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Beautiful the Nature is! - Albatross

Korea

설악산 신선대 등산기(Shinsundae in Seorak Mountain)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2. 7. 30. 12:45

 

 

 

<신선암에 있는 작은 옹달샘에 하늘의 구름이 반사되어 보인다.>

 

 

 

 

<속초 설악산에 있는 신선암. 출처: 네이버 지도>

 

설악산 신선암(선인암) 등산기

 

<참고>*신선암(신선대)=선인암(선인대): 미시령에서 속초쪽으로 한참을 내려와 있는 널찍한 바위

*신선봉, 상봉: 미시령 고개 정상에 있는 산 봉우리.

 

 

신선대(645m)는 인제에서 미시령을 넘어 속초로 갈 때, 터널을 빠져 나오자마자 왼쪽으로 솟아 있는 봉우리다. 옛 미시령 고개 정상에서 북쪽으로 태백산맥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상봉(1239m)이 나오고, 조금 더 올라가면 신선봉(1204m)이 있다. 선인대에서 보면 상봉과 신선봉이 바로 코 앞에 보인다. 처음에 등산을 시작할 때, 우리는 신선봉을 간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가 간 곳은 선인대(선인대)였으며, 신선봉은 한참을 더 올라가야 했었다.

 

 

선인대는 해발 645m로 등산 초보자가 오르기에 적절한 산이다. 어려운 곳도 없을 뿐만 아니라, 코스도 완만하여 웬만한 사람이면 2 시간 정도에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는 산이다. 우리가 이 산을 등산코소로 택한 이유는 아름다운 경치도 경치려니와  등산을 해보지 않은 여성이 우리 팀에 끼어 있었기 때문이다.

 

 

설악산 하면, 보통은 미시령 이남의 산을 말한다. 나도 몇 번 설악산에 가 보았지만, 미시령 북쪽은 가본 적이 없다. 물론 그 누구로부터도 미시령 북쪽에 있는 신선봉을 다녀왔다는 말을 듣지도 못했다. 따라서 이런 이유로 이번 산행에 더욱 흥미와 관심을 갖게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국내 여행과 해외 여행을 이 팀과 함께 몇 번 갔었지만, 등산을 함께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암봉 꼭대기에 새 두 마리가 앉아 있다. 새를 보려면 시력이 2.0은 되어야할 듯.>

 

 

이 산을 가려면 일단 화암사라는 절까지 가야 한다. 화암사 입구에 차를 주차시키고, 왼쪽으로 나 있는 조그만 계단을 따라 올라간다. 처음 진입로는 대단히 가파라서, 숨이 차게 되고, 뭐 이러다가 이 산을 오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게도 하지만, 약 10분을 올라가면 편안한 길이 나온다.

 

 

오른 쪽으로 꺾어 정상 쪽으로 향하자마자, 왼쪽으로 큰 바위가 나타나는데 그 바위가 바로 수암봉이다. 마침 수암봉 정상에 암수 한 쌍으로 보이는 새 두 마리가 앉아 있다. 수암봉하면 보통은 군포에 있는 수리산 수암봉(秀岩峰)을 생각한다. 여기 설악산의 수암봉은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 모르지만, 뛰어난 바위임에는 틀림없다. 秀岩峰보다는 암수봉→수암봉으로 바뀐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왜냐하면 바위 모양을 자세히 관찰하면 남성을 상징하는 툭 튀어나온 바위가 있고, 그 앞에는 마치 여자를 상징하는 듯한 넓적한 바위가 떡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은 자유일 것이니 무슨 생각인들 못하랴. 쓰잘데기 없는 생각 집어치우고 단체 사진 한 방 찍고 위쪽으로 향했다.

 

 

<수암봉 앞에서>

 

 

수암봉 이후부터는 특별히 별로 볼 것이 없는 등산로가 이어진다. 가파른 길과 평평한 길이 교차한다. 어떤 곳은 밧줄이 매여 있는 곳도 있고, 돌이 부서져 미끄러지는 곳도 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등산을 해 본 사람에게는 힘들다고 할 수 없는 그런 평범한 산길이다.  

 

 

수암봉에서 30분 정도 올라가면, 바위 두 개가 쭉 뻗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부부 바위라고 알려진 이 바위는, 보는 각도에 따라 마치 두 부부가 서로를 마주 보는 듯 하기도 하고, 토끼 귀가 쫑긋하게 하늘을 향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화암사에서 약 50분 올라가면 부부 바위가 나온다.>

 

 

여기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가파른 길을 걸어 올라가면, 상봉(1239미터) 이 나오고 그 너머에 신선봉(1204미터)이 나타난다. 우리는 멀리 안개에 휩싸여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는 상봉과 신선봉을 멀리서 구경하고 나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선인대로 향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원, 세상에 이런 것이 있나 싶을 정도로, 마치 신선의 술잔을 연상시키는 표주박 모양의 웅덩이가 몇 군데 있다. 넓고 큰 마당 바위가 평평하게 자리잡고 있고, 그 위에 여기 저기에다가 누군가가 일부러 웅덩이를 뚫어 놓은 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아니면 어딘가 웅덩이 내부에서 물이 나오는지 알 수 없지만, 물이 거의 가득 차 있었다. 놀라운 것은 개구리가 그 웅덩이 속에 많이 보였는데, 그렇다면 이 물이 하루 이틀만에 나타나고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여튼 신기하다, 신비롭다는 생각 이외에는 다른 할 말이 없었다.  

 

 

<선인대 가는 길에 움푹 파인 표주박 모양의 웅덩이가 있다. 물이 고여 있고, 개구리가 살고 있다.>

 

 

<안개가 끼어서 잘 보이지 않는다. 상봉아니면 신선봉이리라.>

 

 

표주박 모양의 웅덩이에서 눈을 들어 보면 평평한 길이 나타난다. 이런 곳에 자동차가 다녀도 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넓은 도로가 설악산에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는다. 그 길을 좀 따라가면 놀라운 장면이 연출된다. 바로 울산 바위가, 구름인지 안개인지 알 수 없는 연기와 같은 하얀 띠로 뒤덮여 있다. 마치 산신령이 흰 두루마기를 걸치고 흰 수염을 휘날리면서 하늘에서 나타날 그런 분위기다. 아래에 보이는 길을 자동차로 지나면서 항상 눈을 들어 울산바위를 보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여기서는 풍채를 자랑하며 펼쳐져 있는 울산바위를 눈 아래로 본다. 아, 나는 지금도 그 감격스러운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수백 미터 낭떠러지 아래에 저런 장엄한 산이 있다니! 오른 쪽으로 조금만 시선을 옮기면 바로 미시령 터널이 있는데, 역시 그 터널과 미시령 고개도 햇빛과 안개가 뒤섞여 그저 신비로울 따름이고 감탄을 자아내게 할 뿐이다. 이런 것을 신비롭다고 하는가? 이런 것을 경이롭다고 하는가? 이런 것을 그림 같다고 하는가?  

 

 

<선인대로 향하는 길이 평평하여 걷기에 좋다. 자동차도 다닐 수 있다. 해발 645미터 설악산에 이런 길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선인대에서 본 울산바위>

 

 

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렸다. 서서히 부는 바람이 온 몸을 휘감아 더위를 몰고간다. 7월의 더위는 높은 바위에 있는 우리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깎아지른 듯한 선인대 위에 앉아 있는 우리는, 시선을 집중하여 먼 곳에 솟아 있는 뾰죽 바위를 보기도 하고, 가까운 울산 바위를 보기도 했지만, 그 어떤 것을 보든지, 가슴이 터질듯하다가도 애간장이 타는 듯 하기도 했다.  바라보면 볼수록 눈 앞에 펼쳐진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에 귀가 멍멍하고 눈이 시려워, 급기야는 날벼락이라도 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마저 들었다. 어떤 사람은 그저 앉아 있고, 어떤 사람은 넋놓고 바라보고, 또 어떤 사람은 명상에 잠겼다. 머물던 안개가 걷히는가 싶더니 어디선가 다른 안개가 따라 들어와 그 자리를 채웠다. 석양에 물들어 춤추던 안개 속에 선녀가 나타난 듯, 울산바위와 그 주변의 바위와 초목이 모습을 들어냈다 감추었다를 수시로 반복했다.

 

 

<선인대에 앉아 자연에 취해있다. 명상을 하는 사람도 있다.>

 

 

<선인대>

 

 

<선인대에서 본 상봉>

 

 

<울산 바위의 안개가 서서히 걷힌다.>

 

 

<이제 안개의 흔적만 희미하게 보인다.>

 

 

저 멀리 큰 바위가 모습을 나타낸다. 기다린 보람이 있던 것일까? 구름이 언제 있었냐는 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야, 이게 무슨 도깨비 장난인가? 아니면 자연의 당연한 섭리인가? 무엇이 무엇인지를 알 수는 분위기 속에 석양은 계속 서산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우리는 안개에 덮힌 울산 바위와, 반쯤 덮힌 설악산, 그리고 완전히 걷힌, 눈앞에 펼쳐진 신비스런 자연의 조화를 넋놓고 물끄러미 바라볼 도리밖에 없었다.   

 

 

<울산 바위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다.>

 

 

<안개가 다 걷히고, 울산 바위가 선명하게 보인다.>

 

 

신이 준 신비한 선물을 가슴에 안고 우리는 천천히 자리를 떴다. 외동딸을 시집에 두고 오는 친정 어머니의 심정으로, 우리는 뒤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아마도 다시는 이곳에 오지 못할 것처럼 그렇게 아쉬워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나훈아의 "돌담길 돌아서며 또 한 번 보고, 징검다리 돌아설 때 손을 흔들며 ---"처럼. 아무도 말이 없이 그렇게 걸었다. 그저 산의 향기에 눈멀고 귀먹어, 황홀감에 빠져, 저린 가슴을 쓸어내리며 걸었다.

 

 

<상봉 위로 해는 지는데, 우리는 이제 하산을 시작한다.>

 

 

등산을 시작했던 화암사에 도착했다. 6시 30분이었다. 도착해서 우리는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우리가 올라갔던 구역은 출입금지 구역이어서 산림 감시원에게 적발되기라도 하면 일인 당 50만원의 벌금을 내야한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올라갈 때, 입산 금지라는 팻말을 보기는 했으나 형식적으로 붙여놓은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 정말로 벌금을 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곳에 있던 몇 사람이, "당신들 참 운 좋은 줄 알아요. 걸렸으면 알짜리 없이 50만원씩이요."라고 하는 말을 듣고, 선인대에서 가졌던  몽롱한 감정이 갑자기 사라졌다. 순간 누구에게 따귀를 한 대 얻어 맞은 듯 정신이 퍼뜩 들었다.

 

 

누군가가 말했다. "우리가 적발되었으면 한 사람당 50만원, 8명이니 400만원이오. 우리 운 좋은 줄 알고, 그 돈의 10분의 1만 써서 오늘 밤 상다리가 부러지게 어디 먹어 봅시다!" "옳소!" 모두들 박수를 쳤다.

 

 

우리는 그 길로 속초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마치 그 지역을 잘 아는 사람처럼 쏜살같이 지하 생선회 상가로 갔다. 그곳에서 가장 큰 광어와 도미 기타 여러 생선회를 먹고도 남을 만큼 충분히 샀다. 40만원어치를 사려고 했으나, 그렇게 많이 샀음에도 채 20만원이 되지 않았다.

 

 

<속초 시내에서 떠온 생선회에 한 잔 술을 들고 있다.>

 

 

아직도 설악산의 신비에 휩싸이고 황홀감에 도취되어 있던 우리는 테이블 위에 놓여진 생선회와 양주, 그리고 소주를 보고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즐거움에 또 한 번 취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입이 귀에 걸려있는 동료들은 "자, 빨리빨리 딸아봐."라고 소리치며, 술상 차리는 그 짧은 시간을 참지 못해 안달을 했다.

 

 

"자, 오늘 평생에 다시는 못 볼 좋은 구경했습니다. 구름에 싸인 설악산도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감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 이 술과 생선회도 그에 못지 않은 즐거움입니다. 자, 앞으로 있을 2박 3일간의 멋있는 여행을 위하여, 다 같이 브라보!" 천지를 진동하는 "부라보" 소리에 모두가 스스로 놀라고 말았다.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그러하듯 "부어라, 마셔라"를 외쳐대며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했다.  끝이 없는 터널을 질주하는 기차처럼, 설악의 밤은 스산한 밤공기를 가르며 속초 하늘을 그렇게 질주하고 있었다.  

 

 

 


(2009년 9월 10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