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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중국어 공부 (Learning Chinese)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2. 8. 5. 12:32

 

 

중국어 공부

 

 

칭다오에 1 개월간 어학 연수 갔을 때의 일이다.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인 7시반만되면, 창 밖에서는 우리 연수단원 멤버인 네 명의 초등학생이 아침 운동을 하면서 떠드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 왔었다. 그럴 때면, 나는 무거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눈을 감고 한 참 동안 그 소리를 듣다가 간신히 일어날 수 있었다. 나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매일 계속되는 하루 6 시간의 수업이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 그것 뿐인가? 수업이 끝나고 나면, 푸다오(가정교사)를 이틀에 한 번 내 방으로 불러 과외 수업을 받았다. 두 시간에 한국돈 약 7000원을 주었다. 수업 중 또는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의문이 생기는 것이 있으면, 공책에 적어 놓았다가, 방과 후에 푸다오에게 질문을 했었다.

 

 

 

 

또한 나는 그날 배운 것을 복습을 해야했다. 왜냐하면 그날 진행되는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실력도 없을 뿐만아니라, 중국인 원어민 수업이라는 것을 처음 들어보는 것이어서,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중국인 선생님의 말은 아마 20-30% 정도 알아들었을 것이다.

 

 

또한, 중국어에 대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기면 그 의문점은 다른 의문점으로 이어져, 사전을 찾는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어떤 때는 한 단어를 찾다가 결국 그 단어를 해결하기 위해 한 시간을 소비하는 일도 있었다.

 

 

수업 진도는 하루에 두 과를 나갔다. 다른 사람들은 잘 따라가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나에게는 하루에 두 과를 나가는 것이 힘에 겨웠다. 나는 자주 선생님에게 좀 천천히 나가줄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하루에 두과 진도를 나가는 일은 교재 상권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사실은 예습도 많이 하려고 하였으나 복습을 하면 밤 10시가 되었고, 간단히 예습이라도 하려고 하면 밤 12시가 넘는 일이 다반사였다.

 

 

또한 잘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재미있는 TV 연속극이 많아 그것도 좀 보려고 하였으나, 시간문제로 TV 드라마는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오래 전에 방영된 한국의 TV 드라마가 있었는데, 놀라운 것은 중국 성우들의 더빙이었다. 한국 사람들이 노상 싸우는 듯한 목소리였다. 또한 비디오 가게에 가거나, 노점상에서 "소문난 칠공주"라는 한국드라마가 팔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중국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한국드라마가 중국에서 널리 유행한다고 한다.

 

 

하여튼 이러한 나의 외로운 투쟁은 2주가 지날 때까지 계속되었고, 2주가 지나서는 내가 수업을 어느 정도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또한 내 자신의 중국어 발음이 상당히 좋아졌음을 스스로 느끼게 되었다. 가장 두드러게 좋아진 나의 발음은 c, z 발음일 것이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중국어를 공부하는 한국인의 절반 정도는 이 발음을 정확하게 내지 못 한다고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zai"-"짜이"-"zhai"순으로 혀가 밖으로 나와야 한다. 즉, zai는 혀가 앞 이빨에 거의 붙어야하고, zhai는 "짜이"보다 혀가 더 안쪽으로 들어가서 발음되어야 한다. 再见을 "짜이 찌엔"으로 발음하면 "짜이"는 틀리고, "찌엔"은 맞는 발음이다.  

 

 

한편 한국인이 어렵다고 하는 권설음 sh, ch, zh은 나에게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다른 사람은 혀가 덜 구부려져서 문제라면, 오히려 나는 혀가 너무 구부려져서 문제였다. 선생님으로부터 혀를 덜 구부리라는 지적을 몇 번 받았었다.

 

 

처음 한 달 연수를 떠나면서 많은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심으로는 많은 것을 배워오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나름으로는 열심히 했으나, 내가 천재가 아닌 이상, 한 달만에 많은 것을 배울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 배웠으면 많이 배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중국 어학 연수를 다녀온지 이미 10일이 넘는다. 막상 한국에 있어보니 공부가 잘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우선 절대적으로 중국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적다. 내 귀에 들리는 것, 내 눈에 보이는 것이 거의 대부분 한국말로 되어 있다. 또 하나는 중국에 있을 때처럼 내가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지 않게 된다는 사실이다. 싫든 좋든, 중국에 있을 때는 하루 거의 대부분을 중국어 공부에 전념했었다. 지금 여기서는 하루에 몇 시간이나 중국어 공부를 하는지 내가 생각해도 한심할 정도다.

 

 

 

 

중국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내가 중국에 있으나 한국에 있으나, 결국은 자기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느냐, 또는 의미있는 중국어 환경에 얼마나 노출되느냐에 달려 있다. 중국에 갔다와서도 중국말을 못하는 사람을 많이 보아왔고, 한국에 있으면서도 중국말을 썩 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중국에 가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기는 하겠으나, 차 선책으로 한국에 있으면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공부한 4개월, 그리고 중국에서 공부한 1개월을 경험삼아 다음과 같은 공부 원칙을 세웠다.

 

 

1.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네 능력을 균형있게 발전시켜야한다. 우선은 듣기와 말하기가 중요하겠으나,  읽기와 쓰기를 못한다면 결국은 듣기와 말하기도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으므로, 오히려 읽기와 쓰기를 향상시켜서 역으로 듣기와 말하기를 잘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옳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2. 학원을 다녀야 한다. 혼자 공부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말하기는 다른 사람과 함께 해보아야 할 것이다. 공중에다 대고 혼자 말하기를 연습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의 목표는 hsk니 뭐니해서 점수를 많이 따는 것이 목표인지 모르지만, 중국인과 말해보는 것을 목표로 삼는 나는, 아무래도 시중에 있는 학원을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3. 책을 큰 소리로 읽어야겠다. 어차피 읽을 책이라면, 소리를 내서 읽어야 한다. 발음과 성조 다 중요하겠으나, 발음과 성조에 너무 신경쓰지는 않을 것이다. 발음과 성조에 신경쓰다가 오히려 이것이 발목을 잡아, 정작 핵심인 진도를 나가지 못한다면 맨날 중국어 기초만 하다가 끝장나고 말 것이다. 성조가 전혀 없는 중국노래를 중국인들이 다 알아듣는 것을 보면, 성조에 그렇게 신경쓸 일은 못 된다고 본다. 한국사람들은 발음과 성조에 너무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중국어 실력이다.

 

4. 중국에서 가져온 영화가 약 10편 정도되고, CD가 딸린 동화책이 몇 권된다. 이것을 자주 보고 들어볼 생각이다.

 

5. 어렵기는 하지만 CCTV도 자주 볼 예정이다. CCTV를 보아도 이해는 안 되지만, 중국어의 리듬에 익숙해지는 것만도 큰 수확일 것이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무엇보다도, 술을 먹으면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나의 경우는 일단 술이 들어가면 술이 술을 부르고, 또 그것을 억제하는 것이 나를 죽였다가 살리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생각을 많이 해 보았지만 술을 끊지 않으면 공부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영원히 술을 끊으라면 못할 짓이나, 어느 정도 기간은 술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1. 공부를 하려면 술을 끊어야 한다. 공부와 술은 함께 가기 힘들다.

 

2. 술을 영원히 끊기는 불가능하다. 또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일정 기간은 술을 끊어 본다.  우선 2010년 3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 약 100일간 술을 끊는다.  하기야 100일간 공부한다고 해서 뭐, 중국어가 획기적으로 나아지겠냐만, 그렇게 한 번 해보는 것이다. 새로운 도전을 해 보는 것이다.

 

3. 술을 끊으려면, 아는 사람을 만나지 말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은 술을 마시는데, 나 혼자 거절하는 것은 힘들 뿐만 아니라, 예의도 아니다.  

 

4. 사람을 만나지 않으려면 절에 들어가야 하겠으나, 그럴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핸드폰과 인터넷을 끊어 버리는 일이다. 이것도 힘든 일이기는 하나, 핸드폰과 인터넷은 아마 끊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해 볼 생각이다.

 

5.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도전해왔던, 그래서 여행을 즐겨왔던 나는, 이제 내 스스로 만든 내 자신을 고립시키는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게 되었다. 내 스스로 만든 이 도전에 내가 적절히 응전할지 그리고 성공할지 어떨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안다.    

 

 

 

 

6. 이렇게 살지 않아도 잘 살고 있는 내가, 왜 이렇게 살려고 하는지 나는 잘 모른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영어를 할 수 있는 나는, 중국어를 배우지 않고도, 웬만한 여행은 잘 할 수 있고 나의 취미인 사진도 잘 찍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내가 왜 이런 험난한 길을 가려고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가 중국어를 잘 한다고 해서 뭐 뾰족하게 내 인생이 달라진다고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어는 중국 땅만 떠나면,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지금 현재는 별로 쓸 데가 없는언어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내가 귀신에 홀린 것 같다.

 

7. 결국 이 모든 것은 "자신에 대한, 자신에 의한, 자신을 위한" 하나의 도전인 것 같다. 이런 도전에 실패를 하건 말건, 도전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로서는 큰 성공으로 간주하여, 내 자신의 위안으로 삼을 것이다.  또 어떻게 보면 이 모든 것이, 객기(客氣), 치기(稚氣), 오기(傲氣), 광기(狂氣)에다가 노망기(老忘氣)까지 겹친 한 인간의 쓸잘데기 없는 오기(五氣)의 발로인지도 모른다.

  

 

(2010년 2월 15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