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Beautiful the Nature is! - Albatross

Essays

구마가이 수가코 2 (A Japanese woman called Sugako 2)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2. 8. 5. 12:17

 

 

 

 

 

구마가이 수가코 2

 

 

 

오늘 집에서 독서를 하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어보니 우체국 택배였다. 서명을 하고 물건을 받았는데, 무엇인가 묵직했다. 주소를 보니 일본에서 온 소포였다.

 

 

택배원이 간 후 포장지에 붙어 있는 주소를 보니, 지난 번에 우리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했던 구마가이 수가코로부터 온 물건이었다. 9월 28일 오후 4시 10분에 보낸 것으로 보아, 채 이틀도 걸리지 않고 온 물건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특급 속달로 온 소포다. 우편 요금이 1,680엔, 한국 돈으로 약 22,000원이다. 도대체 무슨 급한 일이 있어서, 그 많은 배달료를 들여 속달로 보냈을까? 궁금증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포장지를 뜯어 나갔다. 몇 번을 싸고 싼 포장지 안에 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자신의 한글이 이해되지 않을지 의심스러웠는지 한글과 일본어로 함께 쓴 편지였다.

 

 

한국에 왔을 때, 저녁 식사 대접받은 것이 고맙다는 것과, 늦었지만 전에 이야기했던 카스테라를 보낸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동안 연락이 없었던 이유와, 나가사키 날씨에 관한 간단한 언급이 있었다.

 

 

편지를 읽고 난 후, 나는 카스테라가 들어 있는 포장지를 뜯기 시작했다. 정말 작은 카스테라가 나왔다. 그 순간 "큰 포장을 풀고 또 풀렀더니 맨 마지막에 나온  것은 것은 아주 작은 반지였다"는 어떤 사람의 말이 생각났다. 이렇게 작은 카스테라도 있구나!

 

 

도대체 얼마나 맛이 있으면 카스테라를 일본에서 보내 왔는지, 궁금증은 이제 조바심으로 이어졌다. 카스테라는 먹기 좋게 이미 여러 쪽으로 잘려져 있었다. 한 쪽을 먹어 보았다. 와, 과연 나가사키의 명물이라고 할 만한 그런 맛있는 빵이었다. 입안에 살살 녹아 넘어갔다. 한국 카스테라보다는 좀 더 차지고, 좀 더 달았다.

 

 

두 달 전 수가코가 우리 집에 왔을 때, 그녀가 나에게 카스테라를 보내겠다는 말을 했는지 나는 아무런 기억이 없다. 설령 그 당시 그 말을 했더라도, 그냥 지나가는 말로 들었으리라. 하지만 수가코는 자기가 한 말을 가슴에 새겨두고 있다가 두 달이나 지난 지금 그 약속을 지켰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고보니 지난 번에 민속촌에서 수가코를 만났을 때, 내가 500원짜리 볼펜을 기념으로 주니 그녀는 끝까지 나에게 500원을 주었던 생각이 났다.

 

 

모든 일본인이 다 수가코 같은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혹까이도에 사는 미치꼬와 그리고 나가사키의 수가코 두 사람의 예를 보면, 역시 일본인은 다른 나라 사람과 많이 다른 것 같다. 옛날에 영어 회화 배울 때, 미국인 선생님이 한 말이 생각난다. 세계를 둘로 나누라면, 동양과 서양이 아니고, 그렇다고 기독교 세계와 불교 세계도 아닌, 바로 일본과 일본이 아닌 나라로 나눌 수 있다는 말이었다.  

 

 

오늘 수가코로부터 작은 선물을 받고, 나는 대단히 기뻤다. 사람이 행복한데는 많은 돈이나, 대단한 권력이 필요하지가 않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태도와 조그만 성의가 두 사람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창문으로 들어온다. 온 세상이 따뜻해 보인다. 오늘따라 세상이 살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 같다. 지금 밖으로 나가, 두 달 전에 수가코와 함께 걸었던 한강가를 다시 걸어야겠다. 내일 모레가 추석이니 지금 달이 휘영청 밝았으리라. 그리고 둥근 달 속에서, 반지 같이 둥근 수가코의 얼굴을 잠시 생각해보리라.

 

 

 

 

 

 

 

 

 

 

 

 

 

 

 

 

 

 

 

 

 

 

 

 

 

 

 

 


(2009년 9월 30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