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운남성 따리(大理)의 남문>
운남성 여행기 1
<序> 2009년 10월 15일 중국 운남성 따리(大理)의 밤이다. 술 한 잔 걸쳤다. 그리고 거리를 걸었다. 찬란한 밤의 붉은 등불이 내 몸을 감싸더니 옷을 적시고 피부에 휘감겨 밀려왔다. 한 귀를 뚫고, 다른 귀로 나올 것 같은 거대한 음악의 홍수가 온 거리를 휩쓸고 있었다. 거리를 지나는 수 많은 사람들의 북적거리는 소리와 물건을 팔려는 장사꾼의 외침이 쿵쾅거리는 음반 판매점의 음악 소리를 압도하고 있었다.
저 멀리 따리 고성의 남문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늦은 밤인데도 사람들은 떠날 줄 모르고 남문 주위를 맴돌고 있다. 친구와 함께 온 사람도 있으리라. 부모와 함께 온 사람도 있으리라. 하지만 대부분은 사랑하는 사람들이리라. 왜냐하면 사랑이 아니고서는 그들을 이렇게 늦은 시간에 밤거리에 붙잡아 두기가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꽃을 파는 아가씨가 있었다. 그녀는 장미를 팔고 있었다. 붉은 장미였다. 장미 세 송이를 샀다. 그녀의 입에서 "씨에, 씨에(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나의 발은 이미 갈 곳을 알고 있다는 듯이 인민로(人民路)를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김유신은 자신을 기생집으로 데려온 말을 칼로 쳤지만, 나는 내가 갈 길을 미리 알고 앞장서서 가주는 내 발에 천만 번 고마워해야 했다.
문을 여는 삐그덕 소리가 나더니, 문에 매어 놓은 종이, 문의 율동의 리듬을 타고 땡그렁 거렸다. 손님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쓸쓸하기까지한 그 술집에 그녀 혼자 덩그러니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하고, 입술이 윤기가 돌기 시작했다. 버선발로 오듯이 그녀는 나에게 다가와 한 쪽 자리를 가리켰다.
그녀의 이름은 Kitty, 그녀가 운영하는 이 술집은 A-S이다. 앞머리를 짧게 자르고, 뒷머리를 고무줄로 묶은 Kitty는 오늘 내가 분명히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리고 우리가 오래된 연인이라도 되는 듯이,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영어로 말했다. "또 오셨네요." "니 하오마? 니 션티 하오마?(안녕. 잘 있었어.)" 중국인이라도 되는 양, 내 입에서는 술냄새에 뒤섞인 희안한 액센트로 포장한 중국어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여기 장미 너에게 주려고 가져왔어." 라고 나는 영어로 말했다. 장미를 처음 받아보는 사람처럼, 벌어졌던 그녀의 입은 다물 줄을 몰랐다. 커질대로 커진 그녀의 눈이 제자리를 찾아오는데 많은 세월이 흘러야 했다.
그녀가 어제부터 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마도 술 기운 때문이리라.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살다보면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이 있고, 받는 것 없이 좋은 사람이 있다. 그녀가 그런 사람이 아닐까? 서툰 영어로 자신을 표현하려는 모습과 어떻게 해서든지 정성을 다하려는 그녀의 태도가 내 마음을 휘잡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감미로운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처음 들어보는 중국 노래지만 이미 알고 있는 노래처럼 친숙하게 마음으로 그리고 온 몸으로 느껴졌다. Kitty는 그 노래를 따라 불렀다. 나는 콧 노래로 리듬을 따라가려고 애를 썼다.
<Click here please 그날 흘러나온 감미로운 노래입니다>
이 밤이 지나면 나는 내일 리지앙으로 간다. 한 동안 그녀의 노래는 내 귓가를 맴돌 것이고, 그녀의 눈동자는 내 가슴에 남아 있을 것이며, 그녀의 따뜻한 손은 추억이라는 나의 작은 방에 간직되어 있을 것이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다음에 다시 온다는 기약도 없다. 하지만 꼭 다시 한 번 와야겠다고 맹서해보고 또 맹서해 본다. 밤은 깊을대로 깊어가는데 말이다.
(2009년 10월 26일 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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