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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도 여행기 11 "폰디체리"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4. 2. 11. 12:28

 

 

 

 

 

 

 

 

 

 

인도 여행기 11 "폰디체리"

 

 

 

2014년 1월 13일 오후 5시 30분, 큰 감흥을 남긴채 기차는 폰두체리를 향해 깐야꾸마리를 떠났다. 열차 안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편안하게 앉아서 갔다. 멀고 가깝게, 큰 산 하나 보이지 않고 평원이 이어졌으며, 가끔가다 소나 양이 들판에서 풀을 뜯고 있었다.

 

 

 

 

 

 

 

 

 

 

 

 

 

옆칸에 한 수녀님이 계셨다. 사회 선생님을 하시다가 은퇴하고 지금은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 봉사하는 수녀였다. 그녀는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결혼을 해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사람이 처음부터 수녀였다면 왜 결혼을 하지 않았는지 묻지 않았겠지만, 55세까지 선생님으로 일하다가 수녀가 되었기에,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을 묻는 것이 조금은 덜 실례라는 생각이 들어서 용기를 내어 물었다. "젊었을 때부터 저는 예수를 너무 사랑했습니다. 학교에 있으면서도 항상 예수님의 사랑을 느꼈습니다. 결혼보다는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싶었습니다."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세상에 흔하지 않은 한분을 만났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말보다는 조그만 쪽지에 글 쓰기를 좋아했다.  

 

 

나는 제린 수녀입니다. 나는 극빈자 수녀회 소속입니다. 직업으로 말하자면 나는 교사였습니다. 나는 55세에 가르치는 일에서 은퇴했습니다. 나는 지금은 "연로한 극빈자를 위한 가정"에서 일합니다. 우리 아버지는 69세에 돌아가셨는데, 제 나이 23살 때입니다. 이제 내 나이는 66세입니다. 어머니는 79세에 돌아가셨는데, 그때는 내 나이가 37세였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우체국장이었으며 어머니는 선생님이었습니다.

 

 

 

 

 

 

 

수녀 옆에는 통통하게 살이 찐 여자가 있었는데, 아무 말 없이 창문을 바라보더니 곧 시름시름 앓는 닭처럼 졸다가 코를 드렁드렁 골기 시작했다. 아무렇게나 내던진 그녀의 오른 발에는 발찌, 아니 발가락찌가 끼워있었다. 발찌는 몇 번 본적이 있지만 발가락찌는 난생 처음보는 것이었다. 발가락찌는 양말과 신발 속에 있으니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해 이것을 끼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걸을 때 불편할 것이고 피도 잘 통하지 않을 터인데 왜 그렇게 하고 다니는 것일까? 결국은 제 잘난 맛에 산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빌루푸람 역에 도착한 것은 오후 5:30분이었다. 개들이 사방에 누워서 세상 모르고 잠을 자거나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우리의 목적지는 여기가 아니라 폰디체리였기에 복만씨는 택시를 섭외하러 갔다. "다른 사람은 제가 흥정한 값에 말이 없었는데, 꼭 한 기사가 액수가 너무 적어서 안 된다고 '앙을' 댔습니다. '좋다, 그러면 너 빠지고 나머지 폰디체리로 간다'라고 다른 기사에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먼 곳에 혼자 있는 사람 불러왔습니다. 그 건방진 자식, 오늘 일당 날렸으니 오늘 밤 속이 쓰릴 것입니다." 복만씨의 말이다.

 

 

 

 

 

 

 

 

 

폰디체리로 가는 중에 해는 지고 날은 점점 어두워져가고 있었다. 뒤를 보니 서쪽 하늘에 노랗고 빨간 노을이 장작불보다도 더 진한 빛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붉게 물든 노을 바라보면 슬픈 그대 얼굴 생각이나 고개 숙이네 눈물 흘러 아무 말 할 수가 없지만"은 이문세의 노래다. "붉게 물든 노을 바라보면 붉은 그대 얼굴 생각나자냐! 술이 취했자냐! 헛말 나오자냐! 미쳤자냐!" 이것은 내 넋두리다.   

 

 

 

 

<밤에 거리에서의 공연>

 

 

 

 

<공연장 옆에 진열된 미술품>

 


 

 

 

 

 

 

 

다음 날 아침 일찍 산책을 나갔다. 사람들이 해안에 나와 걷거나 명상을 하거나 운동을 하고 있었다. 어제의 붉은 노을을 기대하며 사람들이 수평선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노을은 터질 듯 터질 듯 하면서 끝내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었다.

 

 

 

 

 

 

 

 

 

 

 

해안을 걷다가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사람들이 한가롭게 걷거나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사실 여기 폰디체리는 오로빈도라는 사람이 정착해서 영적 연구와 문학 작품에 집필하면서 수생자의 삶을 살았던 곳이다. 그는 이곳에서 마더(The Mother)라고 알려진 미라 알파사(Mira Alfassa, 1878∼1973)를 만났고, 1926년 마더와 함께 요가와 현대 과학을 결합한 힌두교 수양지인 스리 오로빈도 아슈람을 설립했다.

 

 

 

 

 

 

 

우리가 스리 오로빈도를 찾아 갔을 때, 집 앞에 서 있는 안내자는 우리를 맞이하더니 우선 신발부터 벗게 했다. 그리고는 집 안에서 지켜야 할 사항을 말해 주었다. "사진을 찍지 말 것, 말 하지 말 것, 뛰어 다니지 말 것" 등을 알려주면서 사람들이 안에 많이 있다고 말했다.

 

 

대문을 지나 들어가 보니 첫 인상은 정원이 넓은 부자집에 온 듯 했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앉아 있거나, 눈을 감고 명상을 하고 있었다. 날이 더워서 인지 부채를 부치기도 하고, 수건을 꺼내서 땀을 닦기도 했다. 사람들의 줄을 따라서 본채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사진이나 책 또는 명상에 사용되는 도구 등을 구입하고 있었다.

 

 

 

 

 

 

명상을 하려면 조용한 바닷가나 깊은 산 속이 좋을 듯 한데, 왜 사람들은 이렇게 북적거리는 이곳으로 모여들까? 옆에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이 도움보다는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지만 사람이란 너무 연약한 존재여서 특별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혼자 하기보다는 사람들과 함께 하기를 더 선호하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혼자 있으면 공부가 되지 않아, 친구 집에 가거나 친구를 집으로 불러 들인다. 어떤 사람은 여행은 물론 등산도 혼자 가지 못 한다. 혼자 술도 마시지 못하고 혼자 밥도 먹지 못한다. 그런 사람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화투로 오늘의 운세 점을 치거나,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리거나, TV 채널을 돌려대거나, 내 팔자가 왜 이러나 하면서 신세 타령을 하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 이 도시를 정말 아름답게 해주는 것은 각각의 집 앞에 그려진 아름다운 그림이다. 천연색 물감으로 각종 꽃과 나무 그리고 풀을 곱게 그려 놓고 바라보며 즐거워 하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이때가 마침 "뽕갈"이라는 축제 기간이었다.

 

 

 

 

 

 

 

 

 

 


인도의 남부에서 거행되는 뽕갈(pongal)은 한국의 추석과 비슷한 추수감사절이다. 4일 동안 거행되는 이 축제의 첫날은 낡은 물건들을 내다 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며, 둘째 날은 신선한 우유를 데우고 새롭게 수확한 쌀로 밥을 짓는다. 셋째 날은 소에게 감사하는 행사가 열리고, 마지막 날은 친지를 방문한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가 몇 번째 일인지 알 수 없었지만 사람들은 마당에 쌀가루나 색가루 꽃이나 나뭇잎 등의 재료로 색채가 선명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이 그림을 꼴람(kolam)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뽕갈 축제에 꼴람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사람은 가루를 뿌려 대충 그리는 사람도 있지만, 또 어떤 사람은 꼴람 교본을 갖다 놓고 보아가며 채색을 하기도 하였다. 이 꼴람은 신의 축복을 가정으로 불러들이는 행사라고 하는데, 이런 그림을 그리고 바라보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고 한다.

 

 

 

 

 

 

 

 

 

 

 

가루를 뿌리고 있는 사람들 앞에 가면 그들이 먼저 "Happy Pongal"이라고 말하는데, 우리도 "Happy Pongal"이라고 말해주면 빙긋이 웃으며 사진을 찍으라는 손짓을 한다. 이런 꼴람을 만드는 작업은 혼자 하기보다는 여럿이 모여서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무런 약속도 없이 두 사람이 이렇게 멋진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우선 시멘트 바닥에 분필로 밑그림을 그린 후, 물감이 곱게 든 가루를 살살 뿌려 작업을 완성하고 있었다. 이 축제가 끝나면 일년 뒤에나 같은 작업을 할텐데 그 동안 뽕갈 만드는 기술은 줄어들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렇게 정성드려 아름답게 그려 놓은 꼴람 위로 무심한 자동차가 지나가고,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사람들이 밟고 지나간다. 그러나 누구도 망가진 뽕갈을 보고 애석해 하는 사람이 없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이며, 때가 지나면 사라지게 되어 있다. 꽃이 지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내 이곳에 와 폰두체리의 아름다움을 보고 미련없이 떠나는 것도 "만나면 헤어진다"는 너무나 당연한 세상의 이치이다.  

 

 

 

 

 

 

세월이 흐르면 저 찬란하 태양도 언젠가는 이 우주상에서 사라진다고 한다. 태양이 없는 세상에 너와 내가 어디 있으며 생과 사가 어디 있으며 정신과 영혼 어디 있겠는가? 훌륭한 진리는 언제나 가까이 있는 법이며, 손을 뻗으면 잡히게 되어 있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대중 가요에 있는 말이다.  "내가 살아 있을 때, 나에게 잘해!" 나의 마음 속에 있는 말이다.

 

HAPPY PONGAL, EVERYONE!

 

 

(2014년 2월 11일 작성)

이 여행기는 다음 회에서 끝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