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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여행기 3(Hongkong 3)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2. 7. 29. 13:57

 

홍콩 여행기  3

 



<홍콩섬과 스탠리>

 

 

2월 21일 아침이다. 곰팡이 냄새가 나건 말건 피곤해서인지 모르지만 잠은 잘 잤다. 우선 호텔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고 13층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니 어제 우리를 안내했던 키가 작은 아가씨가 있었다. 체크 아웃을 하려면 어제 열쇠 보증금으로 맡겼던 20,000원을 돌려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아가씨는 종업원이어서 돌려줄 돈이 없다고 했다. 매니저는 언제 오냐고 물으니 아침 10시에 온다고 한다. 그러니까 매니저는 아침 10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하고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 꼬마 아가씨가 800페이지는 되어 보이는 깨알같은 글씨로 쓰여진 영어 소설 페이지를 쏵쏵 넘기는 것을 보고 야코가 팍 죽었다. 내 평생에 저러기는 틀렸지! 영어 듣기도, 회화도, 읽기도, 그리고 쓰기도, 무엇하나 마음에 차지 않는 내 영어 실력이 불쌍해 보였다. 그런대로 해외 여행이나 하는 것을 그나마 위로로 삼아야할 것 같다. 나는 시내 구경하고 오후에 체크 아웃하겠다고 말하고 밖으로 나왔다.  

 

 

 

 

<침사추이에서 홍콩섬으로 배를 타고 간다>

 

 

오늘 구경할 곳은 홍콩섬이다. 오전에는 Stanley로 가기로 했다. 홍콩섬으로 가기 위해 배를 타러, 걸어서 항구로 갔다. 호텔에서 걸어서 10분이면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홍콩섬까지 배는 자주 있었다. 시간도 몇 분 걸리지 않았다. 황혼이 질 때, 이 바다를 건너면 죽여주는 기분이라고 안내책에 되어 있으나, 오늘은 안개가 자욱하여 그 모습을 머리 속으로만 상상해야 되었다. 옥토퍼스 카드를 찍고 배에 올랐다. 수많은 배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배에서 내려 스탠리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가는데, 복도에서 어떤 사람이 중국 무예를 하고 있다. 한참을 바라보았다. 무슨 괴물이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것 같다. 나 같으면 창피해서도 못할 것 같은데, 남이야 보건 말건 아무 상관이 없다.

 

 

 

 

<중국 무예인지, 체조인지를 한다>

 

 

화장실을 찾았으나 화장실이 없다. 홍콩은 공중 화장실이 없다. 지하철에도 화장실이 없다. 백화점이나 호텔에 들어가는 도리밖에 없다. 홍콩 사람들은 대체로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비즈니스맨들은 잘 할 것이다. 길에서 무슨 질문을 하면 그냥 지나쳐 버렸다. 이러다 보니 아내는 아예 물을 안 마시고 다녔다. 화장실 문제 때문이다. 건강하려면 물을 많이 먹어야 된다고 주장하는 나의 말은 소귀에 경 읽기가 되었다.

 

 

안내책에 나온 6번 버스를 타고 스탠리로 향했다. 한참을 가다가 산 고개를 넘었다. 왼쪽으로 무시무시한 절벽이 보였다. 절벽아래서부터 위로 40-50층으로 보이는 건물이 즐비했다. 아내는 무섭다고 나와 자리를 바꾸자고 했다. 그러나 꼬불꼬불한 거리를 버스가 달리기 때문에 몸을 가눌 수가 없어서 자리를 바꿀 수가 없었다. 고개를 넘으니 리펄스 베이라는 지명이 나오고 잠시 뒤에 스탠리가 나왔다.

 

 

 

 

<스탠리 바닷가>

 

 

스탠리는 바닷가에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쇼핑센터가 바닷가를 따라서 자리 잡고 있었고, 몇 척의 작은 배가 한가롭게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이런 저런 물건들을 사는 외국인이 보였으나, 우리가 살 만한 물건은 없었다.

 

 

 

 

<측은함을 자아낸 장애인>

 

 

쇼핑센터 밖으로 나오니, 한 미인이 휠체어에 앉아 길을 지나고 있었다. 저런 미인이 무슨 기구한 운명으로 저리 되었나? 두 사람이나 그녀를 보살피는 것을 보니 부자집 딸인가 본데. 안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고개를 돌리려 하는데, 갑자기 그녀가 걷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영화촬영 중이었다. 아내와 나는 오랜만에 큰 소리로 웃었다.

 

 

한 참을 걸으니 페인트 칠을 한 소에 무슨 화학 기호를 사방에 그려 놓기도 했고, 아이들과 소에 빨간색 점을 찍어 놓기도 했다. 무슨 연유가 있을 터인데, 그냥 겉 모습만 보고 발걸음을 옮겼다.

 

 

 

 

<소의 몸은 원소기호로>

 

 

 

 

<얼룩 송아지와 얼룩 아기들>

 

 

한참을 가다보니 좁은 골목으로 사람들이 올라갔다. 나도 덩달아 따라 올라가 보았다. 갑자기 좁은 골목에 식당이 나타났다. 홍콩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들면서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도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따라 들어갔다. 이미 방은 가득 차 있어서 음식 만드는 곳 바로 앞 탁자에 앉았다. 옆에 할아버지 두 명이 음식을 먹는데 맛있어 보였다. 우선 오랜만에 보는 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밥을 가리키니, 웨이터가 고개를 끄덕이며 큰 소리를 질러 주방장에게 이야기했다. 주방장과 종업원들이 하는 이야기가 정말 싸우는 듯한 음성과 억양이어서 정신이 없었다.

 

 

 

               <갑자기 닭발이 튀어나온 점심 음식>

 

 

잠시 뒤에 밥이 나왔다. 맛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국에서 닭발이 나왔다. 먹은 음식이 토할 것 같았다. 서울에서 가져온 고추장을 찾으니 호텔에 두고 가져 오지 않았다. 김도, 고추장도 호텔에 두고 덜렁덜렁 다니는 것이 우리다. 반 정도 먹다가 밖으로 나왔다. 양이 너무 많았다.

 

 

 

 

<고층 건물>

 

 

다시 버스를 타고 홍콩섬에서 제일 높은 빅토리아 피크로 향했다. 버스 종점에서 내려 안내 책에 나온대로 Central 역부터 찾아 올라가려고 했다. 그런데 방향 감각을 잃어 어디가 어딘지 도저히 모르겠다. 한참을 망설이는데 한 외국인이 May I help you? 했다. 그래서 Central 역 몇 번 출구를 찾는다고 했다. 그는 Where's your destination?(목적지가 어디냐?)라고 했다. 나는 I want to take a tram to Victoria Peak(빅토리아 꼭대기로 가는 전철을 타려고 한다)라고 말했더니 자기를 따라 오라고 했다. 그 사람 발 걸음이 얼마나 빠른지, 내가 죽기살기로 걸어야 했고, 저 멀리 아내가 용쓰면서 걸어 오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가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미국에서 온 사업가였다.

 

 

 

 

<빅토리아 정상: 희미한 안개 넘어로 홍콩의 고층 건물과 멀리 침사추이 지역이 보인다>

 

 

여기서도 Octopus card로 요금을 내고 타려는데 젊은이 두 명이 사진을 찍었다. 나는 찍지 않겠다고 했더니 누구나 사진을 찍어야 된다고 했다. 사진을 찍고 전철(tram)을 타려고 기다렸더니 나와 아내가 같이 나와 있는 사진을 금새 빼가지고 와서 사라고 했다. 값은 2만원. 그러면 그렇지! 장사속이었다. 아주 못 사는 베트남이나 캄보디아라면 몰라도 이런 곳에서도 이런 짓을 하는구나 싶어서 사지 않았다. 물론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사지 않는 사람도 있을 터인데, 10명 중 2명에게 사진을 팔아도 남는 장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망대에서 본 풍경: 꼭대기 아파트는 아마도 부자들이 살 것이다.>

 

 

정상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에스커레이터를 몇 번을 더 갈아타야 옥상의 전망대에 오른다. 역시 옥상 전망대 가는데도 옥토퍼스 카드로 요금을 냈다. 이제 2만원의 옥토퍼스 카드가 모두 소진되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엷은 안개 속으로 쭉쭉 뻗은 홍콩섬의 건물과 바다 건너 침차추이 쪽의 건물이 희미하게 보였다. 이곳 역시 야경을 보기에 최고의 장소라고 되어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밤까지 여기서 기다릴 수는 없었다.

 

 

 

<옥상 전망대>

 

 

약 30분 정도 옥상 전망대에 있다가 바로 옆에 있는 광장으로 내려왔다. 어떤 사람이 이상한 개를 데리고 앉아 있었다. 무슨 개인지는 모르지만 무슨 도깨비 같은 개였다. 여기저기 좀더 얼씬 거리다가 아래로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도깨비 같은 개>

 

 

 

 

<위 건물 꼭대기가 전망대다>

 

 

옥토퍼스 카드를 다시 충전해야 했다. 제복을 입은 사람에게 어디가서 충천할까 물어보니 "마그도 나르"로 가라고했다. 몇 번이나 "Excuse me"를 하여 알아보니 Macdonald였다. 안내 책에 나온대로 "Add value, please. 100 dollars"하니 말없이 충전해 주었다.

 

 

그 다음 목적지는 Central 역에 있는 mid-levels escalator다. 800미터의 에스컬레이터라고 되어 있었는데, 800미터 하나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20-30미터 에스컬레이터가 있고 오른쪽으로 조금 걷다가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하는 식이다. 문제는 많이 올라가는 것은 좋지만 내려올 때는 걸어서 내려와야 하니, 많이 타볼 수도 없었다. 타고 올라가면서 그럴듯한 술집과 음식점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Central역에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우리가 묵고 있는 침사추이 호텔로 왔다. 체크 아웃을 하려다가 13층의 호텔이 좀 좋아 보였다. 매니저에게 빈방을 보여달라고 했다. 13층은 USA Hotel이다. 좁기는 하였으나 내가 묵은 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8만원짜리 방과 10만원짜리 방이 있었는데, 어떤 것을 택할까 하다가 10만원짜리 방을 95,000에 얻었다.  큰 창문이 있는데다가 3인용 방이어서 넓기도 했다. 물론 지난 밤에 내가 잔 방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시트도 새 것으로 쫙 깔려 있었다.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희망의 언덕"에 오른 느낌이었다.

 

 

 

 

 

<13층에 오면 일단 의자에 앉는다. 여자 매니저가 여러 호텔을 운영하는 듯이 보였다.
오른 쪽에 남자는 노란 종이에 쓰여진 관리비 미납자 명단을 보고 있다.>

 

 

저녁도 좀 좋은 것을 먹어보기로 했다. 거위 고기와 다른 음식을 제공한다는 식당을 찾아 갔다. 종업원이 메뉴를 가져와서 한참동안 일본말로 설명하였다. 종업원도 시원치 않은 일본어였고, 나도 시원치 않게 일본어를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종업원은 약  3분은 일본말로 중얼댔다. 가만히 있던 나는 "I'm a Korean."이라고 말했다. 겸연쩍었던지, 자기가 벽에다 대고 이야기한 것이 부끄러웠든지, 그는 "I'm sorry."하면서 사라졌다. 우리는 다른 종업원에개 그림을 가리키며 메뉴에 나와 있는 음식을 주문했다.

 

 

 

 

<저녁 식사: 달걀이 놓여 있는 접시 위의 고기가 거위 고기다.>

 

 

잠시 뒤에 거위 고기를 가져왔다. 먹어보니 마치 닭고기를 싱겁게 장조림한 듯한 느낌이었다. 잠시 후에 국수에 돼지 고기를 섞은 듯한 음식을 가져왔다. 아까 호텔에서 나올 때 또 고추장을 집에 두고 왔다! 당연히 김도 두고 왔다! 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으면 맛이 있으련만! 맥주를 시켰다. 중국 음식은 좀더 독한 술을 먹어야 했다. 일본 술을 가져왔는데 8만원 정도 한다고 했다. 취소하고 맥주를 몇 병 더 마셨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은 사람들로 득시글 거렸다. 안마를 받으라고 아주머니들이 따라 다녔다. 그들을 뿌리치고 앞으로 향했다. 큰 길에 나오니 오늘도 여전히 "hotel? hotel?"하면서 삐끼들이 달려 들었다. That's my hotel, over there.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나갔다. 세븐 일레분에서 맥주 몇 병 더 샀다. 그리고 술 먹은 김에, 마치 홍콩 사람처럼 행세하면서 옥토퍼스 카드로 돈을 지불했다.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
나는야 맥주 먹은 무법의 방랑자
거리를 활보하는 한국의 싸나이
아-하 밤바람이 옷깃을 스치니
나그네 흐를 길은 한이 없어라.

 

 

"홍콩 아가씨"를 패러디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어쩌다" 나도 모르게 "나그네 설음"으로 끝났다.

 

<계속>


<2009년 3월 3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