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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도 여행기 8 "바르깔라"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4. 2. 7. 22:24

 

 

 

 

인도 여행기 8 "바르깔라"


 

 

 

 

 

 

 

 

 

<우리가 묵은 호텔>

 

 

 

 

 

 

Lonley Planet는 바르깔라가 절벽 해안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나와 있다. 나는 다음 날 1월 11일 아침 일찍 해변으로 나갔다. 어지러울 정도로 높은 절벽 아래 알맞은 크기의 해수욕장이 고래가 누워있는 듯 펼쳐져 있었다. 깔개를 가지고 나와서 요가를 하는 사람도 있고, 걷기나 조깅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잔잔한 바닷물이 아득히 먼 곳에서 들락날락 거릴 때, 먼 옛날 헤어진 애인이 생각나는 것은 너무나도 황당한 일이었다. 수 없이 많은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작은 물고기가 내 발 주위에 모여들기를 기다리며 한 동안 발을 물 속에 담갔다가 부질없는 짓임을 곧장 알아채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부들이 배에서 모래 사장으로 가지고 나온 어망 묶음에서, 사람들이 물고기를 떼어내어 동전 던지듯, 솥단지에 던지고 있었다. 경험삼아 외국인들이 물고기 떼어내는 것을 도와주고 있었고, 이러는 중 어떤 사람이 와서 물고기 값을 흥정하기도 했다. 그러자 또 다른 어부가 고기가 섞여 있는 어망을 가져온 뒤, 바람처럼 바다로 다시 달려갔다. 아마도 고기 잡는 사람 따로, 어망 정리하는 사람 따로 있는 듯 했다.

 

 

 

 

 

 

 

그 옆에는 인도 회교도들이 와서 점쟁이나 승려로 보이는 사람에게 무릎꿇고 앉아서 기원을 하는 듯 했다. Lonley Planet에 따르면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이곳에 와서 명복을 빈다고 기록되어 있다.

 

 

나는 한 곳에 앉아서 좀 자세히 관찰해보기로 했다. 승려가 기도자에게 무슨 말을 하면, 옆에서 무릎꿇고 있는 기도자는 반복해서 대답을 한다. 그러면 승려는 계속 무슨 말을 하면서 모래 바닥에 막대기로 무슨 표시를 하고, 꽃을 뿌린다. 그러다가 물을 사방에 붓고 막대기로 모래위에 이스라엘 국기같은 모습을 그린다. 그러면 기도자는 땅에 머리를 몇 번 갖다 대면서 뭐라고 중얼 거린다. 이런 일을 몇 번 반복한 후에, 승려가 준 음식물을 공손히 받아서 바다에 가서 뿌리면 행사는 끝나게 된다.

 

 

이때 가족이 많으면 주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같이 행하게 되는데, 그중에는 꼬마도 있어서, 아주 재미있는 듯이 어른들을 따라한다.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힌두 문화에 익숙해지고 길들여져 아무런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힌두인이 되는 것이다.

 

 

 

 

 

 

 

 

 

 

 

 

 

 


 

 

 

 

 

 

조금 내륙쪽으로 오면 호수가 있는데, 빨래를 하거나 목욕을 하는 사람이 보인다. 물이 고여 있어서  반은 썩어 있는 듯 했으나, 사람들은 아무런 혐오감 없이 씻고 문지르고 있었다. 하기야 인도인들에게 냄새가 나거나 썩어 있거나 더러운 것이 뭐가 그리 큰 대수겠는가? 그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살면되는 사람들이다. 그 옆에 유명한 사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호수와 사원이 모두 성스러운 장소로 여겨지는 듯 했다.

 

 

 

 

<사원으로 가는 길>

 

 

 

 

 

 

 

바로 그 옆에 윗통을 다 벗고, 이마와 팔 그리고 몸에 듬성듬성  흰 페인트와 붉은 페인트를 칠한 사람들이 보였다. 처음에는 내가 보기에 그들이 좀 무서웠다. 그런데 그들이 갑자기 카메라에 관심을 보이더니 온갖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고, 또 찍혀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배꼽을 쥐고 웃기도 했다. 아마 어떤 특정한 종족이든지, 특정한 종교를 믿는 신자일 것이다.  

 

 

 

 

 

 

 

 

 

 

점심 때가 되어서 시내에 있는 어시장에 갔다. 좁은 시장에 장사꾼들이 그야말로 빽빽히 들어서서 온갖 생선을 팔고 있었다. 그중에는 상해가는 물고기가 있는 듯, 자기 주위에 있는 세숫대의 물속에 생선을 담갔다가 꺼내서 깨끗하게 보이도록 위장 전술을 쓰는 아줌마도 있었다.

 

 

그날 나를 포함한 몇 사람은 오징어, 꼴뚜기, 게, 새우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생선을 5만원어치를 사서 호텔로 가져왔다. 한국에서 가져간 전기 포트에 넣어 삶고, 현지에서 몇 가지 식품을 혼합하여 초고추장을 만들었다. 호텔 주인에게 들킬까봐 문을 꼭꼭 잠갔다. 정말로 질릴 때까지 먹었다. 술도 없이 그 정도 먹었는데, 만약 소주라도 있었으면 아마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아이고 내 배고파 봤으면 소원이 없겠네"라고 말하면서 질질 방바닥을 쓸고 다녔을 것이다.  

 

 

 

 

 

 

 

 

 

 

 

 

 

 

 

 

 

 

 

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는 절벽 위에는 식당을 비롯하여 온갖 장사꾼이 진을 치고 있었다.  쾅쾅거리는 음악 소리와 더불어 호객행위도 대단하다. 저런 물건을 누가 사갈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런 물건을 사가는 사람도 있으니 상가는 번성하지 않겠는가? 이런 가게에서 조금만 골목으로 들어가면 을씨년스런 집이 나타나기도 하고, 야자수가 우거진 산이 나타난다. 하여튼 큰 길을 따라서 올망졸망 붙어 있는 온갖 종류의 가게들이, 어떤 때는 행락객의 귀를 거슬리기도 하고, 어떤 때는 눈에 기쁨을 주기도 하며, 어제도 오늘도 이토록 높은 절벽 위에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날 밤 인도에 온후 처음으로 맥주라는 것을 마셔보았다. 오랜만에 마셔보는 맥주는 예상보다 훨씬 썼다. 그러나 한번 들어간, 한 잔의 맥주는 또 다른 잔을 불렀다. 조심스럽기는 했지만 단숨에 석잔을 들이켰다. 취기가 막 올라오기 시작하는 순간 술잔을 내려 놓았다. 아직도 붕대가 감겨있는 무릎이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2층 식당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밖을 보니, 가게 손님이 오지 않아 그냥 길에서 하염없이 앉아 있는 여자 종업원이 보였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들어와 구경하라고 주문을 하더니 이제 지쳤는지 의자에 털썩 주저 않았다. 그녀는 땅을 보다가 하늘을 보다가, 눈을 감았다가 떴다가, 나중에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주렁주렁 매달린 팔찌며, 귀걸이가 삶의 무게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근처에서 들려오는 조용한 음악 소리를 자장가 삼아 그녀가 한 동안 편히 잠들었으면 좋겠다. 해변에서 들려오는 나즈막한 파도 소리가 허공에서 흐느적거리며 바르깔라의 밤이 깊어가고 있다.  

 

 

(2014년 2월 7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