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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행기 3 (Vietnam 3)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2. 7. 29. 17:53

 

베트남 여행기 3

 

베트남의 동해안에 있는 무이네 여행이야기

 

 

 

<무이네>

 

2009년 2월 24일이다. 매일 매일 이런 일기를 쓰려고 한 것은 아닌데, 어쩌다 일기가 되어 버렸다.

 

 

이곳 Yellow house는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집이다. 바나나 하나와 달걀 하나, 그리고 빵 두 개가 전부다. 그래도 이것만 먹어도 든든한 아침이 된다. 그리고 또 맛이 있었다.

 

 

아침을 먹고, 체크 아웃을 했다. 2박의 방 값, 냉장고에 있는 물 2개, 맥주 하나 값을 포함하여 약 5만원 주었다. 아마 홍콩 같으면 25만원은 주었을 것이다.

 

 

 

 

<호텔에서 나와보니 바로 옆에 탁아소가 있었다. 엄마가 오토바이로 데려다 주는데, 아이가 들어가지 않고 울고 있었다.>

 

 

 

무이네 가는 버스와 리조트를 예약해준 "Remember"에 갔다. 이곳은 여행자 카페(여행사)와 호텔을 같이 운영하는 집이다. 큰 짐은 그곳에 맡기고 작은 배낭과 카메라만 챙겼다. 8시반 쯤 오픈 버스가 왔다. 사실 베트남에 있는 버스 중 대부분은 현대 버스다. 어디를 가나 현대 버스와 현대 트럭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가 타고 간 버스는 어느 나라 버스인지 모르지만, 올 때 타고 온 버스도 현대버스였다. 그 안에는 "학생 수송 차량"이라는 판대기도 그대로 붙어 있었다. 아마 한국에서 중고차를 들여온 듯 했다.

 

 

 

 

<우리가 타고 간 오픈 버스. 베트남의 대부분의 버스는 현대차다. 이것은 예외인 듯>

 

 

차는 여러 호텔을 돌면서 사람들을 태웠다. 베트남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는 듯 했다. 아마 동양 사람도 우리를 제외하면 없는 듯 했고, 대부분의 사람은 유럽 사람들이었다.

 

 

호텔을 돌고, 호치민 시내를 빠져 나오는데 거의 한 시간 정도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무이네까지는 약 200km, 4-5 시간이 걸린다. 놀라운 것은 몇 km을 제외하면 호치민에서 동해안 무이네까지 길 양쪽으로 집이 들어서 있다는 것이다. 가끔 가다 과수원이나 밭 또는 빈터가 보였지만 거의 대부분은 끊임없는 단층 집의 연속이었다.

 

 

우리 옆에 서양부부가 있었다. 처음 1-2분은 이야기하더니, 한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잠을 자다 깼다 했다. 4-5시간 동안 단 한 마디도 대화를 나누지 않고 끝까지 갔다. 모든 서양인이 다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목격했다.

 

 

 

 

 

<4 시간 잠만자는 부부>

 

 

2시간 정도 지나고 버스는 휴게소에서 약 10분 동안 쉬었다. 장사꾼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달걀을 삶아 파는 아주머니가 있어서 얼마냐고 했더니 영어를 못해 말이 통하지 않았다. 분명히 눈치로 보아 삶은 달걀 2개에 500원인줄 알았는데, 거스름돈을 주지 않고 천원을 챙겼다. 다른 손에 메추리 알도 들고 있어서 500원을 주니 천원을 내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해댔다. 짐작컨데, "500원 받고 줘라. 아까 천원은 너무 받은 것이 아니냐?"로 이해되었다. 사탕수수도 잘라 팔았는데, 500원어치가 큰 봉지로 하나 가득이었다. 옆에서는 아주머니가 붉은 돼지고기를 식칼로 잘라서 팔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과일 가게가 있었다. 휴게소 내부에서는 베트남 사람들이 우글우글 모여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 혼자 갔더라면 아마 베트남 사람들 속으로 파고들어 음식을 주문해 먹었을 것이다.

 

 

 

 

 

<중간 휴게소에서 돼지고지 잘라파는 아줌마>

 

 

한 시쯤 무이네에 도착하였다. 이번 여행 중 처음으로 좋은 리조트에서 숙박을 하게 되었다. voucher(영수증)을 프론트에 제출하니, 역시 여권을 요구했다. 종업원이 우리를 안내했다. 그는 방으로 가서 에에콘을 틀어주고 여기 저기 불을 켜주고는 나가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일 달러 팁을 주니 쏜살같이 나갔다.

 

 

 

 

<우리가 묵을 방: 지금까지 방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는 호텔에 의뢰하여 약 20,000원에 3시간 지프차를 빌렸다. 물론 운전수가 딸린 지프차다. 일단 호텔 주위는 내일 보기로 하고, 안내 책에 나와 있는 선녀 샘으로 갔다. 입구에는 이미 꼬마 2명이 돈을 받고 안내하겠다고 영어는 영어인데 이해하기 어려운 영어를 했다. 예를 들면 "할로비히"라고 몇 번 나에게 물었는데, 한참 생각해 보니, "How long have you been here?(여기 온지 얼마나 되었느냐?)"였다. 책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주워 들은 영어니까 그러리라. 그때 갑자기 소떼가 지나가기 시작했다. 좀 늦었지만 소떼의 꽁무니는 찍었다. 그 아이들은 미리 돈을 달라고 했는데 일인당 천원씩을 달라고 했다. 안내가 끝난 후에 준다고 했더니, 싫다고 해서 우리도 싫다고 했다.

 

 

 

 

<선녀샘 입구에서 갑자기 소떼가 지나간다>

 

 

한 영어권 아주머니가 그곳에 있어서 그 아주머니에게 물었더니 그냥 개울 바닥을 따라 올라갔다가 내려오라고 했다. 왕복 약 30분 정도의 거리인데, 붉은 모래와 흰 모래 그리고 마치 석회석과 같은 바위가 듬성듬성 놓여 있었다. 바닥은 황토빛 모래였고, 방금 올라간 소떼가 지나간지라 가끔 쇠똥도 밟히고 또 떠내려 오기도 했다. 물의 양은 많지 않았으나 황토빛 빛깔과 저녁 햇빛이 어울려 내 나름으로 멋있는 사진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녀샘 가는 길: 한 미국 아주머니가 따라온다.>

 

 

 

 

<잔잔한 물살: 좋은 사진이 나오리라고 생각했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좀더 태양을 향해서 찍었어야--->

 

  

 

 

 

<막대기 휘어지도록 무거운 짐을 나르는 아주머니>

 

 

선녀샘 구경을 마치고 그 다음은 어촌과 배를 구경하는 차례다. 길 옆에 사진 찍기 좋은 곳에 정차했다. 몇 카트 찍었는데, 또 근처의 아이들이 조개껍질을 실에 꿴 물건을 사달라고 졸랐다. 우리는 가지고간 홍샘 캔디 하나씩 주고 아이들을 돌려 보냈다. 여기서만 찍을 것이 아니라, 직접 어촌에 들어가 시장 등을 볼 수 없냐고 운전사에게 물었더니 시간이 너무 걸려서 안 된다고했다.

 

 

 

 

<어촌 풍경>

 

 

 

 

 

<독일인들>

 

 

마침 독일에서 온 두 사람이 있어서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등학교 때 독일어를 조금 배운 적이 있다고 했더니 대단히 좋아했다. Ich liebe dich. Ich bin ein Schuler. der, des, dem, den; die, der, den, die, ---철자야 맞는지 틀리는지 모르지만, 기억을 되살려 단어 몇 개를 나불거리니, 그들은 더욱 좋아하는 듯이 보였다.

 

 

 

 

<붉은 언덕 >

 

 

 

 

 

 

 

 

<사람의 발자국이 듬성듬성 보인다.>

 

 

그 다음은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붉은 모래 언덕(red dunes)이다. 그곳에서 좀 더 떨어진 곳에, 흰색 모래 언덕(white dunes)도 있다고 했으나 이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이 고무로 된 작은 깔개 같은 것을 가지고 와서 그것을 모래 언덕에서 타보라고 했다. 이미 책을 읽어 잘 알고 있었으므로 그냥 사진 촬영에 나섰다.

 

 

 

이곳에서 가까운 판티엣이라는 중소도시가 있는데, 약 20키로 정도될 것이다. 그런데 이곳의 강수량이 그 도시의 강수량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영향으로 이 모래 언덕이 형성된 것이다. 나는 사진을 찍으면서, 해뜰 때와 해 질 때 찍어야 하는 데라는 생각을 계속했다. 내가 지금까지 사진 찍은 곳으로는 최고의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무이네에서는 최소 3박을 해야했다. 하루는 호텔 근처에서 쉬고 먹고, 하루는 어촌의 하루를 카메라에 담고, 또 하루는 이 모래 언덕에서 하루 종일 사진을 찍었어야 했다.

 

  

 

 

 

<붉은 머플러를 두른 여인: 모델이다>

 

 

저 멀리 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사진 찍는 한 두 사람이 보였다. 잠시 뒤에 약 100미터 앞에서 붉은색 머플러를 두르고 모델 사진을 찍는 것이 보였다. 또 얼마 뒤에 한 무리의 관광객이 꾸역꾸역 모래 언덕으로 올라가고 있었고, 한 편에서는 경사진 면을 썰매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하여튼 이곳에서 수백 장을 찍었다. 이곳에서 일주일만 묵으면 틀림없이 작품 사진이 나오리라는 확신이 섰다.

 

 

 

 

 

<모래 언덕 중간중간에 돌 무더기가 보인다.>

 

 

그때 생각한 것이지만, 홍콩에서 3박할 것이 아니라 2박, 호치민에서 3박할 것이 아니라 2박하고, 여기 무이네에서 3박을 했었어야 했다. 또 한 가지 힌트를 얻은 것은 무이네에서 베트남의 동해안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하롱베이를 경유하여 하노이까지 다달으게 된다. 중간의 아름다운 바닷가인 나트랑, 다낭, 후에 같은 휴양지를 거쳐가는 것이다. 쉬엄쉬엄 가면 약 15일 걸린다고 하는데, 다음에 와서 꼭 그렇게 가볼 것이다.  

 

 

 

 

<사람의 몸 같은 느낌을 준다.>

 

 

 

 

 

 

 

 

 

 

호텔로 들어와 지프 운전수와 사진 한 방 찍었다. 근처의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아주 날씬한 아가씨가 능숙한 영어로 우리를 안내했다. 순식간에 넓디 넓은 식당이 손님으로 가득찼다. 밥과 고기 안주가 2000원 - 5000원 정도로 저렴했다. 맥주는 1200원 정도, 포도주는 한 병에 7000원 정도였다. 우리는 모듬 안주 8000원짜리와, 백포도주 한 병 7000원짜리를 주문했다. 호치민의 미스 사이공에서의 식비와는 값이 천지 차이로 저렴했다. 사방에서 냄새와 연기를 풍기면서 고기를 구워댔다.

 

 

 

 

<지프차 운전수>

 

 

개별 여행을 와서 인지 어디를 가나 동양 사람은 우리뿐이고, 유럽 사람들만 눈에 띄었다. 그들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면서 먹어댔다. 그들은 특히 맥주를 좋아하는 듯 했다. 젊은 사람은 잘 보이지 않고 주로 50-60대인 듯 했다. 그들의 특징은 10명 중 8명은 배가 불룩하게 나왔다는 것이다. 이것은 남녀가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간단해 보였다. 항상 맥주를 입에 달고 산다는 것이다. 아마 맥주 살일 것이다. 호치민에서도 보면 그들은 아침부터 길가에 앉아 맥주를 입에 달고 사는 것처럼 보였다. 입에 좋아 넘어가는 것이 결국은 그들의 몸을 저렇게 만들어 놓고 말았다.

 

 

포도주 한 병에 취해야 할 정도보더 더 취한 것 같았다. 값을 지불하고 자리를 떴다. 오른 쪽 바닷가에 줄지어 서 있는 호텔의 불빛이 붉게 빛났다. 가로등 불빛에 밤벌레가 모여들어 춤을 추고 있었다. 약 50미터 떨어져 있는 바닷가의 철석거리는 파도 소리가 귓가에 희미하게 들렸다. 지는 저녁 노을을 향해 한 점으로 사라지듯 우리는 그렇게 호텔을 향해 자취를 감췄다. 내일 새벽에 펼쳐질 짓푸른 바다를 마음 속에 상상하면서 ----

 

 

<계속>

 


<2009년 3월 8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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