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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여행기 2(Hongkong 2)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2. 7. 29. 12:58

 

홍콩 여행기  2

 


<홍콩 지도: 홍콩에 온 관광객은 보통은 kowloon과 Honk Kong Island를 구경한다>

 

 

2월 19일 아침 10시 20분 인천 공항을 출발한 항공기는 현지 시각 낮12시 50분에 홍콩 공항에 도착하였다. 한 시간 시차를 감안하면 3시간 30분 걸린 셈이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았다.

 

교통 카드를 사기 위해 공항 내에 있는 여행안내소에 들렸다. 교통 카드는 버스와 지하철을 마음대로 탈 수 있고, 구룡섬에서 홍콩섬으로 배를 타고 갈 때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수퍼에서 물건도 살 수 있는 카드다. 안내 책에 나온 대로 "Octopus card, please"하니 30,000원(홍콩 돈 150불)을 내라고 했다. 여기서 10,000원은 카드 값이고, 실제로는 20,000원어치만 사용할 수 있다. 10,000원은 홍콩을 떠날 때 환불 받는다.

 

 

 

 

 

 

 

 

 

나는 교통카드를 왜 Octopus card라고 하는지 궁금했다. 본래 octopus는 문어라는 물고기다. "octo="8", pus="발"이라는 뜻으로 발이 8개인 짐승 즉 "문어"가 된다. octave(옥타브)는 음정이란 뜻인데 8개의 음계로 되어 있다. October는 10월이라는 뜻이지만, 본래는 8월이었다." 이상은 내가 학교에 있을 때 입에 거품을 품고 노상 가르쳤던 내용이다. 그러면 꼭 어떤 아이가 묻는다. "선생님 그러면 낙지는 영어로 뭐예요?" "음, 그것은 small octopus다."라고도 말했었다. 낙지가 small octopus인지는 지금도 확실히 모른다. 어떻든 문어나 낙지는 험상궂게 생겨서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동물은 못된다. 공포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동물이다.

 

 

나는 카드에 문어 그림이 그려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카드를 받아보니 아무런 그림이 없이 8달통(八達通)이라는 한자가 쓰여 있었다. 길이 사방으로 뚫려있을 때 한국에서 "사통팔달"이라는 말을 쓰듯이 아무 곳이나 갈 수 있는 카드라는 뜻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여행 Tip]일단 공항 밖으로 나오면 살 수 있는 곳이 없으므로 공항 안에서 사야 한다.

 

 

<홍콩의 시내버스: 내가 본 시내버스는 대부분 2층 버스였다>

 

 

밖으로 나오니 섭씨 20도쯤 되었다. 0도인 서울과 비교하면, 아주 지내기 좋은 온도다. 눈을 들어보니 바로 앞에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호텔 홈페이지에서 "A21"번 버스를 타고 오라고 했었다. 그때 저쪽에서 "A21"번 버스가 오고 있었다. 우리는 뛰어가서 버스에 올랐다. 넓은 버스에 사람들은 몇 명 되지 않았다. Octopus카드를 단말기에 찍으니 6600원(홍콩돈 33불)이 빠져나갔다. 짐칸에 짐을 두고 자리에 앉았다. 갑자기 아내가 말했다. "우리 여기 있으면 안되잖아." "아니, 버스를 잘 못 탔나?" 내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아니, 2 층으로 가야지?" 나는 그제서야 내가 탄 버스가 2 층 버스인 것을 깨알았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실제 2층 버스가 빠른 속도로 달려들 때는 꼭 나한테 달려드는 것 같아서 겁이났다.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2층에는 이미 10 명 정도의 사람이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버스는 무정차로 한 없이 달렸다. 강인지 바다인지 큰 다리를 건너는 것이 왼쪽 창을 통해 보였다. 오른 쪽으로는 산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보이기도 했다. 바다 저 너머로 듬성듬성 육지가 보이는 것이 마치 그리스의 섬들을 바라보며 항해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버스 앞쪽에 있는 화면에서는 한자와 영어로 안내 문구가 오른 쪽에서 왼쪽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방송으로 지금 어디인지 중국어와 영어로 방송되고 있었다. 버스 정거장은 이름뿐만 아니라 숫자가 적혀있으므로 쉽게 우리가 찾아가는 곳을 알 수 있다. 우리는 12번째 또는 13번째 정류장에서 내려야 했으므로, 눈은 전광판에, 귀는 방송에 주의를 기울였다.

 

 


 <눈에 보이이는 허름한 높은 건물이 내가 묵은 숙소가 있는 미리도 맨션이다>

 

 

13번째 Chunking Mansion이라는 방송이 들리고, 전광판에 "13 Chunking Mansion"이라는 문구가 떴다. 2층에서 내려와 짐칸에 있는 배낭을 메었다. 이 배낭은 지리산 등산할 때 메었었던 바로 그 배낭이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110리터 배낭이 가득 찼다.

 

 

왕복 4차선 도로에 높은 건물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었다. 이미 책과 인터넷 google earth에서 위치를 확인해 두었으므로 내가 묵을 호텔이 있는 Mirador Mansion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세상인가? 내가 타고 갈 지하철의 입구도 인터넷 지도에 표시된다는 사실---정말 대단하다.

 

 

<출발하기 전 google earth에서 확인한 침사추이 역 부근지도: Mirador, Chunking이 보인다.>

 

 

버스 정류장에서 미라도 맨션까지는 약 30미터 정도의 거리였다. 30미터 걸어가는데, 중동 출신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hotel? hotel? 하면서 달려들었다. 나는 이미 예약을 했다고 그들에게 말했다(I have made a reservation already). 몇 번 그렇게 말하다가 나중에는 "No"라고 말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처음 이국 땅에 다달으면 대부분 약간의 불안함과 신기함이 나를 감싼다. 이번도 예외는 아니다. 호텔을 소개하겠다고 달려드는 중동 출신처럼 보이는 "삐끼"들이 나를 납치하려는 "외계인"처럼 보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Mirador 맨션의 13층에 올라가니 오른쪽 복도 코너에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나는 예약한 내용을 인쇄한 종이를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예약자 명단을 나에게 보여주며 내 이름이 거기에 있는지 물었다. 맨 아래에 Youngeul Kwak - Koloon New Hotel이라고 적혀있었다. 예약금을 빼고 나머지 돈을 홍콩 달라(55,000원)로 지불했다. 그녀는 한 여자 아이를 부르더니 열쇠를 주었다. 그리고 그녀를 따라 가라고 했다. 계단을 따라 굽이굽이 돌아 그녀를 따라 간 곳은 10층이었다. 좁고 좁은 길 마지막에 문을 열더니 불을 켜 주고 그녀는 갔다.

 

 

방안을 살펴보니 기가 막혔다. 옛날 시골에서 보았던 우리 방 크기의 협소한 방에 좁은 침대가 두 개 놓여있었고, 바로 옆에 겨우 들어가서 몸을 움직일 만한 화장실이 있었다. 놀라운 것은 창문이 없다는 것이다. 문도 나무 판자 문이었다. 왼쪽 벽 위쪽에 가로 30cm, 세로 30cm 정도의 창문이 있었으나, 바깥으로 나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방향으로 나 있었다. 시커먼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실내 일부분으로 거미줄과 먼지로 가득 찬 원통형의 컴컴한 공간이 보였다. 실험삼아 실내 전기불을 꺼보니 아내가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고, 아내 말 소리만 들렸다. 에어콘과 선풍기가 있었으나 소리가 하도 커서 조금 틀어 놓았다가 꺼 버렸다. 통풍이 안 되어서 곰팡이 냄새가 났고, 침대의 시트는 다른 사람이 사용한 것으로 보였다. 옆에 A4 용지에 인쇄하여 비닐 포장한 안내 쪽지가 눈에 띄었다. "물이 귀하여 홍콩은 시트를 매 번 교체하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영어로 적혀 있었다. "오래 살다 보니 이런 경험도 하는구나." 홍콩의 인구 밀도가 우리 나라의 14배라고 하니 좁은 땅 덩어리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부자들은 높은 언덕에서 우리 나라의 서울 강남 아파트에 못지 않은 아파트 같은 곳에 살지만 보통 서민의 아파트는 10평 정도라고 한다.

 

 

우리가 할 일은 빨리 이 악마의 소굴에서 벗어나는 일이었다. 큰 가방을 방에 두고 작은 등산 배낭을 메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밤 늦게까지 거리를 헤매다가 돌아 올 것을 아내와 나는 "엄숙히 선서"하였다.

 

 

약 80미터 가까운 곳에 카오룽 공원이 있었다. 공원 벤치에 할 일 없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일부에서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우리를 유심히 바라 보았다. 특히 젊은 흑인 몇 명이 유심히 우리를 쳐다보는 것이 안경에 비쳐 보였다. 여기는 좀 불안하니 빨리 다른 곳으로 가자고 아내가 내 팔을 잡아 끌었다. 하지만 약 20분간 여기저기 건성건성 둘러 보다가 바닷가를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공원을 나와 바닷가로 향하는데, 책에서 본 듯한 Peninsula 호텔이 오른 쪽으로 보였다. 눈을 들어 보니 위압감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안내 책자에는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홍콩에 머무는 동안 누구나 한 번쯤은 들르게 되는 호텔"이라고 되어 있다. 호텔 앞의 분수에 기념 사진을 찍고 안에 잠깐 들렀다. 구찌, 루이비통, 샤넬 등의 명품 판매장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우리는 여기에 있을 사람이 아님을 깨닫고, 바로 항구로 나왔다.

 

 

 

 

시원한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어슴프레한 안개가 끼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바다 건너 홍콩섬과 그 뒤의 산이 시야에 들어왔다. 내가 처음 홍콩에 왔을 1985년에도 이곳에 와 봤을텐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새롭고도 신비스러웠다. 쭉쭉 뻗은 건물을 배경으로 셀 수 없이 많은 배가 지나다녔다. "서울의 한강도 이렇게 멋있고 배가 지나다니게 할 수 없을까?"라고 아내가 말했다. "여기는 바다고, 서울은 강이라네, 이 사람아."

 

 

잘 다듬어진 바닷가를 따라 스타의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여러 사람의 손자국이 보였지만, 젊었을 때 중국 영화의 주인공인 이소룡이나 성룡의 hand print가 유난히 내 눈길을 끓었다.

 

 

 

  

<성룡의 손자국>

 

  

 

 

<해가 저물기 시작한다. 저 멀리 기러기 떼가 희미하게 보인다.>

 

 

드디어 해가 빌딩 숲 사이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눈 앞으로 기러기 떼가 날더니 저 멀리 건물 너머로 모습을 감췄다. 사방의 건물이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거리의 불빛부터 건물의 네온싸인까지 사방이 찬란한 불빛으로 가득 찼다. 그때 문득 떠오른 것이 홍콩아가씨라는 노래다.

 

 

별들이 소근대는 홍콩의 밤거리
나는야 꿈을 꾸며 꽃파는 아가씨
그 꽃만 사가시는 그리운
영란꽃
아-하 꽃잎같이 다정스런 그사람이면
그가슴 품에안겨 가고싶어요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에서 별은 실제 별이 아니라 홍콩의 가로등이나 네온사임을 나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밝은 등불 너머로 별들이 보일 리가 없다. 그런데 궁금증은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노래 가사에 "영란꽃"이란 말이 나온다. 영란은 은방울 꽃이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스신화에 의하면 은방울꽃은 용사의 핏자국에서 피어난 이라고 한다. 옛날 그리스에 레오나르드라는 청년이 있었다. 레오나르드는 사냥을 하다 돌아오다 길을 잃고 헤매던 중 불을 내뿜는 무서운 용을 만났다. 레오나르드는 사흘 밤낮을 용과 싸워 드디어 용을 쓰러뜨렸으나 몸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 상처에서 피가 흘렀고 그 자리에서 이름 모를 이 피어났는데, 이것이 바로 은방울꽃( 영란(玲蘭))이다.  

 

 

<홍콩의 야경>

 

 

불빛 쇼는 정확히 밤 8시에 시작하였다. 음악과 더불어서 사방에서 빛을 뿜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이 탄성을 지르며 바라보고 있었다. 휘황찬란한 불꽃놀이와는 다른 신선함으로 느껴졌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음악과 더불어 여러 곳에 떨어져 있는 건물에서 레이저 광선을 쏟아내고 있었다. 건물은 건물대로 자신의 불빛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 여자가 "Are you Korean?"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했더니 반갑다고 말하면서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사실 이런 곳에 오면 전에는 한국 사람이 반은 되었었다. 어디를 가나 한국인으로 득시글 득시글 한 것이 해외 관광지다. 그러나 그녀가 오늘 저녁 내가 본 유일한 한국인이다. 역시 원화 가치의 하락이 무섭기는 무섭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위 말하는 환율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단적인 예가 내가 자야할 호텔아닌가? 호텔은 무슨 호텔? 쪽방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것이 6만원이다. 아니, 내가 왜 아름다운 밤 이야기 하다가 쪽방인지, 쪽박인지를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한심해서 그런다, 한심해서---

 

 

8시 반에 레이저 쇼가 끝났다. 우리는 침사추이에서 지하철로 2 정거장 떨어져 있는 야우마테이 역으로 갔다. 야시장을 구경하기 위해서다. 생각보다는 규모가 작았고, 그곳에 있는 물건도 시원치 않았다.

 

 

야시장 근처에서 저녁을 먹으려 했으나, 메뉴가 한자로 되어 있어서 고르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그림이 그려진 메뉴판이 있는 집에 가서 주문한 것이 국수에 무슨 만두 덩어리가 있는 음식이었다. 나중에 실제로 나온 것을 보니 국수에 고기 뭉친 덩어리가 나왔다. 기름에 볶았는지, 튀겼는지 알 수 없는 채소도 시켰다. 느끼했으나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저녁 식사: 고기 덩어리 + 국수>

 

 

그래도 집이라고 돌아오니 10시 반이었다. 세수고 나발이고 그냥 자기로 했다. 아내는 가방에서 내의를 꺼내 입었다. 내의가 좋은 잠옷이라고 한 마디 했다. 아마, 아내가 나를 따라서 다시는 해외 여행을 가지 않을 것이라고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런 생각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했다. 옛날 어떤 친구가 여자 떼는 법을 알려주었다. 아무리 여자에게 싫다고 말해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방법은 아무 데서나 코풀어서 전봇대에 닦고, 이빨에 고춧가루 끼워 말하고, 아무 데나 오줌 싸면, 여자는 "별 드러운 놈 다보네." 하면서 떨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내가 이꼴 되게 생겼다.

 

 

그러나 일단 자리에 누우니, 하루의 피곤함이 갑자기 밀려왔다. 개똥밭이건 쇠똥밭이건 이승이 좋다는 말이 있듯이 누울 자리가 있으니 좋았다. 우리는 그렇게 어정쩡하게 첫날을 보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은 내가 홍콩에 오지 않으면 영원히 겪어보지 못했을 소중한 경험이다. 나는 한편으로 고마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잠을 잤다. 왜냐하면 겪어보지 못한 경험은 그 질이야 어떻든 소중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기에---.

 

  

<계속>


<2009년 3월 2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