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부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고, 부는 바람에 머리를 빗다. "
"아야, 무슨 말을 해야할까보다 무슨 말을 하지 말아야할까"를 생각해야겠다. 배로, 기차로, 버스로 그리고 비행기까지 동원한 육, 해, 공군을 총 동원한 무한 도전이었다.
호텔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유스호스텔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배에서 잠을 자고 기차에서도 잠을 잤다. 텐트에서 잠을 자고 몽고빠오에서도 잠을 잤다. 심지어는 버스에서도 잠을 잤고, 기차 대합실에서 허름한 깔판을 깔고 하룻밤을 새우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이곳에 텐트를 치자고 했다. 어떤 사람은 좀 더 위쪽에 텐트를 치자고 했다. 어떤 사람은 차를 타고 다른 곳으로 가서 텐트를 치자고 했다. 오늘 같은 날은 응당 호텔에 가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혼자 우루무치로 돌아가야겠다고 배낭을 메고 떠나려는 사람도 나타났다.
어떤 계곡을 가다가 일행 모두가 파출소에 끌려갔다. 유치장에 끌려들어가는 심정으로 기가 죽어 들어갔던 우리는 결국 그들이 사다주는 수박을 배가 터지도록 먹고, 같이 사진을 찍고 희희낙락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더니 "미안하지만 계곡은 못가니 다시 돌아가시오"라는 말을 듣고 기가차고 허탈감에 빠지기도 했다.
양꼬치를 실컷 먹어본겠다며 양양대던 사람들은 이제 양거지가 될지언정 양꼬치라면 진절머리가 난다고 양치질하다가 치약 거품을 내품듯이 헛말을 토하고 있었다. 아니, 음악에 도취된 악단 지휘자가 양복 위 등짝이 찢어지도록 크게 손사래를 치며 미친 듯이 지휘하듯, "노노"를 연발하며 양꼬치에 대한 적개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기차에서 두통에 시달리는 아가씨에게 펜잘을 주고 통증이 해방되어 웃는 얼굴을 보았고, 감기로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던 사람이 우리가 주는 아스피린을 먹고 정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기차간에서 할머니와 함께 가던 5살짜리 꼬마에게 3000원짜리 공을 사주었을 때 기뻐하는 모습이 지금도 내 눈에 선하다.
천산 천지에서 구름위로 뚫고 올라가는 눈 덮힌 산을 보았고, 수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옥빛 카나스 호수를 내려다 보며 가슴을 쓰다듬고 걸어야 했다. 우루무치 남산목장을 트레킹하면서 아름다운 산과 산이 나비되어 날다가 꽃밭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싸이리무호수에서 발을 담그고 물을 마시는 소 떼를 보았다.
중국이라! 가도가도 끝이 없는 나라다. 하룻밤을 자고 나서도 똑 같은 장면이 끊임없이 연출되는 나라다. 눈에 보이는 것은 해바라기 밭, 목화 밭, 그리고 옥수수 밭뿐이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내일도 그렇다. 그러다가 사막이 나타나면 하루고 이틀이고 사막이 또 끝없이 이어진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인생 길, 나그네 길이 바로 중국이라는 나라다.
앞으로 내 기억이 있는 한, 지난 3주간 내가 본 것과 들은 것 그리고 경험한 것을 여기에 적어 볼 것이다. 이것은 다음 이 코스를 여행하려는 사람에게 안내하는 글이 아닐 것이다. 그저 한 여행자의 경험과 생각과 바람이 두리뭉실 그려진 그런 글과 사진의 장이 될 것이다. 이 글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나도 잘 모른다. 나 자신도 궁금하고 다음 번 글이 기다려 질 뿐이다.
(2010년 8월 16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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