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Beautiful the Nature is! - Albatross

World

필리핀 여행기 7 "바나이우이 가는 길"(Philippines 7: To Banaui)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2. 7. 28. 13:40

 

필리핀 여행기 7-바나우이 가는 길

(마닐라-바기오-바나우이)

 

 

<여행 경로: 마닐라 - 바기오 - 바나우이: 새벽 6시에 마닐라를 떠나 다음날 새벽 6시에 목적지인 바나우이에 도착했다. 24시간 걸린 셈이다.> >

 

 

마닐라는 날씨도 더우니 북쪽 시원한데 갔다가 한국에 돌아가자고 나는 일행에게 제안했다. 일행은 너무 멀고 길도 험하니 혼자 다녀오라고 했다. 일단 그 쪽의 교통이 좋지 않아, 마닐라 사람들도 잘 가지 않는 지역이므로, 그들이 나의 제안을 완곡하게 거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나는 혼자 다녀오기로 했다.

 

안내 책자에 보면 Auto Bus has a direct bus between Banaue and Manila, departing Manila 10 pm(nine hours)라고 되어 있다. 즉 마닐라에서 바나우이까지 9시간 걸리는 직행이 있는데 밤 10시에 출발한다는 것이다. 여행이란 목적지에 도착해서 목적지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면서 보는 즐거움도 그에 못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나는 목적 지향적이 아니라, 과정 지향적이다. 밤새도록 잠만 자다가 낮에 사진 찍고 오는 것을 나는 택할 수가 없었다.

 

안내 책의 다음 단락에 KMS and Ohayami travel between Banaue and Baguio(nine hours)(KMS와 오하야미 회사가 바나우이와 바기오를 운행하는데 9시간 걸린다)라고 되어 있다. 지도상으로 보면 맞지 않는 듯이 보였는데, 마닐라에서 바기오까지 6시간을 간 후에 또 9시간이 걸린다니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말이 맞다면 마닐라에서 바기오를 거쳐 바나우이까지 가는데는 15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좌우지간 적어도 마닐라에서 바기오까지 가는 버스는, 낮에 갈 것이라고 생각하여, 나는 "마닐라-바기오-바나우이" 코스를 택하기로 했다.

 

본래 낯선 여행은 둘이 하는 것이 기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 문제다. 한 사람을 공격하기는 쉬워도 두 사람을 공격하기는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선교사들도 둘 씩 다니면서 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혹시 중간에 동료가 생겨 둘이 가면 몰라도 어차피 나는 혼자 떠나야 했다.

 

<길을 가다가 찍은 사진: 봉지에서 물이 떨어지니 아이가 깜짝 놀란다>

 

 

나는 2박 3일 예정했다. 혹시 상황이 변하면 하루 일찍 오든지, 하루 늦게 오겠다고 알렸다. 불안해 했던 L형은 친척에게 빌렸던 핸드폰을 나에게 건네 주면서 위급 상황에 사용하라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이번에 가면, 바나우이 뿐만 아니라 그 일대의 논 사진을 찍어오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논은 산 속에 있어서, 5시간 이상 등산을 해야 하고, 어떤 곳은 안내자를 데리고 가서 하룻밤을 자야 되는 코스도 있었다. 나는 바나우이 사진은 필수적이고, 나머지는 일단 현지에 가서 상황을 판단하여 대처하기로 했다.

 

2008년 6월 16일 나는 새벽에 집을 나섰다. 카메라와 장비를 넣어서 배낭은 무거울 대로 무거웠다. 주인 아주머니가 그 이전에 일어나서 아침밥을 준비해 주었다. K, L 형도 새벽에 일어나서 나의 장도를 축하 겸 걱정을 해 주었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도 걱정이 되었다. 모든 것이 안개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에 설악산 공룡능선 갈 때도 그랬듯이, 지금 저지르지 않으면 영원히 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었기에 나는 전장에 임하는 장수처럼 입을 굳게 다물고 집을 나섰다.

 

 

<내가 탄 차: 바기오 간다는 표시가 있다>

 

 

전에도 말했듯이 필리핀은 버스회사마다 터미널이 다르다. 트라이시클과 지프니 그리고 택시를 이용하여 파사이 지역에 있는 Victory Liner 버스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6시 50분이었다. 안내에게 물어보니 7시에 바기오 가는 버스가 있다고 했다. 서둘러 표를 구입하고 바기오행 버스에 올랐다. 삼분의 이쯤 손님이 탔는데, 외국인은 나 혼자였다. 사실 마닐라에 돌아올 때까지 내가 탄 모든 버스에서  승객 중 외국인은 항상 나 혼자였다. 이런 것은 처음에는 좀 불안했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인간이 새로운 환경에 얼마나 적응을 잘하는지 내가 나를 보고 놀랐다. 버스 승객들이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사람들을 바라보지 않고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짐이 많아서다.

 

 

버스는 정각 7시에 출발했다. 차장이 나에게 왔다. 오랜만에 차장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났다. 차장은 내가 건네준 차표를 보더니 구멍 뚫는 기계를 꺼내서 여기저기 구멍을 뚫은 뒤 다시 나에게 돌려주었다. 그 후에도 유심히 관찰했는데, 승객이 새로 타면 차장이 다가가서 목적지를 묻고, 돈을 받고서는, 차표를 꺼내어 사방에 구멍을 뚫어주었다.  

 

 

시내를 빠져나간 버스는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차창 밖으로 눈에 띄는 시골이 이국적으로 다가왔다. 버스는 Angeles 근처에서 10분 정도 쉬었다. 화장실을 가기도 하고 간단한 음식물을 사먹기도 했다. 물론 내리고 타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 수는 많지 않았다. 이후 버스는 계속 달리다가 두 번 정도를 더 쉬었다. 버스가 쉬면 여지없이 바구니를 든 상인이 물건을 가지고 버스에 올라와서 팔았는데, 모두 음식이었다. 나는  잠깐 내려 먹음직 스럽게 보이는 음식을 골랐다. 먹어보니 우리의 젤리와 비슷한 음식이었다.

 

차창 밖으로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논이었고, 그 다음으로는 트라이시클, 그리고 아이들이 보였다. 대학이라고 쓰여진 건물도 보였는데, 대체로 모든 건물이 나지막했다. 어떤 때는 소를 타고 가는 농부도 보였고, 싸움하는 사람도 보였다. 날은 더운데 팔리지도 않는 상품을 몇 개 갖다 놓고 하릴없이 부채를 부쳐가며 파리를 쫓는 행상의 모습도 보였다.

 

<바기오 가는 중 어떤 버스 정류장>

 

12시 반쯤 되었을까? 차창 밖에 Rosario라는 지명이 보였다. 거기서부터 버스는 계속 올라가기 시작했다. 버스가 올라갈수록 점점 버스 안은 시원해졌다. 어느 정도 올라왔을까? 가끔 긴 소매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닐라에서는 그렇게도 사람 죽이도록 덥더니, 시원함을 맛본다. 한국의 가을 날씨와 비슷했다. 그 상쾌함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1000미터 이상에 위치한 도시니 그럴만도 하다.

 


<바기오 가는 길에 자주 보이는 논>

 

바기오에 도착한 것은 정각 오후 2 시였다. 아침 7시에 출발했으니 무려 7시간 걸린 셈이다. 나는 내가 할 일을 생각했다. 사소한 일이지만 모든 것을 확실하게 체크해야했다.
1) 우선 점심을 먹을 것.
2) 바나우이로 가는 KMS 또는 Ohaymi 터미널에 갈 것.
3) 그 다음은 상황을 보아 안전에 우선하여 결정할 것.

 



일단 근처의 필리핀 식당에 들어갔다. 주인은 없고 손님만 TV에 열중이었다. 5분을 기다려도 주문받지 않는다. 그냥 나왔다. 근처에 식당을 찾아보았으나 먹을 만한 식당이 없었다. 지도에서 SM이라는 백화점이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프니에 다가가 SM에 가는지 물었다. Yes라고 말했다. 지프니를 타니 바로 다음 정거장이 SM이다. 채 100미터도 안되는 듯이 보였다. 이런 것을 알았더라면 걸어왔을텐데, 낯선 곳을 여행하는 첫 번째 비애라고나 할까?

 

 

백화점에서도 여지없이 또 짐을 수색했다. 무기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나는 통과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확실히 아는 스파게티와 콜라 그리고 뭐 다른 한 가지를 주문했다. 종업원이 무슨 말을 많이 했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무슨 적립카드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지 묻는 것 같았다.

 

 

음식을 먹은 후, 나는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했다. 돈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니, 돈을 반으로 나누어 반은 배낭에 넣고, 반은 몸에 지니기로 했다. 백화점에서 허리에 차는 주머니를 샀다. 그리고 돈을 반반씩 주머니와 배낭에 넣었다. 내 몸에 있는 돈, 배낭에 있는 돈이 한꺼번에 없어질 확률은 인간이 파멸할 확률보다 낮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백화점을 나와 몇 사람에게 물었다. 바나우이로 가는 버스를 어디서 타야 하는지?  그리고 KMS나 Ohayami 버스 정류장이 어디 있는지? 모두 몰랐다. 내가 하필 모르는 사람에게만 물었는지 모르지만, 좀 불안했다. 나는 지도를 보며 중심가 쪽으로 걸어갔다. 마침 한국인으로 보이는 두 여학생이 있어서 물었더니 한국인이라고 했다. 한국말을 할 수 있어서 반가웠다. 버스 정류장에 대해 물었더니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알려준대로 약 20분간을 걸었더니 실제는 그곳이 아니었다. 거기서 또 물어 걸어갔다. 3시 반쯤 되었을 것이다. 터미널에서 버스에 대해 물었더니 밤 9시에 출발한다고 했다. 몇 시간 걸리는지 물었더니 책에 나온대로 9시간 걸린다고 했다. 아침에 마닐라에서 7시에 출발해서 7시간 걸려 바기오에 도착했는데, 여기서는 밤 9시에 출발해서 9시간 걸린다? 도깨비 장난 같았다. 그렇다면 다음날 새벽 6시에 도착한다는 이야기 아닌가? 지도 상으로 보면 거리는 약 140키로 되는데 9시간이 걸리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버스가 시속 15키로로 달린다는 계산이다. 시속 15키로는 내가 슬슬 뛰어도 갈 수 있는 속도다. 망설이다가 버스표를 사기로 했다. 그리고 여유 시간은 바기오 시내를 구경하기로 했다.

 

 

<바기오 시내 중심가: B지점에서 맛사지를 받았다. C에 버스 터미널이 있다. D, E 지점이 번화가이며 상가이다. A 지점에 SM 백화점의 일부가 보인다. 아래 부분의 Boating Lagoon은  배가 떠 있는 연못이다. C, B 지역 전체가 리잘 파크와 번햄파크로 녹지대다.>

 

 

리잘 파크와 번햄파크 그리고 연못이 전체 공원을 이룬다. 연못을 한 바퀴 돌고 의자에 앉았다. 젊은이들이 배를 타고 한가로이 여유를 즐긴다. 도심에 이런 공원이 있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적어도 9시까지는 잡념을 갖지 않으려고 했다.

 

 

 


<
번햄 공원에 있는 연못: 지도상에 boating lagoon으로 나와 있다.>

 

 

 

<번햄 공원>

 

 

그때 웬 아가씨가 다가와 Massage? 라고 했다. 그녀를 위 아래로 훑어보고, Where?라고 말했다. Here.라고 그녀는 말했다. How much?라고 물었다. 여행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이 How much--?다. 100 peso for 30 minutes라고 대답했다. 30분에 2500원이라. 그녀는 몸을 맛사지 하려고 했다. 나는 발을 가리키며 발을 맛사지하라고 했다. 그때 한 아줌마가 왔다. 그녀는 나를 보고 웃더니 내 어깨를 맛사지하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처음에 온 여자는 딸, 나중에 온 사람은 어머니였다. 한 사람만(Only one, please)라고 했으나 어머니는 물러나지 않았다. 5분쯤 지났을까. 또 여자 한 명이 왔다. 그녀는 어머니의 친구였다. 그녀도 사정없이 왼쪽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옆에 목걸이와 팔찌 등을 파는 노점상 아저씨가 자꾸 이쪽을 바라보았다. 결국 나는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 세 여자는 따가로그로  귀가 따갑게 떠들어댔다. 30분이 지난 후 나는 각자에게 100페소씩 주었다. 그들은 30분간 더 하겠다고 떼를 썼다. 나는 도망치듯이 자리를 떴다. 옆에 있던 목걸이 장수가 목걸이도 팔아달라고 했지만, 미안하다고 하면서 종종 걸음으로 중심가로 향했다.  나는 목걸이 아처씨에게 정말로 미안함을 느꼈다.

 

 

 

<바기오 중심가: 필리핀에는 Chow King이라는 식당이 아주 많다>

 

 

<번햄 공원 주위의 노점상들>

 

 

<번햄 공원 근처의 상>

 

 

<어느 건물에 붙어있는 한국 유학생들의 광고물>

 

 

지도상 D, E 지점으로 갔다. 재래시장을 골목골목 다녀 본다는 것은 정말 재미있는 일이다. 그 나라의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끝없이 펼쳐진 각종 가게를 사진 찍고 싶었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그들이 좋아할지 말지 걱정이 되어서다. 비가 와서 축축한 생선 시장의 비린내는 더욱 비린내를 풍겼다. 사람들이 많다보니 육교는 항상 기다렸다가 가야할 정도로 혼잡했다. 아니, 어디를 가나 혼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음료수나 마셔볼 생각으로 건물의 2층으로 올라가는데, 한국말로 된 광고판이 눈에 띄었다. 거기에 유학 온 한국인끼리 물건을 사고 파는데 사용되는 광고판인가 보다.

 

어는 덧 해는 지고 있었다. 저녁이 되자 여기저기 꼬치구이 포장마차가 들어서고 있었다. 몇 개 사 먹었다. 현장에서 직접 불에 구워지는 돼지고기 꼬치의 색이 화려했고, 날씨도 서늘하고, 그것을 굽는 아가씨의 손도 아름다웠다. 3개를 사 먹었다. 그 옆에 옥수수 장수가 있어서 한 개를 사 먹었다. 그 옆에 망고를 잘게 썰어서 비닐 봉지에 팔고 있는 꼬마가 있어서 그것도 사 먹었다. 저녁은 굶었다.

 

 

 

8시 40분에 버스 터미널에 갔다. 버스에 오르니 내 좌석에 누가 앉아 있었다. 이빨이 모두 빠진 할아버지였다. Excuse me, this is my seat.라고 했다. 이빨 빠진 할아버지가 무슨 소리를 했다. 다른 사람들이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다. "야 이놈아, 아무데나 앉아, 이놈아!"라고 말하지 않았나 싶다. 나는 할아버지와 웃는 승객들을 번갈아 보았다. 한 참 있다가 한 젊은이가 자기가 앉은 좌석에 나를 앉으라고 하고, 그는 다른 사람을 일으켜 세우고 앉고, 또 그런 일이 몇 번 일어나서 마치 게르만 민족의 대 이동을 방불케 했다.

 

 

9시 정각에 버스는 출발했다. 나는 9시부터 새벽 6시까지 운전해야 할 운전수가 과연 졸지 않고 운전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어, 잠이 안 왔다. "분명히 졸텐데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나의 생각이 쓸데없는 걱정임을 알았다. 그리고 시속 15키로로 가지 않을 수 없는 이유도 알게 되었다. 이미 밖은 보이지 않으나 앞쪽 자동차 방향은 버스 헤드라이트로 훤히 보였다. 끝없는 S형 길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운전수는 계속 운전대를 좌로 그리고 우로 반복해서 돌려야했다. 졸음 운전을 할 여유가 없어 보였다. 밖을 볼 수 없는 것이 한스러운 일이었다. 언제 다음에 꼭 와서 이 길을 다시 가보겠다고 다짐했다.

 

  

어느 정도 가다가 차는 멈추었다. 정류장에는 그 밤 중에도 이런 저런 음식을 내 놓고 팔고 있었다. 음식점을 둘러본 나는 밖으로 나왔다. 경치를 촬영하려 했으나 칠흑처럼 어두운지라 꿈을 포기했다. 다시 식당 안으로 들어와 여기 저기 얼씬거렸다. 필리피노들은 이런 저런 음식을 곧잘 사먹었다. 우리나라의 오뎅 비슷한 음식도 있었다. 10분 후에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이후,이런 휴식은 내 기억에 3번 정도 있었던 것 같다. 나도, 자다 깨다를 반복했기에 차가 몇 번 쉬었는지 사실은 잘 모른다.

 

내 옆에는 20 세 정도의 젊은이가 타고 갔다. 대화를 해보니 그는  security guard였다. 나에게 자격증을 보여주었다. 경비직원을 하려면 전과가 없어야 하고 체력이 어떠해야 하고 하고 등등을 나에게 설명해 주었다. 바나우이에 가서는 모텔 요금을 얼마 이상을 주지 말고, 트라이시클 요금은 얼마를 주라고 했다.

 

날이 서서히 밝아옴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눈을 떠 보니 버스 안에 최종적으로 3 명 정도가 남아 있었다. 앞에 있는 아가씨에게 Banaue?라고 했더니, Not yet 라고 했다. 30분을 더 갔다. 길은 좁고 낡은 아스팔트 길로 왕복 2차선이었다. 여전히 운전수는 좌로 또 우로 운전대를 돌려대고 있었다.

 

마침내 차장이 Banaue!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나는 밖으로 나왔다. 산 밑에 집이 두 채가 있었다. 찬 바람에 반소매 차림인 나의 팔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비옷을 꺼내 입었다. 그리고 마치 외계에서 지구에 온 사람이 무슨 일을 해야 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것처럼 사방을 둘러 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여전히 찬 바람만 불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아침 6시였다. 어제 아침 6시에 마닐라에 있는 하숙집을 나섰으니 여기까지 300키로 정도의 길을 24시간 걸려 온 셈이다. 나는 내 앞에 펼쳐질 대자연을 상상하며 위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