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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광서, 귀주, 중경, 무한 6 "귀양과 청암고진"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3. 1. 22. 07:59

 

 

 

 

 

 

 

 

광서, 귀주, 중경, 무한 여행기 6

귀양과 청암고진(贵阳 青岩古镇:꾸이양 칭얜꾸전)

 

 

 

 

 

<전체 여행 지도>

 

 

 

 

<카이리에서 귀양으로>

 

 

 

 

<귀양 시내 지도>

 

 

2012년 11월 21일 오전 11시 카이리를 출발한 버스는 귀주성의 수도(성도)인 귀양을 향해  힘차게 달렸다. 밖의 경치는 한국과 비슷한 초가을 날씨였다. 버스 안에서는 미국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시끄러워 미치겠는데 아무도 뭐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지금까지 여행에서 알게 된 것은, 버스 안의 TV나 음악 소리가 아무리 크건 말건, 다른 사람이 아무리 큰 소리로 떠들든 말든, 쓰레기를 바닥에 버리건 밖에 버리건,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문화인 듯 싶다.

 

 

버스에 내려 호텔까지 몇 대의 택시로 나누어 타고 갔는데, 어떤 사람은 바가지를 쓰고, 어떤 사람은 똥바가지를 쓰고, 또 어떤 사람은 정해진 요금만을 내고, 각자가 낸 요금이 모두 달랐다. 내가 탄 택시 기사는 일반적으로 받는 요금보다 두 배를 요구하여 간신히 5위엔(900원) 깎아서 택시비를 냈다. 언제나 그렇지만, 터무니없이 막무가내로 택시비를 요구하는 기사를 볼 때마다 기분이 더럽게 나빴다. 하기야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에 어떤 택시 기사가 종로에서 남대문까지 일본 사람을 태워다 주고 몇 십만원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어디를 가나 밥맛 떨어지는 사람이 사는 곳이 바로 이 세상인 듯 싶다.

 

 

 

 

 

<귀양 시내>

 

 

호텔에 짐을 풀고 처음 찾아간 곳이 갑수루(甲秀楼:지아시우로우)라는 건축물이다. 1597년에 건축되었다고 하는 이 누각은 남명하(南明河)라는 강가에 위치해 있다. 아름다운 이 3층 건축물은 6 차례에 걸쳐 수리를 했다고 한다.  갑수루라고 쓰여진 건물을 통과하여 안으로 들어가 보면, 안에는 사찰, 다리 연못 등이 있는데, 왜 그런지 별로 머물고 싶지 않은 장소였다. 내가 이곳에 오래 머물고 싶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남명하라는 강물이 더러워서 일 것이다. 시커먼 물이 시커먼 강바닥을 흘러 내렸고 썩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어찌하여 강물을 이다지도 더럽게 만들었는지 귀양시장을 찾아가 따져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갑수루 입구>

 

 

 

 

<갑수루>

 

 

 

 

<야간의 갑수루>

 

 

갑수루는 낮보다는 밤에 보면 더욱 멋이 있었다. 갑수루와 주변의 건축물이 불을 환히 밝혀서 마치 다른 나라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강을 볼 때마다 이맛살이 찌푸려져서 빨리 그곳을 떠나고 싶은 충동이 불끈불끈 솟아 올랐다.

 

 

 

 

<야간의 남명하(南明河)>

 

 

 

 

<귀양을 관통하는 남명하(남명하)강

 

 

 

 

<남명하를 막는 댐: 열고 닫는 시설인 듯 하나 너무 더러워 차라리 없는 것이 나을 듯 싶었다.>

 

 

다음 날 새벽 시내를 한 바퀴 돌기 위해 호텔을 나서서 다시 남명하에 왔다. 그 더러운 강에 그래도 뭐가 물고기가 사는지 왜가리가 이리 날고 저리 날고 있었다. 어떤 왜가리는 물 속을 들여다보고 고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염된 물고기를 먹는 저 새들도 곧 병이 들 것만 같았다.

 

 

 

 

 

 

 

 

<하빈공원>

 

 

중국의 어느 공원이나 그렇듯이 하빈 공원에서는 빠른 음악을 틀어 놓고 디스코를 추는 사람부터, 느린 음악에 맞추어 전통 춤을 추는 사람, 칼을 휘두르며 검술을 익히는 할아버지, 귀가 따갑게 팽이를 치는 사람까지 온갖 군상의 사람들이 각자의 놀이에 열중하고 있었다.

 

 

 

 

 

 

 

 

 

 

춤추는 사람 중 가장 아리따운 한 여인이 있었다. 아줌마인지 아가씨인지 내가 알 턱이 없지만, 알았다 해도 별 소용도 없는 일이지만, 코스모스 가을 바람에 하늘거리듯 그녀의 허리는 공중에서 연의 꼬리처럼 부드럽게 휘감기며 돌아가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바라보며 춤을 추던 그녀의 몸은 이제 막 만들어 놓은 밥상 위의 메밀 묵처럼 음악의 물결따라 찰랑거렸다. 지나가던 남자 몇 사람이 넋이 빠져 입을 헤 벌리고 바라보며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 앞으로 고꾸라질 뻔 하였다.

 

아주 오래 전에 나도 동아문화센터에서 디스코를 좀 배워본 적이 있다.  그때 선생님이 한 말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춤을 못추는 사람들은 떼로 몰리어 으쌰으쌰 추고, 어느 정도 추는 사람은 둘이서 추고, 진짜 고수는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면서 혼자 춤을 춘다."

 

 

 

 

 

 

 

 

 

 

 

 

 

 

 

 

 

 

인민 광장에는 십이지를 상징하는 12 동물의 모습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중에서도 닭의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날카로운 부리, 산맥같이 힘찬 볏, 착 달라붙어 내리 뻗은 수염,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눈, 아마 어떤 맹수가 와도 당해낼 만한 그런 모습이었다. 

 

 

 

 

 

 

 

 

 

 

한 아줌마가 있었다. 길거리에서 빗자루며 수세미며 바가지 등을 한 짐 지고 가는 아줌마였다. 그 많은 물건을 한 곳에 모아 놓고 앉아서 팔면 좋으련만, 내가 알지 못하는 이유로 어깨에 멘 나무 막대기가 휘어질 정도로 무거운 짐을 지고 다녔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그런대로 물건을 사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한 참을 바라보고 있는데 또 다른 아줌마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아무래도 중국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날씨가 추우니 감기에 걸리기 쉽다고 하면서, 내 옆에 있는 아내의 목도리를 벗겨서 다시 목에 감아 주고 옷깃을 여며주고 휘파람을 불면서 바람처럼 사라졌다. 아내는 벙뜬 느낌으로 한 동안 말이 없더니, "귀양 사람들 참 친절도 하네. 귀양에는 귀양 온 사람들만 산다더니 모두 거짓말일세." 한 마디 했다.

 

 

 

 

 

 

 

 

 

 

 

 

<모택동 상>

 

 

 

 

 

 

솔직히 말해 귀양은 특징이 없는 것이 특징인 도시다. 일반 도시가 갖고 있는 고층 건물에다 도심을 흐르고 있는 오염된 물이 흐르고 있는 내륙 도시다. 이런 곳에서 왜 사냐,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도시다. 하지만 밤만 되면 중심가의 건물은 휘황찬란하게 전등불이 밝았다. 멀리 그리고 가까이에 있는 건물이 조명발을 받아 아름답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남명하의 강물도 조명 속에서는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역시 세상은 조명발이요, 여자는 화장발이요, 남자는 오줌발이요, 사기꾼은 오리발이요, 술꾼은 개나발("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이다.

 

 

 

 

 


 

 

 

 

<청암고전의 위치>

 

 

청암고진(青岩古镇:칭얜꾸전)은 귀양에서 남쪽으로 약 30키로 정도 떨어져 있는 옛날식 마을이다. 택시로 15,000원 정도 주고 갔는데, 생각보다는 멀어서 택시 운전사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겼지만 팁을 더 주지는 않고 그냥 내렸다. 가끔 가다 나도 택시 운전수에게 바가지를 쓰는 일이 있으니, 나에게도 이런 일이 있어야 한다고 자기 합리화를 해 버렸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밭에는 배추가 무럭무럭 자라는 것으로 보아 아직도 한 참을 더 있어야 겨울이 올 듯 싶었다. 너무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다른 고진과 마찬가지로 길 양쪽으로 죽 늘어선 집은 모두 가게로 변해 있었다. 가게는 간단한 일용품에서부터 옷, 음식 등 갖가지 물건이 쌓여있었다.

 

 

 

 

 

 

 

 

 

 

 

 

 

 

 

 

 

 

조금 안 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옛날식 골목에 대나무가 아치를 그리며 관광객을 환영하고, 여기 저기 수 많은 박물관이며 사찰이며 옛날식 집이 많다. 집이 여기저기 얽히고설켜 같은 집을 두 번 들어가 보기도 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어떤 곳에서는 오래 된 화석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모습이 얼마 되지 않은 듯 아주 생생했다. 처음에는 이것이 무슨 미술 작품인 줄 생각했으나, 안내인의 말을 듣고 진짜 화석임을 알게 되었다. 이런 것 이외에도 알 수 없는 물건이나 그림 조각들이 즐비한데, 나중에는 이런 것에 면역이 되어어서 모두다 "어, 저기 또 있네"라는 식으로 되고 말았다. 그러나 골동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곳이 충분히 매력적인 여행지가 될 것이다.

 

 

 

 

 

 

 

 

<화석>

 

 

 

 

 

 

 

 

 

 

 

<과거제도: 우리가 많이 들었던 "진사, 생원, 장원"등의 한자가 보인다.>

 

 

 

 

 

 

 

 

 

 

 

 

 

 

 

 

 

 

안내 책자에는 "자운사와 만수궁 외에는 거의 비슷하므로 처음부터 모든 것을 구경할 수 있는 통표를 살 필요는 없다"라고 적혀있다. 모든 것을 보는 표값이 약 6000원쯤 된다. 내 생각에는 6000원 내고 마음대로 들어가서 구경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아낀 그 돈을 한국의 집에 돌아와서 방바닥에 놓고, "아이구, 구경 안 하고 6천원이 남았으니 땡잡았네."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한국에 오면 그돈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다. 볼 때는 확실히 보는 것이 좋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책의 작가 한 사람의 말이 무수한 사람들에게 좋은 구경거리를 볼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 이런 책의 내용은 빨리 바꿔져야 한다.

 

 

 

 

 

 

이곳에서는 도교사원, 불교사찰, 천주교당, 기독교당이 함께 공존한다고 한다. 그곳에 있는 유적지 중 가보고 싶은 곳이 천주교 성당이었다. 왜냐하면 중국에 성당이 있는 것이 신기해서다.

 

 

안내 책자에 따르면, 청나라 말기 귀주의 제독인 티엔씽누가 프랑스 전도사와 8명의 천주교도를 사형시켰다고 한다. 이로 인해 프랑스와 4년간의 외교 분쟁이 일어났고, 결국 프랑스 정부에 굴복해 1만 2천냥의 백은을 보상했고, 여기 청암에 있는 제독의 건물을 천주교당으로 개조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어떠 했을지 모르지만, 내가 찾아간 이 성당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된 듯, 건물 여기저기 듬성듬성 녹이 슬었고, 교당은 잠겨져 있었고 틈 사이로 거미줄이 보였고, 관리인만이 우리가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고 하품을 하고 있었다. 화려했던 과거의 역사를 뒤로 하고, 쇠락한 건물 사이를 돌면서, 지구상 어디든 사람이 살지 않으면 모든 건물은 결국 무너진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듯 싶었다. 신자가 없는 성당이 무슨 소용이며, 신자가 없는 목자가 무슨 소용이며, 학생이 없는 선생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이것은 또한 중국에서 기독교를 전파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말해주기도 하는 듯 했다. 한국에서 순식간에 요원의 불처럼 번진 기독교의 전파와는 달리, 이미 수천년 동안 그들 전통적 종교를 견지해왔던 중국인들이 하루 아침에 기독교로 개종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곳에서 먹어 보아야 할 것이 두 가지인데, 하나는 장미 사탕이고 또 하나는 돼지 족발이라고 안내책자에 나와 있다. 장미 사탕은 세 봉지를 사서 먹어 보았는데, 깨, 호두, 각종 씨앗 등이 들어가 있고, 장미 꽃잎이 있는 듯 없는 듯 살짝 들어가 있다. 너무 달아서 몇 개 이상 먹기 힘들다. 하지만 맛은 대단히 좋아서 한 번 입에 대면 자꾸 먹을 도리밖에 없다.

 

 

 

 

 

 

또 한 가지는 돼지 족발이다. 우리 나라 족발과 큰 차이는 없으나 쫀득거리는 맛이 있고, 입 천장에 달라 붙으며, 뭉클뭉클한 느낌을 준다. 맛이 있기는 하되 좀더 담백했으면, 좀더 단단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음식을 주인이 추천해서 시켜보았다. 각종 씨앗과  단맛이 있는 묵같은 것이 섞여 있었는데, 이것도 우리 입맛에는 너무 달고 물큰거려서 끝까지 먹기는 힘들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우리가 얼마나 잘 먹는지 힐끗힐끗 바라보면서 일을 하다가 손가락이 짤려 나갈뻔 했는데, 하마터면 돼지 족발 대신 아주머니 손가락을 먹을 뻔했다.

 

 

(2013년 1월 22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