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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일간 중미 여행기 6:니카라과의 "레온, 마사야화산, 그라나다"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5. 1. 11. 09:07



<그라나다의 새벽>

 

 

47일간 중미 여행기 6: 니카라과의 레온, 마사야 화산, 그리고 그라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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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4일, 일찍 일어나 각자의 짐을 꾸려서 호텔의 창고에 맡겼다.  소형 배낭만을 가지고 2박 3일 투어에 나섰다. 어디를 갈 때마다 짐 때문에 힘들었는데, 큰짐 하나가 빠져나가니, 앓는 이 빠져나간 것처럼 속이 다 후련했다.  

 

 



 

 

아름다운 마나구아 호수를 배경으로  화산으로 형성된 모모톰비토산이 김삿갓 모자를 쓴 것처럼 단아하고 아름답다. 호수에는 고기를 잡는 사람도 없고, 산책을 하는 사람도 없고, 단지 한 남자가 하염없이 물가에 앉아 있는 것이 이상할 따름이다.

 

 



 

 

레온 비에호(Leon Viejo)로 가는 길은 이제 한창 확장 공사를 하고 있었다. 도처에서 통행을 중지시키고 한참을 기다리게 했다. 그러는 사이 우리나라에서 물건을 싣고 다니면서 확성기로 물건사라고 목청을 돋구는 짐차와 같은 장면이  보이기도 하고, 먼지가 날까봐 계속 땅에 물을 뿌리는 살수차도 보였다.

 

 



 

 



 

 



 

 

드디어 레온 비에호(Leon Viejo) 유적지에 도착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 유산이다. 초기 식민지 정착촌 중의 하나로서 그 물질 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증거 자료이어서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고, 안내자는 전한다.

 

 



 

 



 

 



 

 

우리가 거기에 갔을 때, 아직 발굴이 다 이루어지지 않아서인지, 듬성듬성 땅 표면을 파헤쳐 놓은 것만 볼 수 있었다. 여기가 대성당, 저기가 수녀원 교회, 왕립 주조 공장 등의 터라고 안내자는 말한다. 역사학자나 고고학자의 눈으로 보면 세계 문화 유산이라고 할지 몰라도, 일반인이 보기에는 그저 들판 일부분에 공사하다가 그만 둔 흔적처럼 보였다.  

 

 



 

 



 

 

그러나 내 눈에 가장 두드러진 것은 박물관 벽에 걸려 있는 사진 한 장과 들판에 세워진 석상이었다. 개가 사람을 물어죽이는 장면이다. 그 당시 스페인 정복자에게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을 개에게 물려죽게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감히 저항할 생각을 말살하려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징기스칸에게 저항하다가 정복당하면 그 마을 전체 사람들을 싹쓸어 죽이는 것처럼 무지막지한 짓이다. 승자가 되기 위해 그들이 사용했던, 피나는 투쟁과 무자비한 보복이라는 수단은, 역사의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몸서리치는 일이었다. 나는 안내하는 여인에게 물었다. "그러면 당신은 저기 정복자의 후손입니까? 아니면 저렇게 처절하게 죽은 노예의 후손입니까?" 그녀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Half and half(반반입니다.)"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여기저기 사방에 서 있는 나무에 매달려있는 사과를 닮은 녹색의 과일이다. 보통 과일이라고 하면, 나무 가지에 열리는 것이지 아예 나무 몸통부터 매달리기 시작하여 가지로 뻗어나가지는 않는다. 이 연두색 과일이 "히까로"라고 불린다고 하는데 먹는 것이 아니라 약재로 사용된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 없었다. 아마 안내자가 이름을 잘못 전달했던지, 아니면 내가 잘못 들었던지 했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누구든지 이 과일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댓글로 알려주기 바란다.

 

 



<레온으로 가는 길>

 

 

Leon은 사자(Lion)라는 뜻이다. 그래서 그런지 도시 여이저기에 많은 사자상을 볼 수 있다. 본래 레온은, 방금 전에 본 Leon Viejo가 원조이다.   원조 레온은 1524년에 건설되었으나 1610년 대지진에 의해 폐허가 되어서, 현재 이곳에 새로운 Leon을 건설한 것이다. 유명한 Francisco Hernandez de Cordoba가 건설했다(현재 니카라과의 화폐 명칭이 그의 이름을 따서 코르도바이다.)

 

 

레온은 혁명 기질이 살아 있는 도시다. 혁명 기간 중,  시민들은 소모사 정권에 맞서 싸웠으며, 강력한 산디니스타 중심부 역할을 했다.

 

 



 

 



 



 

 

차에서 내려 길을 따라가면 옛 낡은 건물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수 많은 옛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낡은 거리, 길을 따라서 놓여있는 수 많은 예술품, 수 많은 먹거리가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건물은 대성당이다. 1610년에 처음 건설되었고, 그후 몇 차례에 걸쳐 보수되었다고 한다. 안에는 수 많은 장식과 유명인사들의 무덤이 있다.

 

 



 

 



 



 

 



 

 



 

 



 

 



 

 



 

 

각자가 헤어져서 각자의 갈길로 갔다. 나는 시간이 많지 않았고, 날이 더워서 1912년에 니카라과에서는 처음으로 세워진 니카라과 대학에 가보기로 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큰 정문이 있고, 넓은 운동장이 있으며, 수 많은 강의실이 있는 그런 대학이 아니었다. 어떤 건물을 들어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현관이, 학교 정문이자 수위실이요 학생들의 쉼터였다.

 

 

마침 한 강당에서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강의를 하고 있었다. 한 남자가 내 앞에 나타나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더니, 넓고 좋은 자리에 앉으라고 말했다. 냉방이 잘 되어 있어서 시원은 했지만, 스페인 말을 알아들을 수도 없고, 계속 알아듣는 척 하기도 어려워서, 바늘 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여기를 어떻게 예모있게 빠져나가냐하는 생각만 하면서 10여분을 보냈다. 그때 마침 한 사람이 무대에 올라가 무슨 말을 하는 사이에, 반역죄를 지은 죄인처럼 허리를 탁 구부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뒷걸음쳐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대학 현관이자 정문>

 

 



 

 



<길거리: 저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른다.>

 

 



<거리에 붙어 있는 그림: 혁명과 관계있는 듯. >

 

 



 

 



<거리>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달려간다.>

 

 



<어디가나 위력을 발휘하는 셀카봉>

 

 

마침 점심 때가 되었는데, 역사적인 도시에 왔으니, 우리도 우리 여행의 역사에 남을 만한 점심을 먹어보자고, 누군가가 말했다. 값에 구애받지 말고 좋은 곳으로 가보자.

 

 

가운데 석유 등잔처럼 조그만하게 분수가 나오는 정원을 바라보면서 한잔 꺾는 집이 있었다. 감자, 바나나, 소세지, 고기를 이리 굽고 저리 구워서 산더미처럼 두 접시를 내왔다. 잠시 뒤 맥주와 음료수를 들고 나왔다. 날이야 덥건 말건, 몸이야 피곤하건 말건, 돈이야 있건 없건, 내일 죽건 말건, 하여튼 죽장 먹어댔다. 너무 분수 없이 먹었을까? 분수 옆에서 졸고 있던 비둘기가 갑자기 눈을 떴다. 한 동안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다시 버스를 타고 마사야 화산 공원에 도착한 것은 4시 30분 경이었다. 우선 입구에 있는 박물관에 가서 화산에 관한 일반적인 게시물을 본다.

 

 

다시 차를 타고 바로 화산 입구까지 간다. 화산을 보고 우선 놀라게 되는 것은 분화구의 직경이다. 분화구가 몇 키로는 되는 듯이 위압적이다. 안에서 유황냄새가 나는 연기가 슬금슬금 올라오는데, 용암은 보이지 않는다. 로운리 플래닛에는 오후에 가면 수천 마리의 앵무새가 벽에 붙어 있다고 되어 있으나, 아무리 찾아봐도 앵무새는 없었고, 연기 때문에 그곳에 붙어 살기도 어려워보였다.

 

 

 



 

 



 

 

이 화산을 중심으로 수십 키로의 등반로가 있다고 하는데, 요모조모 구경하려면 두 발로 걸어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저기 희미하게 보이는 등산로에는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안내판이 붙여져 있다. 화산이 식은 분화구 주위는 이제 풀로 뒤덮인 평범한 들판이 되었고, 언젠가는 수목이 무성한 숲이 될지도 모른다.

 

 



 

 

마침 우리가 정상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막 저물려는 순간이었다. 서쪽 하늘이 밝게 빛나야할 텐데, 연기가 서쪽 일대를 덮어서 마치 큰 산에 불이라도 난 듯 했다. 하늘로 치솟는 연기가 바람에 따라 이리 흐르고 저리 흘러, 붉은 태양을 반쯤 삼켰다. 그래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 검붉은 연기는 불을 내뿜고 아무 것이나 물고 늘어지는 용가리처럼, 넓디넓은 분화구 일대와 서쪽 하늘을 소용돌이로 몰아 넣고 있었다. 아, 대 자연이 큰 붓에 붉은 물감을 찍어 저녁 노을로 가득찬 도화지에 "황홀"이라는 제목의 대서사시를 써 내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떨어지면 국물도 없을 텐데, 분화구 30센티가지 접근하여 사진을 찍는다. 더 놀라운 것은 왜 난간도 없이 저런 위험한 곳까지 접근을 하게 하는지 그저 소름이 끼칠 뿐이다.>

 

 



 

 

 




<마사야 화산 현장 동영상: 약 2분 30초>

 

 

 



<마사야에서 그라나다로 가는 길에 촬영됨>

 


 

 



 

 

그라나다에 도착한 것은 이미 땅거미가 짙은 밤이었다. 좁은 길 사이로 붉은 가로등이 돌길을 비춰, 마치 강물처럼 어두워진 길 위로 불빛이 흐르고 있었다. 호텔 정원에 켜 놓은 불빛 사이로 붉은 장미가  "처절하게" 붉디붉은 빛을 허공에 쏟아붓고 있었다. 한줄기 바람이 불어와 나뭇잎을 흔들면 그 아래 수영장의 물결이 숨죽이며 파르르 떨었다.  

 

 



 

 





 

 



 



 

 

다음 날 새벽, 그라나다 동녘에 또 다시 아침 노을이 찾아왔다. 건물의 벽과 그 사이 좁은 길과 그 위를 걷는 사람의 얼굴이 노을 빛으로 채색되었다.

 

 



 

 



 

 



 

 



 

 



 

 



 

 



 

 

아침 햇살은 길옆 정원을 비추고, 길 위로 지나는 마차에게도 비춘다. 이 골목에 사람이 산다. 할아버지도 살고 아이들도 산다. 그들 머리 위 전깃줄에 헌 운동화가 걸려있다. 헌신을 전깃줄에 걸어 놓으면 새 운동화가 생긴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했다. 어릴 적, 이가 빠졌을 때, 조심조심 종이에 싼 헌 이빨을 지붕에 던지면서, "까치야, 까치야, 헌 이빨 가져가고, 새 이빨 가져와라"라고 중얼거렸던 생각이 났다.

 

 



 

 



 

 



 

 



 

 

바닷가로 나갔다. 선착장에 꽂아 놓은 형형색색의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며 새 세상이 왔음을 알렸다. 멀리 붉은 태양이 바다를 비춰 하늘이 바다고, 바다가 하늘이었다. 육지에서 배로 연결된 좁은 레일 위로, 일꾼들이 짐을 나르고 있었다. 그 옆에는 한 남자가 마치 태양을 향해 온몸을 던지듯, 자전거를 타고 힘차게 페달을 밟아 붉은 바다에 뛰어들고 있었다.

 

  



 

 


 

11월 14일 그라나다 숙박소: 콘도식 호텔 2인 1실 50,000원

12인승 승합차 1일 렌트비: 120,000원(1인당 12,000원. 단, 연료비는 승객이 부담)

 


 

(2015년 1월 11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