발음하지만 다 듣고 이해한다. 본래 한국인은 발음 따지다가 신세 망치는 민족이다.

 

 

7. 여기까지 하면 되고, 더 이상 잘 하려면 영화를 많이 봐야하고, 영어 책도 자주 읽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 여행하는데 무슨 고등 영어가 필요한가? 그럴 시간 있으면 고등어나 한 마리 먹어라. 고등어회로 먹으면 더 좋을 것이다. 최근에 제주도에서 먹어 보니 사람 죽이더라. 게다가 등푸른 생선이니 머리까지 좋아진다.   

 

 

지금까지 얘기한 것도 사실은 이미 다른 사람이 다 이야기한 것이고 새로운 것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건 자기에게 맞아야 효과가 있는 것이지 자기의 체질에 맞지 않는 방법은 실천하기가 어렵다.

 

 

불공평하고, 불만투성이로 가득 찬 것이 이 세상이다. 외국 유학 보내주지 않는다고 투덜대지 말라. 이 정도 살고 있는 것도 부모님이 뼈빠지게 노력한 결과다. 자식을 외국에 유학보내 주지 못해 어깨가 축 쳐진 부모도 그럴 필요 없다. 모든 것은 제 팔자소관이다. 천불생무록지인(天不生無祿之人)이요, 지불장무명지초(地不長無名之草) 아니던가.(하늘은 녹(祿)이 없는 사람을 내지 않고, 땅은 이름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 영어 못해도 다 살게 되어 있다. 심호흡하고 당당하게 위를 보고 걷자! 눈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것이 내 특기일세. 그러나 삼천포로 빠지는 멋을 모르는 사람이 어찌 인생을 알겠는가? 우리는 이것을 자화자찬이라고 한다. 자화자찬을 잘 하는 사람은 자작하는 술맛도 안다. 자작하는 술맛을 모르는 사람과 인생을 논할 수 없듯이, 자화자찬을 모르는 자와는 말상대를 말라.

 

 

내가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네, 원, 내, 참. 지난 밤 술이 웬수구만!!!!!!!!!!!!!!!!!

 


(2009년 6월 26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