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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여행기 4(Hongkong 4)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2. 7. 29. 17:10

 

 

 

 

<스타 거리의 일 부분>

 

<오늘 가 본 중요 지점>

 

홍콩 여행기  4

 

 

언젠가 라디오를 듣는데, 사회자가 외국인과 대담을 하고 있었다.  

 


사회자: 서울 한강의 배를 타본 적이 있습니까?
외국인: 예, 한 번 타 본 적이 있습니다.
사회자: 소감이 어떠했습니까?
외국인: 몇 분에 한 번씩 나타나는, 끊임없는 한강 다리를 본 기억밖에는 없습니다.

 

 

오래 전 20 여일 간 유럽을 돌아다녔을 때, 날이면 날마다 눈에 띄는 것은 박물관 아니면 성당이었었다. 처음에는 신기하다가, 나중에는 "박물관과 성당 아니면 보여 줄 것이 없나?"라고 식상해 한 적이 있다. 물론 그 쪽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놀라움과 신비함으로 보았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만은, 유럽의 구경, 또는 관광 거리가 실제 이상으로 과대 포장된 것처럼 보였다.

 

 

이틀 동안 여기 홍콩에 있으면서 본 기억은, 높은 건물밖에는 없는 듯했다. 좀더 있다면, 그 건물 속에 있는 쇼핑센타와 비즈니스 사무실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봐야한다.

 

 

하여튼 벌써 오늘이 홍콩의 마지막 날이다. 여행을 가면 처음 하루 이틀은 시간이 잘 가지 않지만, 그 뒤는 쏜살같이 가 버리는 것이 여행시의 시간 개념이다.

 

 

본래 오늘은 마카오에 가기로 계획했던 날이다. 마카오는 홍콩에서 배로 한 시간이면 도착하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아침에 출발하여 저녁에 오려고 했었다. 잘 알다시피 마카오는 도박장으로 유명하다. 마카오에 가서 도박장에 들르지 못하고 겉 모습만 훑어 보고 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안내 책자에 따르면, 세나도 광장, 성 도미니크 교회, 성 바오로 성당, 몬테 요새, 마카오 타워 등이 볼거리라고 되어 있다. 홍콩에 있는 성당이나 광장과 별 차이가 없으리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카오에 가는 대신, 홍콩에 있는 다른 곳을 가보기로 했다.

 

 

<홍콩섬에 있는 삼성의 로고가 선명하게 보인다>

 

 

사실 "볼 거리"라는 것은 상당히 주관적이다. 내가 홍콩에 있으면서 홍콩은 2박이면 족하다고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볼 거리"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홍콩에서 일 주일 있다 왔는데, 너무 좋았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물론 쇼핑과 나이트 클럽, 그리고 디즈니랜드나 케이블카를 타려면 더 이상 좋은 곳이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나이가 나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그런 쪽에 관심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 지방의 보통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재래 시장은 어떤지, 그 나라 토속 음식은 어떤지, 그리고 보통의 관광 명소를 한 두 군데를 가보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이다. 좀더 여유가 있다면 가끔 술도 좀 마시고, 그네들의 집에 가보고, 그네들과 며칠 같이 지내보고 또 다른 곳으로 옮겨서 이런 일을 반복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다.

 

 

어차피 내가 아무리 여행을 많이 다녀도 세계의 몇 천분의 일도 섭렵하지 못한다. 더 많은 것을 보기 위해 허겁지겁 다닐 필요는 없다. 6시간 버스타고 가서 20분 보고 사진 찍고, 또 6시간 가서 20분보고 사진찍고 이런 해외 여행을 한두 번 해본 것이 아니다. 가이드는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기 위해서 그런다고 했다. 그러나 그런 극기 훈련은 아마 내 사전에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느슨하게 생활하려 한다.

 

 

침사추이에 있는 스타의 거리는 호텔에서 10분 거리에 있었으므로, 하루의 일과는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그곳을 잠시 걸은 뒤에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일과처럼 되어 있었다. 저녁에도 그 곳을 두 번이나 갔었다. 사실 홍콩에 있으면 그곳에 갈 도리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좋건 싫건 쇼핑센터에 가야한다.

 

 

<스타 거리의 일부분: 정말 스타(별)가 보인다>

 

 

21일 아침 스타의 거리를 한바퀴 돈 후, 웡타이신 도교 사원에 갔다. 지하철을 한 번 갈아타는데, 좀 헷갈렸지만 그런대로 잘 찾아 갔다. 사원의 왼쪽으로 들어갔는데, 거기에는 점쟁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우리에게도 와서 점치라고 손짓을 해댔다. 아무리 문명이 발달해도 미신은 사그러들 줄을 모른다. 하기야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우울증에 걸리면 자살하기 쉽듯이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가려면 미신이라도 믿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하기야 미신도 생각하기 나름으로는 종교일 수도 있고, 마음 평화의 근원일 수도 있다. 나에게 유익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선진국가라고 하는 일본인들이 집안에 신주단지를 모시고 사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홍콩의 지하철: 서울의 지하철보다 좁고 낮다>

 

 

좀더 올라가 오른 쪽으로 꺾으니 사원 본 모습이 보였고 드디어 한국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노랑 풍선"도 보이고 "하나 투어" 차량도 보였다. 옆 주차장에 관광버스가 50대 정도 정차되어 있다. 사진찍는 사람과 기도하는 사람, 향을 피워 바치는 사람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보통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한국에서 이 절에 가나 저 절에 가나 그 절이 그 절이듯이, 이 사원도 다른 사원에 비해 크게 다른 바는 없었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매캐한 연기 속에서 지성으로 기도하는 것이 더 간절하다고나 할까?

 

 

<웡타이신 도교 사원>

 

 

 

<웡타이신 도교 사원>

 

 

매캐한 냄새를 뒤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지하철을 타고 Prince Edward에 내렸다. 한자로 太子라고 되어 있다. Edward는 어데 가고, Prince만 남았다. 홍콩이 좁아서 그런지 금방 꽃 시장에 도착했다. 아열대 기후라 그런지 온갖 꽃이 꽃집에 진열되어 있다.

 

 

<꽃 거리>

 

 

 

그 옆에 금붕어 시장이 있다. 금붕어를 쉽게 사가지고 갈 수 있도록 조그만 비닐 봉지에 넣어 두었다. 특이한 물고기가 눈에 띄었는데, 눈에 보일까 말까한 아주 작은 금붕어였다. 꽃이나 금붕어에 큰 관심이 없었으므로 다음 목적지인 Lady's Market으로 갔다.

 

 

<금붕어 시장>

 

몽콕이라는 지하철 근처에 있는 시장인데, 우리 나라의 남대문 시장과 같다고 보면 된다. 그 좁은 시장에 웬 사람이 그리도 많은지 돌아다니기가 힘들었다. 종업원들이 구찌 제품이나 롤렉스 제품을 보여주며 "Copy, copy"라고 소리 질렀다. 복제품을 판다는 이야기다. 이곳에서 Polo T-shirts 2개 샀다. 한 개에 6000원 주었으니 아마 이 티셔츠도 copy일 것이다.

 

더 이상 사람들에 부대낄 수가 없어서, 호텔로 돌아왔다. 그리고 약 2시간 쉬었다. 설렁설렁 여행하는 것이 목적이었기도 했지만, 왜그런지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팠다. 이런 체력으로 70살까지 여행을 한다는 것이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이 몸이 지리산 2박 3일 종주한 몸이다. 별 생각을 다 했어도 힘드는 것은 힘드는 것이다. 나도 한물 갔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아니, 두 물이 갔는지도 모른다. 나의 머리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몸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 머리는 박남정, 몸은 김정구가 이미 되어 버린 것이다.

  

 

3 시쯤 밖에 나가 Jade Green Restaurant라는 식당에 찾아 갔다. 안내 책에 나온 딤섬(한자로는 點心)이라는 것을 먹어보기 위해서다. 어려운 절차를 거쳐서 주문을 했는데, 작은 만두라고 하면 맞는 말일 것이다. 많이 먹은 것도 아닌데 3만원 정도 나왔다. 영어가 되건 안되건 간에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엇을 주문해 먹는 것은 아프리카 정글을 탐험하는 것과 같은 스릴과 서스펜스를 동반한다. 괴로움이라면 괴로움이고 즐거움이라면 즐거움이다.

 

 

점심을 먹고 바닷가에 있는 Art Gallery에 갔다. 본래 예술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나는 건성건성 둘러 보았다. 그리고 바닥에 놓여있는 쉼 의자에 누웠다. 생각보다 아주 편안하고 푹신거리는 아이디어를 짜내 만든 의자였다.

 

 

<예술 갤러리에 있는 안락 의자: 아무리 봐도 내 다리가 길기는 길다.>

 

 

근처의 우주 박물관에 갔다. 무중력 체험 장치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관심을 갖고 체험하는 곳으로 여겨졌다. 나의 호기심까지 끌기에는 미흡했다.

 

 

홍콩의 마지막 밤인지라 저녁을 잘 좀 먹어보자고 Langham place라는 곳으로 갔다. 몽콕역에서 물어 물어, 지도를 보고보고 또 보고 찾아 갔다. 타임즈에서 2006년 아시아 최고의 볼거리로 선정되었다는 곳이다. 푸드 몰(food mall)은 바로 그 건물 앞에 있었다. 거대한 건물 4층이 모두 음식점이었는데, 거의 다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좀 비어 있는 이탈리아 식당으로 갔다. 메뉴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고, 좀 매운 맛이 있는 일종의 파스타를 시켜 먹었다. 아내는 뭔가 다른 것을 시켜 먹었는데, 이름도 맛도 뭐가 뭔지 모르고 먹었다.

 

 

집으로 향하면서 자꾸 술집이 눈에 띄었다. 한 잔 하고 가자고 제안하였으나, 아내는 내일 먼 곳을 갈 사람이 무슨 술이냐고 했다. 갑자기 아내가 웬수처럼 느껴졌다. 혼자 왔더라면 그냥 마음이 가는대로 이집 저집 다니면서 한 잔씩 했을 것이다. 항상 아내와 같이 다니는 사람은 무슨 재미로 다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태어나도 아내와 다시 결혼하겠다는 사람은 무슨 배짱으로 그러는지 모르겠다. 아마 남자는 모험과 객기를 좋아하고, 여자는 안전과 편안함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건물 위의 네온사인>

 

 

아열대 기후지만 밤바람이 점점 차가와 졌다. 찬란하게 빛나는 홍콩의 밤거리를 걸으며 아내의 손을 잡고 걸었다. 본래 우리는 손을 잘 잡고 걷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국에서 이런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침사추이로 가는 기차의 안내 방송이 들린다. 늦은 밤이지만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지하철이다. 둔탁한 출발의 굉음을 느꼈다. 옆에 있는 젊은이들이 서로 애무를 하는 듯하다. 자리에 앉은 사람은 책을 보거나 졸고 있다.

 

"천둥산 박달재를
울고넘는 우리님아
물항라 저고리가
궂은비에 젖는구려 ---

 

나도 모르게 구슬픈 가락이 생각이 났다. 화려한 홍콩의 밤거리에서 무슨 천둥산 박달재가 입에서 나오냐? 미쳐도 한참 미쳤다고 생각했다. "미쳤어, 미쳤어," 요즘 유행하는 노래의 가사도 생각이 났다. 미치지 않으면 이런 먼 곳에 와서 밤늦도록 돌아다닐까? 하기야 사람은 미쳐야 산다고 하는데. 별 생각을 다 하며 서 있는데, "침사추이야"라고 아내가 소리친다. 마치 침을 맞은 듯 정신을 차리고 지하철에서 뛰어 내렸다. 아내가 팔장을 꼈다.

 

 

왕거미 집을 짓는
고개마다 구비마다
울었소 소리쳤소
이 가슴이 터지도록



홍콩의 3박 4일은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계속>


<2009년 3월 4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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