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행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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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3일 월요일이다. 밤새도록 먹고 떠들어대는 서양 여자들의 웃음 소리에 3시 경에 잠을 깼다가 날을 꼬박 새웠다. 그들은 밤이 새도록 술먹고 당구치고 이야기해댔다. 그들은 아침부터 길가에 나와 맥주 한 병 앞에 놓고 끊임없이 이야기만 하는 듯이 보였다. 공기 좋은 바닷가에 나가서 일광욕이나 즐길 것이지, 날이면 날마다 왜 가게 앞에서 맥주 놓고 이야기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하여튼 맥주를 끊임없이 소비해댔다.
창문을 열고 보니 내가 묵는 거리가 훤히 보인다. 전기줄이 늘어져 있는 것이 마치 미친 사람 산발 (散髮) 하고 춤추는 것 같다.
<머리를 일 년을 감지 않은 미친 사람 머리 같은 전기줄>
<그러나 보기에 따라서는 멋을 내기도 한다.>
아침에 근처 공원에 산책 나갔다. 고요한 공원에 제법 공기가 좋다. 연꽃이 한창 피었다. 썩은 물에서 연꽃은 아마 더 잘 피나 보다.
<연꽃>
어제 중요한 곳은 대충 돌아다녀 보았으므로 오늘은 통일궁에 가보기로했다. 길을 걷는데, 책방에 lonely planet Korea가 보였다. 사실 해외에 나가면 배낭 여행객들은 대부분 이 책을 들고 다닌다. 나는 한국에 배낭여행 온 사람들이 어디를 돌아다니는지 궁금했었다. 그래서 그 책을 사보기로 했다. 10,000원을 지불하고 포장을 뜯어보니, 복제한 것이어서 글자는 잘 보였지만, 지도나 사진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글을 읽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우선 나의 고향인 금산은 어떻게 설명되어 있는지 궁금했다. 외국인들이 이 책을 들고 금산을 찾을 생각을 하니 금산 인삼전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약 반 페이지 정도 설명이 되어 있었다. 내 나름으로 번역을 해 보면 다음과 같다.
<금산이 나와 있는 부분>
인구 65000. 시장이 들어서 있는 이 도시는, 전국 인삼의 80%가 거래되는 곳이다. 금산 버스터미널을 나와 왼쪽으로 돌아 약 10분 걸은 후, 오른 쪽으로 돌아 비호로/약초로에 있는 다리를 건너라.
왼쪽에는 맛깔복집(10,000원 - 15,000원)이 있는데, 여기서는 두 명의 여자가 인삼 튀김을 비롯한 현지 특별 음식을 제공한다.
다리를 건너 몇 분 더 걸으면 왼쪽에 금산약령시장이 있다. 수백 개의 가게와 노점에 이상한 모양의 인삼뿌리가 들어 있는 큰 유리 그릇(나의 의견: 인삼 병을 말하는 듯)이 전시되어 있다. 석류 술, 딸기 캔디, 고구마와 선인장 차가 판매된다.(나의 의견:고구마인지 고구마 차인지 불분명한데 어떻든 약초상에서 고구마나 고구마 차를 팔 것 같지는 않음)
모퉁이에 있는 첫 가게가 부흥건재 도매 약업사인데, 여기서는 인삼차, 사슴 녹용, 그리고 호두와 콩으로 만들어진 단맛이 나는 부롬차를 판다.
그 가게의 왼쪽에는 금산웰빙사우나가 있는데, 인삼탕, 냉온사우나, 수면실, 피씨방, 노래방(한 곡에 500원), 운동하는 곳과 맛사지실(만원)이 있다.
왼쪽으로 다음 길을 따라가면, 인삼약초길이고 오른 쪽에 좌판이 있는데, 인삼튀김과 인삼막걸리를 제공한다. (뒷면에 기록된 내용) 매달 2, 7, 12, 17, 22, 27일(나의 의견: 장날을 말하는 듯)은 좀 더 큰 장이 열린다. 금산은 대전에서 멋진 길을 따라 버스로 갈 수 있다.(3000원, 한 시간, 매 20분 마다) 그리고 전라북도 무주에서도 갈 수 있다(2300원, 35분, 매 시간마다). 버스는 또한 도립 공원인 대둔산까지 간다.(1600원, 20분, 매시간)
이것을 보면 어떤 사람이 실제로 다녀 조사한 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자세한 것은 아니지만 금산에서 볼 것은 그런대로 대충 기록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나는 앞으로 국내 여행시 음식점이나 볼 곳을 찾는데, 이 책도 참고하려고 한다. 그리고 외국인이 다녀간 적이 있는지 물어 보려고 한다. 책값은 25 달러로 인쇄되어 있는데, 한국에서는 어디서 판매되는 지 또 얼마에 판매되는지 궁금하다.
<통일궁>
<통일궁>
호치민에서 볼 것 중 가장 볼 것이 많은 곳이 통일궁인 듯 했다. 전 대통령들이 쓰던 가구와 회의장 영사기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또한 주위 정원을 잘 가꾸어 쉬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이곳이 호치민의 최고의 구경거리라고 한다.
구경하고 나오는데 신부 사진 촬영이 있다. 몇 장 찍었다.
<신부 촬영>
뒷문 쪽에 있는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해 먹었다. 일단은 밥이 있는 음식을 주문했는데,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음식이었다. 음식을 잘 모를 때는 대체로 밥이 나오는 음식을 주문하면, 먹을 만한 음식이었다. 이 점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음식이 느끼하면 밥이라도 먹으면 되지만, 밥이 없으면 어느 것 하나 먹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택시를 타고 호텔에 와서 동네에 있는 월남 국수집에 갔다. 한 그릇에 3000원 하는데, 정말 맛있다(다른 곳에서는 1000원이나 1500원 하는 곳도 많다고 한다). 어떻게 먹는지 물으면 종업원이 대신 이것저것 넣고 어떻게 먹으라고 알려준다. 대체로 국수가 나오면 탁자 위에 있는 채소를 몇 가지 집어 넣는다. 고기는 소스에 찍어 먹고 국수와 채소는 그냥 먹으면 된다.
<점심에 먹은 베트남 국수: 정말 맛있다. 3000원이다. 무슨 채소인지 향긋하다.>
3시쯤 마지막으로 쩌런이라는 곳을 갔다. 호치민에서 구경할 곳은 대체로 세 곳이다. 우리 호텔이 있는 동네가 팜 응우 라우(여행자 거리), 고급 호텔과 식당 그리고 볼 것이 있는 동커이, 그리고 좀 먼 곳인 차이나 타운인 쩌런 구역이다. 시내버스는 탈 수가 없어 택시를 타고 갔는데 5000원 정도 나왔다.
사원 두 개를 보았다. 뭐 별 것 없는 사원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거리에 얼마나 사람과 오토바이가 많던지 도대체 정신이 없었다. 안내 책대로 간다고 걸어 갔어도 결국 길을 잃고 말았다. 아내는 무조건 호텔로 돌아가자고 했다. 택시를 잡으려는데 비나순 택시가 없었다. 어떤 택시가 앞에 와서 섰다. 우리는 공항에서 올 때나 속이지 뭐, 이런 데까지 와서 우리를 속일까 싶어 그 택시를 탔다. 나중에 알고 보니 1만원이 요금으로 나왔다. 자세히 보니 미터기 요금이 1 눈금씩 올라가야 하는데, 이 택시는 2 눈금씩 올라갔다.
나중에 이리저리 알아본 결과 택시는 무조건 비나순 택시를 타야한다는 것이다. 비나순 택시는 회사에서 운영하는 것이고, 운전수는 모두 정장을 하고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택시들은 무슨 이유를 붙여서든지 돈을 더 뜯어내고, 미터기를 조작하여 요금이 배로 나오게 하고, 하여튼 전혀 믿을 수가 없는 사람들이다. 외국인만 걸려 들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호치민 사람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단속하지 않고, 내 버려 둔다고 한다.
<사이공 강에 해가 저문다>
저녁이 되어 배를 타고 두 시간 사이공강을 돌며 음식을 먹는 크루즈 여행을 하기 위해 선착장으로 갔다. 물론 비나순 택시로 갔다. 약 3000원이면 간다. 저녁 식사와 유람선을 포함한 요금이, 어제는 분명히 20달러라고 했는데, 오늘은 평일이라 그런지 15달러만 받았다. 음식은 몇 코스로 나왔는데, 정말로 돈 이상의 값어치가 있었다.
<사이공 강>
마침 옆에 노르웨이 남자와 베트남 여자가 함께 있어서 그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그는 노르웨이에서 어업을 하는 사람이었다. 거기에 한국인 친구가 있다고 했다. 올 5월에 일산의 킨텍스에서 어업 박람회 비슷한 것이 열리는데, 그때 참석한다고 한다. 그의 명함을 보면 Nordic Imtermaritim의 special adviser 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그는 65세는 넘어 보이는데, 여자는 새파랗게 젊었다. 필리핀을 가나 어디를 가나 서양 중년이나, 노인들이 새파란 여자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을 자주 본다. 부럽기도 하고, 주책이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솔직히 부러운 생각이 더 든다. 사실 그들은 이러려고 혼자 이런 곳으로 다니는 듯하다. 필리핀에 갔을 때, 나보고도 이렇게 해보라고 권유받은 기억이 있다.
<지나가는 배>
<코스 요리의 일 부분>
<Sten이라는 노르웨이 사람과 베트남 여인: 노르웨이 사람은 마치 헤밍웨이 같다.>
내일 있을 무이네 관광은 마침 우리 호텔 바로 옆에 있는 Remember라는 여행사에서 추천한 곳이다. "리멤버"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호텔과 까페다. 여행자 거리에서 유일한 한국인 여행회사다. 무이네까지 오픈버스(우리 나라의 관광버스에 해당) 편도 요금은 일인당 6달러, 리조트는 Sunny Beach Resort로 일박에 60불하는 4 star 리조트다. 홍콩의 좁은 방 하루 값과 맞먹는 값이다. 이러니 홍콩의 방 값이 얼마나 비싼지 알 수 있다.
방안에 놓여 있는 티비에서는 한국어 방송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국내 소식이 궁금하기도 했으나, 차라리 국내 소식을 모르고 지내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내일은 아마 멋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붉은 모래(red dunes) 언덕이 핵심 포인트다. 사실 지금까지 찍은 사진은 썩 좋은 사진이 못된다.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래 층에서는 여전히 맥주판이 벌어지고 있다. 역시 발 디딜 틈이 없다. 서늘한 바람이 창문으로 쉬이익 불어왔다. 나도 선상에서 마신 맥주 덕분에 몸이 좀 흔들린다. 나는 떠돌이 나그네다. 여행을 마무리 하려는 지금, 다음에 또 언제 떠돌이 생활을 할지 벌써 계산에 들어간다. 제주도를 걸어보는 것도 여러 선택 중의 하나다. 나는 부평초처럼 살지 않으면 아마 견디지 못할 것 같다. 호기심이 존재하는 한, 나는 영원한 떠돌이로의 삶을 살아갈지도 모른다.
<계속> <2009년 3월 6일 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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