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 무한 여행기 1 "중경과 대족(重庆 大足: 총칭과 따쭈)"
<총칭 중심부>
2012년 11월 23일 밤 10시에 귀양을 출발한 총칭행 기차는 24일 아침 7시에 총칭 기차역에 도착하였다. 7시인데도 밖은 캄캄하였고, 사람들은 컴컴한 길을 따라 마치 비온 뒤 물고기 떼 상류로 올라가듯 앞 사람의 꼬리를 따라 역 밖으로 빠져 나갔다. 당장 숙소를 정하고 짐을 맡기고 식사를 한 후, 구경을 시작해야 할텐데 어디로 갈야할지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먼저 생각한 것이 양자강 유람을 하려면 부두 근처에서 숙박을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으로 조천문 광장(朝天门广场: 차오티엔먼광창: 위 지도의 맨 오른쪽 끝) 근처에 숙소를 정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내 책자에서 조천문 광장 근처에 있는 한 호텔을 염두에 두고 택시를 탔다. 사실 짐이 많아 4명이 타려면 택시 두 대는 필요한데, 택시 기사는 4명의 짐을 다 실어 주겠다고 먼저 제안해 왔다. 재수가 좋구나 생각하고 그 택시를 탔다. 한참을 가서 우리를 내려다 준 곳은 본래 우리가 말한 그곳이 아니라 엉뚱한 호텔이었다. 택시 기사는 우리가 말한 호텔은 이미 재건축에 들어가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핏대를 세워가며, 어찌 되었건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가자고 말했다. 그가 우리를 속이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택시 기사가 데려다 준 곳은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마침 그 앞에 공사장에서 사람들이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택시 기사는 바로 저기가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바로 그곳이라고 말했다. 택시 기사의 말이 진실인지, 아니면 아무 데나 데려다 주고 거짓말을 했는지 알지 못하지만 우리는 일단 택시에서 내려 근처에서 숙소를 찾고자 했다.
유감스럽게도 근처에 여관이 보이지 않았다. 한 참을 걷는 동안 택시 기사는 계속 우리 뒤를 따라 다니면서 자기가 아는 곳으로 가자고 말을 걸어왔다. 하지만 일단 그를 믿지 못한 우리는, 그 근처에서 숙박소를 찾아보기로 했다. 마침 168 호텔의 체인점이 보여 그곳에 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토요일이어서 이미 방이 모두 찼다고 했다. 우리는 30분 뒤에 만나기로 하고 사방으로 갈라져 각자가 호텔을 물색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근처의 호텔은 모두 만원이었다. 차라리 그 택시 기사의 말을 들을 걸, 이라는 후휘감이 들었지만 이미 그것은 과거의 일이었다.
걱정이 태산 같은 바로 그때, 가방을 덜렁덜렁 메고 한 호객꾼(삐끼)이 다가와 장강 유람에 대해 선전을 했다. 우리는 우선 근처에 호텔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분명히 있다고 말하면서 자기를 따라오라고 말했다. 그를 따라 간 곳이 성호주점(星豪酒店)이었다. 일단 방을 보니 넓고 설비도 좋아 방 1개에 1박당 150위엔(27,000원)에 들어가기로 했다. 우리는 남은 기간 동안 1박에 약 3만원 정도에 얻을 생각이었으므로, 27,000원은 우리가 생각한 것에 근접한 금액이었다.
방을 잡자마자 이 호객꾼은 잠시 후에 따주로 가는 관광 버스가 떠나는데, 거기를 가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그의 안내에 만족했던 우리는 그의 말을 또 한 번 믿어볼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다. 그는 잠시도 시간을 주지 않고 마치 암내난 암캐 따라다니는 수캐처럼 우리를 귀찮게 했다. 그때 갑자기 떠오른 것이 하춘화의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하네"라는 노래였다. 남자가 여자를 귀찮게 하지만 멀리 할 수 없듯이, 이 삐끼도 우리를 귀찮게 하지만 멀리 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의 안내에 따라 따주행 일일 단체 관광에 나서게 되었다.
<양자강>
마침 그날이 토요일어서 따주로 가는 길이 아주 많이 막혔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양자강에는 큰 배들이 끊임없이 왕래하고 있었다. 멋 있는 유람선이 눈에 띄어 저런 배를 타고 꿈에 그리던 양자강 유람할 생각을 하니, 아침 식사를 하지 않았어도 배가 불렀고(실제로 우리는 아침 식사를 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것이 콧노래였다.
우리는 일인당 하루 관광에 200위엔(36,000원) 주고 왔다. 왕복 차비에, 점심, 그리고 입장료까지 포함하여 36,000원이면 괜찮은 금액이었다. 나는 옆에 앉은 중국 사람에게 일일 관광을 오면서 돈을 얼마나 지불했는지 물었다. 왜냐하면 우리의 삐끼가 얼마나 우리에게 사기를 쳤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놀랍게도 280위엔(50,400원)에 왔다고 했다. 여행사에 가서 신청한 것이 삐끼가 요구하는 금액보다 무려 14,400원나 비쌌던 것이다. 이 순간부터 우리는 완전히 이 삐끼를 신뢰하기 시작했고 그가 하자는 것이면 무엇이나 하기로 마음 먹었다.
<따주>
<첫 관광지인 사찰에서>
중국인 관광객과 처음으로 같이 간 곳이 쌍불사라는 절인데, 안내자는 무엇이라 계속 떠들고 있고 중국인들은 관심있게 들었지만,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우리는, 그저 왕따당한 학생 겉돌 듯, 여기 삐쭉 저기 삐쭉 듬성듬성 구경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떤 나라 말을 알아듣지 못한 상태에서 그 나라를 다니는 사람들의 비애라면 비애일 것이다. 나는 그들이 안내자의 말을 듣는 동안 벽에 걸려있는 글이나 해석해보고자 사진을 찍었다.
불법이란 평등심이다. 내가 있어야 다른 사람도 있다. 모든 사람이 모두 평등하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높지 않고, 다른 사람도 나에 비해 낮지 않다. 그래서 법문이란 높고 낮은 것이 없다. 높고 낮은 것이 있는 것이 바로 중생의 본성이다. 불법이란 소위 "계기, 계리"이고, "계기"라는 것은 바로 자기 본성에 적합한 법문을 택해 수양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쉽게 성취할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일종의 마음 가짐인데, 가난해도 좋고, 부자여도 좋다.
<따주 석각이란?> 총칭시내에서 북서쪽으로 160키로 떨어진 곳에 있는 따쭈(大足)는 1999년 유네스토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곳은 불상 암각군으로 유명한데, 바오딩산(宝顶山) 암각은 주변의 여러 석각군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것으로 꼽힌다. 따쭈 중심부에서 북동쪽으로 15키로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바오딩산 암각은 1179년부터 1249년까지 70여년에 걸쳐 만들어진 약 15,000여 좌의 불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 부처를 조각한 것인데, 보존 상태가 뛰어나며 규모도 웅장하다. 가장 유명한 암각은 눈을 감고 누워 있는 길이 31미터의 열반불이며, 1007개의 손을 가진 천수관음상도 유명하다. <출처: 두산 백과>
<1999년 세계 문화 유산으로 인정한다는 유네스코의 인정서>
<육도륜회도(六道轮回图: 리우따오룬후이투): 지옥, 기아, 축생, 수라, 인간, 천도 등 6개의 세계를 표현한 석각이다.>
<1007개의 손이 있다는 천수관음 모조품: 우리가 갔을 때 수리 중이었고, 그 앞에 모조품을 진열해 놓았다.>
<가장 유명한 석각 중의 하나인 31미터의 열반불>
이곳에 있는 석각은 15,000개나 되고, 만들어진 것이 약 700년 전이다. 실제 가서 보면 절벽에다가 끌이나 징 또는 도끼 등을 이용하여 조각한 것으로 보이는데, 마치 금방 살아서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은 생동감을 준다. 한발짝 한발짝 걸을 때마다 탄성이 절오 나오는데, 인간과 신과 동물과 세상 천지에 있는 모든 것들이 나름의 의미를 간직한채, 구경꾼에게 의미심장한 무언의 교훈을 주는 듯 하다.
<"가로 3.6미터 높이 7.9미터 된다는 원숭이 석각. 원숭이는 심장을 상징하는데 주위에 6개의 동물이 있어,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그리고 직관을 상징한다. 모든 것은 심장에 의존한다.">
<넓이 19미터, 높이 12미터 된다는 지옥 석각도>
<지옥에서 사람을 끓여 죽이거나, 찔러 죽이거나, 톱으로 썰어 죽인다>
<지옥을 표현한 석각>
그날 밤 다시 총칭으로 돌아왔다. 마침 우리를 내려 준 곳이 우리 호텔과 가까운 바닷가로 각종 음식점이 즐비하게 놓여있는 곳이었다. 옛날식으로 일부러 꾸며놓았는지 모르겠지만,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울긋불긋한 불빛이 은은히 흘러나왔다. 아름다운 양자강과 그 위를 번쩍거리며 왕래하는 유람선이 아름다운 이곳 풍경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임에 틀림없었다.
옛날 중국어 학습할 때 자주 나왔던 전취덕(全聚德: 취앤쥐더)이라는 북경 오리집에 눈에 먼저 들어왔다. 어디서 저녁을 근사하게 먹을까 하고 여기저기 걷는데, 조그만 한국 음식점이 눈에 들어왔다. 겉보기에는 시답지 않게 보였지만, 중국 여행온지 보름이 넘어도 한국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없기에 무조건 들어갔다. 아니 들어간 것이 아니라 길옆에 놓여있는 길다란 의자에 앉았다. 음식점이 너무 작아서 사람이 들어갈 수 없었고, 손님들은 음식점 앞에 놓여진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앉아서 먹어야 했다.
놀랍게도 젊은 남자가 만드는 한국 음식은 오히려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도 더욱 맛이 있었다. 입에 쩍쩍 들어붙는다라는 말은 이런 경우에 쓰는가 보다. 그곳에 있는 모든 음식이 모두 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있었다. 그 집에 소주는 있었지만 맥주가 없었다. 우리는 옆집에서 불러다 맥주를 마셨고, 소주는 그집 것을 마셨다. 그리고 "맛있다(好吃:하오츠)"를 연발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쳐다보았다. 한국 사람인 우리가 맛있다고 하니, 중국 사람들도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여기저기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기 시작했다. 앉을 자리가 없게되자, 사서 싸 가지고 가는 사람이 여기저기 나타났다. 우리는 주인에게 어디서 이런 요리법을 배웠는지 물었다. 그는 혼자 독학으로 배웠다고 했다. 그 머나먼 곳에서 인터넷으로 배운 음식이 그렇게 맛이 있다니, 그는 아마도 음식의 귀재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맛있다고 떠드는 소리에 주인도 입이 벙긋벙긋하였다. 오랜만에 주인도 기쁘고, 우리도 행복하고, 술도 적절히 취한 채로 우리 네명은 자리를 떴다.
강바람을 맞으며 젊은이 두 명이 기타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노래의 내용이야 알 수 없지만, 아름다운 가락이 지나가는 사람의 발걸음을 잡아두고 있었다. 얼큰하게 술이 취한 우리는 한참 동안 서서 그의 노래를 들었다. 붉은 등불과 양자강에서 불어오는 강바람과 그 위를 지나가는 유람선의 찬람함이 어우러지고 메아리져 멀리멀리 사라져가고 있었다.
(2013년 1월 24일 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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