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Beautiful the Nature is! - Albatross

Essays

100일간 고립기 2 (100-day Isolated life 2)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2. 8. 5. 12:49

 

 

 

 

곽영을 100일 고립기 -2-

 

 

식탁에 놓여져 있는 소주와 땅콩을 보니 갑자기 어떤 노래가 생각이 났다. "술이나 따르면서 설움을 엮어보자"는 가사가 생각이 난 것이다. 그 노래가 바로 "충청도 아줌마"였다.   

 

 

와도 그만 가도 그만, 방랑의 길은 먼데.
충청도 아줌마가 한사코 길을 막네.
주안상 하나 놓고, 마주 앉은 사람아
술이나 따르면서 따르면서
네 설움 내 설움을
엮어나 보자

 

 

나는 용감하게 소주 뚜껑을 힘차게 열어 제끼고, 퀄퀄 술을 따랐다. 그것도 소주 잔이 아닌, 맥주 잔에 가득 따랐다. 향긋한 소주 냄새가 코와 눈으로 들어가더니 온몸을 전율시켰다. 소주 잔을 입에 대려는 바로 그 순간 어디서 날 벼락치는 소리가 들렸다. "야, 이 놈아, 다른 사람이 시킨 것도 아니고, 네가 네 스스로 한 약속을 네가 깨느냐?" 나는 내 손아귀에 놓여져 있는 맥주 잔에 으스러지듯 힘을 주었다가 과감하게 씽크대에 내동댕이쳐 버렸다. 그렇게 힘차게 내동댕이쳐도 맥주잔이 깨지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래, 내가 어떤 놈인데, 나는 지금까지 내 인생을 이렇게 살지 않았어. 나는 본래 한다면 하는 놈이지. 아암."

 

 

나는 방으로 들어와 CD를 크게 틀어 놓고 목이 터져라 교재를 따라 읽었다.
  A: 今天咱们去哪儿玩儿?
  B: 有名的地方差不多都去过了....

 

 

 

 

 

 

내가 다닌 학원의 학생 수는 한 반에 적으면 2명, 많으면 10명 정도 되었다. 3월에 함께 배운 학생은 6명 등록한 것 같았는데, 실제 공부는 보통 3-5명이 했다. 나는 왜 이리 학생 수가 적은지 선생님께 여쭈어 보았다. 첫째 이유는 방학 때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처럼 낮에 공부를 하는 사람은 대체로 무직자이거나, 해외에서 한국에 왔다가 중국어를 공부하고 돌아가려고 생각하는 유학생이 뿐이 없다고 했다. 두 번째로 학생이 적은 이유는 중국어는 중국어일 뿐, 영어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20대의 다른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었다. 모두 20대의 남자 또는 여자들이고 나만 60대였다. 자기 소개하는 시간이 되어서 간단히 나를 소개하게 되었는데, 내 나이가 60이 넘었다는 것을 알고는 모두 깜짝 놀랐다. 사람들이 놀라는 것을 보고 나도 놀랐다. 그냥 청바지에다가 티셔츠와 운동화 이런 복장을 하니 아마 그렇게 보았나 보다. 중국선생님은 내 나이가 50대 초반인줄 알았다고 했다. 어떻든 나이가 뭐가 그리 중요하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고, 내가 나인 것이 중요할 뿐이다.

 

 

 

 

 

내가 속한 반에 S라는 남학생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어떤 질문을 하면, 다른 사람이 답을 생각하기도 전에 답을 말해 버렸다. 하여튼 중국어 공부라면, 다른 사람의 추종을 불허할 그런 학생이었다. 나는 그 학생이 어떻게 공부하는지 유심히 살폈다. 그의 공부 방법은 놀라웠다. 예컨대 책에 "没什么特别的规矩.(특별한 규칙이 없다). 여기서 什么는 불특정한 사람이나 사물을 가리킨다. 什么를 생략해도 뜻에는 변화가 없으며, 명사 앞에 사용한다."라고 쓰여있다. 이런 경우 나 같으면 핵심적인 내용만 기억하고 예문을 몇 번 읽어본 후, 공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학생은 "没什么特别的规矩.(특별한 규칙이 없다). 여기서 什么는 불특정한 사람이나 사물을 가리킨다. 什么를 생략해도 뜻에는 변화가 없으며, 명사 앞에 사용한다." 전체를 여러 번 반복하여 읽으면서 통째로 암기했다. 즉 사진을 찍어두는 듯, 책 그 자체를 통째로 다 외워 버리는 것이었다. 나는 혀를 내 둘렀다. 세상에 저런 학생도 있구나!  

 

 

하기야 나도 암기라면 남 못지 않은 암기력을 한때나마 갖고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국사 상설이라는 약 500페이지 되는 책을 한 두 달만에 거의 다 암기했고, 군대 있을 때는 군인복무규칙인지 뭔지 약 50페이지되는 것을 하루 밤에 암기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외우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외운 것은 10초를 넘기지 못하고 다 잊어 버리고 만다. 그러니 책에다가 선생님이 이야기한 것을 다 적어 놓는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이 내 책을 보면, 한심하기도 하고 경탄스럽기도 할 것이다. 60이 넘은 사람에게 암기해보라고 한다든지, 책을 덮고 따라하라는 것 같은 것은, "소리 없는 총으로 널 죽이겠다."와 거의 비슷한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선생이 지금도 있다! 주제 파악은 젊으나 늙으나 항상 중요하다! 

 

 

 

 

 

 

 

 

하여튼 S는 다음 날부터 나의 경쟁자가 되었다.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그를 따라 잡으려고 무던히도 나는 노력했다. 그러나 그를 따라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내가 지금까지 공부했던 방식을 견지하기로 마음 먹었다.

 

 

S는 3, 4월 두 달 공부하고서는 중국 단동으로 유학을 떠났다. 나는 그가 왜 하필이면 단동으로 유학을 떠나는지 물었다. 이유는 한 가지였다. 수업료와 생활비가 싸다는 것이었다. 북경에서 드는 비용의 반이면 해결된다고 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학원에 오던 날인 4월 30일 나는 그에게 점심이나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알고보니 그는 서강대학교 중문과 학생이었는데, 1학년 다니다가 군대에 갔다왔다고 했다. 다시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중국어 공부를 어느 정도 완벽하게 해 놓겠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요즈음은 중국어를 잘 하는 학생이 많아서 지금 대학에 다니면 학점이 나오지 않아, 다른 학생의 맡 바닥만 깔아줄 것이라고 했다. 요즈음 취직이 되지도 않는데 학점까지 나쁘면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S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학생은 비슷비슷했다. 술을 먹고 결석을 자주 하거나 지각을 했다. 그들은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 힘드는 것처럼 보였다. 읽다가 막히고, 엉뚱하게 읽는 일이 잦아졌다.  잘 알다시피 중국어 책을 갖다 놓고 읽어보라고 시켜서, 술술 잘 읽으면 중국어 잘 하는 학생이고, 떠듬거리거나 못 읽으면 공부 못하는 학생이다. 외국어는 그 언어를 잘 읽는 것이 가장 필수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외국어를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 사람이 있다. 독해냐, 문법이냐, 듣기냐, 어휘냐 등등 중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묻는 것이다. 사실 모든 것이 다 녹아 있어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딱 부러지게 구분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중국어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휘(단어 + 숙어)라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단어만 알면 문장의 의미가 짐작이 가지만,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어떻게 문장의 의미를 짐작한다는 것인가? 내가 학교에 있을 때는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대충 짐작하고 넘어가라고 했지만, 막상 내가 당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대충 짐작은 실력이 있는 사람이나 가능한 것이지, 쥐나 개나 아무나 다 하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어휘를 공부할 때, 중국어의 발음은 한국어와 비슷한 것이 많아서 많은 것을 유추할 수가 있다. 예컨대 超市(수퍼마켓)은 "차오스"로  路口(길목)은 "루코우"와 비슷한 발음이 된다. 문제는 성조이다. 성조는 외우면 그 다음 날 반드시 잊어 먹게 되어 있다. 왜 그런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중학생 시절 영어 단어 암기할 때, 뜻만 외웠지 강세를 외우지 않았지만 훗날 자연스럽게 강세가 외워지듯, 언젠가는 성조도 저절로 외워지기를 바라며 공부할 도리밖에 없다. 나는 처음 단어가 나오면 몇 번 읽어 보고 그냥 내 버려 둔다. 나중에 생각이 나지 않으면 다시 찾아보기도 하지만 그냥 얼버무리며 넘어간다. 그래서 그런지 솔직히 말하면 내가 지금 알고 있는 단어의 약 20% 정도는 성조를 모른다고 해야겠다. 대신 CD를 많이 들어 거기에 익숙해 지려고 노력할 뿐이다.

 

 

이 학원에서 근무하는 중국인 선생님은 모두 15명 정도 되는 것 같았다. 그들은 모두 여자였고 한국어를 잘 하는 듯이 보였다. 가만히 보니 중국인 선생님도 자기들 나름의 무슨 규칙이나 알력이 있는 듯이 보였다. 중국인 중 한족은 은연 중에 중국 조선족 선생님을 좀 무시하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중국 선생님이 조선족인지 한족인지는 그들이 가끔가다가 하는 한국말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한국어를 잘 하기는 하지만, 말투에 뭔가 좀 이상한 것이 있으면 한족이고, 말투가 한국인과 거의 비슷하면 조선족 선생님이다.  

 

 

4월이 되자 배워야 할 중국어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내용의 양도 많아서 힘이 부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하루에 2시간만 들으면, 배우는 양이 반으로 줄어 그럭저럭 따라갈 수 있겠지만, 하루에 4시간씩 총알처럼 빨리 나가는 진도를 따라잡는 것은 정말 힘드는 일이었다. 한 달에 그것도 20회에 책 한 권을 끝내야 하니 학생이야 알건 말건 진도는 기관차처럼 달렸다. 가끔 숙제도 있었고, 매일 무엇인가를 발표하라고도 했다. 그런데 이것은 양면의 칼날과 같아서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했다. 발표를 하면 말하는 실력은 늘겠지만, 준비하기는 엄청 어려웠다. 처음에는 써서 읽다가 나중에는 틀리건 말건, 대충 중요한 단어만 적어가서 아무렇게나 발표하고 말았다.

 

 

나를 포함한 다른 학생들이 따라오기 힘든다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리기 시작했다. 읽혀보면 낡은 카세트 테입 돌아가듯 멈추다가 들리다가를 반복했다. 선생님도 지금부터가 힘들다고 했다. 한국인 중에서 초급 중국어를 배워본 사람은 우수마발처럼 많지만, 중급과정을 밟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조금 해보다가 역시 중국어가 어렵다고 그만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책방에 가서 한번 중국어 코너에 가봐라. 널부러져 있는 것이 모두 "중국어 첫걸음"이다. 중급 교재는 구경하기조차 힘들다. 모든 것은 고비가 있는 법이며, 이 고비를 넘기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은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만,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 다른 나라 말을 배우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나는 죽는 소리와 죽는 시늉을 하면서 따라갔다. 선생님은 "郭先生的汉语水平比较高(곽선생의 중국어는 비교적 잘하는 편이다.)"라고 말했지만 내가 나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하기야 아침부터 밤까지 중국어 공부 외에는 해 본 것이 거의 없으니, 한 달 전보다 진보가 조금 되기는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 학원에서는 결석을 하지 않으면 출석 장학금을 주는데, 나는 100일 동안 단 하루도 결석을 하지 않아서 6만원의 출석 장학금을 받았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서 실력은 형편없다. 앞으로 1년은 계속해야 간단한 회화나 가능할지 모르겠다.

 

 

하여튼 공부를 하면서 계속 내 머리 속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은, 외국어 공부는 "공부(study)"가 아니라 "사용(use)"이 되어야 한다는 나의 생각이었다. "지금 공부를 열심히 해서 중국 가서 잘 써 먹어야지"가 아니라, "지금 중국어를 사용하면서 배워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기에, 내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나를 휩싸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에 네 시간 동안 중국 원어민의 발음에 내가 노출되는 것을 만족으로 여기며 학원에 다녔다.

 

 

사실은 강남 학원만 다닌 것이 아니고, 나는 강남 학원에 다니기 전에 우리 동네에 있는 광진 문화원에 다녔던 코스도 계속 다녔다. 월요일 낮과 수요일 낮에 한 시간씩 기초 수업과, 또 월요일과 수요일 밤에 받는 중국 교포가 가르치는 수업도 참가했다. 또한 매주 화요일마다 2시간씩 하는 듣기 교재 "맛있는 중국어" 수업도 들었다. 거기다가 이터넷 강의인 "원어민 우지평" 강의도 신청해서 들었다. 이런 것들은 강남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모두 끊어 버리려고 하였으나, 같이 공부하던 사람들이 끝까지 같이 다니자고 하여 몰인정하게 혼자만 빠져 나올 수가 없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공부하는 것이 이렇게 많다보니, 자루 속에 있는 뱀장어를 만지면 어디가 머리고 어디가 꼬리인지를 모르듯, 헷갈리기도 하고, 뒤죽박죽 되어서 뭐가 뭔지를 잘 몰랐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몰라도 진도를 나가다 보면, 한 달 전에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이 별로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사실이다. 나는 잘 모르지만, 알게 모르게 진보가 조금씩 되는가 보다.

 

 

중국어 공부를 하면서 느낀 것은 중국어 공부에 투자되는 시간과, 노력과 방법(머리) 등 3박자가 맞아야 된다는 것이다. 즉 아무리 열심히 해도 어느 정도 시간 예컨대 1년-2년은 공부해야 조금 중국어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다. 또한 아무리 오래 동안 공부했어도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소용 없다는 것이다. 중국어 배운지 4-5년 되어도 열심히 하지 않아서 추억만 남아 있는 사람이 주위에 허다하게 있다. 또 한가지, 학습자의 머리 또는 학습 방법도 중요하다. 아무리 노력을 하고 세월도 흘렀지만, 진보가 빠른 사람이 있고, 진보가 느린 사람이 있고, 죽으면 죽었지 안 되는 사람도 있다. 하여튼 노력을 하고 속을 썩이고 화를 내기도 하고, 죄절도 하면서 3월과 4월이 더디게, 더디게 흘러가고 있었다.

 

 


 

충청도 아줌마

와도 그만 가도 그만, 방랑의 길은 먼데.
충청도 아줌마가 한사코 길을 막네.
주안상 하나 놓고, 마주 앉은 사람아
술이나 따르면서 따르면서
네 설움 내 설움을
엮어나 보자


(계속)


충청도 아줌마가 나온 김에 "춤바람난 아줌마가 카바레에서 제비와 춤출 때:"
▶충청도 아줌마: 나∼ 죽어유.
▶서울 아줌마: 아∼ 너무 좋아요. 다음에 우리 또 만나요.
▶전라도 아줌마: 으∼메 조은 거. 으∼메 죽이는 거
▶경상도 아줌마: 나를… 나를…꽉, 쥐기∼뿌소!
▶북한 아줌마: 고저, 이 쫑간나 새끼 땜에 정신을 몬차리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