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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도 여행기 6 "코치"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4. 2. 6. 11:31

 

 

 

 

 

 

 

남부 인도 여행기 6 "뱅갈로르 - 코치"

 

 

1월 8일 저녁 8시 50분, 호스펫 역에서 방갈로르 행 기차를 탔다. 기차는 다음 날 1월 9일 아침 6시경 "예라한카" 역에 도착하였다. 여기에서 방갈로를 구경할 틈도 없이 곧장 공항으로 직행하여 코치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렸다.

 

 

 

 

<공항에서: 아가씨와 복만씨(왼쪽 얼굴이 보이지 않는 사람)>

 

 

에피소드 하나: 방갈로르 공항에서 비행기 표를 받기 위해 복만씨는 우리 줄의 맨 앞에 서 있었다.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는데, 그때 마침 갑자기 한 아가씨가 자기가 먼저 표를 받겠다고 앞으로 왔다. 아가씨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복만씨는 얼굴이 하얗게 변하더니 아가씨에게 먼저 표를 받으라고 말하고는 옆으로 피해주었다. 내가 아가씨가 새치기를 한 이유를 물었다. 복만씨의 말: "저 아가씨가 배가 고프다네요. 밥을 먹어야하니 먼저 표를 받아야겠답니다. 저 위대하신 분에게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후 예정시각보다 한 시간 늦게 12:40분에 코치로 출발한 스파이스 항공기는 한시간 30분 뒤에 코치 공항에 도착하였다.  여기서 다시 택시를 타고 숙소인 Park Avenue에 도착하니 오후 4시. 어제밤 8시경부터 기차를 타기 시작했으니 무려  16 시간이 흘러간 셈이다. 시간 낭비, 돈 낭비, 무슨 놈의 여행이 이런 여행이 있나 싶었다.

 

 

 

 

 

 

 

 

 

여기 코치에 머무는 시간은 오늘 단 하루, 실제로는 해가 질녁까지이니까 2-3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호텔에 짐을 맡기자마자 3륜차를 타고 마탄체리 궁전으로 향했다. 그러나 막상 3륜차에서 내리니 그저 허접한 건물 몇 채가 있었는데, 어느 것이 왕궁이고 어느 것이 박물관인지 몰랐다. 바로 내 옆에 있는 허름한 집이 왕궁이요 박물관이었는데, Lonely Planet의 내용과는 달리 특별히 볼 만한 것이 없었다. 엄청나게 볼 것이 많은 박물관을 너무 많이 봐와서 그런지 몰라도,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몇푼 안 되는 입장료만큼이나 값어치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서 시간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해가 지기 전에 중국 어망을 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다시 3륜차를 타고 근처의 해변으로 향했다.

 

 

 

 

 

 

 

 

 

해변에는 몇 마리 물고기를 잡아 놓고 파는 사람이 있었고, 유명하다는 중국 어망을 보기 위해 기웃거리는 사람도 보였다. 어망은 몇 백 미터에 걸쳐서 놓여있었는데, 지금은 고기 잡는 것과는 관계없이 그저 구경거리로, 아니 사진사를 위해 전시용으로 운영하는 일종의 장식용, 또는 돈벌이 용 그물이었다.

 

 

 

 

 

 

우리가 다가가자 몇 사람이 호객 행위를 하면서 오라고 손짓을 했고, 가만히 있던 선원들이 갑자기 밧줄을 잡아당기기도 하고, 매달아 놓은 돌을 만지작 거리면서 사진을 찍으라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많은 어망이 있었으나, 딱 한 곳에서만 고기 잡는 시늉을 하여, 약간의 요금을 지불하고, 생쇼를 하고 있는 이들 사진 몇 장 촬영하였다. 자연스런 장면 촬영이 아니라 연출하는 장면을 찍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일기도 하였으나, 많은 훌륭한 사진들이 연출한 것들이라는 생각에 그저 무심하게 셔터를 눌러댔다. TV에서도 작가가 써준대로 읽는 것이 대부분이고, 광고사진 대부분은 연출된 것이 아닌가?

 

 

인생이라는 것도 있는 그대로보다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어디 한두 가지던가? 화장은 왜 하며, 더운데 신사복은 왜 입고 근무하며, 수 많은 악세서리는 왜 걸치는 것인가? "인생은 쇼"라더니, 쇼가 아닌 것이 어디 그리 많던가?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현장에서 내가 경험한 것보다 더 멋있게 보이려는 일종의 "쇼"가 아닌가? 사실이 어디있고, 자연적인 것이 어디있고, 허구적이 아닌 것이 어디 있던가? 그렇다. 세상은 무대요, 우리는 배우, 인생은 연극이다.  

 

 

 

 

 

 

 

 

 

 

 

 

 

 

 

 

 

 

그렇다고 연극과 연출만이 세상에 넘쳐나는 것은 아니다. 삶의 현장에서 처절하게 노력하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가?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해변을 걷는 저 사람이, 남이 자신을 바라보아 달라고 그러는 것도 아니요, 고기를 잡기 위해 어망을 던지는 저 어부도 남이 자신을 바라보아 달라고 그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이 진실로 원하거나, 혹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굶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한두 사람이던가?

 

 

 

 

 

 

 

 

 

 

 

 

저기 가족과 함께 바닷가를 걷는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 또한 한적한 곳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사람들에게 가면이나 가식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그들은 진실되게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이다.

 

 

 

 

 

 

 

 

 

그날 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오는데, 영어로 쓰인 글귀가 있었다. God's own country(하느님 자신의 나라). 하느님 자신의 나라라! 그렇다. 하느님의 나라라고 해도 여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니, 여기 코치가 바로 하느님 자신의 나라다. 만족할 것이 있으면 기뻐하고, 만족할 것이 없으면 그저 흘러 보내 버리면 되는 세상, 여기가 바로 하느님의 나라다. 물고기 몇 마리 앞에 놓고 부채로 파리를 쫓아내는 사람도 하느님의 나라에 살고, 그앞을 지나면서 코를 막고 인상을 쓰며 지나가는 사람도 하느님의 나라에 산다. 우리 모두는 수 많은 벌들이 한 꿀통에서 각자의 일을 하듯, 무엇인가 자기 앞에 놓인 일을 하는 그런 하느님의 나라에 산다.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지 못하고, 또 알 필요도 없이 그렇게, 하루하루 바로 여기 하느님의 나라에서 산다.  

 

 

(2014년 2월 6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