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성 여행기 9 "여행기를 끝내며"
<콴자이시앙즈(宽窄巷子) >
일반적으로 여행이란, 떠난다는 생각만으로 즐겁습니다. 떠나면 얼마나 좋은 장면과 사건이 나타날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립니다. 그러나 막상 여행이 정말로 그렇게 즐거운지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콴자이시앙즈(宽窄巷子) >
당장 비행기를 타기 위한 수속을 밟을 때부터 긴장 됩니다. 목적지에 도착한 후 숙소를 구하거나 예약된 곳을 찾는 것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음식을 사 먹거나 해 먹는 것도, 호락호락 하지 않습니다. 목적지를 정하고, 교통편을 알아보고 구체적으로 어디를 어떻게 다녀와야 할지 정한다는 것은 즐거움은커녕 괴로움일 수 있습니다. 더구나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그 고통은 몇 배로 늘어납니다.
<콴자이시앙즈(宽窄巷子) >
다음 날부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아침에 일어나 저녁이 될 때까지 밖에 있어야 합니다. 한 마디로 오늘도 걷고 내일도 걸어야 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걸어야 합니다. 숙소에 있으면 왜 그런지 다른 사람보다 뒤쳐지는 것 같고, 여행 경비가 아까운 것 같고, 괜히 살맛이 없는 것같아 우울해집니다.
<콴자이시앙즈(宽窄巷子) >
여행기를 쓴 다는 것도 사실은 즐거운 일이 아니라, 괴로운 일에 더 가깝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여행기를 쓸 사건을 만들든지, 찾아야 합니다. 보통 때같으면 그냥 지나쳐도 좋을 일을, 유심히 살피고, 의문을 가지고 관찰해야 합니다.
그렇게 보거나 들은 것을 글로 옮기는 일도 저에게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형용사나 부사만 나열해서는, 매우 아름답다> 참 아름답다> 정말로 아름답다>미치게 아름답다>허벌나게 아름답다, 등으로 이어져 단조로울 뿐만 아니라, 무미건조하고 재미 없는 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은 비유법을 찾아내야 하는데, 평소에 이런 것을 찾아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어서, 컴퓨터 앞에 앉아, 비유법을 찾으려고 하니 찾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다가 결국은 나도 모르게 옛날에 써 먹었던 표현을 반복해서 씁니다.
<촉풍아운(蜀風雅韻)>
중국의 서부, 즉, 운남성, 사천성, 신장자치구, 시짱은 한국 사람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 많습니다. "인생도처유청산"이라는 말이 있지만, 어디를 가나 깎아지른 듯한 산과, 하늘보다 더 푸른 호수가 많습니다. 해발 몇 천미터 이상되는 곳이 대부분이니 우리가 평소에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케이씨님을 따라서 이곳을 여러 번 다녀왔는데, 갈 때마다 실망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촉풍아운(蜀風雅韻)>
광진예술문화원에서 중국어 강좌가 있는데, 공부하는 책 중에 중국고대문학을 간략하게 정리해 놓은 책이 있습니다. 그책 중, 두보편에서, 두보가 안록산의 난이 발발하기 직전에 봉선현에 두고 온 가족을 찾아가는 길에 지은 시가 있습니다. 당시 상황을 정말로 기가막히게 묘사한 시입니다. 그 중에 "朱门酒肉臭,路有冻死骨[붉은 문(고관대작의 집)에는 술과 고기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데, 길에는 얼어 죽은 사람의 뼉다구가 굴러다닌다)"라는 시 구절이 있습니다. 그 시를 읽을 때, 서민을 사랑했던 두보의 마음이 생생하게 느껴졌기에 성도에 가면 꼭 한번 보겠다고 맹서한 터였습니다. 두보초당에 들러 그 시를 찾아내고 얼마나 기뻤는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중국어 공부를 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두보초당(杜甫草堂)>
<두보초당(杜甫草堂)>
<두보초당(杜甫草堂)>
두보 초당을 나오면서 우연히 돌에 새겨진 시를 보았습니다. 여광중이라는 대만 사람이 쓴 "향수"라는 시였습니다. 중국 본토에서 태어나 대만으로 간 후,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시인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시로 나타낸 것입니다.
<두보초당(杜甫草堂)>
-
乡愁
-
小时候,
乡愁是一枚小小的邮票 。
我在这头,
母亲在那头。
长大后乡愁是一张窄窄的船票。
我在这头,
新娘在那头。
后来啊,
乡愁是一方矮矮的坟墓。
我在外头,
母亲在里头。
而现在乡愁是一湾浅浅的海峡。
我在这头,
大陆在那头。
-余光中-
어렸을 때,
향수는 한 장의 작디 작은 우표였지.
나는 여기에,
어머니는 저기에.
어른이 된 후, 향수는 한 장의 작디 작은 배표였어.
나는 여기에,
신부는 저기에.
그 후에는 말이지,
향수는 작디 작은 무덤이었
단다.
나는 밖에,
어머니는 안에,
하지만 지금 향수는 낮고 낮은 해협이구나.
나는 여기에,
대륙은 저기에.
-위광중-
<촉풍아운(蜀風雅韻) 사회자>
우리말 중에 가장 아름다운 말은 "그리움"이다, 라고 말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움이라 하면, 우선 고향이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가장 먼저 떠오르겠지요. 하지만 무엇이든 지난 날을 생각하고 추억으로 떠올리는 일은 애틋하고 애절한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은 나이가 들수록 그 깊이가 더해집니다. 나는 이번 여행이 오랫동안 그리움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언제 다시 해발 몇천 미터의 대지를 밟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영원히 그리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럴 날이 오리라고 기대를 해봅니다.
<촉풍아운(蜀風雅韻)>>
5월 27일 밤, 촉풍아운(蜀風雅韻)이라는 천극(川劇: 사천의 연극) 공연장에서 연극을 보았습니다. 전통 극, 그림자 극, 가면 극 등 다채로운 구성이었는데, 가장 볼 만한 것은 눈 깜짝 할 사이에 얼굴의 가면을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가면을 쓰고 삽니다. 내가 가면을 어디까지 벗을지는 상대방에 따라 달라지리라고 봅니다. 이 세상에 자기의 모든 가면을 다 벗고 맨 얼굴을 보여주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적절히 가면을 썼다 벗었다 할 것입니다. 말을 할 때는 진실이라고 말하지만,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양파 껍질을 얼마나 벗겨야 할 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촉풍아운(蜀風雅韻)>>
<두보초당(杜甫草堂)>
끝으로 이 여행기를 읽어 주신 모든 분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촉풍아운에서 있었던 연극 중, "얼굴 가면을 바꾸는 부분"을 촬영하여 유튜브에 올리고 아래 링크를 걸어 둡니다. 상영시간은 약 1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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